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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도 감으로 명품 와인 만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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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와인시장 공략나선 청도와인(주) 하상오 대표이사

감와인은 뒤끝이 깨끗하고 숙취가 없는 것이 특징이다.

감와인은 뒤끝이 깨끗하고 숙취가 없는 것이 특징이다.

청도의 명소가 또 하나 늘었다. 경북 청도군 화양읍 송금리 남성현에 위치한 ‘와인터널’이 그곳이다. 세계 유일의 감와인을 개발 생산하고 있는 청도와인(주)(대표이사·하상오)이 자사의 와인을 숙성하는 저장소인 ‘와인터널’을 감와인 전문카페로 단장하여 오픈한 것. 2005년 이미 ‘부산 APEC정상회의’에서 환영 리셉션 만찬주로 선정되어 세계인들에게 선보인 바 있는 감와인 ‘감그린’이 이제 색다른 공간에서 우리를 유혹하고 있다.

총 길이 1015m인 ‘와인터널’은 철도부설권을 지닌 일제가 1896년께 착공해 1904년 완공한 철도터널이다. 이후 경부선 노선이 이설됨에 따라 최근까지 역사 속에 묻혀 버려진 상태로 있었다. 와인 숙성 저장소를 물색 중이던 하 대표이사의 노력 끝에 세상에 드러난 이곳은 오랫동안 버려졌던 터널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을 만큼 독특한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다. 아치형으로 된 천장은 빛바랜 붉은 벽돌로 신비한 분위기를 자아내는데다 벽면 또한 거의 완벽하게 보존되어 있다. 또한 이곳은 실내 온도가 연중 섭씨 13~15℃ 내외를 유지하고 있어 여름에는 피서용, 겨울에는 피한용으로 제격이다.

용도 폐기된 구 남성현 터널 재활용

방문하는 이들은 멋진 공간에서 무료로 감와인을 시음할 수 있다. 어떤 이는 구입해가기도 하고 또 어떤 이는 구입한 와인을 보관해놓기도 한다. 이곳에는 갖가지 사연이 적힌, 먹다 만 와인병이 한 벽면을 가득 채우고 있다. 대부분 특별한 날 더욱 숙성된 와인을 맛보기 위한 설렘과 좋은 추억거리를 만들고자 하는 마음으로 맡기고 가는 것이라고. 얼마 전에는 창원대학교 공학박사 김병관 교수팀이 터널 내부에 다량의 음이온이 발생한다는 사실을 밝혀내 또 한 번 주목받기도 했다.

[영남]청도 감으로 명품 와인 만들다

하 대표이사는 “경부선 이설로 용도 폐기된 구 남성현터널을 친환경적인 와인으로 꾸미게 됐다”며 “앞으로 와인축제, 와인박물관, 음악회 등을 통해 색다른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공간으로 활용하는 동시에 관광지로 개발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청도군에서는 청도 상설투우장, 용암온천과 함께 국내에서 유일한 ‘와인터널’을 트라이앵글로 연결, 본격적인 청도의 관광상품으로 지원할 계획이다.

한때 식품회사를 경영하며 국내 최초 식혜 상품화를 이루어냈던 하 대표이사는 식품업의 라이프 사이클이 짧다는 점을 안타까워하며 많은 고민을 해왔다. “기술과 지식, 정보를 축적시킬 수 있는 아이템을 찾아야겠다”고 생각한 그는 라이프 사이클이 길고, 청도를 대표하는 ‘감’을 이용해 와인 생산을 시도했다. 청도감은 특성상 즙이 많고 당분이 풍부해 원래 감식초용으로 좋다고 널리 알려졌지만 이것으로 와인을 만든다는 것은 일종의 ‘혁신’이었다.

청도에는 100년 이상 된 감나무가 널리 분포되어 열매를 맺고 있다. 대부분 깊이 뿌리를 내려 땅속의 미네랄 성분을 듬뿍 함유한 최고 품질의 감이다. 청도와인(주)에서는 타닌이 풍부한 청도반시를 수확, 분쇄해 즙을 내고 효모배양 탱크에서 감에서 채취한 효모균을 자체 배양한 후, 이를 이용해 1, 2차 발효과정을 거친다. 그리고 8개월 정도의 숙성기간을 거쳐 와인 병에 담아 또 다시 일정 기간 숙성과정을 거친 후 시판한다. 병 속에서 숙성기간이 길면 길수록 와인의 맛과 가치가 높아지는데, ‘와인터널’이 바로 숙성·저장 장소로 활용되고 있다.

부산APEC정상회의 만찬주로 선정

‘와인터널’ 은 아치형으로 된 천장의 빛바랜 붉은 벽돌로 신비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고 실내 온도가 연중 섭씨 13~15˚C 내외를 유지하고 있어 여름에는 피서용, 겨울에는 피한용으로 제격이다.

‘와인터널’ 은 아치형으로 된 천장의 빛바랜 붉은 벽돌로 신비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고 실내 온도가 연중 섭씨 13~15˚C 내외를 유지하고 있어 여름에는 피서용, 겨울에는 피한용으로 제격이다.

감은 우리네 고향집의 감나무같이 우리의 정서가 잘 반영되어 있으며 영양학적으로도 우수한 과일이다. 하 대표이사는 “감은 숙취해소에 좋은 과일로, 감을 발효하면 향이 풍부하고 빛깔이 좋은 화이트 와인이 탄생한다”며 “감와인은 뒤끝이 깨끗하고 숙취가 없는 것이 특징”이라고 말했다. 감그린은 떫은맛을 내는 타닌이 풍부해 레드 와인과 화이트 와인 두 가지 특성을 모두 갖추고 있다.

감으로 명품 와인을 만들어 가장 한국적인 것을 글로벌화하겠다는 그의 꿈은 만 5년 만에 조금씩 현실화되기 시작했다. 농림부 주최 ‘전국 전통식품 best5’로 선정된 이후 지난해 부산 APEC정상회의 참가대표단 환영 리셉션 만찬주로 선정된 것을 계기로 해외시장 공략에 힘썼다. 그 결과 올 3월 청도군수실에서 미국 LA와 감와인을 향후 5년간 100억 원의 수출계약을 체결하고 6월에 처음 5억 원어치를 수출했다. 부산 APEC정상회의 당시 호평받은 감와인은 와인의 본고장인 유럽에서도 ‘맛이 독특하다’며 경쟁력을 입증받고 있다. 신활력사업장으로 선정되며 청도군과 경상북도의 적극적인 협조 아래 이제 곧 ‘감그린’ 50만 병을 생산할 수 있는 국내 최고 수준의 설비가 갖춰질 예정이다.

“와인은 기다림입니다. 애정을 잃지 않고 꾸준히 지켜보고 인내해야 하지요. 그것이 와인사업의 매력인 동시에 가장 큰 장애물이기도 합니다.” 국내 와인 매출이 증가하고 있지만 대부분이 수입된 외국 브랜드 제품이다. 와인문화가 서서히 정착되어 가면서 이제는 국내 와인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필요한 시점이다. 와인시장의 블루오션이 펼쳐지고 있는 청도를 주목해보자.

이원동 청도군수의 청도반시 산업화 포부

[영남]청도 감으로 명품 와인 만들다

경상북도 최남단에 위치한 청도군은 국내 유일의 씨없는 감, 이른바 ‘청도반시’의 최대 생산지역으로 전국 생산량의 30%와 경북 생산량의 63%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우리 군에서는 경쟁력, 판매 가능성, 경제성이 높은 청도반시 선도산업으로 선정된 감말랭이, 아이스홍시, 감와인, 감물염색의 신활력사업을 행정·재정적으로 집중 육성, 지원하여 향후 일본, 미국뿐만 아니라 대만, 프랑스 등 세계 전 지역으로 판매망을 확보하여 수출량을 늘릴 계획입니다.

청도반시 산업화는 여러 혁신 주체들이 상호 협력적 네트워크를 형성하며 신제품 개발이라는 혁신활동에 노력한 결과, 이제 청도군의 특화산업이자 새로운 성장산업으로서 성공적으로 그 뿌리를 내리는 단계에 접어든 것으로 평가됩니다. 청도반시 가공제품의 생산기술 개발이 지역 내에서 지속적으로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생산기업 및 가공업체, 지역대학, 전문연구기관, 지방정부(청도군·경상북도), 관련 공공기관(청도군농업기술센터) 등의 혁신 주체가 긴밀히 상호협력하는 이른바 ‘청도반시 산업화 지역혁신체계’가 견고히 구축되어야 할 것입니다. 청도반시 가공산업을 지역의 특화산업으로서 완전히 정착시키기 위해 우리 군에서는 우수한 제품을 중심으로 소비자에게 적극 홍보하는 한편, 품질의 표준화 관리와 향상을 위해서 생산기술 부문에서 혁신활동이 지속적으로 전개되도록 지도와 독려를 아끼지 않겠습니다.


감의 효능 평가절하돼 있어요

뛰어난 영양성분에 비해 사과나 배 등 다른 과일보다 홀대받아온 감은 포도당과 당류가 풍부한 알칼리성 식품으로 비타민C 함유량이 풍부한 것은 물론 카로틴과 타닌, 폴라보노이드 등 인체에 유익한 성분이 많이 함유되어 있다. 당질(14% 이상)의 포도당과 과당을 함유한 알칼리성 식품으로 사과의 10배가 많은 비타민C가 함유되어 있을 뿐 아니라 비타민A, B1, B2도 함유된 우수한 비타민 과일이기도 하다. 카로틴을 비롯한 펙틴, 카로티노이드 등 유익 성분 또한 풍부하다고 알려져 있다.

<부산·울산·경남본부/양병하 기자 ybh@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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