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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핵실험 도박’ 강행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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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드라인’ 넘을 확률에서 우리의 대응전략까지 10문 10답

지난 7월 5일 대포동 미사일을 발사한 북한이 마지막 ‘레드라인’으로 불리는 핵실험까지 감행할 것인가. 미국 ABC 방송이 8월 17일 복수의 미 정보소식통을 인용, 보도한 함북 길주군 풍계리의 핵실험 징후가 우려와 관심을 증폭시키고 있다.

북한의 핵실험은 6자회담으로 대표되는 북핵 해결을 위한 평화적 시도를 좌초시키고 장기적으로는 일본과 대만의 핵무장으로 이어져 동북아 안보지형 자체를 뒤흔드는 ‘폭발성’을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1989년 8월 프랑스 상업위성 SPOT 2호의 사진으로 세상에 첫 공개된 지 17년이 지난 지금까지 북한 핵 문제는 온갖 설(說) 속에 둘러싸인 미답의 영역이기도 하다. 북핵 실험과 관련한 10문 10답을 풀어본다.

① 레드라인을 넘을 확률은

북한 핵 실험장 가상도

북한 핵 실험장 가상도

2004년 발간된 ‘북한핵, 새로운 게임의 법칙’(저자 이용준 외교통상부 북핵외교기획단장)에 따르면 2년 전만 해도 가능성은 높지 않았다. 제시된 근거는 ▲중국을 포함한 국제사회의 강한 반발 ▲불확실한 성공 가능성 ▲의심되는 실익 ▲제한된 플루토늄 양 등이었다. 이수훈 동북아시대위원회 위원장은 최근 중국에 있어 북의 핵실험은 미사일 발사와는 차원이 다른 문제라고 설명했다. 중국이 북한 핵을 용인하면 코 앞에 핵보유국을 두는 위험도 위험이지만 일본과 대만의 핵무장이라는 ‘연쇄반응’을 견딜 수 없다는 설명이었다.

② 안심할 수 있나

그러나 문제는 북한의 논리구조가 비이성적이고 김정일 위원장 한 사람의 결단이 모든 것을 결정한다는 데 있다. 정부의 최고 정보책임자인 김승규 국정원장은 7월 28일 국회 정보위에 출석해 “김정일 위원장의 전략적 결단만 있으면 가능한 일”이라며 “가능성은 50%”라고 말했다. 여기서 50%는 정확한 산술적 계산이라기 보다는 김정일 위원장이 핵실험을 ‘할까, 말까’ 하는 두 가지 선택 사이에서 고민하고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중국을 포함한 6자회담국의 만류에도 불구, 북한이 대포동 미사일 발사를 감행한 것도 김 위원장의 결단이었다.

③ 핵 실험을 한다면 이유는

북한이 6자회담 ‘협상틀’에 더 이상 미련을 두지 않겠다는 의도라 할 수 있다. 지난해 9월 이후 회담은 좌표없이 표류 중이고 그 사이의 미·일은 각종 경제압박 작업을 차근차근 진행 중이다. 북한이 이러한 현 상황에서 ‘새판짜기’를 원한다는 의미다. 하지만 궁극적인 이유는 한가지로 모아진다. 핵무기를 확보해 미국으로부터 체제보장을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북은 핵무기와 이를 운반할 대륙간탄도미사일만 있으면 미국이 북한체제 붕괴를 시도하지 못할 것으로 믿고 있다. ABC 방송은 미 정보기관 인사의 말을 빌려 “(핵실험을 해도) 김정일이 잃을 게 무어냐?”고 반문했다. 핵실험을 한다고 해도 미국의 공격을 받을 확률이 극히 낮고, 대북 경제압박은 이미 브레이크 없이 굴러가고 있다는 것이다.

④ 북한의 핵 실험 능력은

기술적으로 가능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추정이다. 북한은 현재 많게는 10개 이상의 핵폭탄을 만들 수 있는 우라늄 및 플루토늄을 추출한 것으로 파악된다. 핵실험 전단계인 고폭(고성능 폭약) 실험 횟수만도 100여 번에 달한다. 또한 외신에 따르면 1990년대 말 이미 핵무기를 개발한 파키스탄의 칸 박사 등을 통해 실험에 필요한 정보 및 지식을 넘겨받았다는 게 정설이다. 북한의 산악지대에는 핵실험을 위한 시설이 아닌가 생각되는 의심쩍은 지하갱도 등이 여러 곳이 있으며 미 군사위성의 감시대상이 되고 있다.

⑤ 핵실험을 한다면 징후는

정부는 핵실험 징후를 판단하는 나름의 ‘기준 리스트’를 가지고 있지만 공개하지 않고 있다. 정보사항이기 때문이다. 언론에 알려진 대로라면 북한의 핵실험 징후는 10단계로 나눌 때 1~2단계 수준이다. 군사전문사이트인 ‘글로벌 시큐어리티’ 미국과학자연합(FAS) 등 핵실험 관련자료에 따르면 실험 사전단계 7단계로 나뉜다. 1. 직경 1~3m, 깊이 213~762m(핵폭탄 강도에 따라)지하갱도 굴착. 2. 핵실험 장비설치를 위한 장비 이동, 원주형 방사능 누출 점검장치 설치, 구멍 주위 방어벽 설치. 3. 관련장비 이동 및 조립 4. 데이터 채집장비를 장착하는 직경 2m, 길이 30m 정도의 진단용 금속통(캐니스터) 조립 및 이동 5. 갱도 내 캐니서터 장착 및 점검용 케이블과 정보기록용 트레일러 연결 6. 핵폭발 물질 및 측정장비 등의 장착. 7. 갱도 되메우기 작업 등이다.

⑥ 사전탐지는 가능한가

과거의 예로 보아 쉽지 않다. 미국이 인도와 파키스탄의 핵실험 징후를 파악하지 못했던 게 이를 말해준다. 북한이 감추기를 원한다면 인공위성을 피하기 위해 철저히 야간에 작업하고 군사시설로 위장하거나 성동격서식의 전술을 쓸 것이 확실하기 때문이다.

⑦ 사후탐지는 가능한가

사후탐지 가능성은 시간 문제일 뿐 100%라고 할 수 있다. 현재 휴전선 인근 최전방 관측소 2곳 등 전국 30여 개 지진관측소에서 1차 스크린이 된다.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이춘근 연구위원은 “북한이 제대로 된 핵실험을 한다면 10~15kt, 어쩌면 20kt 이상 위력을 보일 것”이라며 “핵실험에 의한 지진파는 (자연 지진파와는 물론)인공지진파와도 뚜렷하게 구별된다”고 말했다. 핵실험의 경우 진앙지는 지표면에서 수백m, 진도는 4도 정도라는 특징이 있다. 만약 북한이 핵실험을 한다면 원주 등의 관측기에는 불과 15~20분 뒤 기록이 배출된다. 여기에 인공위성을 현장에 띄워 사진으로 확인하거나 대기 중 방사능물질 변화를 체크하는 등의 추가확인도 이루어진다.

⑧ 현재 밀착감시 정도는

국방부에 따르면 정부는 북의 미사일 발사 이후 핵실험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고 보고 24시간 밀착감시 활동을 벌이고 있다. 지진 관측소인 대전시 대덕연구단지내의 한국지질자원연구소가 북한의 핵실험 동태를 실시간 관찰·분석하고 있고, 이를 위해 최근 자원공학 및 지질학을 전공한 병사 6명을 보조요원으로 파견한 상태다. 미국 역시 군사위성을 통해 북한 산악지대의 의심시설을 집중감시하고 있다.

⑨ 핵실험은 국제법 위반인가

지상에 이어 지하 핵실험까지 규제하는 국제적 협정은 포괄적핵실험금지협약(CTBT)이 유일하다. 하지만 북한은 인도, 파키스탄과 함께 미가입 상태다. 미국과 중국도 서명만 했을 뿐 국회의 비준을 미루고 있다. 전 세계에서 원자로를 가진 나라는 44개국이며 이들 나라가 전부 서명하고 비준해야 발효하도록 돼 있다는 게 문제다. 결국 북한이 지하핵실험에 감행할 경우 이를 제재할 국제법적 제한수단은 없는 셈이다.

⑩ 핵실험 대응은

정부는 북한이 끝내 핵실험을 할 경우 금강산사업은 몰라도 개성공단 경협은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유엔이 지난 7월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규탄하는 안보리 대북결의안(1695호)를 만장일치로 통과시킨 이상 유엔 차원의 제재안 발동도 예상된다. 해상봉쇄 같은 군사적 행동은 어렵겠지만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 활동도 한층 강화될 전망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북한 경제의 버팀목이라 할 수 있는 중국의 대북 경제지원이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1990년대 말 고난의 시기를 살아남은 북한이 전면 경제봉쇄를 당해도, 향후 3년은 버텨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정치부/이상연 기자 lsy77@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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