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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무’ 겸비한 공채1기 출신 첫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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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구택 회장은 어떤 인물인가… 금속공학 전공에 경영정책·판매 분야 일가견

이구택 회장은 ‘강철을 녹이는 스마일맨’ 이란 별명을 갖고 있다. <포스코 제공>

이구택 회장은 ‘강철을 녹이는 스마일맨’ 이란 별명을 갖고 있다. <포스코 제공>

과거 포스코의 회장은 경제부총리급 이상으로 통했다. 박태준 전 회장은 정계에서도 인정받는 거물로 총리급의 예우를 받았고, 김만제 전 회장은 경제부총리를 역임한 뒤 포스코 회장자리로 옮겼다. 그런 자리에 오른 이구택 회장은 어떤 인물일까.

박태준 전 회장이 미래 CEO로 키워

이 회장은 제법 ‘유명세’를 탄 편에 속한다. 취업사이트 파워잡(www.powerjob.co.kr) 등이 대학생 603명을 대상으로 좋아하는 CEO(최고경영자)를 조사한 결과, 삼성 이건희 회장(37.0%), CJ 이재현 회장(15.4%), KTF 남중수 사장(14.4%), 현대차 정몽구 회장(6.8%), LG 구본무 회장(6.8%), 다음 이재웅 사장(5.5%), 안철수연구소 안철수 전 사장(4.3%), 포스코 이구택 회장(2.7%)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포스코가 소비재가 아닌 철강을 생산하는 기업이어서 이 회장의 톱10 진입이 돋보인다.

경기고, 서울대 금속공학과를 졸업한 이 회장은 소위 KS마크의 엘리트 출신이다. 대학 재학 당시 주임교수였던 윤동석 전 포스코 부사장(1993년 작고)의 조언으로 포스코에 입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포스코(당시 포항제철) 공채 1기다. 1968년 창립된 포스코를 1969년 대학 졸업과 함께 해외유학을 포기하고 입사했다. 따라서 올해로 37년간 오로지 포스코에서만 근무한 ‘포스코맨’이다. 그리고 그는 최초의 공채 출신 회장으로 평사원부터 시작해 회장까지 오른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이구택 회장(맨 오른쪽)은 소탈하고 선이 굵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포스코 제공>

이구택 회장(맨 오른쪽)은 소탈하고 선이 굵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포스코 제공>

이 회장은 금속공학과 출신답게 쇠박사로 통한다. 하지만 경영정책과 판매분야에서 더 많이 근무해 ‘문무’를 겸비한 경영자로 평가받고 있다. 특히 수출부, 경영정책부, 신사업본부 등에 근무할 때는 장기 마스터 플랜을 내놓아 사내에서는 ‘비전 크리에이터’로 통하고 있다. 그래서 일찌감치 CEO감으로 인정받았다. 특히 박태준 전 회장은 1980년대부터 그를 미래의 CEO로 점찍었다고 한다. 업계 관계자는 “이구택 회장은 제철소 등 현장뿐 아니라 경영파트 등을 두루 거치며 초년병 시절부터 CEO로 트레이닝을 받은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또 해외투자설명회(IR)에 직접 참여할 정도로 영어에 능통하고 국제적인 감각이 뛰어나다.

애칭은 ‘강철을 녹이는 스마일맨’

그의 성격은 소탈하고 선이 굵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회장자리까지 오르면서 승진의 기쁨이 가장 컸을 때가 과장 승진이라고 스스럼없이 말한다. 포스코는 군사정권 시절에 만들어지고, 고도성장의 첨병 역할을 해 군대식인 ‘상명하복’의 기업문화가 남아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 회장은 부하직원의 결함을 잘 덮어주는 온후함을 갖추고 있어 부하직원이 믿고 따를 수밖에 없게 한다. 즉 그는 지장과 덕장의 면모를 동시에 갖추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늘 잔잔한 미소를 머금고 있어 ‘강철을 녹이는 스마일맨’이란 별명도 갖고 있다. 이는 직원들이 이 회장을 두루 좋아하게 하는 요인이기도 하다.

이 회장은 부인 이정란씨 사이에 1남2녀를 뒀다. 큰딸이 결혼할 때 직원이 몰랐을 정도로 공사 구분이 확실하다. 주량은 센 편에 속한다. 포항제철소장 시절에는 소주 1~2병도 쉽게 비웠지만 이때 평생 마셔야 할 술을 거의 다 마셔서인지 최근에는 와인 반 병 정도로 줄었다고 한다. 유일한 취미인 골프는 80대 초반을 치다가, 최근에는 90대 초반에 머물고 있다.

역대 포스코 회장은

포스코(포항제철)의 초대회장은 박태준씨(현 명예회장)다. 박 전 회장은 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인 1968년 제철보국의 기치 아래 공기업인 포스코를 포항의 230여만 평 모래벌판에 설립해 무에서 유를 창조해낸 인물이다. 육군사관학교 출신으로 소장으로 예편한 박태준 전 회장은 “철의 심장을 갖고 있다”는 평가를 들을 만큼 강력한 카리스마로 포스코를 이끌었다. 1989년 누계 출강량 1억톤을 달성, 단일공장으론 세계 최대 규모를 기록하며 포스코를 세계 최강 반열에 올린 인물이다.

그러나 박 전 회장은 1992년 퇴진했다. 정권이 바뀌면서 그의 설자리가 좁아진 탓이다. 1년여 동안 황경로·정명식씨가 회장으로 잠시 있다가 그 다음이 경제부총리를 지낸 김만제씨다. 김 전 회장은 1994년 취임한 이후 의욕적으로 이끌면서 포스코의 성장에 한몫을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김 전 회장은 급여를 크게 올려 직원들의 사기를 높였다.

유상부 전 회장은 1970년 포스코에 경력직원으로 들어와 1994년에는 삼성중공업 사장을 역임하는 등 외도를 하다 1998년 친정인 포스코로 돌아왔다. 유 전 회장은 포스코를 자생력 있는 기업으로 키운다는 목표로 정치권과 거리를 두는 등 경영투명성을 높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유 전 회장은 타이거풀스 사건으로 구설수에 오르면서 낙마했고, 당시 사장이던 이 회장이 회장자리를 이어받았다. 유 전 회장은 외부인사가 회장으로 영입되는 것을 막고 공채 출신인 이 회장이 회장자리에 오를 수 있게 힘을 쓴 것으로 알려졌다.


포스코 이구택 회장 약력
1946년 3월 15일 출생
1964년 경기고 졸업
1969년 서울대 금속공학과 졸업
1969년 포항제철 공채 1기 입사
1986년 포항제철 경영정책부장
1988년 포항제철 이사
1990년 포항제철 상무이사
1992년 포항제철 전무이사
1994년 포항제철축구단 단장
1996년 포항제철소장(부사장)
1998년 포항제철 대표이사 사장
2003년 포스코 회장
2003년 전경련 비상근부회장(현)
2003년 한국철강협회 회장(현)
2004년 포스코 대표이사 회장(현)
2005년 한국발명진흥회 회장(현)
2005년 포스코 청암재단 이사장(현)
2005년 국제철강협회(IISI) 부회장(현)

<조완제 기자 jw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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