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물건 배달해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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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에서 물건을 주우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우정이야기]잃어버린 물건 배달해 드립니다

선생님의 이런 질문에 학생들은 대부분 “가까운 파출소에 신고합니다”라고 답할 것이다. 맞는 말이다. 습득물은 경찰에 신고하는 게 원칙이다. 유실물법에 그렇게 나와 있다.

그런데 실제로는 어떨까. 많은 사람은 경찰보다 우체통을 선호한다. 파출소에 가서 신고하는 것을 번거롭게 여겨 간단하게 우체통에 넣어버리는 것이다. 남의 지갑을 주웠거나 훔친 사람이 돈만 쏙 빼고 빈 지갑은 우체통에 넣고 달아나는 경우도 많다.

이렇다보니 우체통 속에는 늘 유실물이 넘쳐난다. 집배원이 우체통을 열면 빈 지갑 외에도 주민등록증과 면허증, 신용카드와 휴대전화에 시계까지 쏟아진다. 간혹 은행 돈 봉투나 병원 약봉투가 발견되기도 한다. 우체통 고유의 손님인 편지는 갈수록 줄어들고 유실물만 늘어가는 것이다.

경찰에 신고되는 전체 유실물의 90% 이상이 우체통에서 발견될 정도다. 자연히 집배원들은 우편물보다 유실물 처리에 더 골머리를 앓는다. 우체통에 들어온 물건은 그동안 주민증과 신분증은 관할구청으로, 나머지는 경찰로 보내졌다. 경찰에서 유실물 처리규정에 따라 주인에게 돌려주는 데 짧아도 열흘, 2주일은 걸리는 게 보통이었다. 신용카드나 신분증을 잃어버린 사람은 그 사이 재발급 신청을 할 수밖에 없어 나중에 물건이 돌아와도 소용 없는 경우가 많았다.

이제 이런 불편이 크게 줄게 됐다. 우정사업본부와 경찰청이 협약해 이달부터 우체통 속 유실물 가운데 주소확인이 가능한 물건은 경찰에 보내지 않고 주인에게 직접 보내기 때문이다. 우체국에서 곧바로 주인에게 보내면 반환되는 기간이 열흘 이상 단축돼 2~3일이면 족하다. 카드 재발급의 번거로움을 덜 수 있는 것이다.

지난해 우체국에서 처리한 유실물은 모두 80여 만 건. 이중 신분증 등이 아닌 50여 만 건을 경찰관서에 보내 처리했는데, 그 가운데 절반 가량이 주소확인이 가능한 것이다. 대개 ‘남에게는 별 쓸모없어도 나에게는 중요한’ 것들이다.

우체국은 유실물 직접 처리 시스템으로 인해 업무부담이 크게 늘어나게 됐지만, 국민 편의를 위해 새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차원에서 경찰청의 요청을 받아들였다. 우체국 서비스는 나날이 진화하고 있다.

〈경향신문 논설위원 이종탁〉



진도와 ‘나무장군’

[우정이야기]잃어버린 물건 배달해 드립니다

우리나라 다도해의 섬 중에서 단 한 개만 소개하라면 단연 진도(珍島)를 꼽고 싶다. 일반적으로 진도라면 진도개 또는 신비의 바다(모세의 기적·뽕할머니의 전설)를 떠올린다. 그러나 진도는 역사의 전적지(원나라와 싸운 삼별초의 발자취며 임진난과 용장산성 등)와 국립남도국악원이 있어 학습 체험 탐방의 보고이다.

진도를 둘러보며, 전남도가 기념물로 지정한 ‘운림산방’, 조선후기 남종화의 거봉 소치 허련 선생의 생가와 미술관, 추사 선생의 ‘소전미술관’ 그리고 장전 하남호 선생의 ‘남진미술관’을 못 보면 저승가서 벌 받을지도 모를 일이다. 국보급 진귀품을 모두 눈여겨 보살피자면 족히 사나흘은 묵어야 한다.

진도는 맑은날보다는 오히려 흐린 날 신비의 운해가 마치 한폭의 동양화를 재현하는 듯하여 선경이나 다를 바 없다.
소치의 생가에는 아직도 부엌방이 딸려 있다. 아무나 부엌문의 빗장을 풀 수 없겠지만, 이곳 문화를 아끼며 보살피고 있는 수필가 조영남 박사의 배려로, 그 이전 소죽을 끓이던 가마솥이며 농기구들을 구경했다. 농기구 가운데 ‘나무장군’ (분뇨나 물을 담던 나무통)에 시선을 깔았다. 안타깝게도 배때기에 붙은 아가리는 멀쩡한데 옆구리가 날아간 채 절구공이가 꽂혀 있다. 다행히 대나무 테두리는 두 줄이 남아 있다.

지하철 5호선 서대문역 부근에는 우리나라 농업박물관이 있다. 1층에 들어서면 안쪽 농기구 진열대 속에 ‘나무장군’ 한 개가 지게에 얹혀 있다.

추측건대, 진도의 것이 200여 년 전에 제작된 것이라면 이 나무장군은 100여 년 남짓 되었을 것이다. 2000년에 이기석씨가 디자인한 농기구 연쇄우표 10종 중 ‘나무장군’이다.

여해룡〈시인·칼럼니스트〉 yhur4@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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