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특선-독일

색다르게 여행하는 길, 가도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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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특선-독일]색다르게 여행하는 길, 가도여행

독일엔 각기의 지역별 특색을 담은 테마형 가도가 많아 그 길 하나를 따라 가는 것만으로도 훌륭한 테마여행이 된다. 전차군단으로 유명한, 씩씩한 독일의 이미지와는 별도로 아기자기하고 아름다운 풍경들을 차례로 넘나들며 즐기는 색다른 독일여행이기도 하다. 유럽 아이들이 글자를 배우면서 처음 접했던 동화, 그림동화의 흔적을 찬찬히 훑어볼 수 있는 장소들도 이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독일관광의 하이라이트, 가도(街道)여행

고성가도, 판타스틱 가도, 괴테가도, 메르헨 가도, 에리카 가도. 이름만 들어도 그 특징을 잡아낼 수 있는 이 관광루트는 전부 독일의 유명 관광지를 따라 이어진다. 그래서 차를 갖고 여행하는 독일 관광은 이 가도들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고성가도는 이름 그대로 중세시대의 고성들을 차분히 훑어볼 수 있는 지역들을 연결한 코스다. 총길이가 250㎞로 가도 주변에는 50여 개의 고성이나 폐성이 남아 있어 각 성에 얽힌 사연과 비사를 듣는 재미가 각별하다. 만하임부터 고성과 대학으로 유명한 하이델베르크, 네카어 계곡의 도시와 마을을 지나 로텐부르크, 뉘른베르크, 그리고 국경을 넘어 체코의 프라하까지 연결된다. 이중 하이델베르크는 괴테가 시정넘치는 연가를 헌사한 곳으로도 유명한 예술의 도시이다.

판타스틱 가도는 ‘검은 숲’이란 별명을 지닌 슈바르츠발트 지방의 온천 휴양지인 바덴바덴(온천이란 의미를 지녔다)에서 보덴 호반의 콘스탄츠까지 약 300㎞에 달하는 거리를 말한다. 숲과 고성, 그리고 호반이 화려하게 펼쳐지는 환상적인 분위기 때문에 그런 이름이 붙었다. 특히 이 가도를 따라 이동하다 만나는 바덴바덴은 독일 최고의 온천휴양지로 로마시대의 카라칼라 황제도 온천 치료를 하러 왔을 만큼 유명한 곳이다. 보통 3주일 동안 진행되는 온천휴양 프로그램의 지루함을 해소하기 위해 고급 사교장과 카지노를 포함한 완벽한 오락시설이 갖춰져 있고 최고급 휴양지답게 세계 일류 브랜드 숍이 즐비해 그 나름의 쇼핑메카 구실도 톡톡히 한다.

또 여행 중에 들르는 도시 슈투트가르트는 독일 최고의 자동차 산지로 유명한 곳이다. 자동차의 역사를 모아놓은 벤츠 박물관과 경기용 자동차들을 한 자리에서 볼 수 있는 포르셰 박물관같이 자동차와 관련된 정보들을 완벽히 얻을 수 있는 자동차 테마여행지이기도 해서 마니아들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헤르만 헤세의 소설, ‘지와 사랑’의 작품 무대인 마리아브론 수도원도 이곳에서 그다지 멀지 않다.

유적지보다 가는 길들이 더 아름다운 독일.

유적지보다 가는 길들이 더 아름다운 독일.

괴테가도는 동서 독일의 통일도시인 베를린에서 출발, 괴테의 탄생지인 프랑크푸르트까지 이어지는 코스다. 괴테가 생애 약 50년을 보낸 바이마르를 중심으로 하는 구동독의 튀링겐 지방이 이 길의 하이라이트. 튀링겐은 ‘독일 문화의 원천’이란 별칭을 갖고 있을 만큼 많은 문화와 음악이 이 지방에서 생성됐다. 바흐가 탄생한 아이제나흐, 루터가 독일어 성서 번역을 완성한 바르트부르크 성도 이 곳에 있다.

독일에서 제일 먼저 여름을 맞는 에리카 가도. 적자색의 에리카 꽃은 뤼네부르거 하이데의 상징으로 해마다 8~9월에 흐드러지게 핀다. ‘꽃과 녹음과 물’로 넘치는 뤼네부르크를 비롯, 음악과 인연이 깊은 도시들을 연결해준다. 바흐의 뤼베크,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교향시, ‘틸 오이렌 슈피겔’과 관련된 묄른, 세계에서 제일 큰 파이프 오르간으로 유명한 슈타데, 브람스의 함부르크가 관광코스에 포함된다. 마지막 도시는 박람회와 견본시장(Messe)으로 유명한 하노버이다.

[여행특선-독일]색다르게 여행하는 길, 가도여행

어린이들에게 인기있는 그림형제의 작품 배경이 된 도시들을 엮은 메르헨(Marchen·동화) 가도도 빼놓을 수 없다. 현실로 불러들인 동화 속 세상이라 할 수 있는 메르헨 가도는 숲을 중심으로 펼쳐진다. 아무리 작은 마을이나 큰 도시에도 숲이 있어 사람들은 아침 저녁으로 산책을 즐기며 숲을 거닌다. 장미 공주의 성도 깊은 숲속에 있고 거위를 지키는 처녀는 숲을 지나서 여행을 하고 하멜른의 아이들은 산골짜기 숲속으로 사라져갔다. 어린 시절에 들었던 바로 그 숲들이 모여있는 곳, 메르헨 가도는 그림형제의 기념비가 서 있는 하나우에서 브레멘 음악대가 탄생한 브레멘까지이다. 특히 ‘빨간 모자’의 알스펠트, ‘브레멘 음악대’로 유명한 브레멘, ‘피리부는 사나이’의 야외극을 구경할 수 있는 하멜른, ‘장미 공주의 성’이 있는 자바부르크 성, 그림형제 박물관이 있는 카젤 등이 핵심코스이다. 하지만 가장 인기있는 도시는 메르헨 가도의 기점이 되는 곳, 하나우(Hanau)이다. 이곳은 그림 형제의 고향으로 야곱과 빌헬름의 동상과 삽화를 그렸던 막내동생 루트비히의 흔적들을 만날 수 있다.

어떤 가도를 선택하든 여행자들은 그 코스가 끝날 때쯤에야 비로소 현실로 돌아온다. 분명 대형 버스나 자동차를 타고 이동하지만 들르는 곳마다 중세의 모습과 비현실적인 정경들이 마치 그림 동화책을 넘기듯 차례차례 나타나서 여행이 끝나서야 비로소 주변을 돌아보기 때문이다. 냉정하고 합리적이라고 평가받는 독일인들의 낭만적이고 부드러운 심성을 들여다본 것 같아서 더욱 인상적인 가도 여행. 가족과 함께 떠나기엔 더더욱 멋진 코스이다.

여행정보

독일 관광청 www.germany-tourism.de
독일 문화원 www.goethe.de/os/seo
루프트한자 항공사 www.lufthansa-korea.com


글·사진/이정현<여행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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