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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홍가포르’ 향해 힘찬 출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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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자치도의 ‘위대한 실험’은 시작됐다… 재정자립도 낮아 정부 지원 여부가 ‘관건’

[사회]제주, ‘홍가포르’ 향해 힘찬 출항

“어,경찰 아저씨 복장이 특이하네. 순찰차도 서울과 다르다.”
7월 1일 이후 제주를 찾는 관광객은 약간 낯선 경찰 복장에 고개를 갸우뚱하게 된다. 무궁화 계급장 대신 참꽃 계급장을 단 경찰, 바로 제주특별자치도에 소속된 자치경찰이다. 도지사의 지시를 받아 업무를 수행한다. 경찰도 자치, 세금도 자체적으로, 웬만한 행정은 제주도 스스로 알아서 처리하는 ‘제주 특별자치도’가 7월 1일 출항했다.

제주특별자치도호는 앞으로 새로운 자치실험이라는 망망대해를 헤쳐나가게 된다. 그 끝이 어떻게 마무리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특별자치도가 목표로 삼는 동북아의 허브관광지, 홍가포르(홍콩과 싱가포르의 합성어)로 이름붙인 그 항구에 무사히 도착하기를 기원할 뿐이다. 특별한 실험, 특별자치도는 일단 시작됐다.

단일 광역행정체계 출범 제주도(島)가 제주도(道)가 된 것은 1946년 8월 1일이다. 그 전에는 전라남도의 부속섬 취급밖에 못 받았다. 제주시·서귀포시·북제주군·남제주군 4개 시군체제는 1981년에 완성됐다. 그러나 서울의 1개 구에도 못 미치는 50만 인구의 좁은 섬을 4개 시군으로 나눈 것은 행정낭비와 비능률을 초래했다. 국제자유도시를 성공적으로 추진하려면 행정구조부터 개편해야 한다는 주장이 잇따랐다. 노무현 대통령이 제주를 지방자치 시범도로 추진하겠다는 발표를 하면서 행정구조 개편작업은 탄력이 붙었다. 제주도민들은 지난해 7월 27일 주민투표를 실시, 57%의 찬성으로 시·군을 폐지하고 단일 광역행정체제를 출범하는 혁신안을 선택했다. 헌법재판소는 시장 군수들이 제기한 시·군폐지 위헌 헌법소원을 기각, 특별자치도 출범의 법률적 정당성을 뒷받침했다.

특별자치도 출범으로 우리나라 행정구역은 1특별시, 6광역시 9도에서 1특별시, 1특별자치도, 6광역시, 8도 체제로 전환됐다. 이로써 가장 큰 변화는 4개 시·군과 시·군의회가 모두 간판을 내렸다. 계층구조 단일화는 앞으로 전국적 행정개편의 신호탄이 될 가능성이 높다. 제주특별자치도는 2개 행정시(제주시, 서귀포시)를 거느린 정원 5169명 규모의 거대조직이 됐다. 제주지방국토관리청, 제주지방중소기업청, 제주지방해양수산청, 제주보훈지청, 제주환경출장소, 제주지방노동사무소, 제주지방노동위원회 등 7개 특별지방행정기관은 제주도의 각 국에 분산 통합됐다.

주소도 바뀐다. ‘북제주군 한림읍사무소’에 편지를 보내려면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한림읍사무소’로 써야 한다. 특별자치도지사는 2개 행정시장을 임명하는 등 ‘제왕적’ 권한을 갖는다. 재선에 성공한 김태환 제주지사가 초대 특별자치도 도지사다.

국제고등학교 설립 가능 국가경찰 시스템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자치경찰이 전국 처음으로 도입됐다. 제도에는 자치경찰단이, 행정시에는 자치경찰대가 설치됐다. 127명으로 구성되는 자치경찰은 생활안전, 환경, 관광이 주업무다. 관광지에서 말을 타고 순찰하고, 수학여행단 에스코트 활동도 펼친다. 자치경찰은 일반 범죄수사권이나 즉결심판청구권한은 없다. 자치경찰은 국가경찰에서 특채한 38명과, 신규공채 89명으로 구성된다. 신규 공채는 내년 상반기 45명, 하반기 44명이 각각 예정돼 있다.

교육감은 직선으로 뽑는다. 자율학교와 국제고등학교 설립도 가능해졌다. 국제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국제고는 외국인 자녀와 국내 학생이 함께 공부한다. 제주대학교나 전문대학에는 외국대학의 교육과정을 그대로 가져다 설치, 운영할 수 있다. 제주대에서 외국대학의 학점을 이수할 수 있는 것이다.

논란이 됐던 영리병원은 외국인만 설립할 수 있다. 외국인은 영리의료법인을 설립해 병원을 세우고 외국인 환자의 소개·알선행위도 할 수 있다. 이 병원에는 내국인도 진료받을 수 있다. 물론 의료보험이 그대로 적용된다. 외국인 전용약국이 개설되는 등 외국인들이 제주도에 마음놓고 투자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된다.

교육, 의료, 청정1차산업, 관광산업에다 첨단산업을 더한 ‘4+1’산업이 핵심산업으로 집중투자된다. 첨단산업 시설을 지을 경우 국·공유지를 50년간 장기임대해준다. 임대료는 최저 연 1%를 적용한다. 교육·의료기관, 연수원, 생물산업시설 등은 재산세를 10년간 면제한다.

제주특별자치도 및 국제자유도시 조성을 위한 특별법에 따라 중앙정부의 권한 1060여 건이 제주도로 넘어왔다. ‘연방주’ 수준의 자치권이 보장된 셈이다. 특별자치도는 새로운 조직 설치나 인력배치도 자율적으로 할 수 있다. 투자유치나 국제교류협력 등 전문지식이 필요한 분야의 계약직 공무원에 외국인 채용도 가능해졌다.

특정 법률이 필요한 경우 제주도 자체적으로 발의할 수 있다. 도지사가 국무총리실 제주특별자치도위원회에 법률제정을 요청하면 중앙부처가 타당성을 검토, 2개월 안에 가부를 통보해야 한다.

[사회]제주, ‘홍가포르’ 향해 힘찬 출항

면세화 등 추가 조치 필요 특별자치도에 거는 제주도민들의 마음은 ‘기대반 우려반’이다. 열악한 제주도의 여건상 ‘특별자치도’보다는 ‘특별지원도’가 오히려 바람직하지 않겠냐는 푸념도 나온다. 제주시 연동 이모씨(43)는 “특별자치도가 좋긴 하지만 정부가 자치만 내세우면서 재정까지 제주도가 자체적으로 알아서 하라고 나올까봐 겁난다”고 말했다. 그는 “특별자치도법에도 획기적으로 제주도에 돈을 지원하는 조항이 없다”며 “자치경찰 등 새로운 제도 때문에 앞으로 돈은 더 필요할 것 같은데 어떻게 충당할지 모르겠다. 세금만 더 올리는 것 아니냐”고 의문을 제기했다.

제주도의 현재 재정자립도는 33.8%. 정부의 지속적 재정지원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특별자치도는 빛좋은 개살구가 될 가능성이 많다. 현재 특별자치도 출범과 관련, 정부기관에서 나온 ‘환영조치’는 신담배 출시가 유일하다. KT&G는 제주특별자치도 출범을 기념한다며 ‘제이’라는 담배를 만들어 제주지역을 대상으로 판매에 나섰다. 특별자치도 출범에 대한 중앙의 시각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제주참여환경연대 고유기 사무처장은 “돈 많은 서울특별시와 돈 없는 제주특별도는 다를 수밖에 없다”며 “특별자치도라고 해서 뭔가 화끈한 혜택이 있는 것으로 착각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 역시 다양한 방식으로 특별자치도가 순항할 수 있도록 지원을 계속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창희 제주특별자치도추진기획단장은 “자치재원 마련을 위해 정부가 약속한 보통교부세 총액대비 지원비율 3%를 5%로 늘려주도록 건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도전역 면세화 등 그야말로 특별한 제도도 도입돼야 한다. 제주도는 규제자유지역 추진, 항공자유지역 추진, 면세지역화 추진, 법인세율 인하 등 4가지를 2단계 추진과제로 선정했다. 면세지역화는 제주도에 유입되는 국내산·외국산 물품과 서비스에 대해 내국세와 관세를 감면하는 것이다. 일부 품목과 일부 세금에 대해 우선 추진한다는 것이 제주도의 복안이다.

다행히 특별자치도 출범이 알려지면서 투자실적이 조금씩 늘고 있다. 지난해는 처음으로 1조 원이 넘는 금액이 투자됐다. 올해 상반기에는 6건의 개발사업 승인이 완료됐다. 2조2785억 원에 이르는 금액이다. 특별자치도 출범이 본격적인 관광사업의 활기와 연계되는 선순환을 가져온다면 그것만으로도 커다란 몫을 해낸 것이다.

제주도민 입장에서는 수도요금, 각종 행정수수료, 시장사용료 등 행정요금이 하향 조정되는 부수효과가 짭짤하다. 기존 4개 시·군중 가장 낮은 요금을 적용해 부과하기 때문이다. 각종 행정공부는 행정기관이 알아서 정리하기 때문에 신경쓸 필요가 없다. 주민등록증 등 이미 발급받은 신분증도 계속 사용할 수 있다.

제주특별자치도호는 이미 출발했다. 제주도민과 정부, 정치권이 모두 나서 엔진 출력을 높여줘야 할 때다.



인터뷰/김태환 제주특별자치도 초대 도지사

“대한민국 지방분권 성패가 달렸다”

[사회]제주, ‘홍가포르’ 향해 힘찬 출항

“열정을 갖고 있으면 희망은 현실이 되고 계획은 실제가 됩니다. 행복한 제주를 실현하기 위해 제주국제자유도시 개발계획을 수립했고, 제주특별자치도라는 원대한 제주의 백년대계를 만들었습니다. 임기가 끝나는 4년 뒤에는 분명 더욱 발전된 모습으로 제주가 바뀌어 있을 것입니다.”

1일 취임한 김태환 제주특별자치도 초대 도지사(64)는 특유의 열정을 가득 담고 특별자치도를 얘기했다. 9급 공무원으로 출발해 제주특별자치도라는 전국 초유의 ‘특별한 실험’에 선장으로 나선 이의 열정이 온몸에서 느껴진다. 특별자치도는 사실 김 지사의 코드였다. 지난 5·31지방선거의 핵심 이슈로 특별자치도를 제기, 재선에 성공했다. 특별자치도를 시작한 사람에게 마무리도 맡겨야 한다는 선거전략이 먹혀들었다.

그러니만큼 특별자치도의 성공은 김 지사의 양어깨에 달린 운명적 과제다. 싱가포르, 홍콩에 뒤지지 않는 특별자치도, 국제자유도시의 주춧돌을 임기 내에 다져야 한다. 제주도민들은 특별자치도 초대 도지사에게 초인적 능력을 발휘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투자유치, 도민통합, 규제완화, 균형발전 등 어느 것 하나 만만한 숙제가 없다. 그러나 김 지사는 ‘입지전적 인물’이라는 세간의 평가처럼 자신에 차 있다.

- 투자환경이 많이 나아질 수 있나.

“제주도에 상담을 하는 투자자들이 땅문제를 많이 거론한다. 앞으로는 부지확보를 위해 토지비축제도를 실시한다. 토지비축회계도 운영할 예정이다. 돈만 갖고 오면 땅은 자동적으로 해결될 수 있도록 하겠다. 교육이나 의료, 첨단산업을 가져오면 지방세가 10년 동안 100% 감면된다. 세금이 없는 거나 마찬가지 아닌가. 투자 첫해 100억 원을 투자하면 10억 원의 세금혜택을 볼 수 있다.”

- 중앙정부 교섭력이 약하다는 지적이 있는데.

“제주특별자치도의 성패에 따라 대한민국 지방분권의 성패가 달라진다. 중앙정부와 협력적 리더십을 유지하면 무소속이란 것은 아무런 제한도 아니다. 오히려 무소속이 여야 모두를 설득하는 무기가 될 수 있다. 지금까지보다 몇 배 많은 돈을 끌어올 수 있도록 부지런히 뛰고 있다.”

- 도민의 기대도 크지만 불안도 많다.

“변화를 두려워하면 아무 것도 할 수 없다. 큰 틀에서 생각하면 사소한 불안은 떨쳐버릴 수 있다. 기업이 많이 들어오고 돈이 돌면 일자리가 많이 생긴다. 소득도 올라갈 것이다. 시내버스가 사라져 대중교통이 단일광역화된다. 수돗물도 도민 모두가 같은 물을 먹게 되고 요금도 낮아질 것이다.”

- 일자리 2만 개를 만들겠다고 했는데.

“2010년까지 2만 개 창출이 가능하다. 올해 공공기관 인턴 등으로 5000개 일자리를 만들겠다. 중장기적으로 7개 분야 52개 사업을 벌인다. 중문, 세화·송당, 묘산봉관광지 개발로 4200개, 신화역사공원, 첨단과학기술단지 조성 등으로 3500개, 골프장 16개소 건설로 850개, 헬스케이시티 조성으로 1000개, IT분야 테스트베드 육성으로 4450개의 일자리가 마련된다.”

- IT·BT 및 의료관광의 성공 가능성은.

“제주는 전파 청정지역이다. 무선 인터넷환경도 세계 최고 수준이다. 7800여 종이 넘는 동식물 자원의 가치도 뛰어나다. 이 자원을 이용한 화장품과 건강기능성 식품도 이미 특허출원됐다. IT·BT기술을 접목하고 최적의 휴양자원을 활용한다면 제주는 세계적 의료관광리조트가 될 것이다.”

< 제주/전국부 강홍균 기자 khk5056@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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