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붕어빵’ 여가생활은 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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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가활용사례 온라인 공모전’ 강추5… 나만의 여가 노하우는 이런 것

“다양한 여가생활 노하우로 행복한 여가를 디자인하세요.”

문화관광부와 한국문화관광정책연구원은 주40시간 근무제 시행 3년을 맞아 네티즌을 대상으로 ‘여가활용사례 온라인 공모전’을 실시했다. 총 670팀이 다양한 여가사례를 출품했는데, 한국문화관광정책연구원은 창의성과 참신성, 보급가능성 등의 심사기준에 따라 29개의 출품작을 선정했다. 그중 5개를 추천한다. 모든 선정작은 한국문화관광정책연구원 온라인여가커뮤니티 (http://blog.naver.com/leisure2006)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상만씨는 작품 속 주인공의 행동을 따라해 보면서 작가의 의도를 이해한다. 이씨가 이상은의 노래 ‘라임그린 시폰스카프’ 를 들으며 모로코차를 마시고 있다.

이상만씨는 작품 속 주인공의 행동을 따라해 보면서 작가의 의도를 이해한다. 이씨가 이상은의 노래 ‘라임그린 시폰스카프’ 를 들으며 모로코차를 마시고 있다.

주인공 따라하기 드라마가 인기를 끌면 등장하는 주인공의 옷이나 헤어스타일 등이 유행을 탄다. 이를 생각하면 ‘주인공 따라하기’는 그다지 새로운 것은 아니다. 그러나 주인공의 ‘행동’을 따라한다는 점에서는 새롭고 소재상 한계가 없는 여가활용 방법인 셈이다.

모로코차를 끓여 나눠마시고 공원 옆 작은 수풀 속에 고양이 사진도 찍고 느리게 걷는 동안 꽃은 얼마나 자라 함박 웃고 있는 얼굴로 만나게 되는 토요일

이상은의 노래 ‘라임그린 시폰스카프’에 등장하는 ‘모로코차’는 도대체 무슨 맛일까. 인터넷에서 이 노래를 들은 이상만씨(22·서울 면목동)는 문득 궁금해졌다. 모로코차에 대해 전혀 몰랐던 그는 인터넷 검색을 통해 조리법을 알아냈다. ‘녹차 잎과 민트 잎을 넣고 뜨거운 물에 2~3분 우려낸다’로 간단했다. 독특하면서도 상쾌한 맛을 냈다. 이씨는 차를 마신 뒤 카메라를 들고 수풀 속의 고양이를 찾아다니고 활짝 웃고 있는 꽃을 오랫동안 바라보며 얼마나 자랐나 살펴보기도 했다. 이를 통해 그는 작사가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었는지 엿볼 수 있었다.

유명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 ‘상실의 시대’에는 이런 부분이 있다.

“배가 고픈데요 오이를 먹어도 괜찮겠어요?” 나는 그에게 물었다. 미도리 부친은 아무 대꾸도 하지 않았다. 나는 세면실에서 오이 세 개를 씻어왔다. 그리고 접시에 간장을 조금 붓고 김으로 오이를 감아 찍어 아작아작 깨물어 먹었다. “맛있는데요”하고 나는 말했다. “간단하고 신선하고 생명의 내음이 물씬 나는군요. 좋은 오인데요. 키위보다는 훨씬 좋은 음식인 것 같아요.” 나는 하나를 먹어치우고 두 개째에 손을 댔다. 아작아작하는 상쾌한 소리가 병실에 울려퍼졌다. 두 개를 먹고 나서야 겨우 한숨을 돌렸다. “물이나 주스를 드시겠어요?”하고 나는 물어보았다. “오이”하고 그가 말했다.

책을 읽고 있던 이씨는 당장 오이를 구해 김에 싼 뒤, 간장에 찍어 먹었다. 실제로 먹어보기 전에는 무심코 지나쳤지만, 따라해 보자 ‘아, 이런 맛이구나’, ‘하루키는 독자에게 이런 맛을 전달해주고 싶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밖에도 그는 영화 ‘내 머리 속의 지우개’에 등장하는 편의점에 가 콜라를 사가지고 나오면서 ‘누군가 내 손에 든 콜라를 빼앗아 다 마셔버리고 사라지진 않을까’라는 기대에 빠졌고, 드라마 ‘대장금’에 나오는 궁중요리를 만들었으며 소설 ‘상실의 시대’의 주인공처럼 벚꽃길을 방황하기도 했다.

‘주인공 따라하기’의 장점은 작품을 보거나 듣거나 읽을 때는 느낄 수 없던 창작자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다는 것. 그러나 무턱대고 따라해선 곤란하다. 소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의 주인공처럼 권총자살하면 큰일이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 ‘양을 쫓는 모험’에 등장하는 홋카이도의 ‘돌핀 호텔’에 가는 것도 역시 능력 밖의 일이다. 그래서 그는 ‘남 뿐 아니라 자신에게도 피해를 줘서는 안 된다’, ‘일상 속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는 규칙을 만들었다.

전시회 보며 견문 넓히기 최원서씨(27·서울 방학동)는 전시회만 쫓아다니는 전시회 마니아다. 항상 신제품과 IT트렌드에 정통했던 대학선배가 해외 한번 나가본 적 없이 IT전시회만 쫓아다니며 방대한 지식을 쌓았다는 사실에 놀란 뒤부터 다니기 시작한 게 벌써 3년째다. 거의 매주 토요일이면 습관처럼 코엑스를 찾는다. 디지털 카메라와 메모장, 볼펜은 필수품. 보통은 4시간 이상, 길게는 하루 종일 꼼꼼하게 관람한다. IT와 디자인 등이 주된 관심사이긴 하지만 어떤 주제의 전시회라도 관계없다. 관람하다보면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얼마 전에는 한지 관련 전시회에 다녀왔다.

최원서씨는 매주 토요일 코엑스전시장을 찾아 견문을 넓힌다.

최원서씨는 매주 토요일 코엑스전시장을 찾아 견문을 넓힌다.

그가 전시회를 찾는 이유는 여러 가지다. 우선 해당분야에서 가장 최신 정보를 얻을 수 있을 뿐 아니라 새로운 서비스나 제품을 시연해볼 기회도 가질 수 있다. 덕택에 그는 어느새 친구 사이에서 IT전문가가 됐다.

아이디어가 샘솟는 것도 전시회 관람 이후 생긴 변화다. 다양한 주제의 전시회를 수년 동안 관람하다보니, ‘이 제품은 이렇게 바꾸면 좋을 텐데’, ‘이 서비스와 저 서비스를 연결하면 좋을 텐데’라는 생각이 조금씩 들기 시작했다. 창조적인 생각을 하지 못했던 그는 이제 아이디어 공모전을 찾아서 응모할 정도로 아이디어맨이 됐다. 이미 여러 공모전에서 좋은 성적을 거뒀다. 이런 창의성은 그의 회사일인 마케팅에도 큰 도움을 준다고 한다.

취미생활도 얻었다. 주류박람회에서 와인을 직접 제작하는 인터넷동호회 모임을 발견한 그는 모임에 가입했다. 와인을 직접 만들어 친구에게 선물한다는 것이 마음에 들었기 때문이다. 내공을 쌓은 뒤 와인을 직접 만든 그는 라벨까지 만들어 붙여 가족친지와 친구, 여자친구에게 선물했다. 그가 만든 와인은 친구들 사이에서 ‘받고 싶은 선물 1위’가 됐다. 이 밖에도 그는 그래피티나 타로 카드도 좋아하는데 역시 전시회를 통해 알게 됐다.

전시회 관람의 장점을 직접 경험한 최씨는 전시회 관람이 가장 유익한 여가활동이라고 생각한다. 큰 비용을 들이지 않으면서 큰 효과를 거둘 수 있기 때문이다. 많은 어린이의 관람을 바라는 이유이기도 하다. 전시회 관람활동이 널리 퍼지기를 바라는 마음에 그는 ‘코엑스 전시회를 사랑하는 사람의 모임’도 만들었다. 전시회 관람에 적극적인 최씨는 “적어도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의 전시회라도 여유를 가지고 관람하는 습관을 들였으면 한다”고 밝혔다.

우리나라에 있는 외국문화원을 돌아다니며 문화를 경험한 주대우씨는 해외에 있는 우리나라 문화원을 방문하고 싶어한다. 사진은 중국문화원을 찾은 주씨.

우리나라에 있는 외국문화원을 돌아다니며 문화를 경험한 주대우씨는 해외에 있는 우리나라 문화원을 방문하고 싶어한다. 사진은 중국문화원을 찾은 주씨.

지하철 타고 세계여행주대우씨(25·서울 안국동)는 4년 전부터 지하철을 타며 세계여행을 하고 있다. 대학교 2학년 때 친구가 찍은 교내방송을 보고 문화원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된 것이 계기였다. 이때부터 그는 우리나라에 있는 문화원을 찾아가보기 시작했다.

가장 자주 간 곳은 집 근처에 있는 일본문화원. 볼거리가 많아서 좋았다. 일본의 최신 음악 및 잡지, 뮤직비디오나 각종 DVD 등을 즐길 수 있으며 일본어학연수나 유학 등과 관련된 상담도 무료로 받을 수 있다. 1층에는 2만7000여 권의 일본도서를 갖춘 도서관이 있다.

일본문화원에서 지하철로 한 정거장 거리에 있는 중국문화원은 볼거리보다는 교육프로그램 중심이다. 까닭에 아무런 사전정보 없이 찾아가면 낭패 가능성이 가장 높은 곳이다. 중국요리나 태극권, 중국어, 서예 강좌 등 중국문화와 관련된 교육프로그램이 주된 내용을 차지한다.

중국문화원에서 조금만 걸으면 영국문화원이다. 다른 문화원에 비해 분위기가 특이하다. 영국 유학생 유치를 위한 교육프로그램이 많이 개설돼 있는데, 특히 아이를 대상으로 한 교육프로그램이 많아 항상 학부모로 붐빈다. 교육이 중심이라 문화체험에는 부족한 면이 있다고 한다.

용산에 위치한 프랑스문화원은 ‘영화’와 ‘자존심’으로 요약된다. 영화인을 초청하는 자리를 마련하거나 프랑스영화 무료상영회를 연다. 그런데 고급자료를 이용하려면 회비를 내야 한다. 언어 수업 외에는 무료로 운영하는 다른 문화원과 달리 프랑스의 자존심을 엿볼 수 있다. 그러나 유료에 불만이 없을 정도로 잘 관리되고 있다. 이밖에 독일·이탈리아·이스라엘·이스탄불문화원 등이 있다. 대부분 문화원은 도서관과 어학 과정을 갖추고 있다. 말과 글을 통해 자국의 문화를 알리려는 뜻이다.

반면 개인이 문을 연 중남미문화원은 문화를 관람하는 곳이라고 할 만하다. 박물관과 미술관, 조각공원이 중심인데, 각종 미술품을 전시한다. 경치가 좋아 데이트코스로 인기가 높다.

문화원의 컨텐츠는 한 달 간격으로 보강되기 때문에 이를 감안해 홈페이지 등을 검색한 뒤 찾아가면 더 생생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주씨는 “우리나라에서 세계 각국의 문화원을 돌아다니면서, 꼭 가보고 싶은 곳이 생겼다”며 “다른 나라에서 우리나라 문화를 알리고 있을 해외 한국문화원은 어떤 모습일지 정말 궁금하다”고 말했다.

차에 집을 싣고 밤하늘의 은하수를 보며 잠들고 계곡의 물소리에 아침을 맞이하는 생활과 멀어지는 요즘이다. 가족과 자연 속에서 지내기 위해 유광석씨(45·경기 고양시 일산동)는 콘도와 펜션을 찾았다. 그러나 아이들은 여전히 TV와 컴퓨터를 떠나지 않았다.

오토캠핑은 온 가족을 하나로 이어준다.

오토캠핑은 온 가족을 하나로 이어준다.

3년 전 오토캠핑에 대해 알게 된 그는 가족과 함께 오토캠핑을 떠났다. 오토캠핑하면 ‘캠핑카’를 떠올리기 쉽지만 유씨처럼 차에 캠핑용품을 싣고 캠프장을 찾아 야영하는 형태도 포함한다. 모든 플러그를 뽑아놓는 오토캠핑에 유씨는 대만족이었다. 서울을 떠날 때는 투덜대던 아이들이 야영장에 도착하면 금세 또래와 어울려 활기차게 뛰어놀기 시작했다. 컴퓨터에 빠져있던 아이들이 자연과 동화돼 가는 모습에 유씨는 흐뭇하다. ‘나뭇잎의 색이 곱게 물들어가는 모습을 직접 보는 아이들과 학원에서 하루 종일 보내는 아이들이 나중에 자라서 인성 면에서 어떤 차이를 보일까’라는 기대도 해본다. 병원을 찾는 횟수가 줄어든 것을 보면 건강도 좋아졌다.

가족 간의 유대감은 더 끈끈해졌다. 모닥불은 가족 간에 끊어질 듯한 대화를 이어준다. 마력 같은 힘이 있어서 아무리 화난 사람도 모닥불 앞에서는 화가 사라진다고 한다. 유씨는 모닥불을 앞에 두고 싸우는 사람을 한 명도 보지 못했다고 한다. 효과는 도시로 돌아와서도 이어진다. 자녀들이 사춘기에 접어들었지만 화기애애한 가족 분위기는 여전하다.
오토캠핑은 일반 캠핑과는 다르다. 텐트 안에 테이블을 놓고 바비큐 장비까지 설치하는 등 나름대로 장비를 갖춘다. 겨울에는 난로까지 동원한다. 차가 필요한 이유다. 큰 디젤차가 선호되지만, 소형차라고 오토캠핑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마티즈’에 캠핑장비를 싣고 찾아오는 오토캠퍼도 있다고 한다.

장비를 갖춰야 하는 까닭에 비용이 좀 든다. 500만 원 가량. 하지만 마니아는 1년에 40~50번, 보통 가족은 20~30회를 떠나기 때문에 몇 년만 지나면 본전을 찾는다. 게다가 한번 투자해놓으면 사계절 내내 사용할 수 있다. 유씨는 “행복도 지수가 높아지는 것에 비하면 가족에 대한 이 정도 투자는 할 만하다”고 말했다. 게다가 동호회(cafe.daum. net/campingpeople)에 가입하면 선배가 경제적인 시작법을 알려준다.

유씨가 속한 동호회는 분기에 한번씩 오토캠핑을 여는데, 200 가족 가량이 참여한다. 사람이 많아서인지 홈시어터를 설치해 영화감상회를 여는 이도 있고, 카약을 갖고 와 물놀이를 즐기는 사람도 있다. 전국에 있는 캠프장 30여 곳을 거의 다 돌아본 유씨는 캠프장이 늘어나 오토캠핑 문화가 더욱 널리 퍼지기를 기대하고 있다.

흙에서 얻는 가족애 전원생활을 꿈꾸는 이숙희씨(37·여·서울 신내동)는 주말농장 2곳에서 농사를 짓는다. 집 앞 5분 거리의 주말농장은 쌈채소가 중심이고, 차로 30분 거리에 있는 주말농장에는 열무와 배추, 파, 오이, 고추 등 일상생활에서 자주 먹는 채소류를 심었다. 7평, 10평 남짓 크기의 땅은 놀랄 만한 생명력을 자랑한다. 이씨는 한 달에 3번 가량 멀리 떨어진 주말농장을 찾는데 거둬들인 양이 너무 많아 ‘언제 다 다듬나’, ‘이거 어떻게 다 처리하나’라는 생각에 심란할 때도 많다. 벌써 몇 주째 김치를 담그는지 모른다. 농약 한번 치지 않은 유기농이라 가족 건강에도 만점이다.

주말농장을 통해 이숙희씨는 신선한 무공해 채소를 얻을 뿐 아니라 가족과 함께 자연공부를 한다. 사진은 주말농장을 찾은 세준·세웅 형제.

주말농장을 통해 이숙희씨는 신선한 무공해 채소를 얻을 뿐 아니라 가족과 함께 자연공부를 한다. 사진은 주말농장을 찾은 세준·세웅 형제.

사실 키워서 먹는 용도라면 집 앞 주말농장으로도 충분하다. 하지만 자연환경을 자녀에게 보여주기에는 부족한 면이 많다. 올해 멀리 떨어진 주말농장을 마련한 이유다. 이 곳에 도착하면 아이들은 흙속의 벌레, 개울 속의 물고기 등과 함께 노느라고 여념이 없다. 배가 고플 때나 부모를 찾는다. 책상머리 공부가 아니라 진짜 자연공부인 셈이다. 아이들은 농사에도 적극적인데, 올해 세준(11)과 세웅(8) 형제는 방울토마토와 토란을 맡아 키운다. 이를 통해 아이들은 인분 등 거름이 흙으로 돌아가고 그 흙에서 맛있는 채소를 얻을 수 있다는 점을 배운다.

농사는 어렵다고 생각하지만 주말농장은 그렇지 않다. 서울 태생인 이씨는 농사를 전혀 몰랐지만 하나도 어렵지 않았다. 주말농장 선배가 ‘헷갈릴’ 정도로 조언을 많이 해준 덕택이다. 진딧물이 보이면 ‘담뱃재를 담근 물을 뿌리면 된다’거나 ‘은행잎 즙을 내서 방향제처럼 두면 된다’는 등 사방에서 저마다의 노하우가 쏟아져 나온다. 이야기는 다르지만 도움을 주고 싶어하는 마음은 똑같다. 주말농장 동호회가 따로 없다.

농장일이 끝나면 근처 개울에서 물놀이를 하거나 버들피리를 부는 등 온 가족이 자연과 함께 한다. 한 번 나들이 비용으로 빌린 주말농장에서 이씨는 1년 내내 필요한 채소를 거두고 진짜 자연공부를 하는 한편 놀이까지 해결하고 있다. ‘일석삼조’인 셈이다.

<정재용 기자 jj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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