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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선 뒤엔 ‘독수리 5형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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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계동·박형준 ‘1등 공신’… 나경원·원희룡·윤여준도 큰 힘 보태

박계동 의원

박계동 의원

'53일 만의 당선’ 신화는 오세훈 서울시장 당선자 혼자 만들어낸 것이 아니다. 갑작스런 등장과 곧바로 이어진 선거전을 훌륭히 이끌어온 ‘내조자’가 없다면 애초부터 불가능한 일이었는지 모른다.

오세훈 당선자를 만든 1등공신은 누가 뭐래도 박계동 의원이다. 박 의원은 아무도 서울시장 후보 영입론을 거들떠보지 않던 1월 말부터 줄기차게 ‘외부인사 영입’을 주장했다. 당시 한나라당에서는 박 의원 본인을 비롯해 맹형규 전 의원과 홍준표·박진·이재오 의원 등이 출사표를 던진 상황이기 때문에 박 의원의 영입론은 ‘정신나간 소리’쯤으로 치부됐다.

박계동 의원, 개인 사무실 지원

4월 9일 오세훈 당선자의 전격 출마선언을 이끌어낸 박 의원은 곧바로 오 당선자에 대한 지지를 선언하며 후보를 사퇴했다. 자신이 캠프로 활용하던 여의도 잠사회관 사무실도 오 당선자에게 내줬다.

오 당선자의 당선과정을 복기해볼 때 본선보다는 예선(당내 경선)이 더 치열했고, 경선보다는 영입과정이 더 큰 고비였다. 정치권 바깥에 있는 오 당선자를 ‘업어서’ 후보로 앉혀놓은 박 의원이야말로 1등공신으로 꼽히기에 부족함이 없다.

나경원 의원

나경원 의원

박계동 의원이 오 당선자 영입의 물꼬를 텄다면 한나라당 내 중도·개혁성향 의원의 모임인 ‘새정치수요모임’(수요모임)의 회장을 맡고 있는 박형준 의원은 영입에 필요한 논리를 제공했다. 오세훈 당선자와는 대일고, 고대 1년 선후배 사이. 오 당선자는 올 초까지도 선배인 박 의원을 수시로 찾아 서울시장 출마에 대한 고민을 상담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나라당 수도권의 한 초선의원은 “박계동 의원이 혼자 영입을 주장하고 다녔다면 영입론은 정말 ‘정신나간 소리’에 그쳤을 가능성도 있다”며 “박형준 의원이 수요모임을 중심으로 목소리를 규합했던 것이 오 당선자 영입에 큰 힘이 됐다”고 말했다.

선거캠프에서 대변인으로 활약한 나경원 의원은 선거기간 내내 오 당선자 옆을 지켰다. 특히 오 당선자의 정수기 광고 출연 문제와 ‘11평 대각선 발언’ 등 잇단 말실수가 터져나올 때마다 이를 앞장서서 수습한 사람이 바로 나 의원이다.

캠프 관계자는 “해명이 매끄럽지 못해 문제가 됐던 적도 있지만 누군가 매를 맞아야 할 타이밍에 선뜻 ‘몸빵’으로 나선 사람이 나경원 의원 말고 누가 있느냐”면서 “캠프에 있는 어떤 남자보다 그가 궂은 일을 더 많이 했다”고 추켜세웠다.

윤여준 의원

윤여준 의원

세 명의 공동선대위원장 가운데 가장 눈에 띄었던 사람은 ‘책사’ 윤여준 전 의원이다. 실무진과 달리 선대위원장은 선거캠프에 나타나는 일이 거의 없었지만 윤 전 의원은 거의 매일 캠프로 출근해 선거전략에 대한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특히 윤여준·박계동·박형준 ‘팀’은 오세훈 당선자뿐만 아니라 김문수 경기지사 당선자가 경선과정에서 남경필 후보와 단일화하는 데 커다란 공헌을 한 사람들로 꼽힌다.

캠프에서 나경원 의원이 얼굴로 활약했다면 원희룡 의원은 캠프 안에서 가장 고생한 사람으로 꼽힌다. 원 의원은 선거기간에 매일 오전 7시 30분 실무대책회의를 주재하며 선거전략과 일정을 총괄했다.

실무선에서 가장 눈에 띄는 활약를 한 사람은 권영진 후보 비서실장이라는 데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 권 실장은 고대 영문과 80학번으로 오세훈 당선자의 부인인 송현옥씨의 한 학번 후배. 맹형규 전 의원과 박형준 의원의 추천 케이스로 캠프에 입성했다. 한나라당 노원을 당원협의회 운영위원장을 맡고 있기도 하다.

실무진 권영진·이태규 등도 공신

원희룡 의원

원희룡 의원

권 실장과 함께 비서실에서 근무한 이종현 부실장도 당선자의 일정을 꼼꼼하게 관리하며 무리없는 업무처리로 호평을 받았다. 맹형규 전 의원의 보좌관 출신이며 민주노총 건설연맹에서 정책국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오세훈 당선자가 16대 국회의원 시절 국회 의원회관에서 함께 활동했던 보좌진들도 비서실에서 활약했다. 강철원·황정일 전 보좌관과 박중현·김태환 전 비서관 등 ‘4인의 측근’도 오 당선자와 호흡을 함께 했다.

이태규 기획단장도 ‘공신’대열에 이름을 올리는 사람이다. 선대위원장이었던 윤여준 전 의원의 보좌관 출신으로 여의도연구소 연구위원을 지냈다. 이 단장은 이종헌 기획1팀장, 오창유 기획2팀장과 함께 상대 후보를 비방하지 않는 ‘칭찬선거’ 등 히트상품을 만들어냈다.

상황본부에서는 박영준 부본부장과 윤석대 상황실장의 활약이 돋보였다. 박 부본부장은 오 당선자의 고대 법대 1년 후배

박형준 의원

박형준 의원

다. 2002년 이명박 시장 캠프에서도 오 당선자와 함께 일한 경험이 있다. 캠프에 합류하기 직전까지는 이명박 서울시장 밑에서 정책팀장을 맡았다.

홍보본부에서는 전성환 홍보팀장과 정현곤 사이버팀장이 많은 일을 했다. 국회에서 근무하다가 1998년부터 인터넷사업을 하던 전 팀장은 이번 선거에서 강철·김우영·하승민씨 등과 함께 홍보팀을 지휘했다. 전 팀장이 오프라인 매체를 담당했다면 정현곤 팀장은 인터넷에 게재되는 기사 체크와 광고 집행까지 인터넷과 관련된 홍보업무의 모든 것을 총괄했다.
김범진 부대변인 역시 캠프 공신을 말할 때 빠질 수 없는 인물이다. 16대 국회에서 정병국 의원의 보좌관을 지내다 현재까지 당 상근부대변인을 맡고 있는 김 부대변인은 나경원 대변인과 함께 당선자의 입 역할을 충실히 수행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인수위에 나타난 당선자 인사원칙

6월 5일 발표된 서울시장직무 인수위원회(인수위)의 면면은 여러 측면에서 주목을 끌고 있다. 인수위는 공동위원장 외에 6개 분과위원회 위원장과 위원 등 모두 30명으로 구성됐다. 이 가운데 캠프에서 옮겨간 사람은 곽영훈 정책본부장과 박영준 상황본부 부본부장 이태규 기획단장 등 무려 18명.

캠프 출신 인수위원은 대부분은 캠프에서의 공로를 인정받은 것이다. 캠프 관계자는 “적어도 캠프 사람들이라면 ‘인수위에는 들어갈 만한 사람들이 들어갔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고 전했다.

또 다른 캠프 관계자는 “인수위 구성의 원칙은 외부인사와 (캠프 출신 가운데)서울시에 들어갈 사람들로 묶는 것이었다”면서 “선거에 공이 있는 인물들 가운데 인수위 명단에 빠진 사람은 조만간 구성될 ‘서울시장취임준비위원회’에 포함될 것”이라고 귀띔했다.

이상을 종합해보면 오세훈 당선자와 함께 서울시로 입성할 사람의 면면도 충분히 짐작이 가능하다. 참고로 서울시에는 정무부시장을 비롯해 비서실 정책보좌관과 민원보좌관, 대변인 등 대략 7~8자리 정도가 비게 된다.


<최성진 기자 cs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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