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인내심에도 한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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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나라당 의원들의 스캔들은 배틀게임처럼 줄줄이 이어집니다. 지난 2월 최연희 의원의 여기자 성추행 파문을 비롯해서 박성범 의원 등 수억 원대 공천헌금 수수로 잡음이 끊이지 않은데다 박계동 의원의 술자리 추태 동영상이 전국에 퍼졌습니다. 후보자들도 만만치 않아서 김문수 경기도지사 후보는 ‘집에서 노는 아줌마들’로 전업주부를 폄하했고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도 장애인 비하발언을 했습니다. 성추행, 뇌물, 부적절한 언행에다 자신들이 손놓은 상태에서 법안까지 통과되었으니 설상가상이란 말로도 부족하지요. 그렇다고 변변히 대안이나 대책을 내놓은 것도 없습니다.

그런데 영화로 만들어졌다면 ‘너무 작위적’이라고 할 만큼 악재 연발인 한나라당이 정작 당 지지율은 큰 폭의 흔들림 없이 40%를 오르내리는 고공행진을 하고 있습니다. 반면 열린우리당은 강금실 후보를 내세운 대중적 인기몰이에 각 후보들의 정책공약이 러시를 이루고 지도부들이 온갖 아이디어를 다 짜내 전국을 누비며 지원하는데도 지지율 20%대를 겨우 넘어서 “10%대는 아니다”란 말로 체면을 세웁니다. 얼마나 답답하고 억울할까요.

전문가들의 분석도 다양합니다. ‘늑대와 소년’ 이론이지요. 과거 선거철에 김대업 등의 폭탄선언이 결국 거짓말로 드러나 선거 무렵의 스캔들에는 무디거나 “다른 당도 그렇겠지”라고 생각한다는 겁니다. 공천금의 경우 “한나라당이 인기니까 돈을 쓰는 거지, 나가면 떨어질 다른 당에 왜 돈을 줘?”란 의견도 있더군요. 또 두 번의 대선과 17대 총선을 거치면서 연승한 진보층은 느슨해진 반면 보수층은 위기감이 절정에 달하면서 보수당인 한나라당의 비리조차 감싸는 포용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한나라당이 예뻐서가 아니라 열린우리당과 노무현 정부에 대한 분노나 미움이 한나라당에 반사이익을 가져다 주었다는 것입니다. 각종 여론조사에 따르면 강금실 서울시장 후보의 인기가 최절정에 이르렀을 때도 한나라당 그 어느 후보와 실전을 겨룰 경우 승리한다는 분석은 없었죠.

얼마 전 만난 선거전문가에게 진대제 경기도지사 후보가 김문수 후보에 비해 가장 취약한 점이 뭐냐고 물었더니 아주 간단히 설명해주더군요. “열린우리당 후보라는 거죠.”

물론 한나라당도 콧노래 부를 때는 아닙니다. 선거는 앞으로 20일 정도 남았고, 한나라당이 또 다시 사고를 칠 경우 국민들의 인내심도 한계가 있거든요. 부패에 익숙해 있을 뿐이지 용서하는 건 아니니까요.

<유인경 편집장 alic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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