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은 자연이다
  • 인쇄
  • |
  • 목록
  • |
  • 복사하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밴드

아이들은 자연이다

도시를 떠나 자연에게 배우며 크다

장영란·김광화 지음, 박대성 사진, 돌베개, 9800원

장영란·김광화 지음, 박대성 사진, 돌베개, 9800원

요즘 아이들은 참 힘들다. 학교뿐만 아니라 영어, 수학 등 학원을 전전해야 하고 심지어 예·체능까지 두루 섭렵해야 한다. 물론 아이들이 하고 싶어서 하는 건 아닐 것이다. 자녀 교육열이 뜨거운 부모들이 아이들을 가만 놔두지 않는 것이다.
부모도 힘들기는 마찬가지다. 교육비를 대기 빠듯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정작 양육에서 제일 중요한 부분을 놓치기 쉽다. 아이들에게 소홀해질 수 있고 아이들과 대화가 부족해질 수 있다.

아이와 부모, 양쪽 모두 행복해질 수 있는 길이 있는데 선뜻 선택하기 어려운 길이라면 어쩌겠는가. 현재 생활을 접고 시골로 내려가 농사지으며 살 수 있는가. 아이들에게 학교를 그만두게 하고 ‘자연에서 배우라’며 자유롭게 돌아다니게 할 수 있는가.

여기 그런 가족이 있다. 아니 엄밀히 말해 부부가 있다. 서울에서 살던 장영란·김광화 부부는 1996년 충북에서 ‘간디공동체’ 생활을 하다가 전북 무주로 들어가 뿌리를 내리고 자급자족하며 살고 있다. 이들에게는 전원생활을 위해 도시에서 살다 시골로 내려간 사람들과는 다른 점이 있다. 이 부부는 자신들의 ‘인간다운 삶’을 위해서라기보다는 두 자녀의 교육을 위해 귀농을 선택한 것이다.

딸 탱이(김정현·18)와 아들 상상이(김규현·12)는 현재 제도권 교육을 전혀 받지 않은 가운데서도 스스로 공부하고 응용하는 등 몸으로 직접 배우고 있다. 학교를 그만둔 것도 부모의 강요에 의해서가 아니라 본인들의 선택이었다. 무주에서의 생활 6년째인 남매는 이제 필요한 것은 직접 만들어 쓰고 부모와 이웃들을 돌볼 수 있을 만큼 성장했다.

[BOOK]아이들은 자연이다

이 가족은 지금 안락하고 평화롭게 살고 있다. 도시생활에서 부딪쳐야 할 이런저런 스트레스를 받지 않으면서 맑은 공기와 있는 그대로의 자연과 함께 살고 있다. 그렇지만 이들이 처음부터 행복했던 것은 아니다. 서울생활에서 쌓은 모든 걸 떨쳐내고 시골로 가겠다는데…,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지 않겠다는데…, 가만히 있을 지인이 몇 명이나 되겠는가. 그러나 가장 걱정이 컸던 사람은 부부 본인들이었다. 아이들 교육을 위한 것이라지만 막상 학교를 그만두게 하고 시골생활을 해서 과연 성공할 수 있을지 의문이었던 것이다. 부부의 결심을 실천으로 옮길 수 있게 한 것은 ‘모든 생명은 자기 삶을 충실하게 살고자 하는 본성이 있다’는 부부의 공통된 신념이었다.

부부의 신념은 틀리지 않았다. 아이들은 아주 잘 적응했다. 도시생활에서는 개성이 두드러지지 않은 채 다른 아이들과 똑같은 과정을 겪었을 아이들이 각자 빛깔을 내면서 자란 것이다. 아이들도 본성을 지켜주면 제 빛깔을 내는 자연이었던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아이들이 원시인 비슷한 생활을 하고 있다고 생각지는 말기 바란다. 아이들은 강요된 독서가 아닌 정말 자신들이 읽고 싶은 책을 군 소재지 도서관에 가서 찾아 읽기도 하며 배달되는 신문도 읽는다. 그들이 살고 있는 곳은 세상과 담을 쌓은 곳이 아니라 전기와 상·하수도는 물론 정기적으로 우편물도 들어온다. 아직 소녀라고 해야 어울릴 나이인 탱이는 전기공사도 할 줄 안다.

이 책에는 아이들이 성장하는 과정과 그것을 지켜보는 부모의 시각이 나타나 있다. ‘부모 역할’에 대한 성찰도 담겨 있다. 특히 따로 가르치지 않아도 자연과 이웃 등 여러 경로를 통해 스스로 터득해가며 원만한 인간관계를 형성해가는 탱이의 이야기는 요즘 도시의 아이들과 관련해 불거지는 문제들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임형도 기자 lhd@kyunghyang.com>



우리 겨레의 미학사상

예술에 대한 우리 선조들의 자부심

최행귀 외 지음, 보리, 2만2000원

최행귀 외 지음, 보리, 2만2000원

예나 지금이나 예술이 있는 곳에는 미학이 있었던 듯하다. 지금처럼 하나의 학문분야로 자리 잡아 본격적인 연구는 하지 않았어도 우리 조상들은 시, 문장, 음악, 미술 등이 참다운 예술이 되려면 어떠해야 하는지 논했다.

북한의 문예출판사에서 펴낸 ‘조선고전문학선집’을 ‘겨레고전문학선집’이라는 이름으로 출간하고 있는 보리출판사가 그 13번째 책 ‘우리 겨레의 미학사상’을 내며 숨가빴던 일정에서 잠시 숨을 고른다.

이 책에서는 이인로, 이규보, 서거정, 박지원 등 우리 역사에서 내로라하는 문장가들의 미학사상을 알 수 있다. 중국의 영향에서 자유롭지 못하던 때, 우리의 향가가 중국의 한시 못지않다고 말한 고려 초 최행귀의 글을 시작으로 조선 후기 민중예술의 탁월함까지, 이 책에는 우리 예술에 대한 자부심이 잘 나타나 있다.

옛사람들 생각에 글은 귀천과 빈부를 초월한다. “이 세상 모든 사물 가운데 귀천과 빈부를 기준으로 높고 낮음을 정하지 않는 것은 오직 문장뿐이다. (…) 가난한 선비라도 무지개같이 아름다운 빛을 후세에 드리울 수 있으며, 아무리 부귀하고 세력 있는 자라도 문장에서는 모멸당할 수 있다.”(이인로) 그런데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여기서 말하는 귀천과 빈부도 양반 사회 내에서의 이야기인 듯하다는 점이다.

“어찌하여 세상에 많은 문인 재사들이 혹은 가난에 시달리고 혹은 불우한 처지에 빠지며 혹은 고칠 수 없는 병으로 신음하며 혹은 일찍 세상을 떠나 자신의 뜻을 실현하지 못하게 하는가?”(서거정)라는 글은 ‘예술가는 배고프다’는 농담 같은 진실이 옛날에도 마찬가지였음을 증명한다. 더욱 재미있는 것은 그 다음 “예나 지금이나 항상 이런 일이 있으니”라는 대목에서 그 이전에도 예술가는 배고팠음을 짐작할 수 있다는 점이다.

중국 송나라 때 문인 구양수는 글을 잘 짓기 위해서는 다독(多讀), 다작(多作), 다상량(多商量)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런데 우리 선조들은 여기에 ‘진실을 보는 눈’과 ‘경험’이 중요함을 일깨웠다. 박지원은 “글 짓는 사람은 아무리 속되더라도 실지 사실을 파묻어버려서는 안 됩니다.” “사람으로서 이별을 겪어보지 못하고 (…) 그런 사람과는 문장의 사연을 논할 수 없다.”고 했다.

우리 선조들은 경건하고 진실된 마음으로 예술에 접근했다. 이 책에서 나타난 선조들의 분석과 충고는 수백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여전히 유효하다.

BOOK바로가기

주간경향 댓글 정책에 따라
이 기사에서는 댓글을 제공하지 않습니다.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