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권자도 이미지에 신경 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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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은 왜 인기가 높은 거야. 환경전문가라고 하지만 피부환경만 신경 쓴 것 같구만.” “강금실이야 말로 법무부 장관 할 때 주렁주렁 귀걸이하고 멋부린 거랑 이번에 보랏빛 스카프 휘날린 게 다 아녜요? ‘코미디야, 코미디’라고 정치를 비웃을 때는 언제고 이제 와서 정치를 하겠다니 그게 코미디 아닌가요?”

오세훈씨가 한나라당 서울시장 후보로 결정나던 날, 40대 교수와 변호사 부부의 다툼을 엿들었습니다. 정치에 무관심한 청소년들도 아니고, 일자무식도 아닌 이들의 대화에 쓴웃음이 지어지더군요. 그분들 역시 ‘이미지’만 신경 썼을 뿐이지 정작 대한민국의 축소판이라는 서울시를 이끌어갈 수장의 능력이나 컨텐츠에 대해서는 별로 신경 쓰지 않는 듯했습니다.
21세기는 감성과 이미지의 시대입니다. 아니 전부터 그랬지요. 김대중 전 대통령도 딱딱하고 어두운 이미지를 깨뜨리고 DJ DOC의 노래를 부르며 부드러운 이미지를 강조한 덕분에 대통령에 당선되었고, 자신도 대통령이 될 줄 몰랐다는 노무현 대통령 역시 소탈한 서민의 이미지를 CF 등에서 강조해 새로운 정치시대를 열었습니다.

불과 몇 달 전까지만 해도 본인들이 극구 사양하고, 절대 부인하고, 결코 원치 않았던 서울시장이란 자리를 향해 오세훈·강금실 두 후보가 달려가는데는 ‘이미지 바람’이 큰 역할을 했습니다. 깨끗하다, 신선하다, 쿨하다 등의 이미지를 준 조상들에게, 또 대중들에게 감사할 일이지요.

그런데 정작 ‘후보’란 타이틀을 딴 후에는 대중들이 선호하는 이미지를 바꾸려고 안달들입니다. 오 후보는 ‘귀족스러운 강남 이미지’를 벗는다며 강북에 사무실을 차리고, 강금실씨는 오 후보가 결정되는 순간부터 액세서리도 잘 하지 않고 여성적인 면모 대신에 투사로 변신했습니다. 네거티브정치를 안 하겠다더니 슬슬 상대비방도 합니다.

우리는 서민인 척하거나 서민 출신의 지도자를 원하는 것이 아니고, 중성적인 여성정치인을 바라지도 않습니다. 부자여도 서민을 이해하는 포용력, 여성의 매력도 충분히 발휘하면서도 능력을 자랑하는 그런 여성정치인을 원하고 그렇게 보였기에 애정을 보냈는데 다시 이미지를 탈바꿈하다니 당혹스럽습니다.

이미지에 신경 쓰지 말고 정책연구에 조금만 더 시간을 보내면 좋으련만…. 그리고 이제 누가 당선되는가에 따라 우리 유권자들의 이미지가 결정나겠지요. 이미지만 보고 표를 주었나, 현명한 판단을 했나 하는…. 우리 이미지에도 신경을 씁시다.

<유인경 편집장 alic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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