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님, 사과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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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한 모임에서 “강남아파트가 평당 4000만 원까지 오른다더라” “역시 땅밖에 믿을 게 없다” 등을 화제로 삼자 어떤 분이 이런 말을 했습니다.

“입장을 바꿔 생각해봐요. 수만 년, 아니 수억 년이나 산 땅이 보기에 자기는 가만히 있는데 겨우 몇십 년을 산 인간이 나타나 돈주고 샀다며 ‘내가 주인이다’고 잘난 척하면 얼마나 가소롭겠어요? 또 마구 파헤치고 괴롭히면 화나지 않겠어요?”
황사, 가뭄, 지진, 쓰나미, 그리고 지난해 미국을 강타한 태풍 카타리나 등은 어쩌면 지구가 우리에게 보여주는 앙갚음인지도 모릅니다. 4월 22일 ‘지구의 날’은 그래서 초록별 지구의 즐거운 축제일이 아니라 인간들 때문에 중병이 든 지구에 저지른 숱한 죄를 용서해달라고, 이제라도 정신차릴 테니 함께 잘 살자고 애원하는 날입니다.

약 45억 년 전에 생성된 지구의 나이를 1년 365일로 바꿔 1월 1일 0시 정각을 지구 탄생 기점으로 하면, 2월 27일쯤에 생명이 처음 출현했고 12월 31일 23시 2분쯤에 인류가 나타난 겁니다. 지난 20세기는 0.7초에도 못 미치는 짧은 시간입니다. 그 찰나에 우리는 45억 살 지구를 마구 병들게 하고 숨막히게 한 셈입니다.

“더 늦기 전에 인류는 자신과 지구를 위기로부터 구해야 한다”는 절박감에서 만든 것이 지구의 날입니다. 다행히 많은 환경단체들이 수십 년 동안 피땀어린 노력, 때론 생명을 던진 활동으로 이젠 환경에 대한 인식이 달라졌고 환경오염의 주범으로 인식되었던 기업들도 다투어 환경개선과 지구살리기에 앞장서고 있습니다.

‘뉴스메이커’는 지구의 날을 맞아 환경재단과 함께 2006년, 지구는 어떤 상태이며 우리가 할 일은 무엇인가를 생각하는 특별호를 마련했습니다. 지구환경의 10대 쟁점, 환경개선 성공사례들, 환경정책의 새로운 트렌드, 환경교육의 현장과 환경문화행사를 통해 현 상황을 파악하고 우리 손으로 할 수 있는 일들을 소개합니다. 시민환경 연구소를 비롯한 환경전문가들의 협조가 컸습니다. 특히 환경재단에 매출의 만분의 일을 환경기금으로 해마다 기부하는 ‘만분클럽’에는 현재 77개의 대기업 및 중소기업이 가입하고 있는데 이번 특별호에는 만분클럽 회원사들의 뜨거운 관심으로 광고도 특별하게 제작했습니다.

이렇게 개인은 물론 정부, 또 기업까지 한마음이 되어 지구환경을 되살리는 운동을 시작한 것에 기대를 가져봅니다. 겨우 찰나의 순간을 빌려 쓰는 주제에 횡포를 부린 점, 다시 한 번 지구에 사과드립니다.

<유인경 편집장 alic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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