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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 사설만큼 좋은 교재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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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 제기-원인 분석-해법 제시’… 논술 구성의 모든 것 모범자료

서울의 한 초등학교 학생들이 어린이 신문을 들고 함성을 지르고 있다.

서울의 한 초등학교 학생들이 어린이 신문을 들고 함성을 지르고 있다.

미국 메이저 리그에서 맹활약을 펼치고 있는 이치로 야구선수는 동체시력(動體視力)이 좋다고 합니다. 움직이는 물체를 정확하게 파악한다는 것이죠. 초등학교 논술도 이와 같습니다. 동체시력이 좋으면 수많은 변화구를 칠 수 있는 능력이 생기는 것처럼, 쏟아지는 정보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 능력을 키워주는 것입니다. 대학에서도 논술을 통해 이런 능력을 테스트합니다.”

고양시 대화초등학교 이정균 교사는 ‘동체시력론’을 주장했다. 이 교사는 1995년 NIE(신문활용교육) 도입 초창기부터 NIE를 소개하고 보급하는 활동을 벌여왔다. 이 교사는 최근 ‘너 사설 나 논술’ 시리즈(경향신문사 간)로 3권의 초등 논술서를 펴냈다. 이 책에서 신문 사설을 통해 초등학교 논술 실력을 부쩍 늘릴 수 있는 방법을 제시했다.

부모가 뉴스 맥 짚어주면 이해 쉬워

현직 교사로 27년간 초등학생을 가르쳐 온 이 교사의 논술 학습법은 먼 곳에 있지 않다. 학원이 아니라 학교와 가정에 있다는 것. 학교와 가정에서 손쉽게 접할 수 있는 신문이 바로 논술 교재다. 특히 신문 사설은 어떤 주장을 펼치고, 그 주장으로 다른 사람을 설득하는 만큼 논술의 구성방법을 제대로 배울 수 있다.

이 교사는 사설에 나타나는 3가지 요소를 제시했다. ‘이것은 어떤 문제인가’ ‘문제의 원인과 의견을 어떻게 분석하고 있나’ ‘이 문제를 앞으로 어떻게 해결하면 좋을까’, 이 3가지가 논술에 반드시 필요한 요소라는 것.

사설은 흔히 초등학생이 읽기 어려운 것으로 치부된다. 복잡한 시사 문제가 담겨 있고 이해하기 어렵다는 이유 때문이다. 나중에 고등학생이 되어서 읽어도 되는 것이라는 인식이 많다. 하지만 이 교사는 초등학교 고학년인 4학년부터 NIE 교육이 필요함을 역설한다. 이 교사는 “사설의 구조를 파악하고, 읽는 방법을 알면 사설이 전혀 어렵지 않다”면서 “초등학생들도 충분히 사설을 읽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방법도 아주 쉽다. 부모가 함께 TV를 통해 저녁 뉴스를 본다. 뉴스 속에 나타난 세상의 흐름을 아빠가 해설해 주면 더욱 좋다. 다음날 아침에는 아이와 함께 신문의 사설을 함께 읽고 내용을 이야기한다. 엄마가 직접 NIE 교육을 받는다면 초등학생에게는 훨씬 더 효율적으로 논술을 가르칠 수 있다. 사설이 어려울 경우 신문에 실리는 사진과 만평을 통해 쉽게 접근하는 방법도 있다.

4학년 때부터 본격적인 훈련에 들어갈 수 있다. 일단 사설·칼럼을 요약하고 정리한다. 그리고 난뒤 초등학생이 직접 사설과 같은 내용으로 자신의 주장을 글로 쓴다. 이 방법은 신문·칼럼이 어떤 주장을 하며, 이 주장을 하기 위해 어떤 방식으로 글을 쓰는가를 알 수 있게 한다. 이 교사는 “어릴 때부터 이런 훈련을 한다면 대입 수학능력시험이 끝난후 논술을 준비하는 것과는 하늘과 땅 차이를 보인다”고 말했다.

이 교사가 근무하는 4학년 교실의 칠판에는 ‘PREP’라는 영문 글자가 씌어 있다. ‘Point(주장)-Reason(이유)-Exemple(예)-Point(주장)’의 약자다. 자신의 주장에 대해 이유를 정확하게 제시하고 예를 든 후 다시 주장으로 마무리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영국의 처칠 총리가 연설을 할 때 즐겨 사용한 기법이라고 한다. 말하기 훈련 뿐만 아니라 글쓰기에도 아주 좋은 방법이다.

글쓰기보다 읽기·생각하기 선행돼야

고양시 대화초등학교 이정균 교사가 신문을 읽고 있다.

고양시 대화초등학교 이정균 교사가 신문을 읽고 있다.

이 교사는 아이들에게 아무런 배경 지식을 주지 않은 채 글만 쓰라고 하는 초등 논술 교육의 맹점을 지적했다. 출력만 하려고 할 것이 아니라 뭔가 입력을 해야 제대로 된 출력을 할 수 있다는 것. 그렇다고 무조건 입력만 해서는 되지 않는다. 입력된 정보를 네트워크화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입력과 네트워크화를 위해서는 독서와 사고훈련 과정을 거쳐야 한다. 초등학교부터 이런 훈련이 돼야 독서와 생각, 글쓰기의 3박자가 맞물려 돌아갈 수 있게 된다. ‘읽기’와 ‘생각하기’가 되지 않은 채 ‘글쓰기’만 요구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이 교사의 주장.

이 교사는 논술교육을 위해 아이를 학원에 보내는 것으로 부모가 안심하는 것이나 책만 많이 읽히는 것은 옳은 방법이 아니라고 지적한다. 아이들이 생각하는 훈련을 시키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 독서를 통해 초등학생에게 상상력을 길러주는 것도 좋지만 책을 읽는 방법에 대한 정확한 안내가 필요하다. 책의 내용이 내 문제·우리 생활·내 장래와 어떻게 관련이 있는지 정확하게 파악해야 책만 ‘헛되이’ 읽는 오류를 피할 수 있다. 이럴 경우 읽기는 많이 읽어도 글 표현이 제대로 되지 않는다. 이 교사는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속담으로 이 경우를 비유했다.

이 교사는 “고등학교 논술은 논술 기술을 익히게 하는 것이지만 초등학교 논술은 사고 훈련을 하게 한다”면서 “이런 사고 훈련에 신문 사설이 가장 유용하다”고 말했다. 이 교사는 마지막으로 세 가지를 학부모에게 주문했다. 첫째가 부모가 직접 아이의 국어교과서를 꼼꼼히 읽으라는 것. 교과서에는 초등 논술에 적합한 내용들이 모두 나타나 있다. 둘째는 가정에서 서로 의사소통하는 대화를 가지라는 것이다. 일방적인 지시가 아니라 의사소통을 하면서 아이가 일상생활 속에서 자신의 주장을 합리적으로 펼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한다. 셋째는 뉴스·신문·대담프로그램을 아이와 함께 보고 시청하는 것이다. 방송이나 신문에서 어떻게 각자의 주장을 펼치고 다른 사람을 설득하는지 직접 학부모와 함께 보고 느끼는 것이 중요하다.

신문 사설 이렇게 활용하라

① 모르는 단어 찾기 읽다가 모르는 단어를 사전에서 찾아 정확한 뜻을 바르게 이해한다. 그래야 내용을 제대로 파악할 수 있다.

② 읽고 나서 이해한 내용 발표하기 사설의 내용이 무엇인지 알았다면 그 내용을 다른 사람에게 발표한다. 그러면 다른 사람들이 그 사설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된다.

③ 중요한 부분이 어디인지 찾아 표시하기 사설에는 반드시 주장이나 결론이 있다. 그 부분을 찾아내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④ 사설을 200자 정도로 요약해서 발표하기 사설의 내용을 요약한다. 요약을 하려면 주장하는 내용과 이유를 찾아야 한다.

⑤ 사설의 내용이 찬성인지 반대인지 확인하기 사설의 내용은 세상의 문제에 대해 찬성과 반대의 의견을 나타낼 때가 많다. 읽은 사설이 어떤 문제에 대해 반대하려는 것인지, 찬성하려는 것인지 반드시 확인한다.

⑥ 사설을 참고로 해서 그 사건이나 주제에 대해 의견 쓰기 같은 날 신문에서 사설의 주제와 관련이 있는 기사를 읽어보면 이해가 빨라진다.

⑦ 사설에 관련된 최근 기사 찾기 신문을 보면 사설에 관련된 기사가 분명히 있다. 그 기사의 내용을 참고로 해서 다시 읽고 확인해본다.

⑧ 다른 신문에도 같은 내용의 사설이 있는지 조사하기 다른 신문에도 같은 주제의 사설이 있다면 그 사설은 매우 중요한 사건을 다룬 것이므로 다른 신문의 사설도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

⑨ 저녁 뉴스를 보고 다음날 사설에 실릴 만한 주제를 예측해보기 주요 주제를 찾고 확인하는데 필요하다. 사설의 주제를 예측하면 뉴스의 가치를 판단하는 훈련을 할 수 있다.

⑩ 사자성어나 속담, 격언 찾아보기 사설에서 이해를 돕기 위해 사용한 속담이나 고사성어 등을 잘 읽어보면 속담이나 고사성어의 사용처를 알게 되어 글쓰기에 도움을 받는다.

〈‘너 사설 나 논술’ 정리 인용〉


<윤호우 기자 hou@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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