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이해찬 골프파동 제2라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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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기시합’ 사실로 확인되면서 파장 확대… 우리당 내·외부 사퇴압력 더욱 거세져

이해찬 총리가 3월 4일 총리공관에서 동남아 지진·해일 참사대책을 논의하기 위해 열린 ‘민관합동지원회의’ 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이해찬 총리가 3월 4일 총리공관에서 동남아 지진·해일 참사대책을 논의하기 위해 열린 ‘민관합동지원회의’ 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해찬 골프파문’이 곡예를 타고 있다. 이해찬 총리의 ‘3·1절 부적절한 골프회동’→27회 모임 등 골프멤버들과의 이 총리와 교분→교원공제회의 영남제분 지분매집과 이기우 교육인적자원부 차관의 개입 여부 등 돌고돌던 의혹이 다시 이 총리에게로 돌아왔다. ‘3·1절 부적절한 골프’가 ‘내기시합’이란 사실이 확인된 때문이다. ‘정거장’을 지날 때마다 의혹은 확대재생산되어 왔지만 사실로 확인된 것은 내기골프가 처음.

이로써 골프파문은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청와대가 이 총리의 유임을 시사하면서 강조해왔던 게 ‘사실 확인과 법절차’ 그리고 ‘여론추이’이다. 의혹제기와 부인으로 일관되던 종전과는 전혀 다른 상황이다. 이병완 청와대 비서실장은 내기골프 사실이 확인된 3월 10일까지 ‘사실확인’을 강조했다. 그는 이날 한국경제과학연구원 정책세미나에 참석, “여론이라는 일시적인 ‘국민정서법’에 휘말려 사실관계나 법절차를 무시한다면 책임있는 국정운영 방식이 아니다”라면서 “참여정부는 앞으로도 표 잃는 일을 많이 할 것”이라고 역설했다.

이런 상황에서 이 총리가 돌연 계획된 일정을 취소함으로써 그의 거취문제가 관심거리로 재부상했다. 이 총리는 3월 10일 서울 여의도 한국노총회관에서 열린 한국노총 창립 60주년 기념식에 참석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행사 1시간여 전 불참을 통고했다. 이처럼 행사 직전에 불참을 통고하는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최경환 총리공보비서관은 불참소식을 전하면서 “여러 가지로 구설수에 올라 있는 상황에서 축사를 하는 것이 모양이 좋지 않다고 판단해서 불참했다”고 설명했다. 3·1절 골프와 행사 취소는 무관한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부적절한 골프회동과 관련 대국민사과를 하고 노무현 대통령에게 사의를 표명했던 지난 3월 2, 3일도 정상적인 일정을 수행했던 것에 비교하면 일정 취소는 ‘사실확인’된 내기골프가 새로이 부각된 때문으로 보인다. 총리실의 한 관계자도 “새로운 사실이 드러난 마당에 외부행사에 참석하면 이 총리 스스로 자리에 대한 미련을 드러낸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올까봐 일정을 취소한 것”이라고 말했다. 총리직에 초연한 모습을 보이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이 총리 관련 각종 의혹 모두 조사

이 총리는 일정을 취소한 직후 삼성의료원을 방문, 건강검진 결과를 본 뒤 오후 늦게 총리집무실로 돌아왔다. 이 총리는 지난 임시국회 대정부질문 답변과정에서 앞에 있는 사물이 보이지 않아 건강검진을 받았다.

이런 행보는 특히 청와대와 검찰에서 ‘이해찬 골프’에 대한 내사와 수사착수 의지를 보인 것과도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청와대 민정팀도 이미 사실확인 작업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청와대 민정팀은 “사실확인 중이며 가능한 한 노무현 대통령 귀국 전에 조사를 마칠 것”이라고 밝혔다. 내기골프 자체뿐만 아니라 그동안 제기되었던 각종 의혹을 모두 조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병완 청와대 비서실장은 “언론에 보도되면 상시적으로 사실확인 작업을 벌인다”고 말했다.

노무현 대통령이 3월 10일 나이지리아 아부자 대통령궁에서 열린 공식환영식에서 오바산조 나이지리아 대통령과 나란히 서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이 3월 10일 나이지리아 아부자 대통령궁에서 열린 공식환영식에서 오바산조 나이지리아 대통령과 나란히 서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검찰도 한나라당의 고발에 따라 조만간 이 총리의 ‘내기골프’ 의혹 등에 대한 수사에 착수할 방침이다. 이해찬 총리와 ‘3·1절 골프모임’을 함께 했던 유원기 영남제분 회장 등은 ‘일행 중 한 명이 40만 원을 상금으로 내놓아 2인1조로 1홀당 2만 원씩 상금을 걸고 운동을 했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열린우리당은 이 총리 유임 여부를 묻는 여론조사를 독자적으로 실시하는 등 여론추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내기골프’가 확인되기 전인 지난 3월 8일 여론조사기관인 리서치앤리서치의 조사에 의하면 국민 2명 중 한 명이 이 총리는 물러나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이런 상황에서 한나라당의 파상적 공세도 만만치 않은 가운데 열린우리당 내부의 이 총리 사퇴압력도 점점 강해지고 있다. 3월 9일 저녁 열린우리당 지도부 만찬에서도 ‘골프파문’과 관련한 걱정과 고민이 쏟아져 나왔다고 한다. “바닥민심이 걱정된다” “(이 총리의 유임론에 대해) 반발하는 의원들이 적지 않다”는 얘기가 오갔다고 한다.

표면적으로는 열린우리당 의원들은 지도부의 요청에 따라 개인적 입장표명을 자제하고 있다. 입을 열어도 매우 완곡한 표현을 하고 있다. 하지만 이 총리 해임을 요구하는 일부 의원들은 ‘국민여론과 다른 결정이 내려지면’ 조직적 반발 가능성도 시사하고 있어 당내분으로 확산될 여지도 있다. 이들은 “5·31 지방선거를 목전에 두고 청와대와 열린우리당 당권파의 ‘윈윈게임’은 힘들어진 것이 아니냐”고 말했다.

정장선 의원은 “이 총리가 당내 선배인데 (물러나라고) 얘기하기가 그렇다”면서 “개인적으로 (사퇴)결정을 해야 한다는 쪽이다”고 말했다. 이목희 의원은 “여론의 흐름을 보고 판단해야 한다”고 전제하면서도 “여론과 다른 결정을 하면 청와대에 가서 따져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또 다른 의원은 “일부 의원들과 청와대가 국민여론을 너무 모른다”고 전제하면서 “일을 자꾸 키우면 그에 따른 대응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내몰리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총리 교체는 국정기조 재점검 의미

열린우리당 확대간부회의에서 정동영 의장이 발언하고 있는 김근태 최고위원을 바라보고 있다.

열린우리당 확대간부회의에서 정동영 의장이 발언하고 있는 김근태 최고위원을 바라보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청와대와 열린우리당 친노세력들은 이 총리의 유임을 기대하는 분위기이다. 이 총리의 거취가 노무현 대통령의 국정운영 기조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열린우리당의 한 당직자는 “정 의장이 이 총리의 해임을 요구하는 상황을 뒤집어 생각해보면 해답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노 대통령의 국정운영의 틀인 책임총리제가 깨질 것임을 지적하는 말이다. 노 대통령의 말처럼 ‘궁합이 맞는’ 이 총리 같은 인사가 아니면 분권형 책임총리제를 지속시킬 수 없다는 게 청와대의 시각이다. 열린우리당 윤호중 의원은 “3월 2일 개각을 생각해보라”면서 “색깔 전체가 실무형 인사들인데 그것은 이 총리의 역할을 전제로 인선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총리 교체는 국정기조의 재점검을 의미한다는 얘기다. 이상민 의원도 “국민적 의혹이 일고 있는 만큼 철저한 의혹 해소는 필요하지만 물러날 사안은 아니다”면서 “다만 총리 리더십 강화를 위해서라도 야당이 주장하는 국정감사나 감사원 감사는 받는 게 낫다”고 말했다. 마땅한 이 총리 후임이 없다면 이 총리 교체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인 셈이다.

청와대에서는 “만일 후임인사를 잘못한다면 이 총리를 유임시키는 것만 못하다”는 걱정을 하고 있다. ‘이 총리 해임요구=분권형 책임총리제 해체=참여정부의 국정기조 역행’이라는 논리적 비약이 가능한 대목이다. 국정운영 틀교체의 요구는 이 총리 해임 주장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김경은 기자 jj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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