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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역협회 퇴직자들 용역 나눠먹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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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직 임·직원 운영업체에 수의계약 형식으로 대다수 배정

[포커스]무역협회 퇴직자들 용역 나눠먹기

한국무역협회가 보유하고 있는 서울 삼성동 코엑스몰 상가 일부를 전·현직 임·직원 일부가 직·간접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진 가운데 무역협회·코엑스에서 발주하는 대다수 용역들이 퇴직자들이 운영하는 업체에 수의계약 형식으로 배정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전직 임·직원들이 용역을 나눠먹기를 하고 있는 셈이다.

G&B시스템 2000년 코엑스 시설팀을 구조조정하기 위해 설립했다. 코엑스의 대부분을 관리·운영하는 용역을 체결했다. 당시 코엑스 시설팀장인 김구섭씨(현 코엑스 상무)가 사장, 당시 노조위원장인 박진춘씨가 이사, 김구섭씨의 부인 진경희씨(당시 교사)를 감사로 법인을 설립했다. 올해까지 계속해서 용역을 맡고 있으며, 특히 최근 코엑스가 이 회사에 4억 원을 출자해서 지분 40%를 보유하고 있다.

서울메쎄인터내셔널 무역협회 전시컨벤션팀이 주최하는 귀금속전, 스포츠레져산업전 등을 맡아 운영하고 있다. 무역협회 국제협력실 과장 출신인 신호범씨와 코엑스 전시장 임대팀장 출신인 박병호씨가 설립했다. 서울메쎄인터내셔널은 2001년 설립 당시 3년 간 용역 수임 계약을 했다. 인건비·행사비·사무실경비 등을 전액지원하는 조건이었다. 이 회사는 2004년 계약기간이 종료한 뒤 다시 수의계약으로 기간을 연장했다. 사업의 위험성 없이 ‘땅짚고 헤엄치기’ 사업을 하고 있는 셈이다. 이 회사는 현재 10여 개 전시행사를 개최 중이다.

피앤에이링크 무역센터 내 PC수리 용역과 자판기 운용사업, 계약직·일용직 인력공급을 맡고 있다. 무역협회 진흥부 등에서 근무하던 박윤철씨와 안인욱씨가 2002년에 설립했다. 박씨가 사장, 안씨가 전무를 맡고 있다. 특히 무역센터 주차장 운영업체인 글로벌피앰코와 2004년부터 현재까지 정산업무용역계약을 체결해 도우미, 정산원 공급 이외에 정산업무까지 대행하고 있다. 코엑스의 전 직원은 “이 회사는 주차장에서만 연간 13억 원의 매출을 보장받고 있다”고 증언했다.

에버크린 오점록씨 등 무역협회 총무팀 소속 3명이 2000년 퇴직 후 설립했다. 현재는 오점록 사장이 단독 운영 중이다. 이 회사는 아셈타워 건물 청소용역을 하고 있다. 퇴직시 2년 간 용역계약을 보장받았다. 그러나 이후 2년 간 재계약을 했으며, 이 계약이 끝난 후에도 계속 용역을 맡고 있다.

코인스·코몰애드·아노컴뮤니케이션 무역협회 홍보팀 출신인 김배원씨는 2000년부터 2004년까지 코인스의 전무이사로 재직하면서 밀레니엄 광장 전광판 광고 등을 대행했다. 현재는 김씨가 퇴직했지만 코인스가 계속 용역을 맡아 운영하고 있다. 코엑스몰에 있는 와이드컬러 광고대행은 무역협회 건설본부에서 근무하던 정동진씨가 설립한 코몰애드가 2002년부터 수행 중이다. 올해 3월에 계약이 만료된다. 아노컴뮤니케이션에는 무역협회 출신인 이은삼씨가 근무하고 있으며, 2002년부터 무역협회와 코엑스의 홍보예산으로 집행 중인 매체광고를 대행하고 있다.

이러한 퇴직자 특혜에 대해 무역협회 김지영 경영지원팀장은 “구조조정을 하는 가운데 불가피한 측면이 있었다”고 해명했다. 직원들을 자발적으로 퇴직시키려 하다 보니 ‘당근’이 필요했고, 그래서 2~3년간 용역을 주기로 약속했다는 설명이다. 무역협회 한기호 노조위원장도 “후배를 위해 용퇴하신 분들에 대한 배려라고 생각한다”면서 “이는 다른 기업에도 거의 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한 위원장은 “이들은 용역을 맡는 대신 명예퇴직금이나 희망퇴직금을 절반 이하로 받았다”고 말했다.

코엑스 시설팀을 구조조정하면서 탄생한 G&B시스템을 코엑스 관리용역을 대행하고 있다.

코엑스 시설팀을 구조조정하면서 탄생한 G&B시스템을 코엑스 관리용역을 대행하고 있다.

G&B시스템의 대표이사를 하다가 2004년 3월 코엑스로 복귀한 김구섭 상무도 “코엑스 시설팀 140명을 통째로 들어다가 새 법인을 만들면서 일정기간 용역을 맡는 것으로 했다”면서 “구조조정을 하려면 그 정도의 보장장치가 필요한 것 아니냐”고 설명했다.

하지만 무역협회의 대기업 중심 운영 방식에 반발해 만든 중소무역인 중심의 한국무역인포럼의 곽재영 대표(해주자원개발 회장)은 “이런 식으로 나눠먹기를 할 거면 뭐하러 구조조정을 했는지 모르겠다”면서 “구조조정을 통해 비용이 얼마나 줄었는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꼬집었다.

한편 무역협회는 이러한 구조조정 사례 등을 모아 ‘공적경영혁신’이란 책을 펴낼 계획이다. 이는 행정자치부 오영교 장관이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사장 시절에 KOTRA의 경영혁신을 쓴 저서 ‘변화를 두려워하면 1등은 없다’를 벤치마킹한 것이다. 하지만 무역협회의 이 책은 6개월이 훨씬 넘었음에도 나오지 않고 있다. 무역협회 박양섭 기획조정실장은 지난 1월 20일 “2월 1일 발간할 예정”이라 밝혔지만 예정일보다 17일이나 더 지났음에도 책 발간소식은 감감무소식이다.



차기 무역협회 회장 여전히 오리무중

차기 무역협회 회장직은 2월 22일 정기총회를 불과 5일 앞둔 2월 17일까지 오리무중이다. 현재까지 거명된 인물은 안군준 ㈜미래와사람 회장, 류진 풍산 회장, 박병엽 팬택 부회장, 유상부 포스코 고문, 진념 전 경제부총리, 이희범 전 산업자원부 장관 등이다. 지난 1월까지는 김재철 회장이 “후임 인선은 부회장단이 우선적으로 고려될 것”이라고 언급하면서 류진 회장, 박병엽 부회장, 유상부 고문 등이 회장 후보로 오르내렸다. 이후 잠시 진념 전 부총리가 거명되다가 최근에는 이 전 장관 추대설이 흘러나왔다.

그러나 여론을 떠보기 위해 정부나 청와대에서 흘러나온 듯한 이 전 장관 추대설은 여론의 맹공으로 점차 힘을 잃어가고 있다. 더욱이 무역협회 노조도 “‘전관예우’ 또는 ‘자리 봐주기’ 차원으로 거론되고 있다”면서 “정치적인 고려가 개입되서는 안 된다”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무역협회 안팎에서 ‘비토’를 당하고 있는 셈이다. 실제로 2월 15일 회장단 회의에서 차기 회장을 추대한다는 방침이었으나,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20일 다시 회장단 회의를 열어 결정키로 했다. 이는 이 전 장관 추대가 난항을 겪고 있음을 시사한다.

하지만 무역협회 일각에서는 “그동안 정부의 준예산인 무역특계자금으로 사업을 추진해온 무역협회가 기업인이 회장으로 오면서 본래 목적인 무역업계 이익을 대변하는 일을 등한시하고 부동산개발에만 열을 올렸다”면서 “관료 출신인 이 전 장관이 와서 본연의 자세로 돌아올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는 의견도 있다. 이 전 장관의 추대를 반대하는 성명을 내긴 했지만 한국무역인포럼의 곽재영 대표도 “무역협회는 기업이 아니라 협회인데, 협회로서 회원사에 어떤 일을 해줘야 할지 고민하는 흔적이 전혀 없고 부동산개발에만 열을 올리고 있다”고 비난했다.

<조완제 기자 jw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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