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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 랭킹 도약 ‘몸집 불리기’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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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산규모 단숨에 늘어나는 M&A 대작전… 총수들 앞다퉈 공격경영 의지 불태워

지난해 자산총액기준으로 재계13위인 현대그룹은 올해를 옛 명성을 되찾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로 본다. 현대그룹 현정은 회장(가운데)이 지난 연말 금강산 관광 7돌 축하연에서 관계자들과 건배를 하고 있다.

지난해 자산총액기준으로 재계13위인 현대그룹은 올해를 옛 명성을 되찾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로 본다. 현대그룹 현정은 회장(가운데)이 지난 연말 금강산 관광 7돌 축하연에서 관계자들과 건배를 하고 있다.

‘꼭 10등 안에 들어라’
학부모가 자녀에게 하는 말이 아니다. 중위권 그룹을 형성하고 있는 대기업 총수들이 임직원들을 향해 던진 새해 화두다.
최근 들어 M&A(인수합병)가 하나의 기업 트렌드로 자리잡고, 기업간 경쟁이 갈수록 무한경쟁으로 치달으면서 몸집 불리기가 보편화하고 있다. 몸집 불리기를 위한 일부 기업들의 행태는 일본 스모선수의 살찌우기 전쟁을 방불케 하고 있다. 한때 ‘선택과 집중’으로 표현되던 기업 풍토를 일부 기업에서는 이젠 찾아보기 힘들다. 막강한 자금력을 동원해 돈 될 만한 기업은 모두 접수하는 분위기다. 또 10위권 안에 들어 있는 기업들도 수성의지를 다지고 있다. 공격경영이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잡았다.

재계 순위 10위권에 안착하기 위한 일부 중견 그룹들의 몸집 불리기는 점입가경이다. 그룹 총수들도 앞다퉈 비전제시를 통한 공격 경영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자산 총액 기준 재계 순위 8위(공기업 및 민영화된 공기업 제외)인 한화와 10위 금호아시아나는 최근 M&A시장에서 ‘대어(大魚)’로 급부상한 대우건설 인수를 위해 총력전에 접어들었다. 또 현대그룹(13위)도 본격적인 몸집 불리기에 나섰고, 코오롱(24위) 역시 화섬 업종이라는 이미지를 벗고 재계 순위 상승을 위한 덩치 키우기에 나섰다.

올해 이들 중견 그룹의 사업 목표는 기존 사업부문을 키우기보다 다른 기업을 M&A해 자산규모를 단숨에 끌어올리는 것이 특징이다.

무엇보다 올 그룹 순위 지각변동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이는 변수는 대우와 현대건설인수다. 재계 순위 20위인 대우건설을 누가 접수하느냐가 ‘톱 10 기업’ 안착을 좌우할 결정적 변수로 꼽히기 때문이다.

대우·현대건설 인수 초미의 관심

재계 순위 8위인 한화그룹은 이런 이유로 대우건설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대한생명을 인수해 방위산업 위주의 사업구조에서 탈피한 한화는 대우건설 인수를 재도약을 위한 발판으로 삼겠다는 계획이다. 한화는 한화국토개발의 레저사업, 대덕과 서산 테크노밸리 개발 등 그룹이 추진하는 건설 사업이 많아 기존 한화건설과의 연계를 통한 시너지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금호아시아나그룹도 올해 창립 60주년을 맞아 몸집 불리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해외사업 확장과 함께 M&A시장에 매물로 나온 대우건설과 대한통운, 현대건설 인수에 의욕을 보이고 있다. 또 계열사인 금호타이어는 중국에서 생산능력을 공격적으로 늘려가고 있는 가운데 금호건설은 베트남 건설시장에 진출한다. 금호렌터카, 금호고속 등의 중국사업 확장도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금호아시아나 관계자는 “기존 사업과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고 그룹의 미래 성장전략 부문인 물류 및 레저사업에 기여할 수 있다면 기업 인수를 적극 고려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또 현대그룹도 올해를 옛 명성을 되찾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로 인식하고 있다. 현대는 기존 성장 동력인 현대상선과 함께 모태 기업인 현대건설을 인수해 사업 다각화를 통한 수익 극대화를 노리고 있다. 이를 통해 재계 10위권 진입을 추진하고 있다. 현대는 현대건설 인수를 통해 ‘2010년 매출 20조 원’이라는 비전 달성을 위한 초석을 놓겠다는 전략이다.

코오롱그룹도 2010년 매출 20조, 순익 1조5000억 원을 달성해 재계 순위 10위권에 진입할 계획이다. 코오롱은 이를 위해 첨단소재, 화학·바이오, 건설·서비스 등의 전략사업군을 고부가가치 사업으로 발전시키고 동시에 미래성장동력이 될 신사업을 확보하는데 주력기로 했다.

코오롱·두산 등 신사업 확보 적극적

이웅열 코오롱그룹 회장은 최근 과천 그룹사옥 강당에서 그룹 사장단과 각사의 임원, 체인지리더 등이 참석한 가운데 ‘생활방식 혁신자(Lifestyle Innovator)’를 비전으로 삼은 그룹 목표인 ‘빅스텝 2010(Big Step 2010)’을 발표했다.

‘빅스텝 2010’은 새로운 비전과 고객, 주주, 직원에 대하여 추구할 공유가치 및 경영목표, 이를 실현하기 위한 전략사업과 실천전략 등 코오롱이 2010년 선도적 그룹으로 성장하는 청사진을 담고 있다.

이 회장은 비전선포식에서 “지난 몇 년 동안은 변화의 필요성을 공감하고 그룹의 전폭적인 변화에 첫발을 내디딘 기간으로 의미가 있다”며 “이를 바탕으로 향후 5년간은 코오롱 그룹의 체질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고 향후 그룹 역사에 괄목할만한 도약의 토대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플랜트, 중장비 등 중공업 기업인 두산그룹은 ‘종합 중공업 기업’이라는 청사진을 완성하기 위해서는 기존 두산중공업(플랜트), 두산인프라코어(중장비) 외에 해외 건설 분야를 담당할 대우건설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올해 창업 110주년을 맞은 두산은 ‘혁신과 도전’이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글로벌 사업비중을 확대하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유병택 두산그룹 비상경영위원장은 최근 “글로벌 사업 비중 확대를 통해 세계 기업으로 도약할 것”이라고 밝혔다. 두산그룹은 중국 중동 등 전략시장 공략에 더욱 박차를 가하는 한편 국내에서는 대우건설 인수전에도 참여할 예정이다.
하지만 재계 일각에서는 중견 그룹의 몸집 키우기를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재계의 한 고위인사는 “중견 그룹에 재계 10위권 진입은 솔깃한 유혹”이라면서 “하지만 대우건설 인수 대금으로 3조 원이 넘는 액수가 제시되는 등 중견 그룹이 감당하기에는 만만치 않은 자금이 들어갈 전망이어서 자칫 경영 부실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 인사는 “중요한 것은 선택과 집중을 통한 기업의 경쟁력 강화”라고 덧붙였다. 순위에 연연하는 것은 일부 총수들의 바람이지 기업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혜택 등은 없다는 것이다.



시가총액으로 본 재계순위

현대차그룹이 지난해 시가총액에서 LG그룹을 밀어내며 2위를 차지했고, 현대중공업그룹도 순위가 4단계 상승하며 5위로 뛰어올랐다. 지난해 현대가(家)가 약진하며 재계순위를 바꿔놓은 것이다. 물론 삼성그룹은 139조8003억 원(전년대비 48.53% 증가)으로 부동의 1위를 지켰다.

최근 증권선물거래소가 2005년말 기준으로 집계한 상호출자총액제한 기업집단 중 공기업을 제외한 10대 그룹의 시가총액 분석결과 현대차그룹은 현대차, 기아차, 현대오토넷 등 계열사의 주가 강세에 힘입어 지난해 말 기준 시가총액이 2004년 말보다 82.49% 증가한 47조3686억 원으로 나타났다. 2004년 2위였던 LG그룹은 시가총액이 44조2500억 원으로 42.20% 늘긴 했지만 현대차그룹에 밀렸다.

현대중공업그룹은 시가총액이 2004년 말보다 119.47% 증가한 7조2824억 원으로 나타나 지난해 9위에서 5위로 뛰어올랐다.

SK그룹(시가총액 28조422억원)은 4위를 차지했으나 SK텔레콤, (주)SK, SK네트웍스의 주가 부진으로 10대 그룹 중 유일하게 2004년보다 시가총액이 4.13% 감소했다.

6~9위는 롯데그룹(6조7149억 원) GS그룹(5조835억 원) 한진그룹(4조5005억 원) 한화그룹(4조4596억 원) 순이었다. 10위를 차지한 금호아시아나그룹(시가총액 2조6785억 원)은 증가율이 160.79%로 가장 높았다.

<김재홍 기자 ato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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