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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선만 통과하면 본선쯤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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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텃밭 경북 지방선거 판세, 열린우리당은 무소속후보 선전에 기대

5·31 지방선거 결전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출마 희망자들은 속속 당선 고지를 향해 출발선을 박차고 달려나가기 시작했다. 광역단체장의 경우 1월 말부터 선거관리위원회에 예비후보자로 등록하면 사실상 공식적인 선거운동을 할 수 있다. 광역 및 기초 단체장 출마예상자들은 정당공천을 받기 위해 경쟁자들과 치열한 물밑경쟁을 벌이는 한편 경선에 대비한 지지도 높이기에 여념이 없다.

지방선거 결과는 각 후보의 당락만을 결정하는 것이 아니다. 지방자치 지형은 물론 향후 정국운영 방향을 결정하게 될 분수령이다. 이 때문에 ‘지방으로부터 혁명이 올지도 모른다’고 말한다. 각 지역의 심판이 중앙의 권력을 결정하는 중요한 변수가 된다는 의미다. ‘뉴스메이커’는 경북을 시작으로 오는 5월 31일 치러지는 지방선거에 출마할 광역단체장과 주요 기초단체장 출마예상자들의 예비 선거운동을 심층 취재해 연재한다. 〈편집자〉

2002년 지방선거에서 85.5%라는 압도적인 득표율을 기록하며 당선된 이의근 경북지사(오른쪽).

2002년 지방선거에서 85.5%라는 압도적인 득표율을 기록하며 당선된 이의근 경북지사(오른쪽).

2002년 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 소속의 이의근 경북지사는 유효투표 총수 120만2552표 가운데 102만8080표를 얻으며 당선됐다. 이 지사가 기록한 85.5%의 득표율은 전국 광역단체장 가운데 단연 으뜸이었다.

이번 5·31 지방선거에서도 경북 지역의 경우 한나라당의 절대 우세가 지속되리라는 예측이 일반적이다. 전통적으로 한나라당의 텃밭인 데다 열린우리당이 지지율을 반등시킬 뚜렷한 호재를 찾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직인 이의근 지사가 3선 연임으로 출마하지 못한다 해도 이번 광역단체장 선거 역시 이변이 없는 한 한나라당 몫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를 반영하듯 한나라당에는 도지사 후보가 몰리고 있는 반면, 열린우리당은 후보난에 시달리고 있다.

‘한나라당 공천이 곧 당선’이라는 인식이 당 안팎에 퍼져 있다 보니 경북 지역에 대한 한나라당의 관심사는 ‘어떻게 당선되느냐’가 아니라 ‘누구를 내보내느냐’이다. 이동주 한나라당 경북도당 사무처장은 “지난 두 차례의 대선 패배를 통해 경북도민 사이에서는 경북이 잘살려면 결국 정권을 되찾아와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면서 “그런 차원에서 후보자가 지역발전을 위해 어떠한 비전을 지니고 있느냐 하는 점도 중요하겠지만, 정권을 가져오는 데 어떤 도움을 줄 수 있느냐 하는 점을 공천 과정에서 가려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런 가운데 한나라당에서는 김관용 구미시장과 정장식 포항시장, 현역 국회의원인 김광원 의원 등이 일찌감치 경북도지사 선거 출마를 선언하며 ‘3강’ 구도를 형성했다. 관료 출신의 김 의원은 행정경험과 정치적 경력이 풍부하지만 3강 후보자 가운데 가장 나이가 많은 점이 걸림돌이다.

현 기초단체장 상당수 물갈이 조짐

여기에 남성대 경북도의회 사무처장까지 출마의사를 굳히며 후보경선에 뛰어들 태세다. 일각에서는 이병석·임인배 의원도 거론되고 있지만 아직까지 본인들의 의사표명이 없는 것으로 볼 때 출마 가능성은 그다지 높지 않다는 것이 지역 정가의 분석이다.

실현 가능성과 상관없이 외부인사 영입설도 꾸준히 흘러나오고 있다. 한나라당 차원에서는 경북 영천 출신의 윤종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도지사 후보로 영입하기 위해 힘을 쏟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이러한 소식에 대해 지역 정가에서는 달갑지 않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외부인사가 나서지 않더라도 압승이 예상되는데 굳이 ‘박힌 돌’을 빼내야 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경북도 관계자는 “광역단체장을 뽑는 지방선거의 경우 국회의원 선거와 달리, 지역 사정에 밝은 사람이 (후보자로) 적당하다고 본다”면서 “그런 차원에서 3강으로 꼽히는 후보자들을 제외한 채 전략공천이 불쑥 이뤄진다면 경북에는 한 차례 소용돌이가 몰아칠 것”이라고 말했다.

열린우리당의 후보군은 한나라당과 달리 점치기 어렵다. 당선 가능성이 워낙 낮은 탓에 도지사 선거에 나서겠다고 선뜻 손드는 사람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2002년 지방선거에서도 당시 여당인 민주당은 경북에 도지사 후보를 내지 않은 바 있다.

추병직 건설교통부 장관 정도가 우선적으로 거론되고 있지만 아직까지 본인의 의사표명이 불분명한 상황이다. 그동안 이름이 거론돼온 이희범 산업자원부 장관의 출마 가능성 역시 마찬가지 이유로 높지 않다.

그나마 여당의 도지사 후보로 거론됐던 박기환 전 청와대 비서관이 최근 고향인 포항시장을 노리는 쪽으로 마음을 돌린 것과, 유력한 후보 가운데 한 사람이었던 허준영 전 경찰청장이 퇴임과정에서 상처를 입은 것도 열린우리당으로서는 아쉬운 대목이다. 열린우리당 관계자는 “허 전 청장은 경찰공무원 출신임에도 정치적 감각이 상당히 뛰어나 퇴진 과정만 매끄러웠더라도 도지사 후보로 손색이 없었을 것”이라며 안타까워했다.

본인이 나서기를 꺼릴 경우 막무가내로 등을 떼미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라는 것이 열린우리당의 고민이다. 지방선거는 광역단체장 선거와 함께 광역의원, 기초단체장, 그리고 기초의원 선거가 함께 동시선거로 치러진다. 4대 동시선거의 깃발을 들어야 할 광역단체장 후보가 의지를 보이지 않는다면 나머지 선거에도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정판규 열린우리당 경북도당 사무처장은 “어차피 당선이 힘든 싸움인 바에는 의지라도 굳은 사람이 도지사 후보로 나와서 나머지 선거를 이끌어줬으면 하는 것이 지역의 바람”이라면서 “당선 가능성과 상관없이 경북의 현안인 혁신도시나 방폐장 건설 등의 대형 국책사업을 차질없이 진행시키기 위해서는 힘있는 여당 후보가 적임자라는 사실을 지역주민들에게 강조할 것”이라고 밝혔다.

기초단체장 선거의 경우 도지사 선거보다는 변수가 많다. 변수는 열린우리당이 아니라 무소속 후보들이다. 2002년 선거에서 한나라당은 경북의 23개 지역 중 단 두 곳만을 무소속 후보에게 내주었다.

이번에도 한나라당이 절대적으로 우세를 점하고 있는 사실은 변함없지만 자리가 23개나 되다보니 내부적으로 교통정리가 원만하게 이뤄지지 않고 있는 지역이 더러 있다. 특히 한나라당이 2007년 대선을 대비해 이번 지방선거에서 당 소속 현직 기초단체장 상당수를 물갈이할 조짐을 보이고 있어 그 결과가 주목된다.

경북 지역의 경우 23명의 현직 단체장 가운데 3선 연임 제한에 걸린 박팔용 김천시장과 김근수 상주시장, 정해걸 군수와 도지사 출마를 선언한 김관용 구미시장, 정장식 포항시장, 여기에 불출마하는 안동시장까지 모두 6명을 제외한 거의 대부분의 현직들이 한나라당 공천을 받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열린우리당 시장 무소속 출마 결심

하지만 한나라당 내에서는 “현직이라 해도 당 기여도가 낮거나 지역민들로부터 신망을 잃은 단체장들은 교체대상”이라면서 “공천 과정에서 현직들 가운데 70% 정도만이 살아남을 것”이라는 이야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현직 단체장에게 공천을 주지 않을 경우 지방선거에서 힘든 싸움이 될 수도 있지만 당에 도움이 되지 않는 사람은 이 기회에 과감히 솎아내겠다는 뜻이다.

그러자 공천이 위태로운 일부 현역 단체장들을 중심으로 무소속 연대를 결성해서라도 출마를 강행하겠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4년에서 8년 동안 현직에 있으면서 닦아놓은 성과와 조직 등을 염두에 둘 때 한나라당의 공천을 받고 나온 후보와 경쟁해도 이길 수 있다는 것.

열린우리당에서도 이같은 움직임을 환영하고 있다. 만약 현직 가운데 일부가 한나라당을 뛰쳐나와 무소속으로 출마하기만 한다면 해당 지역에 열린우리당 후보를 내지 않는 등의 방법으로 전략적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는 것이 열린우리당의 입장이다.

열린우리당 관계자는 “물론 우리당의 후보가 경쟁력이 있다면 후보를 내야겠지만 후보가 없거나 현실적으로 당선이 매우 힘든 곳은 무리해서 후보를 내는 것보다 ‘비한나라당’ 후보를 측면지원하는 것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러한 움직임에 대해 한나라당에서는 “일고의 가치도 없다”며 일축하고 있다. 한나라당 관계자는 “인구수가 극히 적은 몇몇 군 단위 지역이라면 모를까 일정 규모 이상의 선거구에서 한나라당이 아닌 무소속 후보로 나와 당선되기란 어려울 것”이라면서 “무소속 연대가 출범한다 해도 크게 개의치 않는다”고 말했다.

전체의 흐름과는 별도로 관심을 모으고 있는 지역도 있다. 우선 경북 23개 지역 가운데 유일하게 열린우리당 소속인 박인원 문경시장의 행보이다. 2002년 지방선거에서 무소속 후보로 나와 당선된 뒤 열린우리당에 입당한 박 시장은 “여당의 지역구 관리가 너무 소홀하다”는 이유로 이번에도 탈당후 무소속 출마를 결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최근에는 현역 국회의원인 김성조 한나라당 의원(구미갑)이 기초단체장인 구미시장 출마를 선언해 화제를 불러모으기도 했다. 국회의원은 장관급임에 반해 기초단체장은 서기관급에 해당한다. “그동안 쌓은 중앙 인맥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수도권 규제완화 정책의 역풍을 맞게 된 구미를 위해 일하겠다”는 것이 김 의원이 밝힌 포부다.

그러나 김 의원의 이같은 입장에 대해 당에서는 뜨악해하는 표정이다. 한나라당 관계자는 “최종결정이야 본인이 하는 것이지만 현역 국회의원이 기초단체장 선거에 나선다면 당으로서는 보궐선거를 해야 하는 등 이래저래 부담을 안게 된다”며 답답함을 토로하기도 했다.

<최성진 기자 cs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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