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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변수는 비한나라당 구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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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지율 답보상태인 손학규 경기지사, “도정에 최선 다하는 게 애국의 길”

[정치]“대선 변수는 비한나라당 구도”

손 지사 참모들은 “우리가 죄를 짓고 있는 느낌이다”(이수원 공보관)며 머리를 들지 못한다. 정작 손 지사는 야구경기에서 1회초에 한 점도 뽑지 못한 채 1회말에 실점한 것일 뿐이라는 투다. 대선 경기가 초반이라는 얘기다. 11월 30일 경기도청 지사집무실에서 손학규 지사를 만나 대권예비주자로서 향후 대권행보에 대해 따져보았다.

- 지지도가 답보상태에 머물고 있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크게 신경쓰지 않아요. 지금 지지도는 언론 노출에 따른 지명도 조사 혹은 인기투표의 성격이 짙지 않습니까. 지지도를 높이려고 할 수 있는 특별한 방책이 있는 것도 아니고…. 나의 지지도가 높지 않은 것이 이상할 것도 없지요.”

손학규 지사는 그 스스로 “낮은 지지도를 얻고 있는 게 당연하다”고 말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손 지사의 대답은 다소 엉뚱했다. 그는 `경기도 도정에 최선을 다하는 게 ‘애국의 길’이라고 했다. 애국과 낮은 지지도와 무슨 관계가 있는 것일까.
“지금은 대선레이스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지 않았고 또 검증 과정이 2년 넘게 남았습니다. 아직 대선구도도 유동적이지 않습니까. 경기도의 경제 규모는 우리나라의 4분의1이고 첨단산업은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기술·연구개발도 큰 책임을 맡고 있습니다. 우리나라가 선진국으로 가는 길목에서 인프라 구축이 도정의 핵심이 된 이유들이지요. 인프라 구축은 표시가 잘 나지 않습니다. 하지만 나는 대한민국의 현재 위치를 누구보다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고 미래방향에 대해서 확실한 비전을 갖고 있습니다.”

그가 구축한 인프라는 결코 과소평가할 수 없다. 특히 지난 11월 18일 기공식을 가진 LG필립스LCD의 파주 산업단지는 주목할 성과다. LCD 협력업체와 R&D센터, 국내·외 협력업체를 한데 모은 거대한 ‘LCD 클러스터’를 조성함으로써 세계시장의 주도권을 계속 유지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LCD산업의 종주국이 됐다는 게 경기도 관계자들의 한결같은 얘기다. 파주 산업단지는 2007년에 완공된다. 연간 3조 원 이상의 매출과 2만5000여 명의 신규고용이 창출될 것으로 예상된다. 종합전시장인 킨텍스는 2013년 완공을 목표로 2·3단계 시설공사를 준비 중이다. 전시·회의시설 규모가 5만5000여 평으로 코엑스의 3배 규모다. 영어마을도 인적 자원의 배양을 위한 교육인프라다. 고양의 ‘한류우드’도 인기스타를 팔아먹는 수준이 아니라 문화·영상산업의 인프라 구축이 기본이다.

- 대선 경선후보 선출하는 게임룰을 정한, 개정된 당헌·당규에 대해 만족하십니까.

“어련히 공정한 게임룰을 만들지 않았겠습니까. 다만 내가 얘기하고 싶은 것은 우리 한나라당이 스스로 친 우리 속에 갇히면 안 된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국민의 바다’ 속으로 나가야 합니다. 그것이 블루오션입니다. 국민의 마음을 얻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국민을 주인으로 모시려는 적극적인 자세가 필요합니다.”

- 다음 대선은 어떤 구도가 될 것으로 봅니까.

“한나라당은 어떤 면에서는 상수가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비(非)한나라당이 어떤 구도를 갖추느냐, 이게 중요한 변수라고 생각합니다.”

- 대선 구도를 결정하는 데 내년 지방선거 결과가 중요하지 않겠습니까.

“우선 지방선거를 전후해서, 지금 여권 또는 비한나라당에 어떤 구도 변화가 있을지 관심이 모아집니다. 그게 중요한 변수가 될 것입니다. 정치는 생물이기 때문에 지방선거 승패가 선거 구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단언할 수 없습니다.”

10·26 재선거에서도 대승을 거두고 야당으로선 흔치 않은 당 지지율 40%를 달성한 박근혜 대표와 손 지사는 어떤 관계를 유지할 것인가. 두 사람은 수도권 규제완화와 관련해서는 한 목소리를 냈지만 국가 정체성 문제에선 대립각을 세웠다. 손학규 지사와 박근혜 대표의 관계설정을 예측할 수 있는 질문을 비틀어서 물었다.

- 지방선거가 끝난 뒤 관리형 대표체제가 들어설 것으로 예상됩니다. 대권3룡이 함께 고문에 위촉된다면 이를 수락하겠습니까.

“이 젊은 나이에 고문이 돼요?(웃음)”(그는 지난 주에 58번째 생일을 맞았다)

- 박근혜 대표가 주류를 형성하고 있는 상황에서 손 지사도 그 주류에 편승하겠느냐고 질문한 것입니다.

“지금 연대를 얘기할 때는 아닙니다. 대권구도가 구체적으로 형성되면 한나라당을 대표해서 누가 (본선에) 나갈 때 가장 유리하고 가장 경쟁력이 있는가를 당원들이 면밀히 따질 것입니다. 당원들에게는 두 번의 실패를 되풀이 하지 말아야 한다는 절박한 염원이 있지 않습니까. 본선 결전이 가까워지면 한나라당 당원과 지지자들의 생각이 모아질 것이고 그것이 후보를 선택하는 데 진지하고 심각한 기준이 될 것입니다.”

- 대선후보의 경쟁력을 말씀하시는데 자신이 생각하는 대선 경쟁력은 무엇입니까.

“내가 내 얘기를 어떻게 해. 그런 건 공보관에게 묻는 게….”

배석한 이수원 공보관은 리스크 테이킹(Risk taking)과 통합적 리더십, 개혁성 등을 손 지사의 장점으로 꼽았다. 리스크 테이킹은 곧 손학규 지사의 소신을 말한다. 그는 1998년 경기도 지사 경선을 앞두고 스스럼없이 국회의원 배지를 던졌다. 1993년 국회의원에 나설 때도 공천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서강대 정치학과 교수직을 버렸다. 당선되지 않았을 때 발생하게 될 이해손실을 따지며 좌고우면하지 않았다. 그는 대학 재학시절 학생운동에 빠져 10학점도 채우지 못한 학기가 있었다.

“내가 원하던 일을 했는 데, 학점까지 받으려고 한다면 그건 도둑놈이죠. 저는 역사와 대화하고 역사와 대결한다는 자세로 지금까지 살아왔습니다. 민주화운동·인권운동은 그 시대, 우리 사회의 한 ‘위치’입니다. 남은 도정은 물론이고 도지사를 끝낸 뒤에도 그런 마음가짐으로 나를 책임질 것입니다.

도정을 맡은 뒤 ‘세계 속에서의 우리 위치 설정’이란 문제에 매달려왔습니다. 현재의 시대정신은 일자리 창출과 선진화입니다. 이게 우리 시대에 가장 필요한 리더십입니다. 이에 대해 확신과 자부심을 갖고 있습니다. “

- 손 지사는 최근 중국이 박정희 경제개발을 모델로 삼는 것을 보고 ‘사상전향’을 했다고 말씀하셨는데요.

“1960~1970년대를 처절하게 반유신·반독재운동에 보냈습니다. 그 선봉에 섰습니다. 그땐 오직 그것 하나만 봤습니다. 우리의 경제성장을 부정했습니다. 오직 독재와 인권탄압, 빈부격차 같은 것만 보려고 했습니다. ‘바깥 세상’을 볼 수 없었습니다. 밖에서 보니 대한민국의 위치와 위상을 새삼 깨닫게 된 것입니다. 충격이었습니다. 그 충격을 소화하려고 노력했고 나름대로 생각을 발전시켰습니다. 과거의 생각을 완전히 부정하고 그 반대로 돌아선 게 아닙니다.”

개혁과 혁신을 추구하면 시장경제 질서 속에서 자유민주주의 가치를 긍정적으로 발전시켜야 한다는 ‘손학규 철학’이다. 어느 쪽에 치우치지 않고 또 어느 쪽을 배제하지도 않는, 함께 아우르면서 나가는 ‘통합적 리더십’을 강조한 것이다.

- 토요일밤 11시에 인터넷 개인 홈페이지에서 직접 디스크자키도 하시죠.

“디스크자키(DJ)가 아니라 사이버자키(CJ)라고 하죠. 벌써 반년이 넘었어요. 젊은이들과 호흡하고 그들이 좋아하는 노래를 선곡하면서 그들의 사고나 요즘 사회상을 읽을 수 있어요. ‘템포 빠른 노래를 틀어달라’ ‘신나는 곡을 보내달라’는 요청이 참 많습니다.”

- 요즘은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졌다면서요.

“바쁠수록 내 시간을 가져야 되겠다고 생각했죠. 집에서 같이 있는 시간이 늘자 아내가 지지율이 오르지 않는다고 한마디 했어요. ‘밥통’ ‘바보’라고. 물론 안쓰러워 그런 건 아닙니다. 아내도 매우 낙천적이거든요.”

부인 이윤영씨가 손 지사의 홈페이지에 올린 글, ‘또 꼴찌하던 날’에서 지지도가 오르지 않는 남편에 대한 소회를 적으면서 남편을 ‘밥보, 밥통, 밥의 지존 손학규, 바보 손학규’라고 부른다고 적었다. 밥 한 공기에 만족하는 손 지사를 이렇게 부른 것이다.

- 아직까지 정치권 일각에선 경기도 분할론을 주장하고 있는데요.

“그 문제도 결국 기준을 어디에 두느냐의 문제입니다. 국가경쟁력이냐, 국내 정치의 세력싸움이냐는 것이죠. 세계화 시대에서 광역도시권은 경쟁단위입니다. 잘게 자르면 중앙정부의 부담만 커질 것입니다.”

- 그것은 행정중심복합도시와 관련한 헌법재판소의 판정에 대해 환영의 뜻을 밝힌 것과는 다른 얘기 아닌가요.

“국가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선 수도권 경쟁력을 살려야 합니다. 동시에 지방의 상생발전도 추구해야 합니다. 이게 국가발전의 양대 전략입니다. 수도 서울 브랜드는 반드시 지켜야 합니다. 하지만 행정중심복합도시 건설은 수도 이전도, 수도 분할도 아닙니다. 수도권 브랜드를 포기하는 게 아니기 때문입니다. 16개 행정부처의 이전비용을 소화할 수 있을 만큼 국력이 신장됐습니다. 또 헌재의 합법 취지결정이 났으면 이젠 소모적인 논란을 종결지어야 합니다.”

- 제2종합청사가 이전하게 되는 과천에 대한 발전계획은 마련되어 있습니까.

“건설교통부와 경기도, 과천시가 이 문제를 논의중이고 과천시 종합발전계획을 만들어 갈 것입니다. 과천은 세계 최고수준의 인적 인프라를 갖고 있습니다. 첨단산업단지, R&D단지, 또는 국제적인 비즈니스 센터가 됐든 과천이 갖고 있는 경쟁력은 지금보다 나아지게 할 수 있습니다.”

- 자본의 세계화에 이어 노동의 세계화에 대비해야 하지 않습니까.

“아주 중요한 문제입니다. 노동력을 어떻게 충원해서 기업활동을 원활하게 하느냐와 노동력 수입에 따른 사회적인 문제를 최소화하느냐는 두 가지 관점에서 접근해야 합니다. 프랑스폭동도 이민정책, 즉 노동수급의 문제와 관련 있습니다. 경기도는 외국인 근로자의 반이 머물고 있습니다. 불법체류자는 더 많습니다. 장기적으로 이민청과 교민청 등을 신설해서 국가적인 차원에서 연구하고 대응태세를 갖춰야 합니다.”

- 오포비리 문제로 홍역을 치렀는데요.

“저와 가장 가까이 있던 고위직 공무원이 그런 비리에 연류됐다는 것에 대해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습니다. 도덕적인 책임을 통감하고 있습니다.”

<김경은 기자 jj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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