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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지도 높지만 한숨 쉬는 한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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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지 차기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
강금실 전 법무장관 선호도 15.1%로 야권 후보 제쳐
행정관료·정치인보다 전문경영인 선호

[특집]지지도 높지만 한숨 쉬는 한나라

현행 선거법 제34조는 ‘임기 만료 30일 전 이후의 첫째 목요일’을 선출직 공무원 선거일로 규정하고 있다. 현행 선거법에 의하면 다음 지방선거는 내년 6월 1일에 치른다. 불과 6개월 남짓을 앞두고 있는 시점이다.

‘대권으로 가는 길목의 최대승부처’인 서울시장 선거는 무수한 시나리오만 있을 뿐 아직 뚜렷한 양상이 드러나지 않고 있다. 서울은 여·야 모두 물러설 수 없는 중요한 거점이다. 열린우리당 한 관계자는 “서울·경기만 이긴다면 사실상 지방선거는 승리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울시장 선거에 얼마만큼 의미를 부여하고 있는지를 짐작하게 하는 대목이다. 하지만 이해찬 총리, 진대제 정보통신부 장관, 강금실 전 법무장관, 김한길 의원 등 자천타천으로 거론된 쟁쟁한 ‘서울시장 후보’들도 선뜻 “차기 서울시장은 나요”라고 나서지 못하고 있다. 그만큼 물밑 신경전이 치열하다. 한나라당 역시 최근에야 서울시장 후보에 ‘이름올리기’ 경쟁을 하고 있다. 맹형규·박계동·박진·이재오·홍준표 의원은 이미 출사표를 던졌다. 진영 의원도 출마채비를 서두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 ‘뉴스메이커’가 메트릭스 코퍼레이션과 공동으로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한 서울지역 민심을 읽어봤다. 지난 11월 17~18일 이틀 동안 서울시민 510명을 대상으로 전화설문 조사를 실시했다. 표본오차는 95%신뢰수준에서 ± 4.3%포인트다.

지지 정당과 후보 선택은 ‘별개’

[특집]지지도 높지만 한숨 쉬는 한나라

정당지지도가 개별적 서울시장 후보에 대한 호감도와 일치하지는 않았다. ‘서울시장을 뽑는다면 어떤 후보를 지지하겠느냐’는 질문에 대해 강금실 전 법무장관이 15.1%로 1위로 나왔다. 강 전 의원은 물론 열린우리당 후보로 분류됐다. 한나라당 오세훈 전 의원이 7.8%, 맹형규 의원이 7.3%, 홍준표 의원이 6.9%로 2~4위를 차지했다. 한나라당 박진 의원(4.9%), 열린우리당 김한길 의원(4.5%), 이해찬 총리(3.7%)가 그 뒤를 이었다. 민노당 노회찬 의원(3.1%) 진대제 정보통신부 장관(2.2%) 한나라당 박계동(2.2%)·이재오 의원(0.6%) 등은 상대적으로 낮은 지지를 받았다. 이 질문에 대한 응답만 놓고 본다면 서울시장 선거결과 예측은 어렵지 않다. 강 전 장관의 지지도가 거의 2배 이상 앞서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나라당은 이런 조사결과에 이의를 제기한다. 서울시장 경선후보의 한 관계자는 “강금실 전 장관이나 이해찬 총리는 정국운영을 해오면서 이미 언론을 통해서 인지도가 꽤 높은 상황”이라며 “지금의 여론조사 결과는 인기도 조사에 가깝다”고 말했다.

여권, 뚜렷한 ‘킬러’없어 고민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조재목 에이스리서치 대표는 “인지도가 낮은 한나라당 경선 후보들의 분산된 지지가 이런 결과를 만든 것”이라고 말했다. 메트릭스 이경태 정치여론조사본부장은 “개인적 인기보다 공천받을 정당의 지지율이 낮으면 실전에서는 지지도가 떨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강 전 장관의 발전성을 높게 보지 않는다는 얘기다.

[특집]지지도 높지만 한숨 쉬는 한나라

열린우리당 서울시장 후보로 적합한 인물을 묻는 질문에서도 이와 맥락이 비슷한 답변이 나왔다. 강금실 전 장관이 22.9%로 단연 1위 자리를 차지했다. 반면 ‘없다’는 답변이 13.9%로 2위를 차지했다. 그 뒤를 이어 이해찬 총리가 10.2%, 김한길 의원이 8.4%, 진대제 정보통신부 장관이 8.2%를 얻었다. 사실상 여권내 ‘가상 경선’에서 강금실 전 장관의 독주형태다. 열린우리당 당원이 아니면서도 강금실 전 장관은 본선 경쟁력은 물론 당내 경선 경쟁력도 갖추고 있다는 얘기다. 김 부소장은 “강금실 전 장관에 비해 이해찬 총리 등 여권 예비후보들이 서울시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업적’이나 인상을 주지 못한 때문”이라고 말했다. 열린우리당의 한 관계자는 “아직 여당에서 어느 누구도 출마의사를 밝히지 않은 상황에 당연한 결과”라면서 “서울시장 선거가 본격화되면 상황이 달라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초조한 마음을 숨기지는 못했다. 그는 “열린우리당이 ‘서울탈환’을 목표로 거물급 인사를 시장 후보로 내세워야 한다”면서 “그래야 민주세력을 결집할 수 있다”고 역설했다. 한나라당 홍준표 의원은 “이해찬 총리가 서울시장 후보로 나오면 한나라당이 가장 어려울 것”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이 총리가 반(反)한나라당 연합의 구심이 될 수 있는 인물이란 뜻이다. 이런 흐름은 곧 정계개편을 위한 새판짜기를 해야 할 정도로 서울시장 선거는 물론 대선경쟁의 판도에도 영향을 미치게 될 것임을 예고하는 것이다.

대권주자들 ‘밀어주기’가 변수

한편 ‘ 한나라당의 차기 서울시장 후보로 거론되는 인물중에 적합한 인물은 누구냐’는 질문에 대한 답변은 홍준표·맹형규 의원으로 압축된다. 오차범위 내에서 치열하게 접전을 벌이고 있다. 홍준표 의원이 13.3%, 맹형규 의원이 12.2%이다. 불출마의사를 밝힌 오세훈 전 의원이 10.4%, ‘다이어트 퍼포먼스’를 했던 박진 의원이 7.3%로 그 뒤를 따랐다. 한나라당 역시 9.0%가 ‘서울시장감이 없다’는 응답이었다. 이는 치열한 공천경쟁을 예상케 하는 결과다. 이처럼 강력한 인물에 지지집중화 현상이 벌어지지 않음에 따라 후보간 ‘연대’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있다. 여론조사와 후보들의 공약과 후보간 연대 등을 통해 경쟁구도는 압축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런 합종연횡은 결국 당내 대권경선 구도와 맞물려 돌아갈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분석이다. 한나라당에선 벌써 유력대권주자인 박근혜 대표와 이명박 서울시장 편으로 가르는 양상이 빚어지고 있다. 맹형규·진영 의원이 ‘친박(親朴)파’ 박계동·이재오·홍준표 의원이 ‘친이(親李)파’로 구분되고 있다.

정가 일각에서는 박 대표와 이 시장이 서로 지지하는 서울시장 후보와 파트너십을 형성할 개연성을 높게 보고 있다. 사실상 서울시장 후보선출 작업을 곧 대선 경선후보 전초전으로 여긴다는 얘기다. 대선후보 경선과정에서 기선제압은 물론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는 결과가 되기 때문임은 물론이다. 그래서 대권주자들이 어떤 형태로든 영향력을 행사할 가능성이 있다. 서울시민의 시각도 이런 분석과 크게 다르지 않다.

여론조사에서 ‘누가 서울시장 선거에 가장 영향력을 미치는 인물이냐’고 물었다. 답변에 대한 예시로 국민·당원·대통령(한나라당 서울시장)·당 대표 등이 제시됐다. 열린우리당 서울시장 후보 경선에선 노무현 대통령을 첫손가락에 꼽았다. 반면 한나라당 이명박 서울시장이 근소하게 앞섰지만 박근혜 대표의 영향력 역시 인정하고 있다. 열린우리당에선 노무현 대통령이 31.2%를 기록해 열린우리당 대표(14.9%)를 압도했다. 한나라당에선 이명박 시장이 박근혜 대표보다 3.0%가 높은 37.0%가 나왔다.

하지만 ‘국민’과 ‘당원’의 영향력은 열린우리당이 높았다. ‘국민’의 경우, 열린우리당이 24.9%인 반면 한나라당은 14.5%였다. ‘당원’ 역시 열린우리당은 12.9%인 반면 한나라당은 6.3%이었다. 이는 열린우리당이 한나라당보다는 공직자 후보 선출과정에서 의사결정 구조가 상대적으로 개방적이라는 분석을 낳게 한다.

한편 ‘서울시장은 어떤 경력을 가진 사람이 적합하냐’는 질문에 전문경영인(38.6%)이 1위를 차지했다. 행정관료가 그 뒤를 이어 26.9%인 반면 법조인 출신과 직업정치인은 각각 4.1%, 8.2%를 차지했다. 서울시민의 생각이 여야의 서울시장 후보 경선에서 어떻게 반영될지 좀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김경은 기자 jj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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