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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그맨 김용 “미국 영화가 내 작품 베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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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우드 상대로 손배송 준비

[문화]개그맨 김용 “미국 영화가 내 작품 베꼈다”

‘40살까지 못해본 남자’는 미국 할리우드의 대형 영화제작사인 유니버설 픽처스가 제작한 영화. 마흔 살이 되도록 숫총각인 남자가 우여곡절 끝에 진정한 사랑을 만나 결혼과 함께 총각딱지를 떼는 과정을 그린 섹스 코미디다. 지난 11월 4일 개봉한 한국에서는 저조한 성적을 거두고 있으나 미국에서는 2000만 달러의 흥행기록을 세울 만큼 인기를 모았다. 각본은 이 영화의 주인공으로 출연한 스티브 카렐과 감독 주드 아파토우가 공동으로 썼다고 밝혔다. 스티브 카렐이 구상한 이야기를 주드 아파토우가 가세해 시나리오로 만들었다는 것.

김용의 소설 ‘인간 한번만-죽을 때까지 한번도 못한 남자’는 죽을 때까지 섹스를 한번도 못한 남자의 이야기다. 소설은 주로 그가 여자들과 잠자리를 어떻게 실패했는지에 대한 에피소드로 구성돼 있다. 이는 영화 ‘40살까지 못해본 남자’도 마찬가지다. 소설 ‘인간 한번만…’을 바탕으로 쓴 시나리오(각본 김준영)는 주인공 한번만의 나이가 28살로 설정돼 있다. 어떤 여자와도 섹스에 성공하지 못한 한번만이 첫사랑 ‘혜주’를 만나 결혼하면서 숫총각 신세에서 벗어난다는 내용이다.

배급사 노코멘트로 일관

김용은 “영화를 제작하기 위해 시나리오를 국내 영화제작사 50군데에 뿌렸고 2년 전 인터넷포털사이트 ‘다음’에 소설을 연재했다”며 “영화 ‘40살까지 못해본 남자’는 공동각본만 있고 원작은 밝히지 않았는데 원작이 뭔지 밝혀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 영화의 배급을 맡은 UIP코리아는 김용의 주장에 대해 “노코멘트”로 일관하고 있다.

[문화]개그맨 김용 “미국 영화가 내 작품 베꼈다”

영화에서 주인공 앤디는 여자친구와 달콤한 시간을 보내려다 실수로 여자친구의 얼굴을 발로 걷어차면서 “평생 한번도 못할 것”이라는 저주의 말을 듣는다. 소설에서도 주인공 한번만은 중학생 시절 책상 아래에서 손장난을 치다가 여교사로부터 “넌 평생 한번도 못할 테니 두고 보자”는 저주의 말을 듣는다. 영화에서 앤디가 사랑하는 여자 트리쉬(캐서린 키너)와 막 정사를 벌이려는 찰라 트리쉬의 딸이 문을 열고 들어서는 장면도 김용의 소설을 바탕으로 만든 시나리오의 한 장면과 흡사하다. 한번만이 나이 많은 여성과 일을 벌이려는 순간 여성의 남편이 집에 들이닥치면서 계획이 수포로 돌아가는 장면이 시나리오에 있기 때문이다.

김용측 이상동 변호사는 “김용씨의 소설 및 시나리오와 할리우드 영화 ‘40살까지 못해본 남자’는 세부적인 내용을 제외하곤 전체 패턴과 스토리가 흡사하다”며 “양 저작물 사이에 실질적인 유사성이 있는가, 다시 말해 사건의 구성이나 전개과정, 등장인물의 교차 등에 공통점이 있으면 저작권 침해에 해당하기 때문에 이를 기준으로 변론을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상동 변호사는 또 “일단 상영금지가처분 신청에 대한 재판 결과가 12월 중순 나올 것 같은데 판결 후 김용씨와 다시 상의해 미국 유니버설 픽처스와 배우, 감독을 상대로 민형사상 소송을 제기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내에서 할리우드 제작사와 배우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는 것은 유례가 없는 일이다. 김용은 “국제변호사에 의뢰해 소장을 작성 할 것이며 이를 영문으로 번역해 영화사 및 배우의 법률 대리자에게 보낼 것”이라고 말했다. 국제적 저작권 분쟁의 경우 소장을 제출한 원고의 국가에서 재판하는 것이 일반적인 관례다.

표절로 밝혀지면 세계적 웃음거리

[문화]개그맨 김용 “미국 영화가 내 작품 베꼈다”

박찬욱 감독의 2003년 영화 ‘올드보이’는 일본 미네기시 노부아키의 동명만화에서 아이디어를 빌리면서 원작에 대한 판권료로 1500만원을 지불했다. 박찬욱 감독은 건물 사이 7.5층의 비밀스러운 감금방과 주인공이 그 감금방에서 먹은 군만두 속에서 전표를 발견하고 그 전표를 증거로 다시 감금방을 찾아간다는 기본 설정 외 대부분 내용은 직접 창작했다. 한국영화제작자협회 김형준 대표는 “일본에서 한국영화 ‘B형 남자친구’를 혈액형에 관계된 데이트 형태를 그린 TV드라마로 리메이크하면서 ‘B형 남자친구’의 제작사인 시네마제니스에 양해를 구하고 대가를 지불했다”며 “영화를 제작하다보면 표절 시비에 휘말릴 경우가 적잖아 대부분 시비가 일지 않도록 깔끔하게 해결한 후 제작한다”고 설명했다.

김용측 백왕기 변호사는 “우리나라가 지적재산권우선감시국으로 지정돼 짝퉁의 원산지로 평가받고 있는 속에서, 김용씨가 미국의 메이저영화사를 상대로 지적재산권에 대해 정면으로 문제제기를 한 자체가 국민들에 지적재산권에 대한 인식을 제고케 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용의 소설 및 시나리오와 할리우드 영화 ‘40살까지 못해본 남자’의 유사성이 우연의 결과인지, 표절인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

<박주연 기자 jypar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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