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다시 주목받는 자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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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명 검찰총장 내정 이후 ‘국민 검사’ 안대희 고검장 역할에 이목 집중

‘안짱’ ‘국민검사’ ‘원칙주의자’ ‘불도저’…

[사회]다시 주목받는 자리로

그로부터 2년 남짓 흐른 지금도 ‘검사 안대희’(당시 대검 중수부장)는 여전히 국민들 기억에 뚜렷이 각인돼 있다. 사법시험 동기(17회)인 정상명 대검 차장검사가 검찰총장에 내정되면서 안 고검장이 또한번 주목받고 있다.

홀몸이 아니다 임기를 1년6개월이나 남긴 김종빈 검찰총장(사시15회)의 갑작스러운 사퇴로 여론의 관심은 안 고검장에게 쏠리기 시작했다. 임내현 법무연수원장, 서영제 대구고검장(이상 사시16회)과 함께 안 고검장의 사시17회 동기들이 자연스레 차기 검찰총장 후보군을 형성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검찰 안팎에서 노무현 대통령이 안 고검장을 검찰총장으로 내정할 것이란 전망은 별로 없었다. 노 대통령과 사시동기이기는 하지만 정 내정자와 비교해 그다지 친분이 두터운 편이 아닌데다 불법대선자금 수사로 청와대를 비롯한 여권에 미운 털이 박힌 상태라는 이유에서였다. 전망은 현실화됐다.

‘용퇴냐 잔류냐’를 놓고 안 고검장의 고민이 본격화된 건 이때부터였다. 평소 기자들과 부담없이 대화를 나누던 안 고검장의 말수가 줄어든 것도 이 무렵이다. 좌고우면하지 않는 그의 스타일로 미뤄 많은 후배검사들은 안 고검장의 용퇴를 점쳤다. 미련없이 옷을 벗을 것이란 관측이었다.

그러나 정 내정자를 비롯한 대검 간부들의 만류가 워낙 거셌다. 지금 사퇴하면 대대적 후속인사가 불가피해 검찰 조직의 안정을 해칠 수 있다는 논리였다. 그가 용퇴할 경우 임승관 부산고검장, 이종백 서울중앙지검장, 유성수 의정부지검장, 이기배 수원지검장 등 다른 현직 동기 4명이 함께 옷을 벗을 수밖에 없다는 점도 그를 주저하게 만들었다.

거취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안 고검장은 최근 “홀몸이 아니어서… (선택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주변에서는 ‘급한 불은 껐다’는 해석이 나왔다. 한 검사는 “안 고검장이 다소 체면을 구기더라도 검찰 조직과 동기를 위해 사퇴를 다소 늦추는 길을 택한 것 같다”고 말했다. 적어도 내년 2월 정기인사 때까지는 안 고검장을 비롯한 동기들이 잔류하기로 결심을 굳혔다는 얘기다.

하지만 인사청문회가 끝나고 정 내정자가 총장으로 정식 취임하는 이달 하순안에 사표를 낼 것이란 전망도 검찰 일각에서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대검의 한 검사는 “대규모 인사를 몇 개월 뒤로 미룬다고 안정되고 몇 개월 당긴다고 흔들릴 만큼 검찰조직이 취약하지는 않다”고 말했다.

걸리면 끝을 본다 안 고검장은 서울법대 재학중(3학년)에 사법시험에 합격, 인천지검 특수부장, 서울지검 특수부장, 부산고검 차장, 대검 중수부장, 부산고검장 등을 거치며 자타가 공인하는 특수수사통으로 이름을 날렸다. 2003년 시작된 대선자금 수사를 거치며 그의 진가는 더욱 빛났다.

하지만 검찰수사가 경제권력과 정치권력을 정조준하면서 개인적으로는 갖가지 정치공세에 시달리기 시작했다. 이른바 2004년 총선을 앞두고 특정 정파에 유리한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검찰이 사전정지 작업을 펴고 있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었다.

하지만 검찰의 칼끝이 여·야를 가리지 않으면서 모든 의혹은 말끔히 사라졌다. 안 고검장과 가까운 한 검사는 “걸리면 전후좌우 살피지 않고 끝까지 파헤치는 바람에 선배들조차 부담스러워하는 그의 수사스타일을 이해한다면 정치적 의혹 운운은 터무니없는 주장임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사회]다시 주목받는 자리로

이런 뚝심이 있었기에 대선자금 수사는 성과를 낼 수 있었고 그는 국민들에게 ‘정경유착 근절에 단초를 마련한 검사’로 자리매김됐다. 당시 ‘신들린 듯한’ 검찰 수사로 부패정치와 정경유착에 염증을 느끼고 있던 국민들은 카타르시스를 느꼈고 아낌없는 박수갈채를 보냈다. 그 중심에 안대희 대검 중수부장이 있었다.

검찰 내부의 신망도 높아갔다. 대검 관계자는 “검찰의 정치적 독립을 몸으로 직접 보여준 인물”이라고 안 고검장을 평가했다. 특히 젊은 검사들 사이에선 이번에 안 고검장이 검찰총장이 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많았다고 한다. ‘외압에 흔들리지 않는 수사’ ‘추상 같은 부정부패 척결’에 앞장서는 검찰상을 구현해낼 인물로 안 고검장만한 적임자가 없다는 판단에서다. 한 검사는 “안 고검장은 실력 못지 않게 인품과 덕망면에서도 검찰총장으로 손색이 없는 분으로 외부의 평가가 결코 과대포장된 게 아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들도 막상 ‘안대희 검찰총장’이 현실화할 것인가에 대해선 회의적이었다고 털어놨다.

안 고검장 스스로도 이런 ‘현실’을 모르지 않았던 것 같다. 안 고검장은 대선자금 수사 당시를 회상하며 온갖 질문을 늘어놓는 기자들에게 늘 “나는 정보가 없다. 아는 게 없다”는 말을 되뇌곤 한다. 스스로 ‘한직(閑職)’에 있음을 강조하며 여론의 관심에서 벗어자고자 하는 무의식의 표현이다. 최근 한 사석에선 “이제 길을 나서도 나를 알아보는 사람이 거의 없다. 평범한 검사로 돌아왔다”며 ‘겸손’을 떨기도 했다.

불법 대선자금 수사는 그에게 자부심인 동시에 부담이었다. 국민들의 신뢰는 얻었지만 정치권의 원망섞인 비난과 ‘공적’이라는 재계의 비판을 고스란히 감수해야 했다.

이제 국민들의 관심은 정 내정자의 검찰총장 취임 이후를 향하고 있다. 정 내정자는 안 고검장을 비롯한 동기 5명이 검찰 수뇌부 및 핵심요직에 함께 위치하며 시너지 효과를 꾀하는 검찰 사상 초유의 집단지도체제를 구상중이다. 국민검사 안대희를 다분히 의식한 행보다. ‘국민 검사 안대희’가 어떤 답을 내놓을지 지켜볼 일이다.

<사회부/권재현 기자 jaynew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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