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L

브릭스의 한국시장 역습작전
  • 인쇄
  • |
  • 목록
  • |
  • 복사하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밴드

인도·중국의 소형 트럭과 PC 등 상륙 채비… 국내 업체와 한판 승부 불가피

[E@L]브릭스의 한국시장 역습작전

브릭스는 2003년 세계적인 투자은행 골드만삭스가 브라질(Brazil), 러시아(Russia), 인도(India), 중국(China)의 영문 첫 글자를 따서 만든 신조어다.

이들 4개국은 공통적으로 1억4000만이 넘는 인구와 광활한 국토, 풍부한 천연자원에 현재 세계인구의 42.6%와 면적의 28.7%를 차지하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2050년에는 미국·일본과 함께 브릭스가 세계경제를 지배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골드만삭스는 브릭스의 경제규모가 20년쯤 후에는 G6(캐나다 제외)의 50%에 이를 것이며, 2040년에는 이를 추월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런 이유로 최근 국내 기업들은 브릭스를 비롯해 제3세계 국가 진출에 본격 나섰고, 교두보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이들 제3세계 국가들이 한국시장 진출에 큰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지금은 미미한 수준이지만 경제전문가들은 향후 10년간 이들의 공세가 가속될 것으로 전망한다.

가격경쟁력으로 국내시장에 도전장

실제로 지난해 인도 타타모터스가 대우상용차를 인수해 설립한 대우타타상용차는 최근 현대·기아자동차가 독주해온 ‘국내 1t 트럭시장’ 공략에 나설 준비를 하면서 토종트럭과 한판 대결을 예고했다.

국내 1t급 트럭시장은 연간 10만 대 규모로 추산된다. 이 시장은 현재 현대차의 포터와 기아차 봉고트럭이 각각 70%와 30%를 점유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 대형 트럭업체인 대우타타가 중형에 이어 소형 트럭 판매계획을 갖고 한국시장 공략을 위한 치밀한 전략을 세우고 있다는 것이다. 이 업체는 소형 트럭의 경우 인도에서 들여오거나, 군산공장에서 직접 생산해 대형·중형·소형 등 풀라인업을 갖추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는 것.

대우타타는 현재 유럽시장에서 판매되고 있는 ‘인디카’와 ‘인디고’를 한국에서 판매하기 위해 유럽과 다른 배기량·환경기준을 갖춘 변형모델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이를 통해 조기에 한국시장 공략에 나서겠다는 방안이다. 이런 가운데 군산공장에도 소형 생산라인을 갖춰 내년부터 본격 생산하는 계획도 갖고 있다.

또 대우자동차판매는 중국의 칭링자동차와 소형 트럭 수입계약 협상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우자동차판매는 이르면 내년 초부터 국내산 트럭보다 10∼20% 낮은 가격에 시판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같은 공세에 대해 국내 차업계는 첨단기능과 편의성을 앞세운 모델로 인도·중국산 트럭을 견제하면 ‘큰 영향을 받지 않을 것’으로 분석했다.

제3세계 국가들의 직접투자도 늘어

현대차 홍보팀 황관식 과장은 “현대·기아차의 품질 경쟁력 때문에 저가 트럭이 국내에 들어와도 큰 영향을 주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며 “일부 값싼 트럭을 선호하는 소비자들에 의존하기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소형 트럭과 함께 국내 노트북 시장에도 황사돌풍이 거세게 휘몰아치고 있다.

미국 IBM의 PC사업부문을 인수한 중국 최대 PC 메이커 레노버(롄샹)는 최근 한국에 현지법인을 설립하고 한국 PC시장을 본격적으로 공략하기 시작했다. 레노버그룹은 최근 IBM PC사업부문 인수 절차가 끝남에 따라 한국법인 ‘한국레노버’를 출범시켰으며 초대 대표이사 사장에 이재용 전 한국IBM 상무를 선임했다. 이로써 한국레노버는 IBM의 브랜드 ‘씽크(Think)’와 자체 브랜드 ‘레노버’를 쌍두마차로 내세워 한국 PC시장을 공략한다.

레노버는 IBM의 PC사업부문 인수를 완료함으로써 연간 1400만 대의 PC를 생산해 130억 달러의 매출을 올리는 ‘세계 3대 PC 메이커’로 도약했다.

류촨즈(柳傳志) 레노버 홀딩스 회장은 최근 서울에서 열린 세계화상대회에서 “레노버와 씽크패드 브랜드를 이원화해 중저가 시장과 고급시장 모두를 석권하겠다”며 한국시장 공략을 공언한 바 있다. 특히 내년 1·4분기부터 자체 브랜드인 ‘레노버’제품이 본격적으로 출시되면 노트북시장에서 한·중간의 격전이 펼쳐질 전망이다.

이에 따라 레노버는 삼성전자·LG전자 등과 고급 노트북시장에서 치열한 접전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PC업계 관계자는 “노트북의 경쟁력은 디자인과 성능, 가격에서 결정된다”며 “디자인을 제외하면 국내 업체가 유리한 것이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레노버의 등장이 최근 심해지고 있는 PC 가격 내리기 경쟁에 불을 지필 가능성이 있다고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또 그동안 미국·유럽 그늘에 가려 위축돼 있던 중동·중남미·서남아·독립국가연합(CIS) 등도 한국의 자동차부품·기계·전자·화학 부문에 신규 공장설립·신사업 진출 등을 위한 직접투자 규모를 크게 늘리고 있다.

특히 케이먼 군도, 버진아일랜드 등 서인도제도 국가도 펀드를 앞세운 증시 뿐만 아니라 국내 제조업체와 제휴, 합작투자를 통한 공장신설 등 전방위 투자에 나서고 있다.
실제로 KOTRA 등에 따르면 올 들어 국내 투자환경 악화로 미국·일본·독일 등의 경우 한국에 대한 직접투자 규모가 급감한 반면, ‘약소국’으로 평가되던 중동·중남미 등 제3세계의 직접투자 규모는 지난해 9500만 달러에서 1억1000만 달러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유럽 등의 올 상반기 한국에 대한 직접투자 규모는 15억 달러로 지난해 20억 달러에서 5억 달러나 줄었지만 제3세계의 투자 규모는 오히려 증가하고 있다.

중동·중남미·아프리카·CIS 등의 지난해 상반기 직접투자 규모는 3300만 달러에서 올 상반기에는 4100만 달러로 늘어났다. 또한 말레이시아·대만을 비롯한 서남아 국가의 경우도 지난해 상반기 6200만 달러에서 올 상반기에는 6900만 달러로 증가했다. 이밖에 케이먼 군도·버진아일랜드 등도 국내 통신기기 업체와 합작투자 등에 나서면서 상반기 중에 1600만 달러, 1200만 달러를 각각 투자했다.

서진수 강남대 교수(경제학부)는 “브릭스 등 제3세계 국가 기업들이 한국 투자를 확대하는 것은 일본 등 아시아 중심 국가에 대한 공격적 투자를 위해 한국을 ‘전진 기지화’하기 위한 것”으로 분석했다.

<김재홍 기자 atom@kyunghyang.com>


바로가기

주간경향 댓글 정책에 따라
이 기사에서는 댓글을 제공하지 않습니다.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