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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식당은 국산김치”글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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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산 올 9월까지 8만5000t이나 들어왔지만 유통·소비경로는 베일에 싸여

“그 많던 중국산 김치는 누가 다 먹었을까?”

[특집]“우리 식당은  국산김치”글쎄요?

2004년 중국산 김치의 수입량은 7만2000t. 올해에는 9월까지 8만5000t에 이를 정도로 2배 이상 늘어났다. 농협 산하 13개 공장에서 한 해 동안 생산된 김치가 3만8000t인 것을 감안하면 김치의 수입 규모가 엄청나게 커졌음을 알 수 있다.

서울시내 한식당 60% 수입산 사용

김치 파동이 없었다면 중국산 김치는 14만t 가량 들어왔을 것이다. 하지만 변수가 생겨 이보다는 적을 것으로 보인다. 10만t으로 최소화해 추산하더라도 가락동 농수산물 시장에서 1년 동안 거래되는 배추로 만든 김치 물량이다. 수도권 지역에 농산물을 공급하는 가락동 농수산물에서는 1년에 22만t이 거래된다. 이를 김치로 환산하면 11만t가량. 중국산 김치의 1년 수입량이다.

최근 중국산 김치의 소비처가 일부 드러났다. 농림부가 음식점 단체에 의뢰해 조사한 자료가 흘러나왔다. ‘농민신문’을 통해 처음 발표된 이 자료에 따르면 서울시내 한식당 3만9803곳 중 60%에 해당하는 2만3832곳에서 수입김치를 사용하고 있다는 것. 경기도는 3만9508곳 중 40% 정도인 1만5831곳에서 중국산 김치를 사용했다.

언론을 통해 파문이 확대되자 농림부는 공식 자료를 발표해 조사 내용을 인정했다. 하지만 직접 조사를 한 음식점 단체에서는 처음에는 방문조사와 일부 전화 조사를 통한 신빙성있는 조사라고 주장하다가 파문이 커진 후 신뢰도가 없는 조사결과라고 꼬리를 내렸다.

특히 큰 파장을 일으킨 것은 서초구 지역. 88%나 되는 한식당에서 중국산 김치를 사용하는 것으로 보도되자 이 지역 상인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조사결과가 누출된 것에 대한 항의도 제기됐다. 마포구도 87%나 됐고 금천·용산·성북·구로·중구 등도 70% 이상이 중국산 김치를 사용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지역별로 차이가 커 관악·동작·은평·성동구 등은 30∼40%로 낮았다. 경기도의 경우에는 화성·안양·용인·수원 등이 높은 반면, 오산·구리·평택·동두천·의정부시·양평·연천은 훨씬 낮았다.

중국산 김치는 포장이 아니라 벌크 단위로 들어오기 때문에 대부분 식당이나 대량급식업체로 들어갈 것으로 추측됐다. 음식점 단체의 조사자료는 중국산 김치의 소비처가 식당가임을 새삼 확인해준 셈이다. 식당에서는 최근 ‘국산 김치를 사용하고 있습니다’라는 글씨를 크게 걸어놓아 손님들의 불안을 없애려고 노력하고 있다.

식당에서 중국산 김치를 많이 사용하는 이유는 가격 때문. 1㎏에 1200∼1800원 사이에 거래될 것이라는 추정이다. 전문가들은 관세와 통관비 등을 감안해 800∼850원선에서 수입된다고 본다. 이런 김치는 5㎏, 10㎏ 규모의 벌크형으로 식당과 대량급식업체에 공급된다.

국산 가격의 반값 이하

한 할인매장에서 중국산 김치를 수입해 판매하다 농민단체의 항의로 중단한 적이 있다. 당시 이 매장에서 판매된 김치 가격은 1㎏(거의 배추 반 포기에 해당)에 1850원. 농협 하나로매장에서 역시 벌크형으로 판매되는 김치는 4900∼5300원. 무려 3배에 달하는 가격 차이를 보여준다. 식당에서 중국산 김치를 쓰는 ‘유혹’에 빠질 만도 하다는 것이 일반적인 시각이다.

한 유통전문가는 “가격이 2배 이상은 차이가 날 것”이라면서 “가격 차이는 주로 인건비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국산과 중국산은 원 재료비에서도 차이가 난다.
식품위생법 시행규칙에 따르면 50% 이상 재료에 대해서만 원산지 표시 의무 규정이 있을 뿐이다. 김치의 경우 배추가 차지하는 비율이 70∼75%로, 양념 등의 원료는 의무 표시사항이 아니다.

건고추·마늘·생강·파 등의 중국산 수입 재료가 김치에 들어갈 경우 원산지를 표기하지 않아도 아무 상관이 없다. 때문에 믿을 만한 회사 김치를 구입하거나 직접 국산 재료로 김치를 담그는 것 외에 다른 방법이 없다.

김치 시장은 1조원 규모에 달한다. 일반 가정에서 담그는 김치까지 포함하면 153만t으로 추정된다. 상품 김치는 67만t 정도. 종가집 김치와 농협 김치가 상품 김치 시장에서 1,2위를 차지하고 있다. 이밖에도 동원·풀무원·하선정·한성·CJ 등의 김치가 ‘메이저급 브랜드’로 평가되고 있다. 이들 브랜드 김치들은 100% 국산 재료 사용을 표방하고 있다.

정치권서 김치 관련대책 추진

중국산 김치의 폐해는 오래전부터 예고돼왔다. 소비자시민단체와 농협·농민단체 등에서는 이 문제를 줄곧 지적했지만 큰 반향을 일으키지 못했다. 무엇보다 중국산 김치가 건강에 해롭다는 객관적인 자료를 얻지 못한 것. 그 사이 중국산 김치는 급속도로 증가해 한국의 식탁을 점령했다.

하지만 중국산 김치에 납성분이 함유됐다는 조사 자료가 나오면서 국정감사의 최대 화두가 됐다. 납김치 파문이 일어난 뒤 한나라당 고경화 의원실에는 중국에 사는 사람이라면서 제보가 한 건 들어왔다. 고 의원이 국정감사 과정에서 밝힌 중국산 김치내 납성분 함유 피해보다는 기생충 문제가 더 심각할 것이라는 이야기였다.

질병관리본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고 의원은 중국산 김치나 채소에 기생충이 들어가 있을 가능성을 지적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청은 10월 21일 중국산 김치에서 기생충 알이 나왔다고 발표했다. 고 의원의 지적이 현실화된 것. 김정숙 식약청장은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지난 7월부터 분석해왔다”며 ‘뒷북행정’이라는 비난을 피해나갔다.

식약청은 10월 25일 추가 발표에서는 82개 제품 중 15개 제품에서 기생충 알이 검출됐다고 밝혔다. 21일 첫발표에서는 16개 제품중 9개 제품에서 기생충 알이 나왔다. 15개 제품 중 3개 제품은 업체가 중복돼 실제로는 모두 18개 제품에서 기생충 알이 검출된 것이다.

정치권은 대책마련에 나섰다. 고경화 의원은 “한나라당에서 곧 김치 관련 대책을 발표할 것”이라면서 “김치 원료를 생산하고 김치를 만드는 모든 단계를 체크하고 방어할 수 있는 대책이 마련된다”고 말했다. 여당인 열린우리당도 소매를 걷어붙이고 나섰다. 오영식 공보담당 원내 부대표는 “11월 초에 종합대책을 발표키로 했다”며 “국민의 우려와 불신을 근본적으로 해소하는 대책을 내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열린우리당에서는 중국 현지 김치공장에 대한 실사와 인증마크 부여 등의 시스템을 구축할 방침이다.

지난해 말 발의된 식품안전기본법 통과도 관심사항이다. 이 법은 업계의 조정 요구와 행정부처간 견해 차이로 국회 보건복지위에 계류중인 상태. 하지만 최근 김치파동이 일면서 정기국회에서 통과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윤호우 기자 hou@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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