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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각의 링에 ‘태극기 휘날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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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1 ‘골리앗’최홍만 신드롬… 신체조건·두둑한 배짱 ‘꿈★은 이루어진다’

[스포츠]사각의 링에 ‘태극기 휘날리며’

‘골리앗’ 최홍만(25) 신드롬이 전국을 강타하고 있다. 한반도뿐만 아니라 일본 열도도 최홍만의 열기로 뜨겁다.

모래판 천하장사 출신으로 팀 해체를 막기 위해 단식은 물론 농성까지 했지만 결국 최홍만은 격투기 전사로 변신을 꾀했고, 1년도 안 돼 정상급 선수로 인정받았다.

218㎝, 160㎏의 거구로 K-1 진출에 대해 처음에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았다. 하지만 최홍만은 일본 씨름왕 아케보노를 두 차례 모두 KO로 물리친 데 이어 9월 23일 ‘야수’ 밥 샙에 한 차례 다운을 빼앗는 등 통쾌한 판정승을 거두며 한국인의 저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최홍만의 경기를 보기 위해 K-1 공식홈페이지(K-1kr.com)에는 70만 명의 방문자가 쇄도해 서버마저 다운되기도 했다. 또한 시청률 15.7%로 역대 케이블 위성방송 시청률 최고기록도 갈아치웠다. 유료 서비스(500원)인 VOD
(Video On Demand)도 하루 만에 2만여 건이 결제되는 등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최홍만의 홈페이지에는 하루에 1만 명 이상이 격려의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복근력과 심폐기능 보완 필요

최홍만이 전국민들의 사랑을 받는 비결은 무엇일까. 몇 년 전부터 불기 시작한 격투기 바람도 한몫을 했지만 가장 큰 이유는 치열한 격투기 무대에서 최홍만이 한국인의 투지를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최홍만의 인기는 1960~80년대 복싱과 비슷하다. 당시 전국민들은 TV 앞에 모여앉아 사각의 링에서 상대를 쓰러뜨리는 복서들을 통해 대리만족을 느꼈다. 어려운 환경 속에서 복서들은 맨주먹으로 챔피언 벨트를 거머쥐며 국민들에게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줬다. 지금의 최홍만이 그렇다. 오랜 경기 침체로 실의와 좌절에 빠져 있는 국민들에게 최홍만은 기쁨과 용기를 심어줬다.

최홍만은 격투기 선수로는 이상적인 신체조건을 가지고 있다. 큰 키에서 나오는 펀치와 370㎜의 발사이즈는 일본 언론에서 보도했듯이 ‘3층 높이에서 떨어지는 돌’처럼 강한 파워를 지니고 있다. 지난해 11월 LG스포츠과학정보센터에서 측정한 그의 운동능력지표에 따르면 160㎏에도 불구하고 그의 체지방은 8.7%에 불과하다. 보통의 성인 여자가 20% 안팎이고 지방이 거의 없는 최상의 마라토너가 5~6%에 그친다는 사실에 비춰볼 때 대단한 수치다. 필요없는 지방이 없다는 뜻이다. 씨름판에
서 단련된 강한 하체, 악력과 순발력은 일반인을 능가한다. 하지만 복근력과 심폐기능(최대 산소섭취량)은 일반인과 비슷해 보완이 필요하다. 최홍만은 오는 11월 19일 또 한 번 깜짝돌풍을 준비하고 있다. 격투기 최고 지존을 가리는 ‘K-1 월드그랑프리 파이널’에 진출한 최홍만은 8강전에서 이 대회를 2년 연속 제패한 레미 본야스키(29·네덜란드)와 대결한다.

9월 25일 일본 도쿄 롯본기힐 아레나에서 열린 ‘K-1 월드그랑프리 8강 대진 추첨식’에서 챔피언 본야스키는 최홍만을 선택했다. 무작위 추첨으로 순번을 정한 뒤 우선 순번을 얻은 선수가 대진표 위치를 정하는 방식으로 진행된 이번 추첨에서 최홍만은 2번을 뽑아 B자리를 선택했다. 3번 순번을 가진 본야스키는 망설임없이 최홍만과 맞붙게 되는 A자리를 고르면서 둘의 대결이 성사됐다.

[스포츠]사각의 링에 ‘태극기 휘날리며’

‘첩첩산중’ 대진표 승부수는?

최홍만은 9월 28일 귀국 인터뷰에서 “잘됐다. 본야스키는 8강 진출자 중 해볼 만한 선수 3명 중 한 명이었다. 나는 잃을 게 없는 만큼 최선을 다해 좋은 결과를 보여주겠다”며 강한 자신감을 보여줬다. 본야스키는 그동안 최홍만이 상대한 적수와는 차원이 다른 선수다. 은행원과 모델로 활동하는 등 이색 경력의 소유자 본야스키는 2004, 2005년 연속 월드그랑프리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K-1 최고의 파이터로 손꼽힌다. 수려한 외모와 몸매로 많은 여성팬들을 거느리고 있는 본야스키는 193㎝의 장신에도 불구하고 빠른 스피드와 위력적인 킥을 자랑한다. 특히 전매특허인 점프를 하면서 구사하는 무릎차기와 하이킥은 공포의 대상이다. 지난 2001년에 K-1에 데뷔한 본야스키는 26전 21승 5패 12KO를 기록하고 있다. 따라서 최홍만은 밥 샙 전을 통해 드러난 문제점을 보완해야 한다.

K-1 해설위원인 정의진씨는 “본야스키는 밸런스가 뛰어나고 빠른 스피드와 훌륭한 킥을 지니고 있다”며 “특히 로우킥은 위력적이다. 거리를 두면서 킥을 구상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이에 대한 충분한 준비를 해야 할 것이다”고 말했다. 또한 “기회가 오면 놓치지 말아야 하는데 밥 샙 전에서 경기 운영에 문제점을 드러냈다”며 “밥 샙 전에서는 거리를 둬야 했지만 본야스키전에서는 주먹보다는 다리가 더 긴 만큼 절대로 거리를 주면 안 된다”고 조언했다.

그렇다고 전혀 승산이 없는 것은 아니다. 본야스키는 의외로 접근전에서 약한 모습을 보였다. 맷집도 강한 편이 아니다. 효과적인 클런치로 상대를 코너에 몰아넣은 뒤 장신에서 뿜어져 나오는 펀치와 무릎으로 공략한다면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 있다. 최홍만이 본야스키를 물리치면 준결승전에서 211㎝의 장신인 세미 쉴트(네덜란드)와 ‘남태평양의 흑표범’ 레이 세포(뉴질랜드)의 승자와 결승 진출을 위한 또 한 번의 힘겨운 대결을 펼쳐야 한다. 만약 쉴트가 올라올 경우 210㎝가 넘는 K-1 거인들의 대결이 열리게 된다.

반대편에서는 최홍만이 기피대상 1호였던 제롬 르 밴너(33·프랑스)와 피터 아츠(35·네덜란드)의 대결이 사실상 결승 진출을 가리게 된다. 경기 내내 상대를 밀어붙이며 ‘배틀 사이보그’라 불리는 밴너는 우승 인연은 없지만 늘 우승 후보 ‘0순위’로 손꼽히는 인물. 복싱과 킥복싱을 연마한 밴너는 강력한 왼손 스트레이트를 주무기로 호스트, 아츠, 프란시스코 필리오 등 초일류 파이터들을 KO시켰을 만큼 주먹에 관한 한 둘째 가라면 서러운 선수다.

이에 맞서는 192㎝, 106㎏의 아츠는 1994, 1995, 1998년 등 총 3회 K-1을 제패하는 등 90년 중반 최고의 킥복서. 한때 슬럼프로 술과 마약에 빠지기도 했던 아츠는 1998년 K-1 월드그랑프리에서 전 경기를 1회 KO로 장식하며 화려하게 복귀했다. 최홍만이 이들을 모두 물리치고 정상에 등극하면 대박도 거머쥔다. 최홍만은 K-1 진출시 2년간 10개 대회에 뛰면서 총 1억 엔(약 10억 원)을 보장받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여기에 대전료와 광고 수입 등을 감안하면 한 해에 10억 원 이상을 벌 수 있다.

천하장사에서 최고 격투기 전사를 꿈꾸는 최홍만은 ‘꿈★은 이루어진다’는 진리를 또 한 번 증명하기 위해 오늘도 자신과의 싸움을 계속하고 있다.

<스포츠칸/문승진 기자 tigers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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