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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요 속 빈곤’해법을 찾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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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건 대통령 만들기’에 나선 사람들… ‘나라사랑모임’중심 정치권 연대 모색

[커버스토리]‘풍요 속 빈곤’해법을 찾아라

차기 대통령 선호도에서 압도적으로 1위를 차지하고 있는 고건 전 총리의 ‘대통령 만들기’에 나설 사람은 누구이고 또 그 수는 얼마나 될까.

최근 만난 고 전 총리는 “옆에서 도와주겠다는 사람은 많지만 아직 가신이 없다”면서 “아무래도 모든 것을 바쳐 도와줄 사람이 있어야 하는데…”라고 말을 흐렸다. 한마디로 풍요 속의 빈곤이다. ‘풍요’는 고 전 총리의 인맥에서 나온다면 ‘빈곤’은 정치적 연대감에서 비롯된다. 정치적 연대감은 정치세력화의 기초적 자산이다.

하지만 1년여 동안 ‘대통령감 1순위’로 주목받으면서 고 전 총리의 말은 허언(虛言)이 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고 전 총리가 대선행군 전열을 가다듬을 태세를 갖춰가고 있다는 게 정치권의 일반적 시각이다.

고 전 총리 향한 애타는 ‘러브콜’

고 전 총리와 가까운 열린우리당 신중식 의원은 “너무 많은 사람이 고 전 총리에게 정치적 조언을 해서 머리가 아플 지경”이라고 말했다. 이 말은 단순히 고 전 총리의 우군이 많다는 의미에 국한하지 않는다. 정치세력화 조짐으로 해석 가능한 대목이다.

신 의원은 지난 9월 13일 “여야 의원 20여 명 참여를 목표로 ‘나라사랑모임’ 결성을 추진하고 있다”며 “이 모임의 지향점은 차기 정권 창출이며 그 중심에 고 전 총리가 있다”고 주장했다. 고 전 총리의 대선행보를 위한 세력화 작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는 대목이다. 신 의원은 9월 21일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도 이 모임과 관련, “적을 때는 3~4명, 많을 때는 10여 명씩 만나서 ‘국익우선·국민우선 정치’를 위한 여러 방안에 대해 기회있을 때마다 토론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 전 총리와 정치적 연대감을 확산시키고 있다는 의미다. 신 의원이 말한 20명에는 한나라당 소속이 8명, 민주당 6명, 열린우리당 3명, 무소속 3명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무소속 의원은 류근찬·정진석·신국환 의원이다. 이들은 모두 중부권 신당과 직·간접적 관계를 맺고 있다. 하지만 정당 소속 의원의 이름은 공개되고 있지 않다.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은 당내 사정을 고려해서 ‘친고건파’ 의원들의 이름은 비밀에 부치고 있다. 하지만 민주당은 사정이 다르다. ‘고건 연합파’와 ‘민주당 자립파’가 양분된 양상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고건 연합파로는 ㄱ·ㅊ·ㅇ 의원 등이 분류되고 한화갑 대표를 비롯한 또 다른 ㄱ·ㅇ 의원 등은 민주당 자립파로 구분되고 있다. 이런 사정을 단적으로 보여준 게 지난 9월 20일 한 대표가 초청해 마련된 술자리. 민주당 의원 10명 전원이 참석한 이날 모임에서 민주당 의원들은 개헌과 정계개편, 민주당의 진로 그리고 고 전 총리와 관계 설정 등 정치현안을 논의하면서 폭음을 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 대표가 자리를 비운 뒤에도 이 모임은 상당한 시간 지속됐다. 민주당 소식에 밝은 한 관계자는 “이날 토론은 ‘친고건파’와 ‘친한화갑파’가 양분되는 양상을 보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최인기 의원 등은 이날 모임에 대해 “당 입장을 고려, 고 전 총리 문제에 대한 언급을 삼가고 있다”며 입을 다물었다. 한편 유종필 민주당 대변인은 민주당과 고 전 총리의 관계설정 문제에 대해 “함께 살 수 있는 선택을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윈-윈전략을 구사해야 한다는 것이다.

고 전 총리측이 광범위한 우호세력을 지지세력으로 끌어들이려는 노력도 구체적으로 감지되고 있다. 이윤수 전 의원(민주당)은 “고 전 총리와도 만났다”고 전제하고 “고 전 총리와 가까운 정치인들로부터 ‘경기도를 맡아달라’는 요청이 있었다”고 실토했다. 이는 전국적인 조직망 구축 작업을 은밀히 추진하고 있음을 암시하는 대목이다. 특히 이 전 의원이 참여하고 있는 민주당 전직 의원 15명으로 구성된 ‘일오회’(회원이 15명이고 매월 15일에 만난다는 의미)는 고 전 총리에 우호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전 의원은 “열린우리당 창당에 반대했던 민주당 전직 의원들이 만든 모임”이라면서 “대부분 고 전 총리와 가까운 분들이다”고 말했다. 이 모임의 회장은 최명헌 전 의원이며 회원으로는 이윤수·장재식·정균환·이희규·유재규·최선영·박종우·유용태 전 의원 등이다. 주로 민주당 경선과정에서 ‘후보단일화협의회’에 참여했던 의원들이다.

거쳐간 곳마다 우호세력 형성

[커버스토리]‘풍요 속 빈곤’해법을 찾아라

이외에도 충청권 유한열 전 의원도 고 전 총리를 위한 모종의 노력을 하고 있다. 특히 유 전 의원은 고 전 총리와 (중부권) 신당을 추진하는 심대평 충남지사의 가교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고 전 총리는 서울시장 시절 16개시도협의회 회장으로 맺어진 인연 때문에 참석했다고 말하고 있으나 그보다는 신중식 의원과 유 전 의원 등의 설득이 주효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신 의원은 “신당과 연대 가능성을 열어놓는 게 도움이 된다고 설득해서 결국 피플퍼스트아카데미(PFA)의 심포지엄에 참석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밖에도 수도권에 김성순 전 의원, 호남지역에는 김경재 전 의원 등이 고 전 총리를 위해 나름대로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고 전 총리의 정치적 행보와 연결돼 시선을 끌고 있는 모임은 ‘고사모 우민회’와 다산연구소. 고건 전 총리의 아호인 우민(又民)을 따서 만든 ‘고사모 우민회(고건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회장 강희남)’ 회원은 이미 2000명을 넘는 전국적 조직으로 확대됐다. 중앙운영위 밑에 홍보·기획·조직·지원·정책1, 2·IT관리팀을 두고 있다. 중앙조직팀 산하에는 조직안정화와 지역간 상호협조 및 활동방향 모색을 위해 조직부팀장과 간사를 두고 있으며 각 지역별 전문위원간 책임담당제를 운영하고 있다.

다산연구소는 고 전 총리가 정치에 데뷔한 곳이다. 회장은 박석무 전 의원이며 고 전 총리는 박권상 명지대 석좌교수·박경서 대한민국 인권대사 등과 함께 고문을 맡고 있다. 변형윤·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와 이돈명 변호사, 한승헌 전 감사원장, 소설가 이호철씨 등이 자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고 전 총리를 돕고 있는 ㅂ씨(노동부 산하 연구단체 연구위원)는 “다산연구소의 주요 연구내용은 목민심서”라면서 “목민심서에 기술된 공직자상과 가장 유사한 때문인지 연구소 내부에는 고 전 총리에 대한 우호적 시각이 많다”고 밝혔다.

학계·언론계 핵심측근 30여 명도 물밑에서 고 전 총리를 적극 돕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정경균 서울대 명예교수와 이세중 전 변호사협회장, 강홍빈 서울시립대 교수, 김학재 한양대 교수 등이 대표적인 인물이다. 특히 강홍빈·김학재 교수는 고 전 총리가 서울시장을 그만둔 이후에도 그의 자문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고 전 총리의 취미는 ‘모임만들기’

고건 전 총리의 인맥 관리는 정평이 나 있다. 모임구성은 독특하다.
고 전 총리는 전남지사 시절의 인연을 엮은 초당회, 장·차관을 지낸 인사 중 고 전 총리와 가깝게 지낸 인사들로 구성된 보름회, 문민정부 마지막 내각 각료 출신들로 이뤄진 문경회 등을 이끌고 있다. 초당회원으로는 강운태·전석홍 전 의원, 이준범 전 전남지사, 윤근환 전 장관 등 20여 명이다. 매달 15일에 모이는 보름회 회원으로는 최인기·신중식 의원과 김홍래 지방행정연구원장 등이 특히 고 전 총리와 가까이 지내고 있다. 1985년 국회의원 낙선자들의 모임, 일명 ‘오리알회’(이영일·박범진·이민섭·길승흠 전 의원, 한갑수·이민섭·유종열 전 장관) 모임도 20여 년 동안 이어지고 있다. 미국 하버드대 유학 시절, 테니스를 치며 어울리던 공무원·교수들과도 거의 매주 산업연구원 테니스 코트에서 ‘상록회’라는 이름으로 만난다.

경기고(52회) 후배들로 구성된 ‘화목회’도 있다. 정기적이지는 않지만 서울대 정치·외교학과 출신 정치인들의 모임도 꾸리고 있다. 이호웅·김부겸·신중식·김형오 의원들이 멤버다. 고시 13회(61년 시험) 동기모임은 1990년대 초에 시작해 한 달도 거르지 않고 매달 13일에 계속되고 있다. 박희태·이상배 의원 등이 회원이다. 서울시장 시절, 서울시청에 출입한 기자들과도 모임을 만들어 종종 호프파티를 갖는다. ‘고사모 우민회’를 만들어 초대 홍보팀장을 맡았던 문창동씨도 당시 출입기자였다.


<김경은 기자 jj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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