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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충’ 예보 ‘그까이꺼’ 재난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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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안전관리시스템 ‘총체적 난국’… ‘태풍전담팀’ 출범했지만 아직은 미흡

미국의 대도시 뉴올리언스가 허리케인 카트리나로 폐허가 돼버리면서 우리나라도 태풍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고 있다. 더욱이 최근들어 한반도를 통과하는 태풍의 강도도 갈수록 세지고 있다.

과연 우리나라는 태풍의 안전지대일까. 그리고 우리나라에 초대형 태풍이 휩쓸고 간다면 어느 정도로 피해를 막을 수 있을까. 경로로만 놓고 볼 때 웬만한 태풍은 대체로 우리나라에 못미쳐 동쪽으로 휘어지면서 남부지방 일부만 휩쓸고 지나간다. 지난해에는 한 개의 태풍도 한반도를 거쳐 가지 않았다. 한해 10여개의 태풍이 관통하는 일본에 비하면 상당히 양호한 편이다.

‘카트리나’가 수도권 강타했다면

하지만 한반도는 태풍 안전지대가 절대 아니다. 1959년에 발생한 사라와 1972년에 발생한 베티의 경우 제대로 대비하지 못한 이유도 있지만 각각 849명, 550명이나 사망자를 냈다. 최근에는 2002년에 온 루사로 인해 246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2003년의 매미로는 139명의 사망·실종자가 나왔다.

물론 이것은 과거의 통계치일 뿐이다. 매미와 루사보다 더 강한 태풍이 수도권을 관통할 경우 그 피해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다. 기상청의 신도식 기상연구관은 “만일 초강력 태풍이 한반도를 강타한다면 그 피해는 상상을 넘어설 것”이라고 예상했다.

특히 피해규모가 미국이나 일본 등 다른 선진국보다 클 것이라는 예상이다. 실제로 태풍 매미와 비슷한 시기에 미국 동부지역에는 허리케인 이사벨이 비슷한 규모와 세기로 상륙했다. 매미는 중심기압이 950hPa, 이사벨은 960hPa이었다. 최대순간풍속은 매미가 초속 60m, 이사벨은 71m였다. 이렇게 비슷한 태풍이었지만 미국은 불과 13명의 인명피해에 그쳤다. 이는 우리의 태풍의 대비태세가 다른 선진국에 비해 얼마나 취약한가를 여실히 보여준다.

비록 태풍은 아니지만 기상청 예보시스템의 허술함을 입증하는 사례가 또 있다. 지난 3월 20일 일본 후쿠오카 해역에서 규모 7.0의 강진이 발생했을 때 기상청은 발생 후 22분이나 지나서야 지진해일 특보를 발표했다. 이에 비해 일본은 지진 발생 4분 뒤에 지진해일 특보를 내렸다. 때문에 실제로 지진해일이 덮쳤더라면 대규모 인명·재산 피해가 있었을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는 경보시스템이 제대로 가동되지 않았던 지난해 12월의 남아시아 쓰나미에서 잘 입증된다.

이런 취약한 대비시스템은 그만한 맨파워와 관측시스템을 갖추지 못했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투자가 부족한 것이다. 감사원은 “지난 3월 20일 기상청에서 지진해일 주의보를 늦게 발표하게 된 원인은 담당자가 업무를 제대로 숙지하지 못하고 있었을 뿐만 아니라 책임자도 업무 지시를 잘못하는 등 업무 처리가 미숙했다”고 꼬집었다. 맨파워의 문제였다는 얘기다.

게다가 우리나라의 태풍 관측시스템은 초라한 수준이다. 미국은 환경예보센터에 열대예보센터, 기상청 태평양지역본부에 중앙허리케인센터, 해양대기청(NOAA) 대서양해양대기연구실에 허리케인연구센터, 그리고 국방성 산하에 합동태풍경보센터를 두고 있다. 미국은 해상에서 태풍 중심 부근의 기상을 관측할 때 태풍관측용 항공기에서 ‘태풍의 눈’ 속으로 낙하존데(drop-sonde)를 투하할 정도다. 일본은 기상청 예보부 예보과에 태평양태풍예보센터를, 기상연구소에 태풍연구부를, 기상위상센터 자료처리부에 분석과를 두어 태풍연구에 몰두하고 있다. 중국도 결코 뒤지지 않는다. 기상국 국가기상중심 천기예보실에 태풍해양과를 두고 기상과학연구원 산하에 상하이태풍연구소, 광조우열대기상연구소를 두고 막대한 인력과 장비를 투입하고 있다.

국내 태풍예보시스템은 ‘85점’

지난 7월에야 비로소 기상청에 태풍예보담당관(정부부처의 과)을 둔 우리나라와는 천지차이다. 태풍이 통과할 경우 재난을 막는 것은 정확한 예보다. 그런데 이 분야에서부터 미흡한 것이다. 공주대 권혁조 교수(대기과학)은 “국내 태풍예보시스템의 점수를 매긴다면 미국 중앙허리케인연구센터를 100점으로 했을 경우 85점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권 교수는 “맨파워나 위성자료 등을 처리하는 소프트웨어에서 미국과 일본이 앞선다”고 설명했다. 태풍예보에 쓰이는 위성자료는 각국이 공유해 관측자료에서는 그다지 차이가 없다.

물론 영해나 영토내에 설치한 일부 관측소에서 수신하는 현장자료는 미국이나 일본보다 떨어진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우리나라의 재난대비시스템이 제대로 가동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태풍 예보보다 더 중요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현재 재난대응 체계의 중심부인 소방방재청의 국가안전관리시스템은 제대로 작동되지 않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521억원을 들여 지난해 완료한 이 시스템은 긴급사태 발생시 전국 시·군·구에 즉각 자동 경보체계가 내려가야 한다. 그러나 지난 3월 20일 지진해일 발생시에는 오전 11시32분에야 대응 지시가 내려졌다. 이는 지진발생 39분 뒤다. 특히 감사원이 4월 초 소방방재청을 방문해 연습용 재난 메시지를 전국에 전달하라고 요구하자 담당 직원은 내용을 시스템에 입력하는 데에만 15분을 허비했고 각 시·군·구의 수신율도 낮았다. 또 각 지방자치단체의 대응 체계도 허술한 것으로 드러났다. 총체적인 문제점을 안고 있는 셈이다.

지자체 대응 체계는 더 허술

감사원은 “지진해일 정보를 관계기관에 전달하는 체계가 미비하고 지방자치단체에서 주민대피 등 대비체계도 갖추지 않았기 때문에 기상청에서 지진해일주의보를 제때 발표했다 하더라도 주민들이 신속히 대피할 수 없다”면서 “따라서 지진해일 대응·대비체계를 정비할 필요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대 전종갑 교수(지구환경과학)도 “현재 국내 태풍예보시스템은 태풍이 어떤 강도를 유지할지 얼마나 영향을 줄지 정량적으로 연구가 안되고 있다”면서 “아울러 어느 지역이 얼마나 피해를 받을지, 어떻게 대피를 시켜야 할지도 대비가 미비한 수준이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기상청과 소방방재청은 점차 개선되고 있다고 해명한다. 기상청 이찬구 태풍예보담당관은 “7월에 태풍전담팀이 출범했으니 차츰 나아질 것”이라며 “이제부터 시작이니 지켜봐달라”고 주문했다.

소방방재청 박상국 재난관리담당 서기관은 “올들어 재난 표준행동 기본지침을 만들어 훈련 등을 통해 대비하고 있으며, 지방자치단체도 기본지침을 갖고 지도한다”고 말했다. 박 서기관은 “태풍·호우 등이 와도 충분한 대처가 가능하다”고 자신했다. 권혁조 교수도 “올들어 태풍대비시스템이 크게 나아졌다”면서 “지난해 소방방재청이 생기면서 기상청과 합동으로 대비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하지만 아직은 미흡한 수준이란 평가다. 좀 더 투자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권 교수는 “태풍예보시스템은 투자대비 효과가 확실하다”면서 “앞으로 더 많은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뿌린 만큼 거둘 것이란 얘기다. 전종갑 교수는 “한국이 태풍 재해에서 안전할 거라는 안이한 생각을 버려야 한다”면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태풍·재난대비시스템에 정부의 지속적인 투자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태풍과 호우 10가지 대책

1. 태풍과 집중호우에 관한 정보를 주의 깊게 듣는다. 휴대용 라디오를 준비한다.
2. 함부로 외출하지 않는다. 외출한 경우에는 신속히 귀가한다.
3. 집주변을 살피고 바람에 날릴 수 있는 물건은 없는지 확인해 집안으로 옮기거나 단단히 고정한다.
4. 현관과 창문 틈에 비닐 테이프를 붙인다.
5. 정전에 대비해 회중전등과 양초를 준비한다. 예비건전지도 잊지 않는다.
6. 언제든지 피난할 수 있도록 가정용 비상용품을 미리 준비해 둔다.
7. 침수에 대비해 가재도구를 가능한 높은 장소로 옮긴다.
8. 병자, 유아, 노약자 등은 안전한 장소로 이동한다.
9. 가스, 전원 등은 재해발생 우려시 완전히 차단한다.
10. 가족간 회의를 통해 다시 한 번 피난장소와 피난 경로를 확인해 둔다.

자료:소방방재청

풍속에 따른 재해 규모
(단위 m/sec)

10 : 우산을 받고 있으면 우산이 고장난다.
15 : 허술한 간판이 날아간다.
20 : 바람을 향해 몸을 30도 정도 굽히지
않으면 서 있을 수 없고, 보행도 어렵다.
25 : 지붕의 기와가 날아간다.
30 : 목조 가옥이 무너진다.
35 : 열차가 넘어진다.
40 : 작은 돌들이 난다.
50 : 가옥이 많이 무너진다.
60 : 철탑이 휜다.
자료:기상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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