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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집값 ‘거품일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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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일본·중국 등 주요 나라 현지특파원·통신원의 ‘부동산 리포트’

미국 - 여전히 식지 않는 투자 열기

전문가 예상 깨고 올 2분기에도 13.3% 상승

[커버스토리]세계의 집값 ‘거품일까, 아닐까’

미국 최대의 부동산중개인모임인 미국부동산협회(NAR)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2분기에도 미국의 전체 집값은 13.3%나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42개 주의 단독주택과 콘도(한국의 아파트 개념) 매매 결과를 토대로 발표한 이 자료는 미국에서 주택 시장의 열기는 여전히 식지 않았음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또 NAR이 미국 136개의 대도시를 대상으로 집값 상승률을 조사한 결과, 66개의 대도시에서 두 자릿수 이상 폭등했고 단지 6개 지역에서만 소폭으로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에서 거래된 콘도의 중간가격은 21만9300달러(약 2억2500만 원)로 1년 전에 비해 11.3% 상승했다. 지역별로 살펴보면 남부지역은 중간가격이 18만7000달러(약 1억9170만 원)로 1년 전보다 7.5% 올랐고, 중서부지역도 중간가격이 17만8000달러(약 1억8200만 원)로 11.9% 오른 것으로 조사됐다. 뉴욕, 보스턴 등 북동부 지역의 중간가격은 25만1000달러(약 2억5700만 원)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13.1% 상승했다. 가장 상승폭이 큰 캘리포니아 등 서부지역은 중간가격이 31만9000달러(약 3억2700만 원)로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16%가 상승했다. 특히 한국의 강남이라고 할 수 있는 뉴욕 맨해튼의 콘도 평균가격은 155만 달러(약 15억8900만 원)를 기록, 작년 말보다 무려 34%나 올랐다.

맨해튼을 중심으로 뉴욕시는 만성적인 주택난에다가 새로운 수요 증가에 맞춰 아파트 개발붐이 일고 있는데 이들 중 많은 아파트들은 지어지기도 전에 매진되는 경우가 속출한다. NAR 데이빗 래리 수석자문위원은 “주요 대도시 지역을 중심으로 더욱 뜨거운 부동산 열기가 주변지역으로 확산됨으로써 부동산 활황 국면이 연장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지난 2~3년 동안 부동산시장이 정점을 찍고 냉각기에 접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빗나간 채 눈부신 신기록 행진을 거듭하고 있는 가운데 거품이 꺼질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는 점점 커지고 있다. 지난해 6월부터 오르기 시작한 정책금리와는 다르게 지속된 낮은 모기지 이자율의 영향으로 이같은 사상 유례없는 활황이 계속됐지만 앞으로 모기지 금리가 오르면 시장이 급속하게 냉각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연일 쏟아지는 각종 매체의 엇갈리는 보도에 따라 일반인들의 의견이나 행태도 양분되고 있다.

부동산시장의 거품이 꺼질 것이라고 보는 쪽이 제시하는 이유로는 모기지 금리인상, 그리고 자기돈 한푼 없이 ‘제로다운(100% 융자)’으로 무리해서 집을 산 주택구입자가 절반 가까이나 된다는 점을 든다. 만일 이들이 융자금을 제때에 갚지 못하면 금융기관으로부터 압류를 당해 조만간 경매물건이 쏟아질 것이라는 지적이다. 전국적으로 ‘제로다운’ 주택구입자가 47%에 이르고 9% 미만의 자기 돈만 넣고 90% 이상 융자를 한 주택구입자도 27%나 된다. 이렇게 불안정한 재정상태로 주택을 구입했을 경우 모기지 금리가 상승하고 월 불입금을 제대로 갚지 못할 경우 압류매물이 늘어 주택시장에 매물이 과잉 공급되면 결국 가격이 하락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지난 몇 년간 시세차익을 노리고 이자가 싼 변동금리를 선택한 구매자의 경우 모기지 이자율이 급격하게 오른다면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미국의 모기지업체인 프레디맥이 발표한 7월 모기지 금리는 30년 상환 고정금리가 5.75%로 지난 6월 5.58%에서 소폭 상승했을 뿐이며 지난해 7월의 6.06%에 비해선 오히려 0.31%포인트가 낮은 수치다. 또 ‘제로다운’ 주택구입자에게 돈을 빌려주는 모기지 회사들은 이들의 직업 등 융자금 상환 능력에 대한 심사를 철저히 하고 적격자에게만 빌려주고 있어 사실상 이같은 우려는 현실성이 없어 보인다.

또한 주택시장이 미국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압도적이기 때문에 만일 위기가 온다 해도 정치적으로 주택시장 붕괴를 막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게 상다수 경제전문가들의 전망이다. 이들은 미국의 부동산 호황 국면에 대해 “단순히 저금리에 따른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인구구성과 세금정책, 각종규제, 현재의 경제상황, 원자재 가격, 부자되기 열풍 등 다양한 요인이 작용한 결과”라고 주장한다. 특히 주택 수요가 계속해서 늘어나는 상황을 강조한다. 베이비붐 세대의 주역이 59세가 된 점을 강조하고 미국인들은 60세가 돼서야 비로소 번듯한 집을 갖는데 이들의 고급주택에 대한 수요가 확대될 것이라고 본다. 또한 물론 이들의 자녀들이 이미 장성해 주택구입자 대열에 합류함으로써 주택시장의 수요는 계속해서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한다. 이밖에도 경제활동을 활발히 하는 싱글 여성들이 주택구매자 대열에 합류하고 있고, 경제적으로 기반을 잡아가고 있는 이민자들이 주택 구매욕구가 강해 역시 주택시장을 달구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처럼 미국에서도 부동산 열기가 달아올라 있어 부동산이 화제가 되고 있다. 미식축구·야구·농구를 화제로 삼던 사람들이 이젠 집값·땅값을 빼놓곤 대화를 할 수 없는 상황이 돼버렸다. 물론 거품이 언제 꺼질 것이냐에 대해 심각히 논의하고 염려하기도 한다. 현장에서 매수자와 매도자를 매일 대하는 부동산 중개인들도 서로 엇갈린 견해를 보이고 있어 향후 1~2년의 부동산시장의 변화가 더욱 흥미로운 주제가 될 것 같다.

한편 집값 폭등이 미국에서도 사회문제로 불거지고 있다. 즉, 서민들이 내집을 마련하기가 더욱 멀어진 것이다. 미국의 서민 중 단 10%만이 내 집을 갖고 있고 대다수는 월세를 살고 있다. 모기지 기관이 권장하는 적절한 주거비용은 전체 가계소득에서 28%이다. 그러나 최근 대도시 지역에선 50%를 렌트 등 주거비용으로 지출하고 있어 서민들의 삶의 질이 우려할 수준이 됐다.

<뉴욕/변수지 통신원 bnsook@yahoo.com>

일본 - 양극화로 치닫는 땅값·집값

입지 좋은 곳 오르고 나쁜 곳 계속 하락 중

[커버스토리]세계의 집값 ‘거품일까, 아닐까’

일본 국세청이 지난 8월 1일 발표한 공시지가에 따르면 지난 1월 1일 기준 도쿄의 평균 땅값은 ㎡당 46만 엔으로 전년에 비해 0.4% 올랐다. 도쿄 중심부는 0.9% 오른 59만3000엔이었다. 상승률은 미미하고, 지역도 도쿄 도심이나 도요타자동차가 있는 나고야 중심부 등 극히 일부지역이다. 또 상승했다고 해도 최고가를 기록했던 1991년의 절반 수준이다.

반대로 일본 전체의 평균 공시지가는 ㎡당 지난해도 11만2000엔으로 3.4% 떨어져 13년 연속 하락세를 지속했다. 일본의 땅값·집값이 급격하게 양극화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입지가 좋은 극히 일부 지역은 오르고, 나쁜 곳은 계속해서 떨어지는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양극화는 실제로도 확인되고 있다. 유명 대기업의 예를 보자. 1990년대 초반 한국의 ㄱ,ㄴ기업은 도쿄 중심부에 각각 100억 엔(현재 환율은 100엔당 930원 전후) 정도의 빌딩을 구입했다. 십수 년이 지난 지금 ㄱ기업의 빌딩은 30억 엔대로 떨어졌지만 핵심지역에 있는 ㄴ기업의 빌딩은 110억 엔 이상이다.

맨션(우리식 아파트)도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 ㄷ씨는 도쿄 세다가야구 전철 게이오선 로가고엔역에서 걸어서 5분 거리인 30평대 맨션을 1987년 9750만 엔에 구입했다. 그 집을 1년여 뒤 2억8000만 엔에 팔라는 주문을 받았다. 그러나 ㄷ씨는 팔 경우 세금이 1억 엔 이상 나오고, 더 오를지 모른다는 생각에 팔지 않았다.

그러나 그때가 상투였다. 집값은 계속 떨어져 지난해 말에는 4000만 엔대를 약간 웃돌았다. 50% 이상이 떨어진 것이다. 도쿄 도내에서도 가장 살기 좋고, 교통 좋기로 유명한 맨션이 이 정도면 다른 곳은 말할 필요도 없다. 이 맨션은 다소 올라 지금은 5500만 엔(약 5억1000만 원)대다. 하지만 교통이 좋지 않거나 도쿄 시내에서 먼 곳은 사정이 다르다. 심한 경우지만 도쿄에서 전철로 약 1시간 거리인 동쪽 지바나 도쿄도 다마지구 등지의 지은 지 30년이 넘은 맨션들은 전성기의 10분의 1 가까이 떨어진 곳도 있다.

사이타마 신도시나 가나가와현 가와사키시 등 도쿄시내로 접근하기 쉬운 외곽지역은 절정기에 비해 60~70%로 거품이 빠져 있고, 하락세가 여전하거나 정체상태다. 이에 따라 거품기에 도쿄 외곽에 서둘러 집을 마련했던 사람들이, 절정기의 반수준인 도쿄 도심으로 회귀하기 위해 손해를 감수하고 집을 팔려고 하지만 매수자가 없다고 한다. 그래서 투매현상도 있다.

문제는 또 있다. 도쿄도 내 요지에서 집값이 오르는 것도 제2의 거품일 뿐이라고 경고하는 경제 전문가도 많다. 부동산투자신탁(REIT) 등 간접투자상품에 여유자금이 급격히 몰려(REIT의 경우 7월 현재 총액 2조5000억 엔 규모) 활용가치가 높은 도심지의 부동산을 집중적으로 사들이면서 도쿄 도심 등 부동산에 제2의 거품이 끼고 있다는 것이다.

일본 정부의 정책도 일부 부동산에 거품이 끼도록 하고 있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일본은행은 2001년 이후 기준금리를 연 0.1%로 고정, 실질금리를 제로로 유지하고 있다. 10년 넘은 디플레이션에서 탈출하기 위해 제로금리로 상징되는 통화팽창정책인 양적 완화정책을 5년간 계속하다보니 1980년대 후반처럼 과잉유동성이 생겼다는 것이다.

따라서 일부에서는 제로금리 정책을 하루 바삐 청산, 과잉유동성을 해소해야 한다는 지적을 제기하고 있지만 일본은행이나 일본정부는 디플레이션 악몽 때문에 멈칫거린다. 정부가 중의원선거를 앞두고 ‘경기조정국면 탈출’을 선언하면서도 금리·통화정책은 디플레이션 탈출 정책을 그대로 유지하는 이유다. 본격적인 경기회복이나 부동산값 상승반전을 확신하지 못하는 것이다.

역시 대형 시중은행들이 개인들에게 주택자금 융자에 집중하는 것도 거품을 조장하고 있다는 우려가 높다. 기업들의 설비투자 자금 수요가 줄자 연리 3% 전후의 최장 35년짜리 융자 세일 경쟁에 나서, 일부에서는 초저금리 시대의 환상을 갖고 돈을 빌려 1억~2억 엔이나 융자를 받아 맨션을 구입, 임대수익을 올리는 재미에 빠져 있다는 것이다.

이런 배경에서 풀리고 있는 개인의 돈들이 부동산투자신탁 등 간접투자상품이나 요충지주택 등으로 몰리고, 그 자금이 공급원이 되어 도쿄도 미나토구 도쿄만 연안 등지에 초고층맨션들이 앞다퉈 신축붐(속칭 도쿄만 전쟁)을 일으키며, 제2거품 우려를 낳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분위기에서 수도권에서 갈 곳을 잃은 자금을 토대로 거품붕괴가 한창이던 1994년부터 지금까지 연간 7만~9만 호의 맨션이 대량으로 공급되고 있다. 올해도 상반기에는 주택판매량이 상당히 줄었다고 하지만 하반기에 회복되리라는 전망 때문에 8만 호 정도가 공급될 것으로 시장은 예측하고 있다. 1994년 이전의 연간 2만~4만 가구에 비하면 급증한 규모다.

하지만 대다수 일본인들은 아직도 부동산에 대한 기대보다는 우려가 큰 분위기다. 도쿄 등 수도권에서 젊은 사람을 중심으로 우리나라와는 개념이 다른 월셋집에서 사는 경우가 많다. 특히 30대 전후는 40~50대 선배들이 거품 말기에 서둘러 집을 장만했다가 낭패를 본 경험을 들어, 쉽게 집 구입에 나서지 못한다는 증언이다.

지진으로 한순간 집이 무너져버릴지 모른다는 잠재적 공포도 집 구입을 꺼리게 하는 요인이다. 조만간 금리가 상승국면으로 돌아설 것이란 분위기가 확산되는 것도 융자를 끼고 집을 사는 것을 억제한다고 한다. 그래서 신축맨션 미분양이 많고, 세일경쟁도 치열하다.

이런 상황에 일본 젊은이들은 월세 10만~20만 엔 하는 월세형 임대주택을 선호하고, 이 경우 사례금·보증금 등으로 이사할 때마다 5개월 분 월세가 날아가기 때문에 일본에서는 연간 이사율이 7% 내외로 20%에 가까운 우리나라에 비하면 현저히 낮다.
결국 일본 정부가 1980년대 말, 거품형성기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해 거품붕괴의 후유증이 장기화되고 있다는 지적을 우리 정책당국자들은 깊이 새겨야 할 것 같다.

이춘규〈서울신문 도쿄특파원〉 taein@seoul.co.kr

중국 - 시장 위축 속 기대심리 고개

위안화 평가절상 등 호재 따라 상승세 가능성

[커버스토리]세계의 집값 ‘거품일까, 아닐까’

중국 정부는 경기 과열의 주범으로 부동산 가격 폭등을 꼽고 지난해부터 긴축의 고삐를 계속 죄어왔다. 은행의 주택금융 대출을 가능한 한 줄이는 한편 개인 대출 금리를 올렸다. 개인에게는 100만 위안(약 1억3000만 원) 이상은 대출을 해주지 않고 있다. 금리도 지난해만 해도 연 5.04%였으나 지난 5월 5.31%에 이어 지금은 5.51%까지 올랐다.

부동산 가격 급등을 부채질했던 은행의 주택 대출 비중도 주택 가격의 80%에서 70%로 낮췄다. 이와 함께 지난 4월과 5월 잇따라 부동산 투기 억제 대책을 발표해 본격 시행에 들어갔다.

정책 시행 직후인 지난 6월 초, 상하이(上海) 부동산 가격은 급락세를 보였다. ㎡당 2만 위안(260만 원)을 훨씬 웃돌던 푸둥(浦東) 지구 등을 포함해 평균 20~30%씩 폭락했다. 외국의 핫머니(단기성 투기자본)을 비롯해 중국 전역의 투기 수요가 엄청나게 많이 몰린 것도 부동산 하락세를 부채질했다. 지난해까지 연평균 30%씩 오르던 부동산 신화가 벽에 부닥친 것이다. 부동산 투자를 위해 은행 돈을 빌려 많게는 100채 정도를 산 일부 투자자들은 은행 대출 축소라는 직격탄을 맞았다.

다만 최근 들어 하락세가 주춤해졌다는 현지 부동산 업계의 전언이다. 업계는 현재 부동산 시세가 빠질 만큼 빠졌다고 보는데다, 부동산 대책의 강도가 그다지 심각한 수준이 아니라는 판단에 따라 일부 매물을 다시 거둬들이는 투자자들이 늘고 있다고 전한다. 더욱이 200억 위안(약 2조6000억 원)이 넘는 것으로 추산되는 상하이 부동산 시장에 들어온 외국의 핫머니가 예상과는 달리 국외로 빠져나가지 않고 있는 것을 보아 향후 부동산이 상승세로 돌아설 것이라는 신중한 전망마저 나오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오는 10월 중국의 국경절 연휴를 계기로 다시 상승세로 반전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한다. 중국 당국이 지난 7월 위안화 소폭 평가절상(2.1%)을 한데다 연내에 추가로 10~15%를 단행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관측됨에 따라 단기 수익을 노리는 핫머니들의 기대감을 높여주고 있다는 설명이다. 위안화가 평가절상되면 그만큼 달러를 위안화로 바꿔 보유한 외국인들은 앉아서 이익을 챙길 수 있기 때문이다. 이밖에 일부 오피스 빌딩은 매기가 꾸준히 늘고 있다는 후문이다. 부동산 업계 큰손들이 가격이 바닥을 친 지금을 매입 적기로 판단하고 있다는 것이다.

반면 중국의 수도인 베이징(北京)의 아파트는 정책 시행 후에도 큰 폭락세 없이 꾸준히 오르고 있다. 한국 사람이 3만 명 이상 살고 있는 베이징 왕징(望京)에 최근 1기분 공사를 마치고 입주를 시작한 시티원 아파트의 경우 지난해 분양 초기만 해도 ㎡당 6800위안이었으나 9월부터 분양을 시작하는 2기분은 ㎡당 8800위안으로 1년새 ㎡당 2000위안이 뛰었다.

부동산 대책을 써도 이렇게 아파트 분양가가 오르는 것은 토지 공급이 줄었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는 지난해 8월부터 부동산 개발업자들이 수의계약으로 부지를 사지 못하게 하고, 반드시 입찰이나 경매를 통해 땅을 매입하도록 규제하고 있다. 부동산 개발업자들의 헐값에 토지를 매입하거나 매입 이후 개발에 늑장을 부리자 땅을 빼앗긴 대도시 근교 시민이나 농민들의 원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시티원 분양을 일부 맡았던 베이징 건양부동산의 서길수 대표는 “토지 공급이 줄어드는 만큼 당국이 부동산 투기 대책을 시행해도 베이징의 아파트 분양가격은 꾸준히 오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베이징에서 웬만한 고급 아파트는 ㎡당 1만5000위안 정도. 상하이도 평균 1만2000위안선이다. 중국은 아파트 내장 공사를 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 내장공사를 직접 할 경우를 합치면 평당 시세는 우리돈으로 700만 원 정도에 이른다. 서울보다는 싸지만 웬만한 지방도시보다는 비싼 편이다.

시세에 민감한 중산층 아파트와 달리 부자들을 상대로 하는 고급 부동산 시장은 아예 ‘무풍지대’다. IT 업체들이 몰려 있어 벼락부자가 많은 중관춘(中關村) 일대나 인적이 드물고 숲이 우거진 베이징 공항 주변 등에 호화 빌라들이 자리잡고 있다. 빌라 1채의 분양가는 대개 2000만 위안(약 26억 원)을 넘는다.

최근에는 분양가가 1억 위안(약 130억 원)이 넘는 초호화 빌라촌이 베이징에 들어서 눈길을 끈다. 이건희 삼성 회장의 한남동 자택이 기준시가로 75억 원인 것을 감안하면 중국의 빌라가 얼마나 호화판인지를 짐작할 수 있다. 호수와 베이징 공항과 가깝고 골프장이 많은 순이(順義)구에 들어설 이 빌라촌은 모두 36채로 8만 평의 대지에 건평이 평균 2000㎡이며 정원 면적은 4500~6000㎡에 이른다.

현재 중국에서 가장 비싼 빌라는 상하이(上海)의 쯔위안(紫園)빌라로 분양가가 1억 위안을 넘었지만 단 한 채뿐이었다.

중국의 초호화 빌라는 최고급 외국산으로 도배한 것은 물론이고 가정부가 자가용을 타고 생필품을 사야와 할 정도로 넓은 것이 특징이다. 요즘은 골프를 즐기는 신흥 부자층의 수요를 감안해 주변에 골프장이 있는 것도 중요한 입지조건이다.

한편 중국의 부동산 시장은 분양 시장만 있을 뿐 중고 시장이 거의 없는 것이 특징이다. 살다가 다른 사람에게 팔기가 어렵다는 말이다. 중국의 분양 아파트는 대부분 내장을 하지 않고 유리창, 문짝까지 뼈대만 제공한다. 따라서 분양을 받은 집주인이 자신의 취향이나 경제적 여건에 따라 실내 장식을 한다. 게다가 아파트를 지을 땅이 많아 신규 아파트 분양이 계속되고 있다. 굳이 다른 사람의 아파트를 살 필요가 없는 것이다.

김범수 우리은행 베이징지점장은 “중국 부동산 시장이 앞으로 차별화 추세를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동안 고급과 일반 주택으로 단순하게 나뉘던 것이 소득 증가에 따라 이제는 최고급, 상류층, 중산층, 서민층 등으로 세분돼 소비자들에게 접근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베이징/홍인표 특파원 iphong@kyunghyang.com>

영국 - 지난 10개월간 집값 계속 추락

작년 20% 상승, 올해는 5월 현재 5% 상승 그쳐

[커버스토리]세계의 집값 ‘거품일까, 아닐까’

릭스에 따르면 영국 내 집값은 지난 10개월 연속 떨어졌다. 이는 영국에서 본격적인 집값 상승이 시작된 1992년 이래 가장 낮은 기록이다. 매매물량 역시 작년 동기 대비 3분의 1 수준으로 떨어져 사는 사람과 파는 사람 모두 앞으로 부동산 시장이 어떻게 나타날지 확신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1990년대 후반부터 2004년 상반기까지 영국 내 집값은 매년 두자릿수의 상승세를 보였다. 그 결과 집값은 5년 여만에 평균 1.6배 올랐고 평균 주택가격도 14만5000파운드(약 2억6700만 원)까지 치솟았다. 주택시장이 활황을 보인 것은 지난 10여 년 동안 영국의 경제규모가 지속적으로 성장해 가계 수입이 늘어나면서 더 나은 곳으로 이사를 가려는 수요가 늘어난 때문이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투기를 부추기는 주범으로 모기지 이자율이 낮은 것을 꼽는다. 낮은 모기지 이자율에 착안한 사람들이 여러 채의 집을 임대용으로 사들이는 ‘투기’에 나서면서 부동산 가격에 거품이 끼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모기지론으로 일단 주택을 구입한 다음 임대하여 모기지론을 갚아 나가는 방식은 임대비가 상대적으로 비싼 영국에서 성공을 거뒀다. 너도나도 투자 목적으로 집을 구입하려는 상황이 되다보니 주택의 공급이 수요를 따르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기에 이르렀다. 이런 상황에 집값의 상승은 당연한 결과다. 그러나 모기지 이자율이 높아지고 성장일로의 경기가 하향곡선을 그리면서 부동산 거품은 서서히 가라앉고 있다.

전반적으로 하락세를 보이지만 지역에 따라 약간의 차이는 있다. 런던의 경우 북부 잉글랜드나 웨일스 지역보다는 하락폭이 작을 뿐 아니라 일부 지역의 집값은 오히려 상승했다. 전문가들은 “올림픽 주경기장을 비롯한 부대시설이 들어설 곳으로 지정된 이스트 런던 지역만 예외적으로 부동산 가격이 상승하고 있다”며 “2012년 올림픽 유치에 대한 기대심리가 작용한 결과”라고 진단했다.

‘네이션와이드’의 이코노미스트 얼리(Earley)는 “부동산 시장이 전반적으로 냉각된 것은 분명하지만 급격한 가격 하락은 없을 것”이라고 잘라 말한다. 매매가 줄어들고 하이스트리트에서의 구매가 줄어들었다고 해서 부동산 시장이 붕괴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의미다.

한쪽에서는 조만간 집값이 상승할 것이라는 의견을 내놓기도 한다. ‘빌딩 소사이어티’는 “TV나 신문 등 미디어가 상황을 실제보다 과장되게 보도함으로써 부동산 시장이 다소 주춤하고 있을 뿐”이라고 분석했다. 미디어가 조장한 과도한 우려가 가라앉고 나면 이전만큼은 아니어도 집값은 조금씩 그리고 꾸준히 상승할 것이라는 낙관론인 셈이다.

<런던/정수진 통신원 jungsujin@hotmail.com>

호주 - 정부에 발목 잡힌 부동산 열기

지난 20년간 5배 올라 초인플레이션 조짐까지

[커버스토리]세계의 집값 ‘거품일까, 아닐까’

특히 이민자들이 많이 모여드는 시드니나 멜버른 같은 거대도시들의 부동산 가격은 지난 몇 년 동안 천정부지로 치솟아 서민들의 내집 마련은 상당히 요원한 일이 됐다. 시드니의 부동산 경기가 한창 호황이던 2003년 하반기의 경우 시내에서 차로 1시간 이상 벗어난 지역에 있는 방 3개의 이층 집이 50만 호주달러(약 4억원)를 훌쩍 넘을 정도였다. 시드니 지역의 부동산 시세는 비슷한 도시 규모인 멜버른과 비교해 50~60% 이상 높았다.

부동산열풍은 지난 2~3년 사이 중소 도시로 번졌다. 애들레이드 시의 경우 2003년 한 해 호주에서 부동산 가격이 가장 큰 폭으로 오른 트레미어 지역은 20만 호주달러이던 집이 1년 만에 35만 호주달러에 거래될 정도로 단기간 가장 큰 폭으로 부동산 가격이 오르기도 했다.

부동산열기가 갈수록 더하자, 호주에서는 지난 해 초 인플레이션의 조짐마저 보이기 시작했다. 부동산으로 몰린 시중의 돈은 시중 물가를 상승시키는 주요 원인이 되었고, 국내 경제지표 곳곳에서 위험경고등이 켜지자 호주 정부는 지난해 3월 특단의 조치를 취했다. 호주 연방중앙은행(RBA)이 지난해 상반기와 하반기 두 번에 걸쳐 기준금리(official cash rate)를 5%에서 5.5%로 인상한 것. 시중 금리가 크게 인상되자, 은행의 이자율도 덩달아 올랐고, 이자율 상승은 곧바로 부동산 시장에도 큰 영향을 끼쳤다. 은행에 빚을 지면서까지 무리하게 집을 구입한 상당수의 소비자가 이자율 상승이 부담스러워 집을 급매로 내놓게 돼, 최근 호주에선 부동산 열기가 썰물 빠지듯 빠르게 하강하고 있다. 부동산 가격이 크게 오른 시드니의 경우 중앙 정부의 금리 인상 이후 전체적으로 부동산 가격이 크게 하락하는 가운데, 이곳 부동산 투자 전문가인 캐롤라인 베링거는 “올 6월 기준으로 시드니의 몇몇 지역은 지난해와 비교해 12%까지 부동산 가격이 크게 떨어졌다”고 말했다.

시드니만큼은 아니지만 중소도시들의 부동산시세 역시 그 열기가 한 풀 꺾인 가운데, 최근에는 결코 떨어질 것 같지 않아 보이던 시내 중심가의 부동산 시세 역시 소폭으로 떨어지고 있다.

현재 정부의 금리인상 조치로 부동산 열기가 차츰 사라지고 있다고는 하나 이미 높아진 부동산가격은 서민들에게는 여전히 큰 부담이다. 호주부동산협의회(REIA)가 2004년 3분기에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시드니의 경우 일반 시민의 연평균 소득은 약 5만7000호주달러인데 비해 평균 주택가격은 이미 50만5000호주달러에 이르러 일반 시민의 소득 대비 주택구입 부담률이 약 8.8배인 것으로 나타났으며 애들레이드 역시 6.2배로 여전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함께 비교된 캐나다의 경우 일반 시민들의 소득대비 주택구입 부담률이 평균 3.6배로 호주보다 현저히 낮은 것으로 나타나 호주 서민들이 집을 마련하기는 앞으로도 힘겨워 보인다.

<시드니/김경옥 통신원 kelsy03122022@yahoo.co.kr>

캐나다 - 대도시 부동산 최고 80% 올라

홍콩·일본·한국 등 아시아계 자금까지 밀려들어

[커버스토리]세계의 집값 ‘거품일까, 아닐까’

캐나다 대도시의 부동산가격은 15~80% 올랐다. 지역간 편차가 심한 편이지만 상당수 지역은 50% 넘게 올랐다. 그래서 1994년과 1995년의 부동산 폭락을 들어 현재의 상황을 거품이라고 단정짓는 전문가들도 있다. 하지만 대다수는 거품으로 보지 않는다. 우선 모기지 금리가 3.5%대로 상당히 낮고, 이미 부동산으로 부를 축적한 사람들은 모기지 금리가 1%포인트 올랐다고 해서 매물을 한꺼번에 내 놓을 일이 없다. 또 현재 캐나다의 부동산 열기가 2010년 동계 올림픽 때문이기는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설명이 안 된다. 무엇보다도 유입인구의 증가에 따른 수요도 만만치 않다. 실제로 밴쿠버의 경우 이민자 등 유입인구가 계속 안정적으로 늘어나고 있어 쉽게 폭락할 위험은 다른 곳에 비해 높지 않다. 악재보다는 호재가 더 많다는 얘기다.

최근에는 중국을 중심으로 홍콩과 일본, 한국 등 아시아계 자본까지 밀려들면서 캐나다 부동산 투자를 부채질하는 무시할 수 없는 요인이 되고 있다. 미국에 비해 아시아계 자본과 이민의 유입을 환영하는 캐나다 정부도 그러려니와, 부동산 수익에 대해 수리비 등의 각종 비용에는 면세 혜택을 주고, 개인 거주용 부동산의 경우 시세 차액 50만 캐나다달러(약 4억3000만 원)까지는 세금을 과하지 않는 것도 좋은 투자요인이다. 이들은 아파트를 10채 이상씩 매입하거나 아예 아파트를 동 단위로 사들이기도 한다.

주택임대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기 위해 부동산을 구입하는 것은 중국인 뿐 아니라 한국인도 마찬가지다. 특히 한국인들은 유학생 부모까지 부동산 매입에 참여한다.

현재 캐나다의 부동산 시세 상승은 밴쿠버 등 일부 중심 도시에만 한정된 것이 아니다. 다소 낙후된 시에서도 일어나고 있는 현상이어서, 이런 부동산 시장 열기는 외곽 지역까지 확산되고 있다. 이는 올림픽이 끝나는 2012년 후에나 안정을 보이리라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다. 때문에 지금도 투자자는 물론 실수요자들이 해질 무렵까지 부동산을 둘러보며 투자 물건을 찾는 광경을 쉽게 볼 수 있다. 캐나다의 부동산가격이 폭락하지 않을 것임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밴쿠버/강영준 통신원 realcanada@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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