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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박철언식 회고록’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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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태우·이순자·허화평 등 5·6공인사 집필 주목… YS 이미 2차례 출간, DJ 2년전부터 자료 수집

[커버스토리]제2의 ‘박철언식 회고록’이 보인다

“또 다른 회고록 ‘폭탄’이 터지는 것은 아닐까?”
박철언 전 의원의 회고록이 파문을 일으키면서 또 다른 정치인의 회고록이 나올까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5공 시절 권력의 실세였던 허화평 미래한국재단 이사장은 8월 17일 평화방송 라디오 인터뷰에서 “개인적으로는 회고록 집필을 생각해본 적이 없다”

면서 “아무도 안 한다면 나라도 기록을 남겨야 하는 거 아니냐”고 말해 5공화국에 대한 또 다른 회고록의 등장을 암시하기도 했다. 박 전 의원의 회고록에 대해 불편한 심경을 보인 허 이사장은 5공화국의 기록은 원칙적으로 전두환 전 대통령이 맡아야 한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5공화국과 6공화국의 비화와 관련해 가장 큰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곳은 연희동. 전두환 전 대통령과 노태우 전 대통령이 머물고 있는 연희동은 1980년대 격동 시대의 비화를 가장 많이 알고 있는 곳이다. 두 전직 대통령에게서 나오는 회고록이야말로 매머드 급 핵폭탄이 될 것이라는 중론이다.

노 전 대통령측 “자료정리 다 했다”

정가에는 노 전 대통령이 회고록을 집필하고 있다는 소문이 떠돈다. 노 전 대통령측은 “자료를 모은 지 몇년 됐다”면서 “그러나 금방 출간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가끔 보좌진이나 참모진이 모여 당시 자료를 취합하고 있다는 것이다. 출간될지 알 수 없지만 회고록 발간을 위한 기초 작업에 들어간 것으로 파악된다. 노 전 대통령측은 “지금 자료정리는 다 했다”면서 “초안만 겨우 잡은 상태이기 때문에 발간 여부도 알 수 없다”고 말했다.

1995년 역사바로세우기로 노 전 대통령과 등을 돌린 김영삼 전 대통령의 회고록이 2001년 출간되고, 드라마 ‘5공화국’이 방영되는 상황에 노 전 대통령이 어떤 식으로든 입장을 밝힐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노 전 대통령측은 “박 전 의원의 회고록 발간에 대해서는 노 전 대통령이 보도를 통해 알고 있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5공화국과 관련해 이순자 여사의 회고록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 여사측 주변에 따르면 이 여사는 백담사에서 돌아온 직후 회고록을 쓰기 시작했다고 한다. 원고량도 엄청나 2∼3권 분량의 초고가 이미 나온 상태라는 것. 5공화국 당시 전 전 대통령의 도움을 받고는 돌아섰던 ㄱ씨 등에 대한 섭섭한 감정을 격정적으로 토로한 내용이라고 한다. 아들인 전재국 시공사 사장이 출간을 제안하기도 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당시 여러 출판사에서도 접촉을 시도했다. 하지만 전 전 대통령의 재산 헌납 문제로 국민들의 여론이 따가워 회고록 출간이 미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컴퓨터 작업으로 예전 원고를 수정하는 것이 이 여사의 ‘낙’이라는 것이 지인들 얘기다.

전 전 대통령측은 “어떻게 알고 있는지는 모르지만 회고록 준비는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하지만 지금 준비도 제대로 되어있지 않고 발간 계획도 없다”며 회고록 발간을 부인했다.

[커버스토리]제2의 ‘박철언식 회고록’이 보인다

김영삼 전 대통령(YS)의 회고록은 ‘민주주의를 위한 나의 투쟁’이라는 제목으로 2000년 백산서당에서 3권의 책으로 출간됐다. 다음해에는 조선일보사에서 역시 같은 제목으로 2권의 책으로 나왔다. 첫번째 회고록은 대통령 당선까지 시기를 서술하고 있으며, 두번째 회고록은 대통령 재직 5년간을 담고 있다. 두번째 회고록에서 YS는 김대중 전 대통령(DJ)이 비자금 문제와 관련해 1997년 가을 다섯 차례나 면담을 요청했다고 기술해 파장을 일으켰다. 당시 현직 대통령이던 DJ의 측근이 반발하고 나선 것.

민관식 전 문교장관 9월 발간 예정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에 대해서는 1994년 4월 총리 경질을 통보받은 뒤 ‘한번 더 기회를 달라’고 사정했으며 나갈 때는 출입문도 찾지 못해 허둥댔다고 기록, 이회창 전 총재측에서 반박하기도 했다.

“나는 내가 기억하는 한, 그 진실만을 썼다”고 회고록에서 밝힌 YS는 최근 박철언 전 의원이 회고록을 통해 ‘3당 합당을 위해 YS에게 40억원 이상을 제공했다’고 밝힘에 따라 4년 전 휘두른 회고록의 칼날을 되받은 셈이 됐다.

DJ의 회고록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지난해부터 ‘DJ 회고록’ 발간 계획이 일부 언론을 통해 보도됐다. 일본과 한국, 양국의 출판사와 신문사로부터 ‘러브 콜’을 받고 있다는 소식이었다. 최경환 비서관은 “아직 출판사와 계약하지는 않았다”면서 “2년 전부터 자료를 수집해 구상단계일 뿐 집필에 들어가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김종필 전 자민련 총재(JP)의 회고록 집필 여부도 관심사. 5·16이후 권력의 제2인자로, 1990년대에 ‘3김’의 한 축으로 다시 권력의 핵심에 섰던 그이기에 회고록이 출간된다면 엄청난 폭발력을 가질 것으로 보인다. 일부에서 소문으로 떠돌고 있지만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측근인 유운영 전 대변인은 “주변에서 회고록을 쓰라고 권하는데 본인은 미동도 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회고록 발간을 앞두고 있는 정치인도 있다. 민관식 전 문교부 장관의 회고록이 9월 발간될 예정. 민 전 장관은 1958년 4대 민의원에 당선된 후 5·6·10대 국회의원으로 40년 동안 정계에서 활약했다. 국회 부의장과 의장 직무대리, 문교부 장관, 대한체육회 회장을 역임하면서 정계·체육계 인사와 두루 교류해온 민 전 장관의 회고록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는 평소 꼼꼼한 성격으로 당시 상황을 수첩에 일일이 메모했기 때문. 민 전 장관은 관련 기념물을 세세하게 챙겨 ‘컬렉션 룸’에 보관하고 있다. 여권·신분증·비행기 표 등 그가 모은 기념품에 대한 방대한 기록도 88세 미수를 맞아 회고록과 함께 책으로 나온다.

최근 정치인의 회고록으로는 박관용 전 국회의장이 지난해 탄핵에 관한 내용을 기록한 ‘다시 탄핵이 와도 나는 의사봉을 잡겠다’(3월 발간)를 꼽을 수 있다. 이만섭 전 국회의장의 회고록 ‘나의 정치인생 반세기-이승만에서 노무현까지’는 지난해 10월 출간됐다.

김경재 전 국회의원이 1970년대 말 쓴 전 중앙정보부장 김형욱의 회고록은 최근 국정원 과거사 진실위의 파리 피살 발표로 화제에 올랐다. 이 책은 원고가 작성되던 1970년대부터 국내에서 출간된 1980년대, 진실 규명의 단계에 들어간 2000년대 내내 ‘뜨거운 감자’가 되고 있다.

<윤호우 기자 hou@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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