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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시장 콧대 꺾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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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인상 표적은 부동산 거품… 다수론은 ‘폭락은 없다’

[특집]부동산시장 콧대 꺾을까

금리인상의 방아쇠가 곧 당겨진다. 총알은 총구를 떠나 목표점을 향해 나아갈 것이다. 목표점은 어디일까. 여러 곳이 있겠지만 국민 대부분은 ‘부동산’이길 바란다.

높은 가격으로 인해 우리나라 부동산은 원망의 대상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국민들이 원하는 꿈은 실현될까. 가능성이 높지는 않지만 충분히 실현 가능한 일이라는 분석이다. 현재 전세계 부동산시장이 1999~2000년 IT(정보기술) 붐이 일었을 때의 나스닥·코스닥시장과 비슷하다고 분석하는 경제전문가들도 일부 있다. 나스닥이나 코스닥처럼 언젠가는 거품이 꺼질 것이란 얘기다. 나스닥지수는 2000년에 5000포인트를 육박하다가 1000포인트대로 추락했다. 최근에는 미국 경기의 회복으로 2000포인트를 회복했지만 여전히 최고점에 비해 반토막난 상태다. 코스닥은 더 심하다. 1999년 1월 코스닥시장은 불과 756포인트에서 시작해 2000년 3월 2925포인트까지 급등했다. 현재 코스닥지수는 500포인트대다. 최고점 대비 6분의 1 수준이다.

이자 늘어나면 매물 증가 기대

현재의 부동산, 특히 급등한 강남권과 신도시 일부 아파트는 코스닥의 상승·하락폭과 똑같지는 않겠지만 비슷한 양상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것이 업계 일각의 시각이다. 이 지역 아파트는 거품이 꺼질 듯 꺼질 듯하면서도 랠리를 계속해 불과 4년만에 2~5배 폭등했지만 어느 순간 하락세로 돌아서면 걷잡을 수 없이 폭락하고 그것을 촉발할 방아쇠가 바로 금리인상이라는 것이다. 금리가 1~2% 상승하면 빚을 내서 부동산을 산 사람들은 그만큼의 이자를 더 내서 생활이 궁핍해질 수밖에 없고, 한계상황에 직면하면 부동산을 팔 수밖에 없다. 예컨대 은행권에서 시가의 60%를 대출받아 3억원짜리 아파트를 샀다면 무려 1억8000만원이나 빚을 낸 것이다. 따라서 상환방법을 따지지 않고 단순 계산할 경우 금리가 1~2% 오르면 이자는 1년에 180만~360만원이 늘어난다. 한달에 무려 15만~30만이 늘어나는 것이다.

강남·분당 소폭 조정은 있을 듯

금융연구원 최공필 선임연구위원은 “빚을 갚을 능력이 없다면, 즉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라면 당연히 부동산을 판다”면서 “그런데 살 사람이 없으면 부동산 가격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최 선임연구위원은 “8월말에 내놓을 부동산대책으로 거래가 실종될 경우 심각한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한번 내림세로 돌아서면 매수세가 실종돼 상당히 낮은 가격에 매물을 내놓아야만 거래가 이뤄지고, 그것이 도미노처럼 번져 부동산 가격 폭락을 가져올 것이란 얘기다.

은행보다는 제2금융권에서 폭락을 촉발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 현재 주택담보대출의 담보인정비율(LTV)을 은행권에서 60% 수준으로 유지하도록 금융당국이 지도하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제2금융권이다. LTV 지도가 잘 안되고 있어 부동산가격의 100%까지 대출을 해주는 곳도 있다. 한 시중은행 지점장은 “은행보다는 상호신용금고·보험사 등 제2금융권이 문제”라며 “대출을 더 받기 위해 은행에서 제2금융권으로 대출상품을 갈아타는 사례가 한 달에 몇 건씩 있다”고 전했다. 일부 고객은 은행권에서 60%를 받은 후 제2금융권에서 나머지 40%를 대출받는 경우도 있다. 부동산업계의 한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일본보다 LTV면에서 여유가 있다고 보는 것은 허구”라고 꼬집었다. 금융당국에서 LTV 비율이 낮아 일본과 같은 부동산 폭락은 오지 않을 것이라고 예측하는 것은 잘못됐다는 얘기다. 일본의 경우 1980년대에 지가가 3배로 뛰는 등 폭등했고, 1980년대 중반 엔화강세와 저금리에 따른 과도한 유동성이 부동산 시장으로 유입됐다. 당시 일본 은행과 주택금융전문회사(住專) 등 제2금융권은 주택담보대출 상품을 내놓고 투자자를 잡느라 혈안이 됐다. 주택가격보다 더 많은 대출을 해주기도 했다. LTV가 100%를 넘은 것이다. 이는 그당시 ‘부동산 불패신화’가 지배하고 있어 부동산가격이 계속 올라갈 것으로 예측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1989년 이후 유가가 급등하고 물가가 불안해지면서 금리를 올렸고, 추풍낙엽처럼 부동산 가격은 떨어지기 시작했다. 일본은 이후 10년 넘게 불황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특집]부동산시장 콧대 꺾을까

하지만 폭락할 것이란 주장은 소수론에 불과하다. ‘폭락은 없다’에 무게가 실리고 있는 셈이다. 다수론은 강남·분당 등의 아파트가 10~20% 수준에서 조정을 받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들은 대출금리를 1~2% 올린다고 해서 큰 영향이 없을 것이란 분석이다. 그나마 많이 오르지 않은 강북권·일산·산본 등은 현상 유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들의 분석은 이렇다. 7월말 기준 은행권 주택담보대출은 모두 181조6000억원. 이에 따라 늘어나는 이자는 1조8000억~3조6000억원으로 이 정도는 충분히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이라는 주장이다. 삼성경제연구소 정영식 수석연구원은 “부동산 가격 폭락은 현실성이 없다”는 견해를 밝혔다. 건설산업전략연구소 김선덕 소장도 “금리인상 폭이 1~2%에 그치면 폭락 사태는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경기도 일산의 최고공인중개 김현기 대표는 “빚내서 집 산 사람 중 한계상황에 직면한 사람은 작년말과 올해초 정리가 많이 됐다”면서 “일부 급등한 지역을 제외하고는 크게 떨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인상시기 놓쳐 과열양상 못 막아

금통위가 금리인상을 너무 늦게 해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게 됐다’는 분석도 있다. 부동산 시장의 변동폭을 줄일 수 있었는데 금통위가 실기했다는 것이다. 미국은 1999~2000년 물가와 자산(주식) 가격 안정을 위해 선제적으로 대응했다. 금리를 1999년 6월부터 2000년 5월까지 1년간 6차례에 걸쳐 4.75%에서 6.50%로 올렸다. 앨런 그린스펀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은 1999년 6월 30일 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미국 금융시장(증권시장)의 명백한 과열에 대처하기 위해”라고 언급했다. 물론 금리를 인상한 뒤 자산(주식) 가격은 급락했다. 하지만 금융시장과 금융기관의 안정성이 훼손되는 것을 막았다는 평가다. FRB가 통제하는 방향으로 된 셈이다. 정영식 수석연구원은 “금리인상을 올해 하반기에 단행해도 늦은 면이 있다”면서 “다른 나라의 경우 부동산가격이 오를 때 물가가 불안하지 않아도 선제적으로 올려 부동산가격 상승을 막았다”고 지적했다. 최공필 수석연구위원도 “전세계적으로 금리를 올리고 있는 상황에 우리나라도 미리 손을 썼어야 했다”고 아쉬워했다. 일본도 1990년초 금리를 뒤늦게 인상해 부작용이 심했다는 분석이다.

금리보다는 미국·영국 등 다른 나라의 부동산 가격 하락에 동조할 것이라는 색다른 견해를 내놓는 전문가도 있다. LG경제연구원 송태정 부연구위원은 “내생적인 요인, 즉 국내 금리를 올린다고 해서 부동산가격이 떨어질 것으로 보지 않는다”면서 “하지만 미국·영국 등의 부동산 버블이 붕괴되면 우리나라도 그 영향권에서 벗어나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송 부연구위원은 “미국의 경우 정책금리를 올렸지만 모기지론 금리를 올리지 않아 아직까지 부동산시장에 큰 변화는 없다”면서 “그러나 모기지론 금리를 올리면 부동산 버블이 붕괴할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이럴 경우 최근 2~3년간 50% 오른 미국이나 80% 오른 영국의 부동산 버블이 붕괴되고, 그 여파가 우리나라에도 미칠 것이라는 설명이다. 김선덕 소장도 “부동산 가격의 상승과 하락은 전세계적으로 동시에 발생하는 경향이 있다”면서 “미국·영국 등 다른 나라와 같이 부동산 가격이 움직일 것”이라고 진단했다.



“부동산에 대해 할말 많습니다”

[특집]부동산시장 콧대 꺾을까

부동산에 관해서라면 남녀노소 할 것 없이 할 말이 참 많다. 남성들은 군대 이야기 못지 않게 부동산 실패담, 성공담을 풍부하게 갖고 있고, 여성들은 신변잡기에 관한 수다 못지않게 부동산 재테크 노하우에 대한 토론으로 격론을 벌인다. 부동산을 보유할 만한 재력을 가진 30대·40대 전문직 종사자와 직장인들을 만나 부동산에 얽힌 그들의 쓴소리를 들어봤다.

▲서울 불광동 ㄱ씨(37·대기업 과장)

서울 은평구 불광동의 20평대 아파트에 전세로 산다. 나는 은평구 지역 아파트가 강남에 비해 상대적으로 덜 올랐지만 우리나라 집값이 절대적으로 높다고 생각하기에 이 지역 아파트 가격이 더 떨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내가 아파트를 산 후에는 아파트가격이 오르길 바랄 것이라고 사람들이 말한다. 하지만 그것은 부동산으로 투기를 하는 사람들의 생각일 뿐이다. 나는 집을 거주개념으로 생각하고 있다. 집값이 올라가든 내려가든 개의치 않는다는 얘기다. 물론 사람이 화장실 갈 때와 나올 때가 다를 수도 있지만 어쨌든 현재 집값은 내 월급 수준으로는 너무 높다.

▲서울 남가좌동 ㄴ씨(41·공무원)

전국민이 부동산투기를 하는 것 같다. 주변에 보면 땅을 사기 위해 직접 보러 다니는 사람이 많다. 아예 1년에 한번 부동산투기로 크게 먹은 뒤 골프를 하고 여행 다니며 노는 사람도 있다. 몇달 전 아파트를 사서 이렇게 저렇게 매매해서 1억원짜리였던 아파트를 10년 만에 10억원 짜리 아파트 3채로 만들었다는 아내 친구의 얘기를 듣고 자괴감이 들었다. 최근에 강남 재건축 아파트로 크게 먹었다고 한다. 도대체 나와 아내는 무엇을 했을까. 본인들은 쉼없이 노력해서 이 정도로 만들었다고 하지만 이사 몇 번 가고, 쓸 만한 아파트 보러 다니고, 약간의 리스크를 안고 이 정도의 수익을 냈다면 이게 정상적인 나라인지 의문이다. 요즘 일할 맛이 안 난다. 상대적 박탈감은 희망을 잃게 한다.

▲서울 서초동 ㄷ씨(40·치과의사)

현재 주상복합의 4억~5억원 짜리 전세에 산다. 3년 전에 4억원짜리 집을 사려고 했지만 꼭 집을 살 필요가 있는가 해서 안 샀다. 그 집이 10억원이 됐을 때, 솔직히 가슴이 쓰렸다. 하지만 버스는 지나갔다. 그래서 잊는 것이 좋다고 생각했다. 현재 전세지만 최고급 아파트에서 산다. 이 정도 주거환경이면 대한민국 최상이라고 생각한다. 더 바라는 것은 욕심이다. 그리고 앞으로도 살 집은 분명히 있다. 6억원을 못 벌었지만 교회에 다니며 평온을 찾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어차피 죽을 때 돈을 가져갈 수도 없지 않는가.

▲경기도 분당 ㄹ씨(여·43·은행원)

내 월급의 300배를 주어야 강남에 30평대 아파트를 살 수 있다. 1인당 국민소득이 일본의 1/3 밖에 안 되면서 집값은 일본과 대등한 수준이다. 가끔 뭔가 크게 잘못됐다는 생각은 든다. 하지만 손해보지 않기 위해 꾸준히 부동산 투자를 하고 있다. 나만 뒤처질 수 없는 거 아닌가. 5000만원으로 서울 강북의 조그마한 아파트에서 시작해 계속 이리저리 굴려 분당에 7억원 정도의 아파트를 소유하게 됐다. 주변을 살펴보라. 빚 내서도 한다. 주식을 빚내서 하나. 그런데 부동산은 한다. 미국도 모기지론으로 한다고 하지만 그 비중이 얼마나 되나. 그리고 사회적으로 문제가 될 정도인가. 우리나라는 빚을 내서라도 안 하면 바보가 되는 나라다. 그러니 ‘부동산 불패신화’는 깨지지 않을 것이다.

<조완제 기자 jwj@kyun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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