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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긴 주말 ‘주말주택’에서 보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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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5일근무제 맞아 세컨드하우스 붐… 직접 건축에서 전세형태까지

[E@L]긴긴 주말 ‘주말주택’에서 보낼까

중견기업에 근무하는 김석관 차장(39)은 최근 주말이면 어김 없이 가족과 함께 강원도 일대를 누빈다. 여행 전문가가 아닌 그가 흥분된 마음으로 매주 강원도를 찾는 것은 다름 아닌 ‘주말용 주택’(세컨드 하우스·Second House)을 지을 부지를 확보하기 위해서다.

불과 한달여 전만 해도 최 차장은 주말이면 적잖은 고민에 빠졌었다.
본격적인 주5일 근무제가 시작됐지만 매주 특별한 이벤트를 만들지 못했기 때문이다. 물론 주5일 근무제 시작 초반 몇주간은 여행과 쇼핑 등 주말을 한껏 즐겼다. 그러나 이도 잠시, 매주 어김없이 찾아오는 주말이 그에게는 부담이 아닐 수 없었다.

결국 최 차장은 가족회의를 거친 끝에 저렴한 비용에 맘껏 전원생활을 누릴 수 있는 아담한 별장(?)을 마련키로 한 것. 아담한 전원주택을 구입해 그 곳에서 주말을 보내자는 게 그와 가족들이 합의한 내용이다.

대한민국 대표 중산층이라고 생각하는 최 차장이 이렇게 주말용 주택 부지 확보에 본격 나선 것은 주5일 근무제도 근무제지만, 최근 정부가 10평 미만의 이른바 소형 주말주택에 대해서는 대체농지 조성비를 면제해주는 방안을 추진한다는 소식을 접하고부터다. 막연하게나마 언젠가는 ‘세컨드 하우스’를 지어야겠다는 그의 생각이 더욱 구체화·본격화하는 계기가 됐다.

그는 “주5일 근무제 시행 처음에는 여유시간을 여행과 쇼핑 등에 활용했지만 비용이 만만치 않아 얼마 지나지 않아 포기하게 됐다”면서 “대신 그동안 모아둔 여윳돈을 투자해 주말주택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이런 분위기는 주5일 근무제가 본격화하면서 중산층을 중심으로 점차 확대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주)삼호인베스트 최영수 대표는 “소형 주말주택은 건축비가 2000만원 안팎으로 저렴한데다 주5일 근무제 확산으로 전원생활을 즐기고자 하는 도시 중산층들의 관심을 끌 것”이라고 전망했다.

소형 주말주택 대체농지조성비 면제

또 부동산 컨설턴트 현성식씨는 “국민소득 향상과 고령화 등으로 전원생활을 꿈꾸는 이들이 늘고 있는데다 주5일 근무제도 확대되고 있어 소형 주말주택 수요는 점차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E@L]긴긴 주말 ‘주말주택’에서 보낼까

집값 부담을 우려해 일단 전세형태로 주말형 전원주택을 마련하는 샐러리맨도 적지 않다. 서울 강동구에 살고 있는 김태호씨(40)는 강원도 화천지역에 대지 80평, 건평 25평짜리 아담한 전원주택을 2500만원에 빌려 주말마다 이용하고 있다. 자금을 마련해 2~3년 안에 직접 세컨드하우스를 지을 계획이다.

일반 직장인 사이에서 세컨드하우스 구입 붐이 일면서 정부의 최근 발표도 힘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정부는 도시민의 농어촌 유입 확산을 위해 농업진흥지역 밖에 조성하는 소규모 농장(주말농장) 안에 짓는 33㎡(약 9.98평) 규모의 소형 주택(주말주택)에 대해서는 대체농지 조성비를 면제해주는 방안을 추진중이라고 밝혔다.

대통령 자문기구인 농어업·농어촌특별대책위원회는 최근 노무현 대통령에게 이런 내용을 담은 ‘농어촌 복합 생활공간 조성방안’을 보고했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1990년대 전원주택 시장이 실패한 것은 수요를 무시한 채 무조건 고급 별장형으로 지었기 때문”이라며 “하지만 최근엔 주말을 가족과 전원에서 보내고자 하는 도시 중산층이 크게 늘고 있어 ‘세컨드 하우스’ 개념의 소형 전원주택 수요도 급증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어느 정도 예산이면 세컨드 하우스를 마련할 수 있을까.

건축비 2000만원 정도면 신축 가능

대체로 전문가들은 건축비 2000만원(부지 등 제외) 정도면 신축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시중에 보급되고 있는 소형 주택은 3평에서 10평까지 다양하다. 3평의 건축비는 400만~500만원 선, 10평 건축비는 2000만~2600만원 수준이다. 다만 전기 수도 정화조 상하수도 등의 공사에 추가로 비용이 발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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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소형 주말주택에 대한 모든 것을 배울 수 있는 전원생활 학교도 있어 이를 이용하면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다. 전원생활 학교를 운영하고 있는 OK시골의 김경래 사장은 “시공업체를 선정할 때는 계획·설계·인허가·자재조달에서 시공에 이르기까지 일률적으로 할 수 있고 준공 이후 하자보수까지 맡아주는 업체를 골라야 한다”고 말했다.한편 경기 둔화의 영향으로 침체됐던 콘도·펜션 시장도 주5일 근무제 본격 시행에 힘입어 다시 활기를 띠고 있다. 경북 경주시에서는 한화리조트와 대명콘도가, 용평리조트와 안면도 오션스파캐슬 등도 올해와 내년 사이에 개장을 목표로 모두 호텔형 고급콘도 분양에 나서고 있다. 기존 콘도 회원권 시세도 연초보다 100만~200만원 오른 상태다. 특히 콘도는 숙박 개념에서 문화공간 개념으로 바뀌고 있는 추세다.

한화리조트는 설악산과 제주에서 폴리네시안과 불가리아 민속공연을, 양평에서는 ‘3040콘서트’를 진행하는 등 ‘테마형 콘도’를 선언했다. 펜션업계도 회원제 운영과 전원주택의 펜션화 등으로 활로를 찾고 있다. 강원 평창군에서 회원제 분양에 나선 내집마련정보사의 ‘숲속의 요정’ 펜션은 비수기인 5~6월에도 투숙률이 90%를 넘었고, 8월중 예약이 거의 끝난 상태다.

전원주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최근에는 단지형 펜션에나 적용되던 전문회사의 주택 위탁관리 서비스가 전원주택에도 등장하는 등 관련산업이 활기를 띠고 있다. 위탁관리는 전원주택 소유자가 주택을 사용하지 않는 기간에 관리업체에 건물임대를 맡기고 발생한 수익을 관리업체와 나누는 것으로 주로 대형 펜션단지에서 사용되던 수익 시스템이다.

<김재홍 기자 ato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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