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올 여름엔 ‘등대지기’ 돼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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빼어난 절경에 자리잡은 마음의 안식처 ‘등대’로 여행을 떠나자

[사회]올 여름엔 ‘등대지기’ 돼볼까

캄캄한 밤바다, 지친 하루 일과를 끝내고 귀항하는 어선에게 등대는 무엇보다 중요하다. 요즘에는 성능좋은 위성항법보정시스템(DGPS)이 보급되면서 위치를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으니 등대가 필요없지 않으냐는 이야기도 나오지만 암흑처럼 깜깜한 밤에 반짝이는 등대는 선원들에게 변함없이 심리적인 위안을 준다.

최근에는 등대가 관광의 명소로 이용되고 있다. 등대가 있는 해안은 지리적인 특성상 대부분 빼어난 절경을 자랑하기 때문이다. 전국의 많은 등대가 영화나 드라마, CF에 등장하고 있다. 전국에서 밤바다를 비추는 유인등대는 총 43곳(무인등대 666곳)이다. 기본적으로 모든 유인등대는 관광객에게 개방돼 있다. 숙박이 가능한 곳도 있는데 인기가 좋아 올 여름에는 이미 예약이 완료된 상태다.

항로를 알려주는 등대 본연의 임무 때문에 지리적으로 멀리 떨어져 있거나 무인도 혹은 군작전 지역 내에 있는 등대도 있다. 이런 등대는 관광객이 찾아가기 부담스럽다. 서해안에 있는 대부분의 등대가 이에 해당한다. 관광객이 찾아가기가 비교적 쉬운 등대 중 해양수산부가 추천한 등대를 소개한다. 등대의 역사 등이 궁금하면 직원에게 물어보면 된다. 직원이 바쁘지만 않으면 제한구역을 제외한 나머지 시설을 견학하거나 설명을 들을 수 있다.

포항 호미곶등대(1908년)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등대로 알려져 있다. 8각형으로 된 건물은 벽돌로 만든 것이며 등탑 내부 천장에는 대한제국 황실문양인 오얏꽃을 새겼고 출입문과 창문은 고대 그리스 신전처럼 장식했다. 한반도의 호랑이 꼬리 부분, 즉 가장 동쪽에 있어 새해 해돋이로 유명하다. 건물이 오래돼 전망대에 올라갈 수는 없지만 주변에 해맞이 광장이 조성돼 있어 일출을 즐길 수 있다. 바로 옆에는 국내 유일의 등대박물관이 있는데, 우리나라 등대의 변천을 살펴볼 수 있는 각종 유물이 전시돼 있다. 새천년을 축하하기 위해 육지와 바다에 설치된 상생의 손도 볼거리다. (054-284-9814)

제주도 우도등대(1905년)

주간명월 등 우도 8경이라는 막강한 관광상품이 주변에 있어 매력을 더한다. 우도등대 자체도 볼 만하다.
2003년 우리나라 최초로 등대테마공원으로 조성됐다. 이곳에는 등대에 관한 전시실, 세계의 유명 등대와 등대에 얽힌 미스터리에 관한 내용을 알려주는 영상실 등이 있다. 등대주변의 야외전시장에는 마라도, 팔미도, 가덕도, 호미곶, 독도 등대 등 우리나라의 아름다운 등대 8곳과 외국의 등대 6곳의 축소모형이 전시돼 있어 발길을 붙잡는다. 맑은 날 등대 옆에 설치된 쌍안경을 들여다보면 멀리 일출봉도 보인다. (064-783-0180)

제주도 산지등대(1916년)

전국에서 몇 안되는 등대체험이 가능한 곳이다. 직원 숙소 일부를 개방, 1년 내내 1박2일로 등대체험을 할 가족을 모집한다. 하지만 아쉽게도 올 여름에는 예약이 끝난 상태라고 한다. 그러나 낙담할 필요는 없다. 오는 관광객을 마다하지 않아 굳이 숙박을 하지 않더라도 전망대에서 일출과 일몰을 감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몰에 볼 수 있는 사라봉낙조는 제주 10경 중 하나다. 저녁 시간에는 깜깜한 바다에 집어등을 켠 어선과 제주시의 야경을 감상할 수도 있다. 산책로도 잘 돼 있어 데이트 코스로도 사랑받고 있다. (064-722-5707)

[사회]올 여름엔 ‘등대지기’ 돼볼까

울산 간절곶등대(1920년)

해송과 잔디밭이 빼어난 경관을 자랑한다. 또한 우리나라는 물론 아시아에서 해가 가장 빨리 뜨는 곳으로 유명하다. 2001년 새천년을 앞두고 조사한 결과 호미곶보다 1분 4초 빠른 것으로 밝혀졌다. 등대 앞에 해맞이 공원이 조성돼 있어 굳이 전망대에 올라가지 않아도 일출을 볼 수 있다.
원래는 개방형 숙소도 있었으나, 이용객의 추태로 인해 요즘에는 여름철에만 개방하고 있다. 이는 울기등대도 마찬가지. 두 곳 모두 올 여름 이용 예약은 이미 끝난 상태다. 간절곶등대 주변에는 해수욕장과 야경이 아름다운 명선도와 동백나무로 유명한 목도가 있다. (052-239-2125)

[사회]올 여름엔 ‘등대지기’ 돼볼까

울진 죽변등대(1911년)

대나무숲과 하얗게 부서지는 파도 등 빼어난 자연경관을 자랑한다. 최근에는 드라마 세트가 바로 옆에 들어서서 많은 관광객을 끌어모은다. 등대에서 해변으로 내려가는 길을 걷다보면 드라마속에 등장한 하얀 십자가가 솟아난 빨간 지붕의 성당이 보이고, 바로 아래에는 바닷가 언덕 위의 집 한채가 보인다. 바로 드라마 ‘폭풍속으로’의 촬영세트이다. 인근에는 명사십리를 자랑하는 봉평해수욕장과 덕구온천 등 관광지가 있다. (054-783-7104)

여수 오동도등대(1952년)

[사회]올 여름엔 ‘등대지기’ 돼볼까

주변에는 관광식물원과 용굴, 병풍바위 등의 기암절벽, 모형거북선 등이 있다. (061-662-3999)

부산 영도등대(1907년)

태종대로 불리는 해안 절벽에 우뚝 서 있다. 등대가 갖고 있는 외로움이라는 이미지에서 벗어나 대중적으로 다가서려고 2004년 변신했다. 지난해 해양생태파크와 갤러리 이미지를 접목해 시민에게 개방된 해양문화공간으로 거듭났다.

해양문화를 소개하는 미술, 사진, 조각 등을 전시하는 갤러리와 해양관련도서실, 정보이용실, 입체영화관을 갖추고 있다. ‘달팽이계단’을 타고 내려가면 갯바위와 태종대 해변으로 이어진다. 공룡 및 자연화석을 전시하는 자연사박물관을 지나면 바다다. 유람선을 타거나 해수욕을 즐기거나 해삼과 멍게를 야외횟집에서 맛볼 수도 있다. (051-405-1201)

경주 송대말등대(1955년)

등대 모양이 특이하다. 신라시대의 대표적 조형물이자 경주시 감포읍의 상징인 감은사지 3층석탑의 형상을 따 2001년 설치됐다. 등대 건물 베란다에서 주변 경관을 살펴볼 수 있다. 송대말이라는 이름은 소나무가 많다는 뜻이다. 이름처럼 주변에는 수령 300년 이상의 소나무가 무성하다. 약 10㎞ 떨어진 곳에는 영화 ‘신라의 달밤‘에서 김혜수와 건달들이 기마전을 펼쳤던 봉길해수욕장이 있으며 옆에는 신라 문무대왕의 수중릉이 있다. (054-744-3233)

우리나라 등대의 역사

[사회]올 여름엔 ‘등대지기’ 돼볼까

우리나라는 삼국시대부터 횃불과 봉화, 꽹과리, 깃발 등이 등대 구실을 했다. 이권을 차지하기 위해 개항장을 드나드는 일본 등 외세는 좀더 쉽게 우리나라에 접근하기 위해 등대 설치를 요구했다. 이때 등장한 것이 1903년 6월에 점등된 팔미도등대 등 4곳이다. 이후 러일전쟁과 대륙침략을 노리던 일본이 좀더 많은 등대를 설치하기를 요구해 울산항의 울기등대, 제주항의 우도등대, 여수항의 거문도등대 등을 설치했다. 이렇게 건설된 유인등대는 대한제국이 일본에 병합될 때까지 20곳으로 늘어났다. 대륙침략을 꾀하던 일제는 해상수송을 위해 등대 등 항로표지시설을 확충했다.

그러나 제2차 세계대전 와중에 많은 시설이 파괴됐다. 광복 뒤 정부는 이를 복구하려 했으나 곧 발발한 한국전쟁의 와중에서 더욱 파괴됐다. 유인등대 31곳 중 20곳이 파괴됐다. 이는 1954년이 되어서야 복구됐다. 이후 경제가 발달하면서 등대시설을 확충하고 첨단장비도 갖추게 됐는데 1992년에는 자동원격제어감시장치를 도입해 낙도 오지의 유인등대 중에는 원격으로 조정하는 곳이 늘어났고, 1999년에는 위성항법보정시스템(DGPS)가 도입됐다. 1998년에는 일반인에게 해양정신을 고취시키고 해양문화체험공간을 제공하기 위해 등대 8곳을 개방했지만, 주민의 반발과 이용객의 추태로 현재는 2곳만 운영돼 아쉬움을 주고 있다.


<정재용 기자 jj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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