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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만금 ‘논쟁의 둑’ 다시 터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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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고법 내달 1일 항소심 첫 심리… 사업목적·수질대책 등 치열한 공방 예고

새만금 법정공방 ‘제2라운드’가 본격적으로 개시된다. 서울고등법원이 새만금 사업 취소소송에 대한 항소심 첫 심리를 7월 1일 시작할 예정이어서 새만금 사업을 둘러싸고 벌어졌던 사회적 논란이 재개될 전망이다.

소송의 피고인 정부측은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다”며 이번 항소심에 총력을 기울일 태세고, 원고인 환경단체측도 새만금 사업에 대해 “이미 1심 재판부가 사업을 취소할 명분을 주었는데도 정부측이 무리하게 나온다”면서 맞대응 의지를 피력하고 있다. 결국 과거에 그랬듯 새만금 갈등을 놓고 정부와 환경단체는 아직도 평행선을 달리고 있는 셈이다.

현재 가장 중요한 쟁점으로 떠오른 것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새만금 사업의 근본적인 목적에 관한 것, 즉 우량농지 조성 목적에 대한 타당성 여부다. 그리고 나머지 하나는 사업진행으로 인한 수질오염 문제다.

물론 이들 쟁점이 논란이 된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1심 판결에서 재판부는 지난 2월 새만금 사업으로 발생하는 간척지의 용도를 농지로 하려던 계획을 취소하거나 변경하라는 취지의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새만금 사업은 간척지를 농지로 사용하는 것을 전제로 시작했고 이를 바탕으로 공유수면 매립면허를 내준 것”이라면서 “새만금 담수호를 농업용수로 관리하는 것은 사실상 어려운 만큼 공유수면 매립면허를 취소 또는 변경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포커스]새만금 ‘논쟁의 둑’ 다시 터진다

1심 “농지조성 사업목적 유지 의문”

재판부는 또 “농림부가 공식적으로는 새만금 간척지를 농지로 사용할 방침이지만 전라북도 주민 대다수가 복합산업단지로 쓰길 바라고, 노무현 대통령도 새만금을 다른 용도로 검토해야 한다고 말한다”며 “농지 조성이라는 사업목적이 새만금 간척지 완공 이후에도 유지될 수 있을지 극히 의문스럽다”고 덧붙였다.

항소심을 앞둔 현재 환경단체에서는 “쌀 소비가 꾸준히 줄면서 지금도 재고가 넘치는데 환경을 파괴하면서까지 농지를 확보한다는 것은 납득하기 힘들다”면서 “과거 새만금 간척사업을 처음 추진할 당시에는 식량이 부족해 농지확보라는 명분이 설득력을 가질 수 있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라고 설명했다.

환경단체에서는 이에 덧붙여 새만금 간척지의 용도에 대해 정부와 해당 지자체에서도 복합산업단지, 관광단지, 항구 등으로 바꿔 제시하거나 이해하고 있는 현실을 꼬집으면서 간척지의 용도가 불분명하다는 사실을 지적했다.

이에 대해 새만금사업의 주무부처인 농림부는 “정부는 ‘우량농지 조성’이라는 새만금의 사업목적을 단 한 번도 변경한 적이 없다”면서 1심 재판부와 환경단체의 지적에 반박하고 있다. 쌀이 남아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우리나라를 제외한 전 세계에서 쌀 재고율이 떨어졌다는 사실과, 통일 이후의 농정을 생각하면 일정 규모 이상의 우량농지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새만금사업팀 이명식 팀장은 “1심 재판부가 판결할 당시 재판부는 사업의 목적을 분명히 하라는 부분에서 일본 이사하야만 간척사업도 김양식 하는 어민들의 소송을 받아들여 방조제 공사를 중단하라고 판결한 사례를 인용했지만 지난 5월 16일 일본 후쿠오카고등법원은 항소심에서 김 수확량이 감소한 것은 간척사업의 영향으로 볼 수 없다며 공사 재개를 명령했다”면서 “재판부가 이사하야만 간척사업의 공사가 중단된 것을 새만금 사업에도 적용한 만큼 항소심 재판부가 이를 뒤집은 사실을 재판부에 분명히 알릴 것”이라고 말했다.

수질오염 문제도 1심에 이어 항소심에서도 정부와 환경단체가 치열한 논쟁을 전개할 것으로 보인다. 1심 재판부는 법적으로도 공유수면 매립허가를 취소 또는 변경할 사유가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가 사유로 제시한 것 가운데 바로 ‘어떠한 수질개선 대책으로도 실현될 것 같지 않은 수질관리 문제’가 포함돼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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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팀 “일본 간척사업 판결사례 주목”

환경단체는 정부가 방조제공사를 강행해 해수의 유통을 완전히 차단하면 ‘제2의 시화호’ 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하며, 2.7㎞의 방조제 미완공 구간에 다리를 놓아 해수를 유통시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렇게 하면 내부 간척지 일부에 1200만평 규모의 첨단산업물류단지를 조성할 수 있다는 것이 환경단체가 제시한 대안이었다. 이른바 ‘부분적 제한개발론’이 바로 이런 내용을 담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환경단체가 제시한 부분적 제한개발론에 대해 미완공 구간으로 바닷물을 유통시키면 해수유통속도가 종전 초속 1m에서 5m이상으로 빨라져 기존 방조제의 안전마저도 장담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갯벌과 토석 유실 등으로 새로운 문제가 추가로 발생한다고 반박했다.

정부측 관계자는 환경단체의 대안에 “미완공 부분의 바닥층이 뻘이어서 교량을 세우는 것 자체도 대단히 어렵지만 교량을 세우고 해수를 유통시킬 경우 바닥층이 계속 깎이는 것에 대한 대책은 전혀 없다”고 지적했다.

1심 재판부가 살짝 비껴나간 방조제 전진공사의 실행 여부도 이번 항소심 재개와 함께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는 대목이다. 정부측은 1심 재판부가 새만금 공사를 중단할 수 있는 집행정지 결정은 판결에 포함시키지 않았기 때문에 방조제 전진공사와 물막이 공사는 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정부측 관계자는 “2003년 새만금 간척공사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여 공사 중지를 명령한 재판부도 공사가 전면 중단된 7월 15일부터 18일까지 단 3일 만에 방조제가 쓸려나가는 현장을 보고 방조제 보강공사를 다시 허용한 일이 있었다”면서 “항소심과는 상관없이 내년 3월 방조제 전진공사를 마무리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환경단체는 항소심이 시작되면 방조제 공사중단 가처분 소송을 다시 내겠다고 밝힌 상태여서 방조제 전진공사 실행여부도 불투명하다. 환경단체는 2003년 6월 방조제 공사 집행정지 소송을 내 1심에서 승소판결을 받아 방조제 공사를 일시적으로 중단시키는 ‘성과’를 거둔 바 있다. 환경단체는 이후 방조제 공사중단 가처분 소송 2심에서 패소한 뒤 대법원에 재항고 했으나 올해초 서울행정법원의 1심 판결을 앞두고 가처분 소송을 취하했다.

<최성진 기자 cs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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