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국민공천 통해 정치 인재 발굴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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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지난 10월 3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리는 윤석열 대통령의 내년도 정부 예산안에 대한 시정연설에 앞서 로텐더홀에서 침묵 피켓 시위를 진행하고 있다. / 국회사진기자단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지난 10월 3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리는 윤석열 대통령의 내년도 정부 예산안에 대한 시정연설에 앞서 로텐더홀에서 침묵 피켓 시위를 진행하고 있다. / 국회사진기자단

지난 20년간 우리 정치에 대해 모든 국민이 공감하는 바가 하나 있다. 그것은 경제도 세계 10위권, 한류 문화도 세계 톱클래스, 스포츠 위상도 글로벌 강자로 자리매김하고 있는데 딱 한 가지 정치만, 과거 ‘삼김 시대’에 자조적으로 읊조리던 삼류도 아닌 오점투성이 오류로 추락하고 있다는 점이다. 공정을 앞세우면서 뒤로는 ‘아빠찬스’로 자녀 스펙을 채운 야당 고위층과 그들을 비호하는 야당 지지자들도 싫고, 이에 분노한 민심을 등에 업고 정의와 법치주의를 바로 세우겠다면서 정권을 잡아놓고 흘러간 옛 정권 인사를 재활용하질 않나, 이념대립으로 정치보복에만 열을 올리는 지금 여당도 꼴 보기 싫다는 탄식이 끊이질 않는다. 역대 최대 규모의 중도층이 탄생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지경이다.

어떤 정권이 들어서도 비리와 부패가 5년마다 교대하면서 반복적으로 불거지다 보니 루틴이 돼버린 느낌마저 든다. 허구한 날 정치보복으로 날을 새면서 피해는 거대 정당 사이에 끼어 포위된 국민한테 고스란히 돌아온다. 여러 정권을 거치며 모두 320조원의 저출산 예산, 200조원의 노인복지 예산을 쏟아부었지만 여전히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게 대표적 사례다. 저출생은 발등에 떨어진 불이 됐고, 인터넷과 스마트폰 앱을 잘 모르는 노인들은 복지혜택마저 누리기가 어려운 실정이다. 그 많은 ‘싱아’(예산)는 누가 먹은 걸까. 부지기수의 자영업자, 소상공인들이 팬데믹으로 쌓인 빚을 감당하지 못해 막다른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다.

별 효과도 없이 수백조원의 예산이 증발해버렸는데도 정부 회계감사 한번 제대로 안 한 국회의 책임이 크다. 각종 선거를 겨냥한 득표용 선심 예산과 퍼주기식의 인기영합주의가 중앙과 지방을 가리지 않고 난무해도 국회는 적절한 제어 기능을 발휘하지 못했다. 소아·청년 건강도 위험하다. 아편보다 광범위하고 무섭다는 액상과당이 식품시장에서 판을 치고, 이의 과다 섭취로 만병의 근원인 당뇨병과 모든 합병증이 무서운 속도로 퍼져가는데도 정치는 지금도 정쟁만 일삼고 있다. 외교 안보는 또 어떤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의 후폭풍에서 알 수 있듯이 이 분야는 국민의 생명과 직결된 사안을 다룬다. 아랍, 아프리카, 인도, 튀르키예, 동남아시아 국가들의 국제정치적 움직임이 중국의 일대일로 정책 이전과 비교해 몰라보게 달라졌다. 우리나라 국회는 그러나 외교안보에 매우 취약하다. 내국인 유권자들처럼 직접적으로 표와 돈이 나오질 않으니 먼 안목으로 세계 속 한국의 미래를 내다보려는 큰 그릇의 정치인이 좀처럼 눈에 띄지 않는다. 뜨거운 감자인 연금개혁은 정권마다 주거니 받거니 미루기만 한다. 교육은 더 심각하다. 개혁 정도가 아니라 완전히 리셋해야 할 정도로 망가졌는데 정부도, 국회도 사교육과 대학입시 땜질 처방 수준의 임시방편에 머물러 있다.

지난 10월 26일(현지시간)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화염에 휩싸인 가자지구 가자시티의 건물 주위에 주민들이 모여 있다. / AFP=연합뉴스

지난 10월 26일(현지시간)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화염에 휩싸인 가자지구 가자시티의 건물 주위에 주민들이 모여 있다. / AFP=연합뉴스

한국 정치, 이대로는 안 된다. 자살률(청소년 자살률은 더 심각하다), 막다른 골목에 다다른 저출생, 그로 인한 초·중·고 교육 인프라의 절멸, 폭발적인 가계부채 급증과 빈익빈 부익부, 대책 없는 초고령화 등 작금의 문제를 방치하면 선진국 초입에서 국민을 도탄에 빠뜨리고 국부의 대규모 손실을 가져올 뿐만 아니라 그동안 어렵게 쌓아온 한국의 위상을 한순간에 추락시킬 게 뻔하다.

총체적 국가 위기를 돌파하려면 혁명적인 변화 말고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 제대로 된 일꾼을 국회로 보내기 위한 유권자 혁명을 제안한다. 전제 조건이 있다. 베일에 싸여 국민은 잘 모르는 정당의 밀실 공천 관행을 바꿔야 한다. 지분을 주장하는 몇몇 공천권력자들이 과두체제를 꾸려 맘대로 공천을 행사하는 기존의 관행에 제동을 걸어야 한다. 스마트폰과 정보기술의 발달로 전 세계가 하나로 연결된 세상에서 유독 정치 분야만 폐쇄적 방식으로 일관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 국민이 유능하고 청렴한 국회의원 후보 관련 정보를 처음부터 스마트폰을 통해 보고 엄선해 공천할 수 있게 하면 된다. 내년 4월로 예정된 이번 총선부터 적용하자. 각 지역의 대표와 비례대표가 되겠다고 나선 이들의 병역, 납세, 이력, 실제 업적 등의 정확한 자료를 유권자들이 최소한 4개월 동안 24시간 열람할 수 있도록 2024년 1월 1일 0시를 기해 스마트폰 앱과 인터넷에 상세히 소개할 필요가 있다. 선거 직전에 겨우 2주 동안만 언론과 공보물을 통해 정보를 제공하는 지금의 제한된 방식으로는 국민의 알권리를 제대로 충족시킬 수 없다. 유권자 대표가 되겠다는 이들의 도덕성과 능력을 검증할 길이 없다. 대충 정당 이름만 보고 찍을 뿐이다.

포퓰리즘과 갈라치기가 만든 협치 실종

한국 정치에서 보수와 진보가 비교적 합력한 기간은 1992년부터 2002년까지 약 10년이다. ‘3당 합당’이라는 무리수를 두면서 보수진영으로 들어가 창당한 민자당의 김영삼 정부는 하나회 척결, 금융실명제 실시 등 굵직한 진보적 개혁을 성공시켰다. 1998년 김대중 정부는 외환위기로 사실상 경제주권을 빼앗긴 위기상황에서 보수세력인 자민련과 함께 공동정부를 이뤄 2년 반 만에 외환위기를 벗어났다. 오늘날 한국이 인터넷 강국으로 발돋움할 수 있게 된 배경에는 김대중 정부의 인터넷 국가전략 정책이 있었다.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를 엿새 앞둔 10월 5일 서울 강서구의 한 버스정류장에 선거 벽보가 붙어 있다. / 성동훈 기자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를 엿새 앞둔 10월 5일 서울 강서구의 한 버스정류장에 선거 벽보가 붙어 있다. / 성동훈 기자

안타깝게도 2003년에 들어선 노무현 정부 시기부터 국가발전을 전제로 한 정치적 가치나 정책상의 이견이 아니라 유권자들이 네 편 내 편으로 갈라져 당파 싸움을 벌이기 시작했다. 지역갈등을 타파하자던 노무현 정부가 과거사 진상규명을 명분으로 해방 후로 돌아가 과거 회귀형 좌우 이념논쟁을 촉발한 영향이 컸다고 생각한다. 그후 지금까지 만 20년간 다섯 번의 정권을 거치면서 양대 진영은 이념 갈라치기와 정치보복을 거듭했다. 때론 적대적 공생관계를 유지하면서 국민을 분열시켜 오히려 정치가 국가발전에 걸림돌이 되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국내외 경제금융위기와 안보불안정 상황에서 뜬금없이 벌어진 비생산적인 홍범도-백선엽 설전이 대표적이다.

이런 퇴행적 정치상황을 마뜩잖게 여겨 푸코의 진자처럼 양 진영을 자유로이 오간 인사가 전혀 없지는 않았다. ‘경제민주화’라는 핵심 가치를 헌법에 못 박았던 김종인 박사는 새로운 정치와 이를 실행에 옮길 새로운 정치세력을 찾아 ‘철새’라는 비난을 무릅쓰고서도 지난 10여 년간 수차례 비대위를 만들며 양대 정당 사이를 부지런히 오갔다. 하지만 현실의 벽은 높았다. 양당의 기득권 세력은 공고했고, 그의 시도는 계속 주변화됐다. 지역 유권자들을 볼모로 잡고 맹주를 자처하는 지역 패권정치와 갈라치기 포퓰리즘이야말로 21세기 한국 정치에서 반드시 뿌리 뽑아야 할 망국적 요소다. 중남미와 유럽 일부 국가 등의 포퓰리즘 정치와 그로 인한 국가경제 및 국력의 급속한 추락 추이가 생생한 반면교사 사례다.

지난 4월 제3의 정당인 ‘금태섭 신당’ 창당 소식이 들려왔다. 하지만 10월이 다 갔는데도 제대로 된 담론 하나 귓전을 울리지 않는다. 이런 상태로 얼마를 더 갈 수 있을지 의문이다. 그다음 신당 세력도 잘 보이지 않는다. 여당과 야당이 분당해서 ‘무늬만 신당’을 만들려는 조짐만 감지될 뿐이다. 이래서야 유권자를 대놓고 기망하고 처벌도 받지 않은 위성정당과 다를 바가 무엇인가. 이렇게 가면 또다시 ‘양당 독재’의 재판이다. 두 거대 정당이 국정을 어지럽혀도 마땅히 견제할 세력은 여전히 찾아보기 어렵다. 양당의 극한 대치 상태를 극복하려면 중간지대에서 반드시 새로운 정치 세력이 나와야 한다.

지난 10월 23일 오전 광주시 서구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한국의희망 2차 시국토론회에서 조성주 전 정의당 정책위원회 부의장, 양향자 한국의희망 대표, 조정관 전남대 교수, 금태섭 새로운선택 창당준비위원장, 최대홍 한국의희망 광주시당 위원장(오른쪽부터)이 손뼉을 치고 있다. / 연합뉴스

지난 10월 23일 오전 광주시 서구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한국의희망 2차 시국토론회에서 조성주 전 정의당 정책위원회 부의장, 양향자 한국의희망 대표, 조정관 전남대 교수, 금태섭 새로운선택 창당준비위원장, 최대홍 한국의희망 광주시당 위원장(오른쪽부터)이 손뼉을 치고 있다. / 연합뉴스

이를 위해선 다양한 정당이 출현할 수 있는 방향으로의 헌법 개정이 필요하다. 당장 개헌이 어려우니 이번 총선에서는 이를 지지하는 국회의원들이 전체 의석의 3분의 2(개헌 정족수)를 차지하는 단계를 목표로 삼아야 한다. 이들이 다음 국회에서 7공화국 개헌을 추진하면 된다. 1987년 개헌 이래 곳곳에서 비가 새고, 곰팡이가 슬고 기울어지는 36년 된 헌 집(87 체제)을 이젠 리모델링해서 새로 지을 때가 됐다.

참신한 인재를 혁명적으로 발굴하려면

2000년 총선시민연대의 낙천낙선 운동은 일부 시민단체 등 재야운동권이 주도해 특정 정치세력의 영향력을 극대화하려는 시도의 일환이었다. 변화된 세상에서 이런 방식은 더 이상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새로운 정치 인재의 혁명적 발굴은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전국 지역구별 양질의 국회의원(차후 모든 선출직) 후보 인재 데이터베이스를 획기적으로 인터넷과 스마트폰 앱을 통해 1년 365일 24시간 상시로 전국의 유권자에게 제공하는 방식을 이번 총선부터 도입하기를 촉구한다.

새 정치는 상생의 정치여야 한다. 모든 국가 자원을 동원해 빠른 시일 내에 묵은 원한을 풀어야 한다. 갈라치기 분열은 비극적 망국과 내란의 촉매제인 까닭이다. 구한말이 그랬고, 해방정국이 그랬다. 여야의 망국적인 이념 갈라치기 분열 조장은 속히 종식돼야 한다. 종교인들은 물론이고, 모든 정치인의 진지한 각성이 요구된다. 제2의 건국을 한다는 각오로 수많은 국내외 인재와 해외 석학을 체계적으로 모셔다 지금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 여당이 인요한 혁신위원장을 내세워 기존의 의원들을 향해 기득권을 내려놓으라며 먼저 바람몰이에 나섰다. 야당 역시 대폭 물갈이를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에 처해 있다. 양대정당이 또다시 위성정당이나 가짜 신당을 앞세워 유권자를 농락하려 해선 안 된다. 이를 통해 새로운 국가 비전과 정책노선을 뚜렷이 제시할 수 있는 전혀 새로운 인재풀이 출현해 실력을 발휘하는 정치로 나아가야 한다. 이는 지난 70년의 산업화, 민주화, 정보화 시대를 넘어 완전한 선도국가로서 과학지식화 사회로 향해 가는 인적 자원의 청사진이기도 하다.

내년 총선은 대한민국의 미래를 좌우할 결정적인 분기점이다. 지역갈등, 이념대립, 세대혐오로 얼룩진 대한민국 사회가 좌초하느냐, 일어서느냐가 달려 있다. 여당과 야당 모두 책임을 져야 한다. 대다수가 물러나고, 새로운 변화를 이끌 진짜배기 인재들이 국회의사당을 꽉꽉 채워야 한다. 모든 것이 바뀌었다 싶을 정도로 변모해야 대한민국이 산다. 정치개벽이 나라 발전을 견인한다.

<양선묵 칠공주(7공화국주춧돌)포럼 공동대표·정치인재DB ‘피플북’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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