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나무로 소나무를 들 수 있다. 단풍이 들고 낙엽이 져 허전할 것 같은 공원과 산은 소나무 덕분에 푸르른 색감을 가질 수 있다. 눈 속에서도 푸른 솔잎을 보면 끝나지 않을 듯한 혹독한 추위 속에서도 곧 봄이 오리라는 희망을 갖는다. 그런 소나무에 최근 위험이 닥쳤다. 한국 소나무 멸종위기를 전하는 기사를 접할 때면 걱정이 된다. 폭염과 폭설, 연속적인 태풍 등 피부로 느낄 정도의 극심한 기후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사람도 느끼는 마당에 식물들은 어떨까. 우리나라 소나무들이 급속도로 진행되는 기후변화로 병에 많이 걸린다고 한다. 특히 한 번 걸리면 바로 고사해버린다는 소나무재선충이 퍼지고 있다. 그저 산을 푸르게 하는 나무라 생각할 수도 있지만 실생활의 쓰임새를 보면 가히 큰 손실이다. 한약재 중에도 소나무와 연관된 약재가 있다.
![보호수로 지정받은 충북 보은군 탄부면 임한리 소나무숲의 모습./정유미 기자](https://img.khan.co.kr/newsmaker/1348/1348_63.jpg)
보호수로 지정받은 충북 보은군 탄부면 임한리 소나무숲의 모습./정유미 기자
바로 복령(茯笭)과 복신(茯神)이 대표적이다. 복령은 ‘송령’이라고도 한다. 잔나비걸상과에 속한 진균인 복령의 바깥층을 거의 제거한 균핵이다. 비슷한 송이버섯이 소나무 체간에서 나온다면 복령은 소나무 뿌리에서 나오는 버섯이다. 이 뿌리를 내부에서 감싸고 있는 중심부위를 다시 나누어 복신이라고 한다.
복령은 식욕을 돋우고 구역을 멎게 하며 마음을 안정시킨다. 폐와 위장에서 가래가 막히는 데 주로 쓴다. 몸이 부어 오르는 수종(水腫)을 고치고 소변을 잘 나오게 한다. 갈증을 멎게 하고 건망증을 치료한다. <동의보감>은 이를 “복령은 신령(神靈)과 통하게 하고 혼백을 조화시키며, 소통되어야 할 모든 구멍들을 시원하게 통하게 하고 살을 찌우며, 장을 튼튼하게 하고 심장을 편하게 뛰게 한다. 송진이 땅에 들어가 천년이 지나면 복령이 된다”라고 멋드러지게 칭송했다. <동의보감>에서 무려 600번 이상 언급될 정도니 인삼, 당귀만큼이나 쓰임이 많은 귀한 약재이다. 그만큼 효과가 좋다는 얘기다.
실제 임상에서 불안감이나 초조증을 가진 분들은 살도 잘 찌고 몸이 무거워 만성피로와 무기력함을 잘 느낀다. 한의학에서 수습정체라 하여 수액대사에 이상이 생긴 것이다. 소변이 시원찮고, 여성들은 방광염, 남성들은 전립선 비대가 올 수 있다. 심장도 두근두근 불안불안하고, 식사를 해도 소화가 제대로 안돼 기운이 잘 안 난다. 어지럽고 이곳저곳 온 몸이 아프다고 한다. 이런 분들에게 복령을 많이 처방한다. 같은 소나무에서 나온 송이버섯도 비슷할까? 그러나 송이버섯은 “맛이 매우 향기롭고 좋으며 소나무 향이 난다”고 되어 있지 특별한 치료효과를 언급하지 않았다.
![권혜진 원장](https://img.khan.co.kr/newsmaker/1335/1335_61b.jpg)
권혜진 원장
뿌리 핵심에 가까운 복신은 좀 더 정신적 증상이 강할 때 쓰인다. 기운이 빠지면서 우울감이 오거나, 깜짝깜짝 잘 놀라며, 걱정과 불안한 생각이 마구 떠오르면서 불면증이 오신 분들에게 효과적이다.
송엽(松葉), 즉 솔잎도 많이 연구된다. 송화 가루는 송황(松黃)이라고 하여 몸을 가볍게 하고 습진이나 피부질환에 쓰인다. 최근 ‘소나무재선충 반응 특이 유전자’를 검사해 초기에 확진·예방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냈다고 한다. 부디 하루빨리 실용화해 한국 소나무를 잘 지켜내길 바란다.
<권혜진 청효대동한의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