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밴드의 공식 웹사이트(radiohead.com)와 페이스북,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 계정에 밴드의 흔적이 한꺼번에 사라졌다. 이 해프닝을 두고 언론과 팬들은 9번째 정규앨범 발매가 임박한 것 아니냐고 추측했다.
미국의 음악비평 웹진 ‘피치포크 미디어’는 영국의 록밴드 라디오헤드를 시대를 상징하고 정의하는 밴드로 규정했다. 라디오헤드의 음악은 어느 한 장르로 규정하기 힘들 정도로 창조적이고 전위적이다. 그런데 그런 시대의 밴드가 온라인에서 종적을 감췄다.
지난 1일(현지시간) 밴드의 공식 웹사이트(radiohead.com)와 페이스북,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 계정에서 밴드의 흔적이 한꺼번에 사라졌다. ‘라디오헤드 실종사건’이라 불린 이 해프닝을 두고 언론과 팬들은 9번째 정규앨범 발매가 임박한 것 아니냐고 추측했다.
트위터에는 이미 지난달 30일부터 전조가 있었다. 몇몇 팬에게 보냈다는 ‘Burn The Witch(마녀를 불태워라)’라고 적힌 수상한 전단 사진이 돌아다녔다. 전단 하단에는 빅브라더식 말투로 ‘우리는 네가 어디 있는지 안다’라는 문구도 적혀 있다. 음악매체와 팬들은 ‘Burn The Witch’가 새 앨범에 실릴 곡의 제목이라고 예상했다. 미국 음악비평지 <롤링스톤>은 “밴드는 예전 노래를 새 앨범에 되살리는 경우가 많다”면서 보컬 톰 요크가 콘서트에서 이 노래를 일부만 부른 것이 있다고 보도했다.
![영국의 록밴드 라디오헤드](https://img.khan.co.kr/newsmaker/1176/20160517_56.jpg)
영국의 록밴드 라디오헤드
정규앨범, 소비자가 값 매기고 다운로드
예상대로 밴드는 백지였던 공식 웹사이트에 싱글 ‘Burn The Witch’ 영상을 올렸다. 라디오헤드는 실험적인 음악만큼이나 음원 공개와 유통방식도 실험적이다. 그들의 행보는 음악가로서 먹고살 일을 걱정하는 모든 이들에게 이정표를 제시하곤 한다. 라디오헤드가 제시한 그 길들을 따라가 봤다.
가장 극적인 순간은 뭐니뭐니 해도 2007년 10월 정규앨범
수익적인 측면과는 별개로 음원 공개와 유통에 있어 아티스트가 자유를 획득했다는 측면에서 혁명이라 할 만하다. 요크는 한 인터뷰에서 평론 권력으로부터 간섭 받지 않기 위한 것이라는 속내를 드러내기도 했다. 음원에 대한 접근권을 가장 먼저 획득한 사람이 콘텐츠의 가치를 좌지우지하는 일을 그냥 두고 볼 수는 없다는 것이었다. 요크는 8번째 정규앨범
![라디오헤드의 보컬 겸 리더 톰 요크](https://img.khan.co.kr/newsmaker/1176/20160517_57_01.jpg)
라디오헤드의 보컬 겸 리더 톰 요크
어찌 보면 이 같은 음악적 자아의 각성은 사고로 시작된 것인지도 모른다. 2003년 작
밴드는 음원뿐만 아니라 공연티켓 값까지 팬들에게 맡겼다. 구호단체 옥스팜과 함께 아이티 지진 피해자를 돕는 자선콘서트를 2010년 1월 미국 LA 할리우드에 있는 폰다극장에서 열었는데, 최대한 많은 돈을 벌어야 한다며 티켓을 경매에 부쳤다.
![소비자에게 스스로 값을 매기게 하고 다운로드 받게 한 앨범 <In Rainbows>.](https://img.khan.co.kr/newsmaker/1176/20160517_57_02.jpg)
소비자에게 스스로 값을 매기게 하고 다운로드 받게 한 앨범
음악을 통해 불합리에 대항하고 투쟁
여기서 재미있는 것은 관람객들에게 상업적인 용도로 쓰지 않겠다는 전제 하에 공연 영상을 찍도록 허락한 것이다. 밴드는 팬들이 촬영한 영상을 짜깁기해서 만든 공연 전체 영상을 스스로 유튜브에 올렸다. 물론 고화질의 DVD는 따로 발매했다.
2008년 11월 톰 요크는 버락 오바마의 미국 대통령 당선을 축하하는 의미로 솔로앨범
이라크 내 대량살상무기는 아직까지도 발견되지 않고 있지만 당시 토니 블레어 총리는 이를 구실로 대이라크 공세를 강화했다. 비극은 취재원을 공개하지 않는 BBC와 정부가 힘겨루기를 하는 사이 시작됐다. 의도했든 하지 않았든 간에 양측 모두 켈리의 명예를 훼손했다. 요크는 켈리의 죽음을 안타까워했으며, 이는 결국 그를 죽음에 이르게 한 근원인 미국과 영국의 이라크 침공에 대한 비난이다.
2013년 7월에는 스트리밍 업체 스포티파이를 공격했다. 영국 <가디언>은 요크가 스포티파이의 수익 모델 때문에 신예 뮤지션들이 푸대접을 받고 있음을 지적했다고 보도했다. 요크는 스포티파이에서 솔로 앨범
요크는 정액제인 스포티파이와 달리 개별 콘텐츠에 값을 매기는 공연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인 사운드할로에 눈을 돌렸다. 2013년 초에 시작된 사운드할로는 유튜브에 비해 고화질 영상과 깨끗한 음질의 공연 영상을 제공한다. 공연 전체뿐만 아니라 개별곡 단위로도 공연 동영상을 다운로드 받게 하는 당시로는 획기적인 서비스였다.
밴드의 모든 실험은 뮤지션 본인들을 위한 것이다. 라디오헤드는 1990년대 중반부터 머천다이즈 판매를 위해 주식회사를 설립했고,
이 같은 라디오헤드의 독특한 행보가 모든 현안에 대한 절대적 해결책이 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들은 음악을 통해 항상 불합리에 대항하고, 항변하고, 투쟁해 왔다. 자신들의 가장 강력하면서도 유일한 힘인 음악을 통해서 말이다. 요크와 라디오헤드는 그렇게 자신만의 길을 가고 있다.
<박효재 경향신문 국제부 기자 mann616@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