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지이야기]“정부 주도의 대타협은 어려워”

더민주 민병두 의원, 국회 주도 위해서는 의원들 역량 필요

민병두 의원은? 17·19·20대 국회의원, 민주당 전 전략홍보본부장, 현 민주정책연구원장. / 이상훈 선임기자

지난해 10월, 국회에서 열린 대정부질문에서다. 더불어민주당 민병두 의원은 ‘대한민국의 위대한 변화를 위한 사회적 대타협’을 제안했다. 당시 민병두 의원은 “정말 지금의 경제로 가면 우리 사회의 모든 경제 구성원이 좋은가. 경제에 참여하는 모든 주체에게 골고루 이익이 돌아가는가를 되묻고 근본적인 변화를 고민해보려고 한다”며 제안의 취지를 설명했다. 대기업 위주의 성장 중심 경제가 더 이상 국민적 공감대를 얻지 못하는 상황에서 새로운 경제 패러다임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주장이었다.

민 의원은 조선·해운업 구조조정 위기가 닥친 지금 ‘사회적 합의’는 더 절실히 필요하다고 말했다. “기존의 산업은 경쟁력을 잃었고 대체할 수 있는 신성장동력은 아직 발전이 안된 상황이다. 한국 경제는 지난 20~30년간 누렸던 지위를 상실할 위기에 처했다. 단군 이래 처음으로 아버지 세대보다 아들 세대의 경쟁력이 추락하는 시기가 올 수 있다.” 민 의원은 상응하는 것의 교환을 통해 사회적 대타협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가령 나는 우리 쪽에서 임금피크제를 수용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중위 소득의 1.5배 이상 되는 사업장에서 수용하겠다고 하면 대략 50대 후반에 연봉 8000만원대 이상인 회사에 해당할 것이다. 그러면 대기업은 임원보수 공시를 피해나가는 편법, 즉 대기업 오너들이 등기임원에서 비등기임원으로 갈아타는 것을 금지한다든지, 유럽 여러 나라에서 채택하는 최고임금제 도입을 고려한다든지 하는 것을 내놓을 수 있다고 본다. 서로 개혁안을 맞바꾸고 동의 가능한 부분까지 수정하고 교정을 해나가는 것이다.” 법인세 인상 등 반복되는 증세 논란도 사회적 타협으로 풀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명박 정부가 법인세를 낮췄고 이를 우리 쪽에서 원상회복하자고 한다. 그러면 기업 쪽에서 또 경제가 어려울 때 기업의 활력을 떨어뜨린다고 반박한다. 작년에 사회적 타협을 통해 국가소멸방지세를 만들자고 했다. 저출산에 대한 목적세인 셈이다. 부자에게 응징세 형식의 세금을 내라는 것이 아니라 일종의 목적세를 만들자는 것이었다. 부자들뿐만 아니라 근로자도 조금씩 고통을 분담할 수 있게 하는 형식이다.”

민 의원은 기존의 노사정위원회와 같은 정부 주도의 틀로는 사회적 대타협은 어렵다고 했다. “노동 쪽에서는 기존의 대타협 방식을 불신한다. 노·사·정이라고 하지만 정부가 사측에 서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지난해 공무원연금 대타협은 국회 주도로 이루어졌다. 국회로 오면 숫자의 대등성을 확보할 수 없었던 부분에서 힘의 균형을 이룰 수 있다고 본다. 노동계가 노동개혁도 국회에서 하자고 했던 데는 그런 이유가 있다.”

그러나 국회에서 사회적 타협을 주도하기 위해서는 국회의원들의 정치적 역량, 즉 사회적 이해관계를 이해하고 이를 조정하는 능력이 좀 더 필요하다고 본다. 그는 그 방편으로 법안심사소위를 세분화하고 상설화하는 방향을 제안했다. “법은 모든 이해관계자의 타협의 산물이다. 나는 국회의원이 회의에 참석하는 congressman이 아니라 law maker(입법가)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대부분 국회의원들이 국정감사 20일 정도에 정부를 비판하고 질책하는 것으로 자기 일을 다한다. 그러나 현재 법안심사소위를 세분화하고 이를 상설화하면 국회의원들이 법안을 통해서 더 많은 학습을 하고 정치적 조정능력을 하나씩 키워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를 바탕으로 국회 내에 사회적 대타협 기구를 마련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본다.”

<박송이 기자 psy@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