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지이야기]“국회에 사회적 타협기구 설치를”

새누리당 김종석 당선인, 평생직장에서 평생고용으로 전환 강조

김종석 당선자는? 프린스턴대 경제학 박사·홍익대 교수·여의도연구원장 / 이상훈 선임기자

“단기적으로는 경기부양, 장기적으로는 한국 경제 시스템을 구조개혁해야 한다.” 새누리당 김종석 당선인은 조선·해운업계에서 시작된 구조조정이 한국 경제 리모델링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부실화된 크고 작은 기업들이 많다. 이 기업들을 정리해야 금융 시스템이 돌아간다. 부실기업 정리와 함께 고용제도를 바꿔야 성장이 일자리 창출로 이어진다.

김 당선인은 한국 경제가 ‘평생직장개념’에서 ‘평생고용개념’으로 전환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상적으로 바람직한 모델은 사회안전망이 충분히 보장돼 일자리 상실이 생계위협으로 이뤄지지 않는 것이다. 한마디로 평생직장개념에서 평생고용개념으로 가는 거다. 직장도 직업도 자주 바뀔 수 있는 것이다. 아울러 사회안전망도 좀 더 보강해 기업의 도산이나 실직에 의해 절대빈곤으로 떨어지는 일만큼은 없도록 국가가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

김 당선인은 고용 유연화에 따른 사회안전망은 필요하나 재원 마련을 위해 증세가 필요하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무책임한 주장이라고 비판했다. “경기침체 하에서 세금을 올리는 것은 자살골이다. 경기침체를 더 악화시킨다. 소득세든, 재산세든, 법인세든 증세는 일단 경기를 위축시킨다. 세금을 더 거둬서 복지제도를 확충하자는 것은 쉽다. 그러나 어떻게 해서든 세금 안 올리고, 복지제도 누수 없게 만들고, 도덕적 해이 없게 만들어 필요한 사람에게 복지 혜택이 가도록 하는 노력이 선행되어야 한다. ‘증세 없는 복지 없다’는 구호로 돈 더 거둬서 복지하자는 것은 국민에 대한 예의가 아니고 국정을 책임지는 자세가 아니다.”

김 당선인의 고용 유연화와 사회안전망이 결합된 예로 네덜란드의 사회적 대타협 모델을 들었다. 박근혜 정부는 지난해 노동시장 개혁을 추진하면서 네덜란드·독일 등을 노사 타협의 모범사례로 꼽았다. 최경환 당시 경제부총리는 “(대표적 노동개혁인) ‘하르츠 개혁’을 한 독일을 비롯해 네덜란드·아일랜드·미국·영국 등 노동의 유연성이 있는 나라들은 다 잘 나가고 있다”라고 말했다. 1982년 네덜란드 ‘바세나르 협약’은 노·사·정 대타협의 대표적인 모델로 언급되는데, 정규직 노동자들이 임금 동결을 받아들이는 대신 기업주들은 주당 노동시간을 줄여 일자리를 늘렸다는 것이다. 김 당선인은 그러나 네덜란드 모델을 한국에서 그대로 적용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한민국 사람들의 공동체에 대한 인식이 네덜란드와 스웨덴 사람들과 같을 수가 없다. 한국의 유교문화는 북유럽의 토론·타협 전통과는 많이 다르다. 우리는 일종의 유교적 명분론에 집착해 타협을 양보하고 패배하는 것처럼 인식한다.” 사회적 대타협은 필요하지만, 이를 위한 문화가 조성이 안 됐다는 것이다. “노사정위원회를 보면 현재 노조는 한국노총만 들어온다. 한국노총의 조합원은 전체 근로자의 10%가 안 된다. 나머지 90%는 노조와 무관하다. 기득권 노조 10%와 노·사·정 합의를 이루는 것은 조직화된 대형노조의 이익을 대변한다는 느낌을 주기에 충분하다. 민주노총이 참여를 거부해 노동계가 반쪽 대표성밖에 갖지 못하는 셈인데, 이는 타협하면 패배이고 양보하면 실패라고 보는 일종의 명분론에 빠진 노조 내부의 정치적 의사결정의 한계라고 본다. 그런 만큼 김 당선인은 필요하다면 국회 내에 특별기구를 설치하는 것도 고려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여야가 정치적으로 민감하거나 어려운 문제를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수렴해 결정을 내리고 또 책임을 지는 사회적 타협의 특별기구를 설치하는 것에 대해서는 찬성한다.”

<박송이 기자 psy@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