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정치요? 나와 무슨 상관 있나요”

인물탐구(1) 정치에 무관심형
서울여대 미디어학부 3학년 최유정

최유정씨는 정치가 젊은 세대의 삶에 큰 영향을 주지 않는다면 정치 무관심은 계속될 것이라고 말한다.

“알고 있는 대선 후보는 이명박, 이회창, 정동영, 권영길 정도다. 그 외의 후보들은 잘 모른다.”
콘텐츠 디자인, 언론영상학을 복수전공하고 있는 최유정씨에게 이번 대선은 특별한 일이 아니다. 뉴스를 통해 대선 후보들이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대충 알고 있지만, 큰 관심은 없다. 대선과 관련해 뉴스에 나오는 BBK와 김경준, 특검 등의 용어는 익숙하지만, 더 깊은 내용은 잘 알지 못한다. 대선에 대해서 많은 내용을 아는 친구도 별로 없다. 그래도 이 정도의 관심(?)이 생긴 것은 투표권이 있기 때문이다. 투표권이 없던 1학년 때는 정치에 대한 뉴스를 거의 보지도 않았다. 나와 상관없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취업문제 해결도 못해주잖아요”

그만큼 최씨는 정치에 대한 불신이 상당히 높은 편이다. 최씨와 친구들은 모두 IT 세대로 변화에 민감한데, 정치권은 여전히 구태를 반복한다고 생각한다. 2030세대와 정치인의 거리도 그만큼 멀다고 느낀다. 정치권이 젊은 세대와 가까워지려면 인터넷이나 모바일을 통해 거리를 좁히려고 노력하면 된다. 하지만 어떤 정치인도 그런 노력을 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디지털 세대의 열풍으로 탄생한 노무현 정부 역시 불만스럽기만 하다.

“우리는 대통령의 존재를 전혀 느낄 수 없다. 이번 남북정상회담 역시 별로 감동이 없었다. 김대중 전 대통령 시절에는 남북정상회담의 물꼬를 트는 것이기에 느낌이 색달랐다. 하지만 노무현 대통령이 대선을 앞두고 남북정상회담을 하는 것은 마음에 들지 않았다. 물꼬를 트는 것이 어려운 일이지, 그것을 이어나가는 것은 당연히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특히 대학생들이 절실하게 바라는 취업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정치권이 아무런 노력을 하지 않는 것이 큰 불만이다. 최씨는 취업 준비를 위해서 이번 겨울방학에 계절 학기를 신청할 예정이다. 4학년이 됐을 때 학점에 여유가 있어야 취업 준비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취업 준비를 위해 휴학을 생각하는 친구도 많다. 취업률은 계속 떨어지고, 학생들은 취업준비에 대학생활을 전부 투자하고 있다. 또한 취업을 위해서 학원에 다니는 경우도 많다. 대학에서 배운 것과 기업에서 원하는 것이 일치하지 않기 때문이다. 취업은 대학교육 문제와 겹쳐 젊은 세대를 괴롭히는 가장 큰 문제다. 최씨는 정치가 현실의 문제를 해결해주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정치가 내 생활에 영향을 끼친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대통령이 되고 싶다는 후보들이 2030을 위한 공약을 개발하고 실천해야 하는데, 그런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정치에 대한 무관심은 괜히 생겨난 것이 아니다. 정치인들은 왜 우리가 정치에 무관심하게 됐는지 그 이유를 알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2030의 정치적 무관심은 계속될 것이다. 리더가 되고 싶다면 모든 사람을 포용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최유정씨의 수첩에 있는 1주일 계획표는 기업 CEO의 스케줄처럼 빽빽하다. 그의 하루는 새벽 6시 40분에 시작해서 밤 11시에 끝난다.

최유정씨는 “연예인이 팬들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정치인은 배워야 한다”고 주장한다. 정치에 무관심한 유권자 정치인의 노력에 따라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길거리에 아무렇게나 붙어 있는 플래카드보다 젊은 세대에 맞게 인터넷과 모바일을 이용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일 것이다. 최씨는 정치인이 시대의 흐름과 세대에 따라 홍보전략을 개발하지 않는 것도 큰 불만이다. 또한 매일 싸우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구태를 벗어나지 못하는 모습도 무관심을 불러일으키는 이유 중 하나다.
“대통령이나 정치인이 되겠다는 사람들은 인성교육을 꼭 받아야 한다. 요즘은 대학이나 기업에서도 인성교육을 실시할 정도로 인성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정치인들은 과거에 비해 나아진 것이 하나도 없다. 정치인들이 매일 싸우는 모습만 보여줄 것이 아니라, 성숙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도록 인성교육을 받았으면 좋겠다.”

최유정씨는 이번 대통령 선거에서 투표는 할 계획이다. 하지만 투표하기 위해서 대선 후보들의 공약을 꼼꼼하게 살펴보거나, 뉴스를 자세히 보지는 않을 것이다. 우선은 전공 공부와 취업 준비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무관심한 이유 정치인이 알아야”

그의 1주일 계획표는 기업 CEO의 스케줄 표처럼 빡빡하다. 16학점의 학교 수업, 서울여대 홍보도우미 활동, 교수실 조교, 그리고 성우 학원까지 그녀의 하루는 학교와 학원, 집이 전부다. 새벽 6시 40분 운동을 시작으로 저녁 11시에 공식적인 하루 일과가 끝난다. 하지만 숙제와 리포트를 처리하려면 새벽까지 깨어 있기 일쑤다. 심지어 요즘 수업은 팀 프로젝트가 많아졌다는 것도 하루하루를 바쁘게 만든다.

“1학년 때부터 이런 생활을 해서 별로 어렵지 않다. 1학년 때는 내가 바쁘게 산다고 생각했는데, 3학년이 된 후에는 다른 친구들도 나랑 비슷하게 지낸다. 취업 준비는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일이다.”

심지어 아르바이트도 취업에 도움이 되는 것을 선택할 정도다. 예전에는 돈을 많이 벌 수 있는 과외가 인기였지만, 기업에서 경력으로 인정받지 못하기 때문에 과외를 하는 친구도 많이 줄어들었다. 그 대신 경력을 인정받는 학원 강사나, 외국계 커피숍, 기업 마케팅 아르바이트를 하려고 한다. 시간을 낭비하는 친구들은 더 이상 찾아보기 어렵다.

“취업을 준비하는 것만으로도 너무 바쁘기 때문에 정치에 신경 쓸 여유가 없다. 이번 대선이 남 이야기는 아니다. 하지만 투표를 하지 않는 것도 우리의 권리라고 생각한다. 정치에 대한 무관심도 정치권에 대한 젊은 세대의 행동 중 하나다. 정치 무관심에 대한 이유를 정치인들이 알아줬으면 한다. 정치인이 가장 늦게 변하는 집단이라는 것이 가장 큰 불만이다.”

최유정씨처럼 취업 준비를 하는 젊은 학생들에게 ‘투표가 세상을 바꾼다’는 말은 실감나지 않는 구호다. 정치가 젊은 세대의 삶에 도움을 주지 않는다고 느끼는 한 정치 무관심은 계속될 것이다.

<최영진 기자 cyj@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