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내가 본 이인제 후보, 신세대 표심에 베테랑도 긴장

임윤주 명예기자

생각보다 부드러운 인상이다. 단정하게 빗어 넘긴 머리, 동그란 귓등, 동그란 어깨. 손아래 사람이 이런 말을 해도 될지 모르겠지만, 감히 ‘귀엽다’라고 표현하고 싶은 뒤태였다.

11월 6일 오후 8시 30분, 홍대 비보이 전용극장 안에는 묘한 긴장감이 돌기 시작했다. 사회자의 오프닝 멘트가 나가는 그 짧은 시간 동안, 민주당 이인제 후보는 물잔을 세 번이나 들었다 놓았다. 베테랑 정치인도 긴장하는구나, 했다.
‘공개채용 프로젝트’는 2030 유권자들이 직접 면접관이 되어 대통령 후보 지원자들의 자질과 능력을 검증해보는 자리다. “2분 동안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시간이 초과되면 감점될 수 있으니 유의하시길 바랍니다.” 사회자의 ‘감점’ 발언에 객석 여기저기에서 작은 웃음이 터져나왔다. 학점과 토익 점수에 울고 웃는 2030 세대들의 아픔과 고민이 ‘감점’, 그 한 마디에 투영되었던 건 아닐까.

자기소개에 이어 곧바로 영어 프레젠테이션이 시작되었다. “Dear, Jin-Hwa. ….” 이후보의 둘째 딸 이진화씨에게 보내는 편지글이었다. 얼마쯤 읽었을까, 처음에는 감기로 훌쩍이는 줄 알았던 옆자리 여성분의 흐느낌이 조금 더 심해졌다. “저 사람이 둘째 딸이래.” 뒷자리에서 들려오는 말에 고개를 돌려보았다. 울고 있었다. 그녀가 바로 이진화씨였다.

본격적인 질의에 돌입하자 긴장감이 고조되었다. 각기 청년실업, 보육문제, 주택문제를 대변하는 대학생, 워킹맘, 30대 가장이 면접관이었다. 면접관들의 날카로운 질문이 쏟아지자 이 후보 캠프 측 관계자들이 분주해지기 시작했다. “질문이 날카로워, 날카로워~” “청년실업 해결방안을 하나만 얘기하라고 하면 그걸 어떻게 콕 집어 얘기할 수 있겠어?” 그래서였을까, 이 후보의 동그란 뒤태가 처음보다 조금 지쳐 보였다.

2부 순서는 ‘놀러와, 2030세상으로’. 라디오 프로그램의 형식을 빌려 2030 세대의 고민을 듣고 이 후보가 고민을 상담해주는 형식이었다. 오래 사귄 고시생 남자친구와 조건 좋은 직장 선배 사이에서 갈등하는 여성의 사연을 듣고 난 이후보는 망설임 없이 고시생 남자친구의 손을 들어주었다. “후보님 젊은 시절과 비슷한 상황 아니냐”는 진행자의 말에 이 후보는 “아내와 나는 중학교 3학년 때부터 만난 사이”라며 은근히 부인에 대한 애정을 과시하기도 했다.

마지막 순서는 2030 세대의 대표적 문화 아이콘인 디카’를 매개로 대통령 후보와 젊은 세대 사이에 소통의 다리를 놓는다는 취지의 ‘2030 디카세상’. 이 후보가 청중들 가운데서 ‘동안’인 사람, ‘부티 나는 사람’ 등을 찾아 함께 디카로 사진을 찍었다. 동안인 사람으로는 내가 선택되었다. 은근히 기대를 하고 있긴 했지만(…), 막상 이 후보의 시선이 내 얼굴에 멈췄을 때는 얼마나 놀랐는지! “네가 동안이라고?” 놀려댈 친구들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 “셀카요!” 갑작스러운 객석의 주문에 예정에 없던 이 후보의 셀카 솜씨도 엿볼 수 있었다. 렌즈를 너무 가까이 댄 것 같긴 했지만, 각도는 꽤나 그럴듯했다.

행사가 끝난 뒤의 어수선한 분위기에서 이진화씨가 다가와 “감사합니다”라며 악수를 청했다. 무엇이 감사한 걸까, 순간 어안이 벙벙했지만 얼른 손을 마주잡고 답례했다. 잠시 후 한 대학생 명예기자가 내게 오늘 행사에 대한 소감을 물었다. 소감을 말하다보니, 조금 전 이씨의 “감사합니다”라는 말에 대한 의문이 조금씩 풀리는 듯했다. 오늘 이 자리를 통해 이 후보가 2030세대에 대한 관심의 필요성을 깨닫고 간 데 대한 고마움이 아닐까 하고 말이다.

<임윤주 명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