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新 인맥]이명박 정부의 SBS 출신들

청와대·국회·방송단체 두루 포진

서울 양천구 목동 SBS 사옥 전경.

이명박 정부 들어 ‘SBS’ 인맥이 약진하고 있다. 청와대는 물론 국회와 미디어 정책을 담당하는 주요 요직에 SBS 출신이 두텁게 포진돼 있다. SBS <8시 뉴스> 앵커 출신인 맹형규 정무수석, SBS 사장 출신인 송도균 방송통신위원회 부위원장을 비롯해 청와대 김상협 미래비전 비서관, 허원제·유정현·한선교 의원 등이 활약하고 있다.

맹형규 정무수석은 앵커 출신
우선 가장 눈에 띄는 인물은 한나라당 추천 몫으로 방송통신위원회 부위원장을 맡은 송도균 전 SBS 사장이다. 송 부위원장은 금년 2월까지 SBS 고문을 지냈다. 위원장을 포함한 5명의 방송통신위원 중 유일한 지상파방송 출신인 송도균 부위원장은 MBC 기자로 언론계에 발을 들였지만 SBS로 옮겨 보도국장·이사·사장 등을 역임했다. 송 부위원장의 선임을 두고 언론계에서는 규제 완화를 표방하는 현 정부의 기본 기조와 민영방송인 SBS의 정책 방향이 어느 정도 맞아 떨어졌기 때문이 아니냐는 것이 중론이다. 송 부위원장의 경력이 논란이 되기도 했다. 올해 2월 대통령 직속으로 개정된 방송통신위원회법 제10조(결격사유)에 따르면, ‘방송·통신 관련 사업에 종사하거나 위원 임명 전 3년 이내에 종사하였던 자는 위원으로 선임될 수 없다’라고 규정하고 있으나 부칙 제9조에서 ‘이 법 시행에 따라 최초로 임명되는 위원에 대해서는 10조를 적용하지 아니한다’라는 ‘위원임명특례 조항’을 두어서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또한 최근 방통위가 OBS의 서울지역 SO(종합유선반송사업자) 역외재전송건을 재검토하기로 의사를 밝힌 것을 두고 OBS 내부에서는 SBS 사장을 지낸 바 있는 송도균 방통위 부위원장의 입김이 작용한 게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또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민영미디어랩 도입과 관련해 최대 수혜자가 SBS인 점에 비추어 송 부위원장의 역할론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청와대에서는 맹형규 정무수석이 있다. 맹 수석은 합동통신·연합통신 기자를 거쳐 1990년에 SBS에 합류했고 워싱턴특파원과 SBS <8시 뉴스> 앵커로 활약했다. 15대 총선 때 신한국당 의원으로 정계에 입문한 이래 내리 3선을 했지만 지난 총선에서는 공천에서 탈락했다. 하지만 탈당하지 않고 절치부심, 요직에 중용될 것이라는 평가가 돌 만큼 이명박 대통령의 애정이 각별하다는 후문이 있고 결국 청와대 정무수석에 기용됐다.

청와대로 직행해 논란이 인 김상협 국정기획실 미래비전 비서관도 SBS 기자 출신이다. 김 비서관은 2월까지 SBS 보도국 미래부장으로 일했다. 김 비서관은 2004년 SBS 보도국에 언론사상 전례가 없던 ‘미래부’를 만드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했으며, 미래부에서 ‘서울디지털포럼’과 ‘미래한국 리포트’라는 대형 프로젝트를 이끌었다. 이명박 대통령과 1993년 <매일경제신문>에 “기업가 정신을 가진 리더가 공공 분야 혁신을 이끌어야 한다”는 요지의 기자 칼럼을 게재하면서 인연을 맺었다.

당시 국회의원이던 이 대통령은 직접 김 비서관에게 전화를 걸어 “나하고 생각이 같다. 한 번 만나자”고 제안했다. 이후 이 대통령은 조지워싱턴대에서 1년간 연수생활을 할 때(김 비서관은 당시 워싱턴 특파원)를 포함해 15년 동안 틈틈이 그를 찾아 미래 한국의 생존 방향에 관해 의견을 나누곤 했다.

또 청와대에서 방송정책을 담당하는 곽경수 제2부대변인(춘추관장)도 SBS 기자 출신이다. 곽 비서관은 6월까지 언론2비서관을 하다 제2부대변인으로 자리를 옮겼다. 곽 비서관은 약 10년 전 IMF 외환위기 때 SBS를 퇴직해 여행레저 TV본부장 등을 지냈다. 2002년 한나라당 대선 후보 이회창 캠프에서 사회·문화·언론 분야 총재 보좌역을 맡아 토론팀을 이끈 경험을 평가받아 한나라당 선대위 방송팀에 합류했다. 곽 비서관은 이명박 캠프에서 방송전략실 기획총괄팀장, 이명박 당선인 비서실 공보팀을 거쳤다.

국회에 입성한 SBS 출신에는 우선 이번 총선에서 한나라당 부산진 갑 지역구로 금배지를 단 허원제 의원이 있다. 허 의원은 윤세영 SBS 회장의 비서 출신으로 SBS와 밀접한 관계인 인물이다. 허 의원은 1978년 <국제신문> 기자로 시작해 <부산일보>, <경향신문>, KBS를 거쳐 SBS 정치부장, 비서실장 등을 거쳤으며 지난해 이사를 지냈다. 허 의원은 이명박 정부 인수위 자문위원으로도 활동했다.

유정현 의원 아나운서 공채 3기

곽경수, 김상협, 김원용.(위 왼쪽부터) 맹형규, 송도균, 안국정.(가운데 왼쪽부터) 유정현, 하금렬, 허원제.(아래 왼쪽부터)

MBC 출신으로 1995년부터 SBS에서 프리랜서 MC로 활동한 한선교 의원(한나라당 홍보기획본부장)은 공천에 탈락했지만 무소속으로 출마, 18대 국회 입성에 성공했다. 한 의원은 최근 한나라당이 ‘스핀 닥터(정치홍보전문가)’로 임명해 의원들의 방송 출연을 총괄하는 중책을 맡았다. 이에 따라 한 의원은 방송국에서 출연 요청이 올 경우, 원내대표·정책위의장과 협의해 적임자를 추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 중랑 갑 지역에 출마해 금배지를 단 한나라당 유정현 의원도 SBS 아나운서 공채 3기 출신이다. 유 의원은 1999년 프리랜서를 선언했지만 이후 줄곧 SBS를 주요 무대로 활동했다. 유 의원은 연세대 성악과 출신으로 TBS 교통방송 기자로 일하다가 1993년 SBS 아나운서로 입사했다. 유 의원은 제17대 대통령 선거 중앙선대위 유세지원단 문화·예술 총괄팀 홍보위원장과 대통령 취임준비위원회 자문위원을 역임했다. 유 의원은 당선 후 “국회에 입성하면 문화관광위에서 활동하고 싶다. 특히 시청자 주권 확립과 방송사 민영화 문제에 관심이 많다”면서 “방송 PPL과 중간광고를 허용하고 방송사도 ‘1공영 다(多)민영’으로 가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명박 정부의 핵심 실세와 SBS 경영진과 관계도 눈길을 끈다. 최근 차기 KBS 사장 후보 가운데 한 명으로 거론됐던 안국정 SBS 부회장은 부산 경남고 출신(63년 졸업)으로 이명박 정부 인수위 부위원장을 맡은 김형오 한나라당 의원(66년 졸업)과 고등학교 선후배 사이다. 이명박 대통령의 평생지기라 불리는 천신일 세중나모회장(58년 졸업)도 경남고 출신이다.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64년 졸업)과도 경남고 선후배 사이다.

이명박 대통령의 핵심 브레인으로 ‘야전 사령관’으로 활동한 김원용 이화여대 디지털미디어학부 교수(73년 졸업)도 경남고 출신이다. 김 교수는 안국정 부회장과 10살가량 차이가 나지만 친분이 돈독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교수는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과 함께 이명박 대통령이 서울시장으로 재직할 때부터 자문을 맡은 핵심 6인 회의 맴버로 지난 대선 당시 선거전략 등에 깊숙이 관여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디지털미디어산업협회에도 포진
IPTV 업계를 대변하기 위해 설립한 디지털미디어산업협회(회장 김인규·MB캠프 방송발전전략실장)에도 SBS 인맥이 포진해 있다. 김인규 회장 이외에 방송계 출신 인사로는 하금렬 SBS 사장이 지상파 방송을 대표해 부회장에 선임됐다. 또 사무국에서는 박희설 정책위원장이 SBS 출신이다. 박희설 정책위원장은 SBS 정책팀장 출신으로 SBS 내에서 이른바 ‘왕당파’로 분류돼 윤세영 회장의 신임을 받은 인물이다. 박 위원장은 2004년 구 방송위원회의 지상파 재허가 심사 과정에서 SBS가 재허가 탈락 위기에 빠지자 문책성 인사로 팀장에서 내려왔다. 박 위원장은 그후 미국으로 연수를 떠났다가 정책팀으로 복귀, 최근까지 기획위원으로 있다가 이번에 협회로 파견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협회에 박 위원장은 제3기 방송위원회 위원을 지내고 보수 성향을 대표하는 언론단체인 공정언론시민연대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김우룡 한국외대 명예교수와 절친한 관계로 알려져 있다. 김우룡 교수의 친동생 김우광씨는 전 SBS프로덕션 사장 출신으로 한·러교류협회 회장을 하다가 최근 불의의 사고로 사망했다.

이밖에 SBS문화재단의 지원을 받은 언론학자 가운데 미국 텍사스주립대학교 오스틴 캠퍼스 출신도 ‘SBS 인맥’으로 분류된다. 이들은 그동안 한나라당의 미디어 정책 수립에 브레인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2007년 해외 연수자로 선정된 김도연 국민대 언론정보학부 교수도 텍사스대학교 오스틴 캠퍼스에서 문학박사를 받은 언론학자다. 그는 지난해 MBC 민영화를 사실상 전제한, 공영방송만 따로 관리하는 공영방송위원회(안) 등을 주장한 한나라당 방송통신융합특별위원회 자문위원으로 참여했다. 신문·방송·통신 등 전 미디어 산업의 규제 완화를 주장해온 황근 선문대 언론광고학부 교수는 2006년 SBS문화재단 해외 연수자로 선정돼 텍사스대학교 오스틴 캠퍼스에서 1년 동안 방문교수로 머물렀다.

대한민국 新 인맥

SBS 문화재단 지원을 받진 않았지만 이명박 대통령의 측근 중 텍사스주립대학교 오스틴 캠퍼스 출신 인사도 있다. 청와대 방송통신비서관으로 임명된 양유석 중앙대 국제대학원장도 역시 텍사스대 오스틴 캠퍼스에서 마케팅 박사학위를 받았다. 경남고 출신으로 이명박 대통령의 6인회 맴버인 김원용 교수도 텍사스대학교 오스틴 캠퍼스 출신이다.

<김태열 기자 yolkim@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