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新 인맥]MB정부 민간 통일교육단체

진보단체 지고 보수단체 뜬다

통일부가 지정한 서울통일관 개관식이 2008년 10월 서서울고등학교에서 개최됐다. <서울통일관 제공>

이명박 정부 들어 민간 통일교육단체들도 진보단체에서 보수단체로 전면 물갈이되고 있다. 특히 기존에 민간 통일교육 부문에서 중도를 표방하던 통일교육단체들도 이명박 정부의 코드에 맞게 급격히 재편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따라 벌써부터 통일교육에 대한 균형이 상실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민통 국고지원 재개로 다시 활기
이명박 정부 시대 떠오른 민간 통일교육단체를 보면 우선 민족통일중앙협의회(민통·의장 이재윤)를 들 수 있다. 민통은 전두환 정권 시대인 1981년 창립된 전형적인 관변단체로서 자유총연맹과 쌍벽을 이룬 보수단체다. 민통은 전국 16시도협의회 및 200여 개 시군구협의회에 38만여 명의 회원을 거느리고 있는 매머드급 통일운동단체다.

민통은 김대중 정권이 들어서면서 2002년부터 정부의 예산 지원을 받지 못하는 등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그러나 민통은 이명박 정부 출범을 계기로 다시 전면에 등장하고 있다. 올해는 통일부로부터 국고보조금 3억5000만 원을 지원받기도 했다. 현재 민통의장은 이재윤씨다. 이 의장은 대구에서 치과병원장을 운영하고 있으며, 대통령자문 통일고문회의 멤버이기도 하다. 민통의 살림살이는 실질적으로 성민경 사무총장이 맡고 있다. 통일부 출신인 성 사무총장은 현재 통일교육협의회 공동의장도 겸하고 있다. 민통 상근이사를 겸하고 있는 성 사무총장에게는 차와 운전기사도 제공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북청소년교류평화연대도 MB정부에서 민간사회단체에 대한 통일교육을 주도하고 있다. 2004년 발족한 남북청소년교류평화연대는 ▲남북관계 통일부 장관 초청 세미나 개최 ▲북한 용천 이재민 및 청소년 돕기 운동 전개 등 통일교육 및 대북 인도 지원 사업을 진행했다. 남북청소년교류평화연대는 설용수 이사장이 이끌고 있다. 설 이사장은 세계일보 부사장 출신으로 지난 총선에서 통일교 계통의 평화통일가정당 후보로 전남 임실·순창에서 출사표를 던졌으나 실패했다.

왼쪽부터 이재윤 의장, 조동래 이사장, 현경대 이사장, 신영덕 부이사장, 김명수 소장, 엄재호 소장, 홍성순 부회장.

설 이사장은 통일 관련 전문강사로 명성을 떨치고 있다. 설 이사장은 특히 일반인들이 접하기 힘든 북한 관련 정보를 강의 중에 얘기함으로써 청중을 사로잡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통일부 통일교육전문위원,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자문위원, 통일교육원 강사를 맡고 있다.

통일교 계통의 세계평화여성연합, 세계평화청년연합 등도 통일교육과 북한에 대한 인도적 지원에 앞장서고 있다. 통일교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과거 ‘승공통일’이라는 관점에서 매우 보수적인 통일운동을 해왔다. 이후 문선명 목사가 평양을 방문해 김일성 주석을 만난 이후 통일교는 북한을 대대적으로 지원해왔다. 통일교는 평양의 보통강호텔을 소유하고 있고, 평양에 세계평화센터를 지었으며, 자동차공장도 운영하고 있다. 세계평화여성연합의 대북통일 부문은 홍성순 부회장이 담당하고 있다. 세계평화여성연합은 남한의 주부·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통일교육을 진행하고 있으며, 평양 김정숙탁아소에 1년에 5000만 원 정도를 지원하고 있다. 홍 부회장은 “회원들이 한 달에 1000원씩 성금을 내서 북한을 돕고 있다”면서 “우리가 북한을 지원해주지 않으면 미사일 사태에서 보듯이 우리가 피해자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가정당 후보로 지난 총선에서 인천에서 나온 경험이 있다. 통일교계의 사단법인인 세계평화청년연합(대표 송광석)도 남북청소년축구대회를 개최하는 등 통일 관련 활동을 적극적으로 하고 있다.

평화문제연구소도 통일 관련 각종 서적을 정기적으로 발간하는 등 통일교육에 앞장서고 있다. 평화문제연구소는 월간 ‘통일한국’과 학술지인 ‘통일문제연구’를 정기적으로 발행하고 있다. 평화문제연구소는 현경대 이사장, 신영석 부이사장, 김명수 소장이 이끌고 있다. 현경대 이사장은 5선 의원으로서 18대 대선 제주·북제주 갑에서 한나라당 후보로 나왔으나 현 이사장의 보좌관 출신인 민주당 강창일 의원에 패배했다. 그는 1990년대 초반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사무총장을 지내기도 했다.

신영석 부이사장은 통일원 상임연구위원·평통 상임위원 등을 역임했으며, 과거에는 정치권 진출도 모색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통교협 상임공동의장을 지낸 그는 통교협 보수화에 일조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평통 출신인 김명수 소장은 현경대 이사장과 과거 평통 근무 인연으로 소장으로 발탁됐다. 김소장은 충남 서천에서 지난 번 총선에 출마했으나 고배를 마셨으며, 서울사이버대 총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평화문제연구소 통일 관련 서적 발간
보수 성향이 강한 경북대평화문제연구소도 이명박 정부 들어 잘 나가는 통일교육단체 중 하나다. 특히 올해는 이 연구소가 통일부로부터 지역통일교육센터로 지정받아 연 3000만 원을 지원받고 있다. 1972년 설립한 경북대평화문제연구소는 엄재호 소장이 이끌고 있다. 엄 소장은 대구·경북 지역 시민들을 대상으로 12주간의 통일교육과 사회지도자 양성 과정을 강의하고 있다. 엄 소장은 “지난 10년 동안 김대중·노무현 정부는 남북대화하는 데만 심혈을 기울였다”면서 “북한은 그동안 서해도발, 미사일 발사 등 국가 차원에서 볼 때 달라진 것이 없다”고 말했다.

남북청소년통일교육진흥원은 지난해 통일부로부터 서울지역 통일관으로 인정받는 등 청소년 대상 통일교육의 산실로 떠오르고 있다. 남북청소년통일교육진흥원은 서서울생활과학고등학교 내에 있는 시설로 이 학교의 조동래 이사장이 설립했다.

대한민국 新 인맥

특히 학교 내에 있는 통일관은 전국의 학교에서 관람객이 끊이지 않는다. 통일교육을 위한 각종 프로그램 등 콘텐츠가 풍부하다. 조 이사장은 1996년 이 학교의 교장으로 재직하던 중에 통일교육을 학교의 교육 목표로 세우고 10여 년 동안 통일교육에 매진해왔다. 조 이사장은 평통 자문위원이기도 하다.

<권순철 기자 ikee@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