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新 인맥]최초 금융지주회사 우리금융그룹

대한민국 ‘돈줄’ 실세로 부상

이명박 정부 들어 우리금융그룹 출신 인사들의 관계·경제계 진출이 눈에 띈다. 금융지주사 설립 과정의 경험을 중용했다는 게 시장의 평가다. 사진은 서울 회현동의 우리금융그룹 본사.

9월 5일 낮 12시 서울 중구 회현동 우리금융그룹 24층. 역대 그룹 회장과 우리은행장 등 우리금융그룹의 OB 멤버 23명이 한자리에 모여 오찬을 함께 하며 그룹 발전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이날 행사에는 초대 회장인 윤병철 한국FP협회 회장과 황영기 KB금융지주 회장, 박병원 청와대 경제수석 등 전 우리금융 회장 3명과 김진만 공무원연금관리공단 이사장, 이덕훈 전 금융통화위원회 위원, 박해춘 국민연금공단 이사장 등 전 우리은행장 20명이 참석했다.

그룹 차원에서 전임 회장단과 우리은행의 전신인 옛 상업·한일·평화은행 등 합병 전 행장까지 자리를 함께 한 것은 이번이 처음. 이명박 정부 들어 금융 등 경제계 각 분야에서 승승장구하고 있는 우리금융 출신의 CEO들이 서로 축하의 말을 전하고 의기투합을 약속하는 자리였다는 게 한 참석자의 말이다.

MB 정부 들어 금융권 수장 포진
이명박 정부 들어 우리금융 출신이 금융계 핵심 실세로 부상하고 있다. 금융계에서는 “동지상고 위에 우리금융이 있다”라는 말까지 나돌 정도다. 우리증권 대표를 지낸 이팔성 전 서울시립교향악단 대표가 우리금융그룹 회장으로 부임한 데 이어 황영기 전 우리금융그룹 회장이 KB금융지주의 회장에 오르면서 자산 300조 원을 돌파한 금융권 ‘빅 3’ 중 두 곳을 우리은행 출신이 차지했다. 이종휘 우리은행장도 내부 출신이며, 송기진 광주은행장과 문동성 경남은행장, 최병길 금호생명보험 사장도 모두 우리금융 출신이다.

금융권뿐 아니라 ‘돈줄’을 거머쥔 관계에도 우리금융 출신들의 진출은 눈부시다. 부회장 출신의 전광우 금융위원장과 민유성 산업은행 총재, 행장 출신의 박해춘 국민연금공단 이사장과 김진만 공무원연금관리공단 이사장이 대표적이다. 대통령의 경제정책을 보좌하는 청와대 경제수석에도 박병원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임명됐다.

특히 전 위원장과 민 행장은 윤병철씨가 우리금융 회장, 이덕훈씨가 우리은행장을 맡고 있을 당시 근무한 우리금융그룹 1기 멤버들이다. 황 회장은 이들에게서 바통을 이어받아 회장과 은행장을 겸직하며 우리금융그룹 2기를 이끌었다. 황 회장은 당초 금융지주 체제의 안정성과 연속성을 고려해 강정원 국민은행장의 우세가 점쳐졌던 KB금융지주의 회장에 오르면서 우리금융의 저력을 보여주었다.

박병원 청와대 경제수석은 직전 우리금융그룹 회장이다. MB 정부 들어 금융공기업 CEO들에 대한 재신임 과정에서 물러났지만 얼마 되지 않아 청와대 비서실 개편 과정에서 금융정책을 포함한 경제정책을 총괄하는 경제수석으로 발탁됐다. 박해춘 전 우리은행장도 재신임 탈락의 상처를 딛고 국민연금관리공단 이사장으로 화려하게 부활했다.

금융지주 설립 노하우 시장에 먹혀
새 정부 들어, 특히 미국발 금융 위기 등 최근 급변하는 금융 환경 속에서 우리금융 출신들이 유독 강세를 띠는 이유는 무엇일까. 재계와 금융권에서는 우리금융의 폭넓은 인재풀을 시장에서 선호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삼성경제연구소의 전효찬 거시경제실 수석연구원은 “금융지주회사를 세우는 과정에서 비은행권 부문에 대한 인수합병 등 투자와 운영 노하우가 생겼고, 시장이나 정부 입장에서도 이를 높이 산 것”이라면서 “사실상 정부 소유의 은행으로, 스카우트를 통해 인재풀을 잘 가동한 것이 최근 효과를 보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2007년 12월 31일 현재 우리금융그룹의 지분 구조를 보면 정부(예금보험공사)가 72.97%로 최대주주다. 전 금융연구원 출신인 김우진 딜로이트 전무 또한 “우리금융의 임원들은 상업은행, 한일은행 등 시중 5개 은행의 합병과 이후 인력구조조정 과정에서 서로 경쟁하며 실력을 키워왔다”면서 “새 정부의 금융개혁 코드와 맞물리면서 주목받기 시작했고, 그들 안의 네트워크도 한몫했을 것”이라고 전했다.

시장이 요구하는 경험과 실력을 갖추었기 때문이라는 분석과 함께 금융권에 대한 ‘MB코드’에 제대로 맞춘 결과라는 분석도 강하다. 최근 금융권 수장에 오른 인물들을 보면 한결같이 이명박 정부, 특히 이 대통령과 직간접적인 인연을 맺고 있기 때문이다. 그 중심에 우리금융그룹 이팔성 회장이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서울시장으로 재임하던 시절, 서울시립교향악단 이사장이던 이 회장은 영남(경남 하동) 출신으로 고려대 법학과를 나와 ‘고소영’으로 불린다. 지난 대선 때는 ‘금융포럼’이란 외곽 단체를 이끌면서 당시 이 후보를 측면 지원하기도 했다.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9월 20일 청와대에서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과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 이윤호 지식경제부 장관, 전광우 금융위원장, 박병원 경제수석, 김종창 금융감독원장 등과 함께 금융상황 점검회의를 개최하고 있다. 이 중 전 위원장과 박 수석이 우리금융그룹 출신이다. <청와대사진기자단>

그는 현 정부의 실세들과 복잡한 관계로 얽혀 있기도 하다. 이 회장의 서울시향 이사장 시절 이사진은 이경숙 전 인수위원장, 김주성 국가정보원 기획조정실장, 뉴라이트전국연합 대표로 법제처장에 오른 이석연 처장, 이종찬 전 민정수석 등이 있다. 예외 없이 화려한 관직으로 진출한 것이다. 특히 김성호 국정원장이 지난해 법무장관에서 퇴임한 후 “기업 하기 좋은 나라를 만든다”는 취지로 세운 재단법인 행복세상과는 밀착 관계다. 이팔성 회장과 정동기 청와대 민정수석이 행복세상의 이사로 재임했고, 역으로 김성호 국정원장을 모시는 김주성 국정원 기조실장은 서울시향 이사를 맡았다. 그들만의 라인을 형성한 것이다.

업계선 ‘무한경쟁 내몬다’ 우려도
최근 인사에 있어서 ‘당겨주고 밀어주기’ 네트워크가 작동했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MB와 절친한 이 회장이 전광우 위원장과 박병원 수석을 끌어주고, 다시 전 위원장이 민유성 산은 총재를 끌어준 모양새라는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의 서울시장 재임 시절 서울시청의 금고 역할을 했던 우리은행은 서울 청계천 복원 사업 때 삼일교를 건설해 서울시에 기증하면서 MB와 인연을 강화했다.

이들은 외형을 키워 주목받았던 우리금융 출신들답게 향후 경영전략도 한결같이 공격적으로 몸집 키우기에 활시위가 맞춰져 있다. 이팔성 회장은 취임사에서 “우리금융의 자산을 600조 원으로 늘리겠다”고 밝혔다. 특히 민영화 이전에라도 적극적인 기업 인수합병(M&A)를 추진하겠다고 말해 사실상 메가뱅크안의 추진을 시사하기도 했다.

우리금융그룹 회장 재임시절 3년 만에 자산 규모를 100조 원 이상 불리며 금융권에 자산 확대 경쟁을 촉발시켰던 황영기 회장도 “KB금융지주는 우선적으로 전략적 M&A에 나서야 할 것”이라면서 “외환은행 인수 노력도 계속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은행권에서는 KB금융지주, 우리금융과 하나금융 간에 향후 금융그룹의 미래를 좌우할 M&A 주도권 잡기가 한층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박해춘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의 공격적 경영은 ‘오기’에 가깝다. 금융시장의 불안으로 연금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음에도 여전히 주식 투자 비중을 늘리기로 하는 등 수익률에 혈안이 돼 있는 것. 그는 국민연금 주식투자 확대 방침에 대한 언론과 여론의 비난에 대해 “괴롭다, 잠이 오지 않는다”면서도 “국민과 언론이 오해하고 있다”며 주식 투자 확대 고집을 꺾지 않고 있다. 민유성 산업은행장은 최근 리먼 브러더스 인수 추진 문제로 퇴진 압력을 받고 있으며, 전광우 위원장 또한 해외 IB에 대한 인수합병, 규제 완화, 산업자본의 금융투자 확대 등을 주창하고 있다.

김우진 전무는 “카드 사태를 겪으며 위기 상황을 극복한 데 대한 자신감을 바탕으로 그동안 도상 연습 수준이었던 외형 성장을 실현하려는 추세”라고 분석했다. 프랑스 칼리온은행 이진혁 서울대표는 “우리금융이 주목받는 것은 지주회사로 전환한 이후 공격적으로 시장 점유율을 높였기 때문”이라면서 “우리금융 출신들이 잘하고 있지만 무리한 자산 키우기는 손실 규모 또한 키울 여지가 많으므로 철저한 투명경영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금융기관 수장으로 대거 부임하면서 이들의 경영 능력도 시험대에 올랐다. 오랜 경기 침체와 미국발 금융 위기 속에서 리스크를 줄이며 얼마만큼 실적을 올릴 수 있을 것이냐가 관심사다. 리먼의 후폭풍을 제대로 맞은 민유성 산업은행장은 우선 ‘자리 보존’이 중요한 과제다. 야당뿐 아니라 여당 내에서도 “시장의 신임을 잃었다”며 그의 퇴진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황영기 KB금융지주 회장과 이팔성 우리금융그룹 회장은 바닥까지 떨어진 주가를 다시 높여놓아야 주주들의 지지를 받을 수 있다. 대한민국의 금고가 우리금융 출신들의 손에 맡겨진 셈이다.

전광우 금융위원회 위원장

경력 | 1949년 서울, 서울대 경제학과, 인디애나대 경영학 박사, 세계은행(IBRD) 수석이코노미스트·국제금융팀장, 우리금융지주 총괄부회장, 재정경제부 장관 국제금융담당 고문, 딜로이트컨설팅코리아 회장, 포스코 이사회 의장

평가 | “민간 출신으로 금융가에서 손꼽히는 국제 금융통으로, 원칙을 중시하며 조직의 융화도 고려하는 외유내강형” vs “정부 개입 등 외풍을 막아낼 조직 기반이 약하며, 규제보다 시장자율을 선호한다”

박병원 청와대 경제수석비서관

경력 | 1952년 부산, 서울대 법학과, 서울대학교대학원 법학 석사, 대통령비서실 경제비서실 서기관, 재정경제원 예산총괄과 과장, 재정경제원 부총리 비서실장, 재정경제부 경제정책국 국장, 재정경제부 제1차관, 차보, 우리금융지주 회장

평가 | “천재형으로, 원칙론자이지만 돌아갈 줄 아는 합리성도 갖췄다” vs “코드 맞추기에 능하며, 중대 사안에 대해서도 언행이 가볍다”

민유성 한국산업은행 행장

경력 | 1954년 서울, 서강대 경영학과, 뉴욕주립대학교버펄로교대학원 경영학 석사, 모건 스탠리 서울사무소장 지점장, 살로먼스미스바니환은증권 대표이사 사장, 우리금융지주 재무총괄 부회장 CFO, 리먼 브러더스 서울지점 대표

평가 | “전문적 지식과 풍부한 경험으로 세계적인 IB를 지향하는 산은 CEO에 적임자” vs “이번 리먼 사태를 통해 얼마나 무능하고 정책도 엉망인가 여실히 드러났다”

황영기 KB금융지주 회장

경력 | 1952년 경북 영덕, 서울대 무역학과, 런던대학교대학원 경영학 석사, 영국 뱅커스트러스트 서울지점 부장·동경지점 이사, 삼성그룹 재무팀 이사, 삼성전자 상무, 삼성생명 전략기획실 전무, 삼성증권 대표이사 사장

평가 | “증권·보험·은행 등 금융업의 다양한 분야를 섭렵해 금융 시장에 대한 비전을 갖고 있는 국제 금융 전문가” vs “정치적으로 줄타기의 귀재, 적을 만드는 독선적 스타일”

이팔성 우리금융그룹 대표이사 회장

경력 | 1944년 경남 하동, 고려대 법학과, 한일은행 입행, 한일은행 부장, 한일은행 이사, 한빛증권 대표이사 사장, 우리증권 대표이사 사장, 서울시립교향악단 대표이사

평가 |“조직 장악력이나 영업 추진력 등이 뛰어나고, 우리금융 민영화와 계열사들의 영업 시너지 개선을 이끌어낼 수 있는 적임자” vs “오랜 금융업 경력이 있지만 취임 직전 서울시향 대표 등 금융업 은퇴한 인물이다”

박해춘 국민연금공단 이사장

경력 | 1948년 충남 금산, 연세대 수학과, 국제화재해상보험 장기업무부, 안국화재해상보험 이사, 삼성화재해상보험 이사, 서울보증보험 대표이사 사장, LG카드 대표이사 사장, 우리은행 은행장

평가 | “보험·카드·은행 등 금융권 CEO ‘트리플 크라운’이라는 전인미답의 기록을 보유한 시장통” vs “국민연금제도에 대한 이해가 없는 금융 장사꾼으로 공기업엔 부적당”

김진만 공무원연금관리공단 이사장

대한민국 新 인맥

경력 | 1947년 경북 군위, 서울대 법학과, 한국상업은행, 한국종합금융 이사, 한미은행 이사, 한미은행 은행장, 한빛은행 은행장

평가 | “한미은행과 경기은행의 합병을 성공적으로 지휘하고 금융기관 경영에 탁월한 능력을 발휘했다” vs “공무원연금관리 개혁에 나서기엔 추진력이 미흡하다”

<조득진 기자 chodj21@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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