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을 생각한다

페미니즘 때문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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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서울에 산다. 서울시민 57%가 세입자라는데, 나도 그중 한명이다. 지금 사는 집은 2019년 10월에 전세 2억3000만원에 빌린 아파트다. 당시 매매 실거래가가 3억5000만원 선이었는데 지난달에는 6억5000만원에 팔렸다. 이보다 더 오를 순 없을 것 같던 집값이, 오늘 검색하니 7억~7억5000만원 선으로 매물이 나와 있다. 한달 만에 또 1억이 오른 것은 소위 ‘오세훈 효과’다. 더불어민주당이 보궐선거에 참패해 민주당보다 내가 더 살기가 힘들다.

[오늘을 생각한다]페미니즘 때문이라고?

민주당의 선거 패배 원인은 한둘이 아니지만, 부동산 정책 실패도 큰 이유다. 내가 사는 아파트의 전셋값은 2억7000~3억원대로 올랐다. ‘설마 세 들어 살던 사람한테 몇천만원씩 올려 받겠나?’ 근거 없는 희망도 품어보지만, 오는 10월에 우리 가족이 전세 난민이 될지 말지는 아무도 모를 일이다. 집 가진 사람의 재산 가치는 두 배가 됐지만, 집 없는 사람들은 집 살 엄두는커녕 전·월세 상승 때문에 집안 살림이 쪼그라든다. 아니면 더 싼 집을 찾느라 개고생하고 이사하느라 수백만원이 깨진다. 이사할 동네의 어린이집·유치원 평판은 어떤지도 검색해야 하고, 학생들은 전학하느라 친구들하고 헤어진다. 이 와중에도 정부는 정책 실패를 쉬이 인정하지 않았다. 한술 더 떠서 청와대발 ‘내로남불’ 부동산 투기 논란은 집 없는 ‘설움’을 ‘분노’로 승화시켰고, 정권 심판의 도화선이 됐다.

2019년 3월, 노영민 전 비서실장은 청와대 비서관급 이상 참모진을 대상으로 주택 한채를 제외하고 모두 처분하라고 권고했다. 이에 김조원 전 민정수석은 강남 소재 아파트 두채 중 한 채를 시세보다 2억 높게 내놨고, ‘매각하는 척’했다는 비판이 일자 사임해버렸다. 노영민 전 비서실장 역시 충북 청주의 아파트와 서울 서초의 아파트 중 청주 아파트를 매물로 내놓아 화를 자초했다. 2019년 12월에는 ‘소득주도성장’을 주창했던 장하성 주중대사(초대 정책실장)와 김수현 전 정책실장이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아파트 가격 폭등으로 부동산 호재를 누린 사실이 알려졌다. 올해 3월에는 ‘삼성 저격수’로 알려졌던 김상조 전 정책실장(초대 공정거래위원장)이 ‘임대차 3법’이 통과되기 하루 전날, 본인 소유의 강남 소재 아파트 전셋값을 14% 올려 계약한 것이 알려져 반나절 만에 경질됐다.

문제는 부동산뿐만이 아니다. 보궐선거의 원인이 된 두 전직 광역단체장의 성추행 사건과 당헌 개정을 통한 민주당의 공천 강행, 반성은커녕 쇄도한 2차 가해는 어떤가. 지난해 7월 안희정 모친상에 문재인 대통령이 보낸 조화 때문에 나는 아직도 우울감에 시달린다. 피해당사자는 오죽할까. 선거도 졌는데 웬 뒤끝이냐고? 민주당 내에서 ‘페미니즘 때문에 졌다’는 말 같지도 않은 소리가 들려서 그렇다. 탁현민씨는 결국 1급 의전비서관으로 승진했다. 이 당에 페미니즘이 어디 있나? 온 국민이 다 아는 참패 원인으로 지면을 낭비하더라도, 입 닫고 있으면 실어증에 걸릴 것 같아서, 뒤끝 작렬이다.

<장하나 정치하는엄마들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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