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을 생각한다

학교급식은 진화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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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급식’은 좋은 것이다. 무상급식은 더 좋고 친환경 무상급식은 더더욱 좋다. 학교급식은 특히 여성 양육자들의 삶의 질 개선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지난해 여름방학, 병설유치원에 다니는 딸의 도시락을 딱 일주일 준비했는데 우리 엄마가 이 고생을 몇년씩 했다는 사실이 새삼 무겁게 다가왔다.(참고로 방학 중 돌봄교실을 이용하는 초등학생과 병설유치원생에 대한 급식 미제공은 심각한 문제다. 최혜영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전국 급식카드 가맹점의 66%가 편의점·제과점이다.)

[오늘을 생각한다]학교급식은 진화해야 한다

학교급식은 학생 입장에서도 도시락을 비교당할 필요없이, 너나 나나 같은 밥을 먹어 좋은 일이다. 국가가 성장기에 있는 영유아와 아동청소년에게 차별없이 균형 잡힌 음식을 제공하는 것은 헌법 정신에 매우 부합하는 일이다. 즉 무상급식은 옳다. 단 국민이 낸 세금으로 제공하는 급식을 ‘무상’이라 부르는 것은 어폐가 있기에 무상급식 대신 ‘공공급식’이라 바꿔 불러야 한다.

그런데 이 친환경 공공급식과 전쟁을 치르는 아이들이 있다. 개인의 취향에 맞출 수 없는 것은 급식의 태생적 한계다. 하지만 입학철이 되자 초등학교 1학년 보호자들의 원성이 연례행사처럼 들려온다. 병설유치원이 있는 초등학교의 경우 5세부터 13세까지의 어린이들, 그리고 정년에 이른 교직원까지 같은 식단의 급식을 제공하는데, 초등학교 신입생들이 먹기 어려운 ‘매운’ 음식이 많다. 정치하는엄마들 한 회원이 제보한 초등학교 식단표를 보면 낙지찌개, 쫄면, 부대찌개, 고추장볶음비빔밥, 닭개장, 참치김치찌개, 순대김치볶음, 알감자고추장조림 등 여덟 살 어린이가 먹기 어려운 메뉴가 즐비했다.

최근 코로나19 때문에 초등 돌봄교실의 간식 제공을 중단한 학교도 있는데, 급식이 매워 먹지 못한 날이면 아이는 하루종일 굶어야 한다. 오후 5시쯤 돌봄교실이 끝나면 양육자가 퇴근할 때까지 태권도나 피아노학원에서 한두시간을 더 보내야 한다. 한창 자랄 나이의 어린이들이 귀가할 즈음에는 배고파 어지러울 지경이란다. 일터에 나간 양육자들은 적어도 배를 곯지는 않는다. 행정편의주의가 아이들의 배를 곯게 만든다.

학년 고하를 막론하고 매운 음식을 먹지 못하는 학생들을 위한 식단을 제공하는 게 당연하다. 올해 2월부터 병역판정검사 시 신상명세서에 ‘채식주의자’임을 표시할 수 있도록 하고, 부대에서는 채식주의자와 무슬림 장병의 현황을 파악해 맞춤형 급식을 제공한다는 뉴스를 봤다. 학교도 당연히 할 수 있다. 2011년 공공급식이 도입된 지 올해 10년째다. 안 매운 급식, 채식, 할랄 급식, 식이알레르기나 아토피 환자를 위한 맞춤 급식, 방학 중 급식까지 학교급식은 진화해야 한다. 나아가 탈학교 아동청소년에게 친환경 공공급식을 어떻게 전달할지, 학원가 편의점에서 삼각김밥과 컵라면으로 끼니를 때우는 많은 학생의 건강권을 어떻게 보장할지 등 모든 아동청소년이 ‘밥’에서 소외되지 않도록 ‘정치’가 진화해야 한다.

<장하나 정치하는엄마들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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