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척시, 신재생에너지 메카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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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2개 사업체서 원전 2기 용량 발전 추진… 기초단체 중 최고 수준

영동지역인 강원도 삼척시내에서 태백산맥 방향으로 차로 1시간30분가량 달리면 하장면사무소가 보인다. 삼척시 하장면은 삼척시에서 풍력·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발전 허가가 가장 많이 난 곳 중 하나다. 산업부 전기위원회가 7월 6일 발표한 발전사업 허가 관리대장에 의하면, 3메가와트(MW)를 초과하는 신재생에너지 발전설비 용량 중 삼척시에 허가가 난 누적 용량은 총 1009.2MW다. 허가가 난 발전소 용량 중 상당수는 하장면에 주소를 두고 있다.

“서늘한 바람이 태양광 발전에 유리”

삼척시에 의하면 삼척시 곳곳에는 172개의 신재생에너지 발전사업체가 총 1916MW 용량의 발전소 허가절차를 완료했거나, 허가절차를 진행 중이다. 원전 1기 평균 발전설비 용량인 1GW의 2배 가까이 되는 용량이다. 김양호 삼척시장이 2014년 선거에서 공약한 200MW 규모의 신재생에너지 유치는 진작에 넘어섰다.

삼척시 에너지전략실에 따르면 현재 삼척시 곳곳에서는 신재생에너지 발전으로 시간당 26MW의 전기가 생산되고 있다. 시에서는 허가절차가 진행 중인 발전사업들이 실제 발전을 시작하게 된다면, 삼척시의 신재생에너지 발전 용량은 기초단체 중 최고 수준이 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상공에서 드론으로 촬영한 삼척시 하장면 토산리 태양광발전소의 모습. / 탑선 제공

상공에서 드론으로 촬영한 삼척시 하장면 토산리 태양광발전소의 모습. / 탑선 제공

하장면사무소에서 하장고등학교를 지나 서남쪽으로 30여분을 더 가면 하장면 토산리 태양광발전소가 나타난다. 토산리 태양광발전소는 폐쇄된 광산이 있던 26만2000여㎡ 부지에 건설 중이다. 발전소 입구에서 10여분을 걸어 올라가자 빽빽하게 설치된 태양광 패널이 눈에 들어왔다. 사람 몸통 절반 정도 크기의 패널들 숫자는 수백 개인지 수천 개인지 눈으로는 짐작할 수조차 없었다. 태양광 발전 패널들은 단단한 철근기둥에 박힌 채 해가 뜬 방향으로 고개를 내밀고 있었다. 토산리 태양광발전소가 완공될 경우 총발전설비 용량은 8MW다. 보통 주택용 태양광 패널 용량이 3KW인 점을 감안하면, 2600여 가구가 사용할 수 있는 양이다.

시공업체 중 하나인 ‘탑선’의 현장관리자에 의하면, 태양광 발전은 평균 하루 4시간 정도 가능하다. 완공된 토산리 태양광발전소가 1일 평균 현재 삼척시 신재생에너지 하루 발전량보다 많은 32MW의 전기를 만든다는 뜻이다. 탑선 관계자에 의하면 토산리 태양광발전소는 공급되는 태양광 발전 패널의 용량과 경사에 따라 네 부분으로 나뉘어 건설되고 있다. 현재까지는 약 3MW 정도의 시설 건설이 완료됐으며, 8월 말까지 설치가 완료되는 태양광 패널의 숫자는 약 1만6000개다. 전체가 완공될 경우 투입되는 태양광 패널의 숫자는 2만개를 넘어설 예정이다.

탑선 관계자는 삼척시 등 강원도 영동지방의 산지가 평지보다 태양광 발전을 하기에 좋을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일반적으로 태양광 발전이라고 하면 평평한 평지에 대규모로 지어진 것을 떠올리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태양광 패널의 온도가 섭씨 25도를 넘기면 오히려 발전효율이 떨어지기 때문에 서늘한 바람으로 온도를 식힐 수 있는 하장면 토산리 일대도 태양광을 하기에 좋은 조건을 가졌다고 할 수 있다”며 “상식과 달리 태양광 발전은 여름보다 봄과 가을에 효율이 더 좋다. 저희 회사에서도 삼척 이전에도 다른 산지나 바람이 잘 부는 해안가에 태양광발전소를 지어본 경험이 있다”고 말했다.

영화관 건물에도 태양광 발전 시설

이 관계자는 기자에게 날씨가 맑은 날 드론으로 상공에서 촬영한 발전소 영상을 보여줬다. 산 중턱에 빽빽히 들어찬 태양광 패널들이 들어왔다. 그는 “여기까지 오시는 길에 보셨겠지만 폐광산 부지를 해결하라는 현수막이 곳곳에 붙어 있다. 이런 곳에 친환경 발전시설을 지으면 추가적인 환경파괴도 막을 수 있고 흉하게 방치된 유휴지도 활용할 수 있다. 고장난 태양광 패널 외에는 환경 폐기물도 거의 나오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토산리 태양광발전소 외에도 삼척시 곳곳에는 태양광·풍력발전소가 지어지고 있다. 신규원전 부지인 삼척시 근덕면에도 2.2MW가량의 태양광발전소가 가동되고 있다. 이미 김양호 삼척시장은 언론을 통해 신재생에너지 기업들이 사업을 원활히 할 수 있도록 행정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신재생에너지 발전소가 실제로 건립되기까지는 많은 과정을 거쳐야 한다. 산업부 전기위원회에서 허가를 받아야 하는 3MW 이상 발전소의 경우 1년 이상, 3MW 미만 발전소는 6개월가량의 행정절차 시간이 소요된다고 한다. 이성모 삼척시 에너지전략실장은 “김양호 시장은 시 곳곳에 200MW 규모의 신재생에너지 발전소를 건설하겠다고 공약했다. 부지 선정이나 주민 설명회 등 지자체 차원에서 도움을 줄 수 있는 부분에 대해선 최대한 협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삼척시내에서도 곳곳에 태양광 발전시설을 눈으로 볼 수 있다. 대표적인 것이 지난해 9월 개관한 가람영화관이다. 삼척시 젊음의 거리에서 10분 거리에 있는 가람영화관은 영화관 지붕이 태양광 패널로 뒤덮여 있다. 더 많은 태양광을 받기 위해 건물 맨꼭대기에는 둥그런 모양의 원판을 달아놓기도 했다. 애초 이 자리엔 2002년 삼척 동굴엑스포 홍보관이 있었지만 엑스포가 종료된 이후 크게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가 지난해가 되어서야 태양관 발전을 겸한 시설로 손을 본 것이다.

이 밖에도 삼척시는 공설묘지 주차장에 지붕 형태로 된 350KW 용량의 태양광 발전설비가 구축돼 있다고 밝혔다. 또한 장미공원 등 시내 주요 관광지와 공원에 야간 보안등 역할을 하는 동시에 전기 충전이 가능한 태양광 스마트 벤치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삼척시 관계자는 “시민들에게 신재생에너지가 친환경적이고 원전을 대체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고 해서 시민들의 인식이 무조건 좋아지는 건 아니다. 시민들이 일상에서 태양광 발전을 접하면 자연히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질 것”이라며 “특히 가람영화관에 대한 시민들의 반응이 좋다. 삼척에서 영화관이 없어진 지가 오래됐고 시민들이 최신 영화를 보려면 인근 태백시까지 시외버스를 타고 나가야만 했다. 가까운 곳에서 태양광으로 전기를 만드는 모습도 볼 수 있고, 영화도 볼 수 있게 돼 일석이조의 효과가 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삼척시는 현재 원전 부지로 지정된 근덕면 동막리 일대에 대규모 신재생에너지 단지를 조성할 계획이다. 삼척시에 따르면 근덕면 일대 317만8292m²(96만1000여평)의 땅이 2012년 9월부로 신규 원자력 부지로 지정된 상태다. 하지만 ‘원전 포기와 신재생에너지 육성’을 내건 김양호 시장이 2014년 당선된 이후 삼척시는 지속적으로 정부에 원전 부지 지정 철회를 요구해 왔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이후 산업부에서도 올해 말로 예정된 8차 전력수급기본계획 발표 때 삼척시를 신규 원전 부지에서 제외하는 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성모 실장은 “김양호 시장 부임 이후 정부에 여러 차례 원전 부지 지정고시 해제를 요청했다. 백운규 신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취임 때부터 탈원전과 신재생에너지 확대를 강조한 만큼 김 시장이 백 장관을 직접 만나 삼척 원전 백지화를 확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삼척시는 친환경에너지와 관련한 단지를 마련하는 만큼, 새로운 환경파괴는 최소화하겠다고 밝혔다. 삼척시에 따르면 근덕면에는 전임 시장 시절 추진했다가 중단된 78만㎡(약 25만평) 규모의 소방방재산업단지 부지가 있다. 삼척시는 부지 소유주인 강원개발공사로부터 부지를 매입한 뒤 태양광 발전을 중심으로 한 단지를 유치할 예정이다. 삼척시 관계자는 “태양광 등 각종 신재생에너지 발전사업뿐만 아니라 지속가능한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뒷받침할 연구단지도 유치할 계획”이라며 “원전 부지 지정 해제가 이뤄지고, 강원개발공사로부터 부지까지 매입한 다음에는 구체적인 계획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삼척시 엑스포로에 위치한 가람영화관의 모습. / 백철 기자

삼척시 엑스포로에 위치한 가람영화관의 모습. / 백철 기자

물론 삼척시가 ‘신재생에너지 메카’로 확고히 자리잡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환경단체들은 삼척시가 화력발전에 대해서는 탈원전만큼 확고한 방향성이 없다고 지적한다. 이지언 환경운동연합 에너지기후팀장은 “삼척시가 유휴지와 기존 시설을 이용해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하는 것은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지난 4월 김 시장이 포스파워 석탄발전소 건설에 동의하는 등 화력발전에 대해서는 개발논리로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팀장은 지난 2월 포스파워 석탄발전소와 관련해 김 시장과 직접 면담한 바 있다. 이 팀장은 “김 시장이 표방한대로 삼척시가 청정에너지, 친환경 도시가 되려면 탈핵과 탈석탄이 같이 가야 한다”고 말했다.

허가절차가 완료된 신재생에너지 발전시설 중 실제 가동까지 이뤄진 곳도 아직은 많지 않다. 삼척시 관내에 허가를 받은 약 1GW 용량의 신재생에너지 발전시설 중 95%가 풍력발전소다. 하지만 실제 설비가 완료되어 가동 중인 곳은 허가받은 용량의 2%에 불과한 18MW 정도다.

업체들은 아직 신재생에너지가 기존 발전을 대체하기엔 초기 비용이 너무 높다고 말한다. 삼척시 하장면 등에 풍력 발전 허가신청을 낸 한 업체 관계자는 “풍력 조사를 해보면 삼척뿐만 아니라 인근 태백, 평창 등 강원도 산간지방은 풍력 발전을 할 정도로 풍향이 잘 나오고, 날씨에도 영향을 많이 받지 않는 게 장점”이라면서도 “풍력 발전시설은 태양광 발전 이상으로 초기비용이 높다. 발전 허가를 받고 풍속 측정탑까지 설치했지만 비용 때문에 시공에 들어가지 못한 업체가 많다. 또한 발전기 사이에 일정한 거리 유지가 중요한데 산지 지형이다 보니 많은 전기용량을 만들 수 없는 것도 문제”라고 말했다.

삼척 원전부지 지정, 정부에 해제 요청

태양광 발전업체 탑선 관계자도 “태양광발전소가 일단 설치되고 나면 20년 정도는 추가 비용이나 폐기물이 나오지 않는 건 맞다. 다만 발전 단위당 설치비용이 기저발전이라 불리는 화력이나 원자력보다 높은 건 사실이다. 또한 환경파괴를 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대용량 발전을 하는 것도 어렵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다만 최근 3~4년 사이 태양광 패널의 가격이 15% 정도 낮아지는 등 언젠가 비용문제는 해결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삼척시 관계자는 “신재생에너지 발전은 날씨 등에 따라 일정하지 못한 단점이 있다. 아직은 안정적인 전기 공급이 가능한 기존의 기저발전(화력·원자력)을 대체할 수 있는 개념은 아니다. 하지만 원자력으로만 갈 수는 없기 때문에 대안의 하나로 신재생에너지에 주목하는 것”이라며 “지역 내에서 생산한 전기로 실생활 전기 소비를 만족시킬 수 있는 자립마을을 유치하는 등 지자체 차원의 노력도 계속하겠다”고 말했다.

<백철 기자 pudmake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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