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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인’ 열풍 친노에 힘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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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노 측은 애써 영향력을 감추려 하고 비노 측은 애써 외면… 정치권 이해득실 놓고 분주한 속셈

영화 <변호인>의 흥행 돌풍이 지방선거를 앞둔 민주당과 친노 진영에 과연 보약이 될 수 있을까? 민주당 내 친노 의원이든 비노(비노무현) 의원이든 다 같이 고개를 흔든다. 하지만 속내는 다르다. 친노 측은 애써 영향력을 숨기고 싶어하고, 비노 측은 애써 영향력을 무시하고 싶어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참여정부 시절 춘추관장을 역임한 서영교 의원은 “이 영화로 (친노가) 뭘 하겠다는 생각 자체를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 친노 측 관계자도 “반사이익이 있겠지만 그것에 연연해 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반면 친노와 매번 각을 세우고 있는 조경태 민주당 최고위원은 “영화는 영화일 뿐 2014년 현재 정치적 상황과 맞아떨어지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한 비노 측 관계자는 “영화의 흥행으로 현 상황을 돌파하기에는 친노나 민주당이나 모두 어려운 국면”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고개 저으면서도 파급력에 촉각
하지만 친노 측은 연이은 흥행 소식에 입을 다물지 못하고 있다. 친노 인사가 영화를 보는 것이 기사화되고, 또 영화를 본 소감이 계속 뉴스로 부각되기 때문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재임 시절에 문재인 당시 청와대 비서실장과 나란히 서 있다. | 경향신문

노무현 전 대통령이 재임 시절에 문재인 당시 청와대 비서실장과 나란히 서 있다. | 경향신문

문재인 의원은 1월 3일 영화의 소재인 부림사건 관련자들과 함께 영화를 관람했다. 문 의원 측은 “영화가 개봉될 때부터 영화를 늦게 보려고 생각했다”면서 “영화가 영화 그 자체로서 평가받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생각 때문이었다”고 설명했다.

노 전 대통령의 부인인 권양숙 여사 역시 가족과 영화를 본 것으로 확인됐다. 권 여사는 1월 2일 민주당 지도부가 경남 김해 봉하마을을 방문한 자리에서 “(영화를) 나만 안 보고 있으면 왕따가 될 것 같아서 창원에 가서 봤다”고 말했다. 서영교 의원이 여사 역할을 한 여배우의 연기가 마음에 들었느냐고 묻자, 권 여사는 “참 잘하고 예쁘더라”고 답했다.

대표적인 친노 인사인 안희정 충남지사는 1월 3일 CBS라디오 인터뷰에서 “지난 80년대의 아픈 상처도 기억이 나고요. 돌아가신 노 대통령에 대한 그리움도 다시 돋아나서 마음 아프게 봤다”고 말했다. 실제 부림사건 피해자인 이호철 전 청와대 민정수석은 경향신문과의 전화통화에서 “현실과 옛날이 헷갈려 눈물도 나고 해서 제대로 영화를 못봤다”고 감상평을 밝혔다.

민주당에서는 영화 <변호인>을 본 사람들과 아직까지 보지 못한 사람들로 대강 친노인지 비노인지 구분할 수 있을 정도다. 당 차원에서 단체관람을 계획하고 있지만 친노 인사들은 대부분 영화를 이미 본 상태이다. 이에 비해 비노 인사들은 영화를 관람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친노 인사들은 만나는 사람마다 “영화를 보니 영화가 잘 만들어졌다. 시간이 나면 한 번 보라”고 권유했다. 반면 비노 인사들은 “연말 내내 예산국회 때문에 영화관은 엄두도 못냈다”고 말했다. 조경태 의원은 “영화를 보지 않았고, 영화를 본 주변인물에게서 영화에 사실과 다른 부분도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영화 <변호인>의 흥행에 여야가 촉각을 곤두세우는 것은 1월부터 본격적인 지방선거 국면에 든 정가에서 영화 <변호인>이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을까 하는 점이다. 여당에서는 비주류에 해당하는 이재오 의원과 원희룡 전 의원이 <변호인>을 본 소감을 트위터에 올리면서 민주주의가 위기에 처한 현 정국을 은근히 비판했다. 주류인 친박 측을 공박한 것이다.

지난해 11월 영화 <변호인>의 제작보고회에서 주연배우 송강호가 소감을 말하고 있다. | 경향신문

지난해 11월 영화 <변호인>의 제작보고회에서 주연배우 송강호가 소감을 말하고 있다. | 경향신문

민주당 서영교 의원은 “영화 <변호인>의 인기 돌풍에는 무엇보다 박근혜 대통령이 한몫을 했다”면서 “이 정부의 비민주적인 불통 때문에 영화 속 이야기가 관객들에게 정치적 현실로 다가온 것”이라고 평가했다.

영화 <변호인>이 여당인 새누리당에 대한 지지율 하락으로, 야당인 민주당에는 지지율 상승의 모멘텀이 될 가능성도 있다. 안철수 신당에 밀려 지지율 10% 안팎에 머물고 있는 민주당에는 호기가 될 수 있다.

아전인수 땐 관심 신당으로 쏠릴 수도
윤희웅 ‘민컨설팅’ 여론분석센터장은 “일단 영화의 흥행 성공이 민주당에 마이너스로 가지는 않는다”면서 “야권에 우호적인 기류는 형성되지만 노무현 서거 때처럼 이명박 정권에 대한 심판론이 형성되는 것이 아니라 단순히 노 전 대통령에 대한 향수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새누리당에는 물론 불리하지만 민주당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여기에다 박근혜 비판으로 돌아선 중도 성향 유권자들의 마음이 친노를 포함한 민주당이 아니라 안철수 신당으로 움직일 가능성도 존재하고 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노무현 전 대통령과 친노를 분리해야 할 필요가 있다”며 “(영화가) 노 전 대통령에 대한 평가에 도움을 준다면 모를까, 친노에는 영향력이 없다”고 말했다.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은 “영화 <변호인>의 정치적 파장은 없다고 봐야 한다”면서 “영화의 열풍이 오히려 친노세력의 도그마를 강화하면 민주당에는 오히려 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홍 소장은 “노 전 대통령의 서거 때 분향소를 방문한 숫자가 중요하지 않은 것처럼 영화 관람객 수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라면서 “친노세력이 이 영화를 통해 중도 성향 유권자들의 마음을 붙잡으려 하지 않은 채 단지 친노 성향의 유권자들이 우르르 영화관에 몰려가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윤희웅 센터장은 “친노 진영에서 이 영화를 통해 과거의 이미지만 부각하고 새로운 변화를 이끌어내지 못한다면,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때의 지지율 상승과 같은 모멘텀을 마련하지 못할 수도 있다”면서 “민주당도, 새누리당도 아닌 새로운 세력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고 분석했다.

<윤호우 선임기자 hou@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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