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지이야기

독일은 재생가능에너지 열풍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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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 시내를 운행하는 지하철과 S-Bahn(급행전철) 안에서는 풍력발전단지에 투자하라는 광고를 쉽게 접할 수 있다. 방사능 안전 표시가 회전하면서 풍력발전기 날개로 변하는 그림 아래에는 ‘2006년 이후로 연 8%의 이자를 제공한다’는 문구가 큼지막하게 붙어 있다. 체르노빌 사고 이후 재생가능에너지에 눈을 뜬 개인 사업가가 1995년 설립한 이 재생가능에너지 발전소 건설기업 프로콘(Prokon)은 현재 약 1000명의 직원을 둔 풍력에너지, 바이오매스 에너지 중견기업으로 성장했다. 독일 은행의 예금 금리가 3% 내외임을 감안하면 이 기업이 제공하는 8%의 이자는 훌륭한 재테크 수단임에 틀림없다.

[표지이야기]독일은 재생가능에너지 열풍시대

독일 중부의 작은 마을 타우버비숍스하임. 이곳에는 소아과 의사와 은행 직원 등 ‘절친’ 4명이 의기투합해 만든 타우버졸라(Tauber-solar)라는 태양광 발전소 건설회사가 있다. 2011년 10월 창립 10주년 기념행사는 이 기업뿐만 아니라 독일의 에너지 전환이 어떻게 발전했는지 엿볼 수 있는 좋은 자리였다. 비전문가들이 시작한 햇볕 비즈니스는 그동안 어떤 성과를 일궈냈을까. 45명의 정규직 일자리를 창출했고, 190개의 지붕 발전소, 스페인과 독일에 각각 5개, 3개의 대규모 발전소를 세웠다. 2~3주에 하나씩 뚝딱뚝딱 발전소를 만든 셈이다. 지난 10년간 자그마치 3억 유로(약 4500억원)가 투자되어 약 2만 가구에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총 60MW 시설을 건설했다. 이 회사는 투자금에 대해 연리 7% 이상을 보장한다.

지방 도시 재생가능에너지 조합 대세
기업 형태뿐만 아니다. 유럽 특유의 ‘조합’이라는 전통은 재생가능에너지 건설로도 이어진다. 어느 지방 어느 도시를 막론하고 재생가능에너지 조합은 대세다. 전 세계에 널리 알려진 농촌마을 윤데(Juhnde)의 소똥과 농업부산물 바이오가스 발전소 조합은 독일에서는 고전이라 할 수 있다. 베를린 근교의 아름다운 도시 포츠담에서는 대학에서 화학을 공부한 한 여성의 주도로 마을 이곳저곳에 태양광 발전소를 건설하는 바람이 불고 있다. 소피 헤벨이 주도해 만든 포츠담 태양에너지 조합은 2006년 다세대주택 지붕에 8.7㎾ 규모의 태양광 발전소를 건설한 데 이어, 2008년 몬테소리 학교 지붕에 60㎾ 발전소, 지난해 9월 이 시의 경찰서 주차장 지붕에 180㎾ 발전소를 건설해 방사능 없는 깨끗한 햇볕 전기를 만들고 있다. 이 조합은 발전소 건설에 관심 있는 어느 누구나 조합원으로 참여할 수 있다.

독일의 에너지 전환 바람은 전국 각지의 도시와 농촌, 다양한 시민들로부터 불어오고 있다. 통계에 따르면, 2010년 말 현재 독일에 설치된 모든 재생가능에너지 발전소 총 53GW의 40%는 일반 시민 소유의 시설이고, 11%는 농부가 건설한 것이라고 한다. 시민 주도로 건설된 발전시설이 기업체와 은행 주도의 거대 프로젝트보다 더 많다는 얘기다. 이러한 에너지 전환 바람은 시나브로 2011년 11월 독일에서만 100만 번째 태양광 발전소 건설이라는 금자탑으로 이어졌고, 후쿠시마 사고가 일어난 2011년, 핵폐기를 선언한 바로 그해 독일 전체 전력의 19.9%를 재생가능에너지에서 얻는 결과를 가져왔다. 

정부가 세운 2030년 50%, 2050년 80% 재생가능에너지 전기 공급 목표는 이러한 시민 중심의 재생가능에너지 열풍을 타고 더 빠르게 달성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러한 성과를 가져온 힘은 다름 아닌 2000년부터 시행 중인 재생가능에너지법이다. 법에서 정한 가격과 기간에 재생가능에너지 전력을 우선 매입하도록 규정한 이 제도 덕분에 에너지 비전문가인 일반 시민들도 아무런 불안 없이 지붕과 들판에 햇볕과 바람 비즈니스를 실현하고 있다.

염광희<베를린자유대학 환경정책연구소 박사과정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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