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학의 최전선

작가 배명훈·조현의 SF소설 예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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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배명훈과 조현씨는 서로의 존재를 잘 알고 있지만 직접 만난 건 처음이었다. 두 사람을 하나로 묶은 키워드는 ‘우주’.

[한국문학의 최전선]작가 배명훈·조현의 SF소설 예찬

과학소설(SF) 작가면서 평단의 관심을 끌고 있는 배명훈씨는 지난해 연작소설 <타워>(오멜라스)와 올해 소설집 <안녕, 인공존재>(북하우스)를 펴냈다. <타워>는 674층 50만 명을 수용하는 ‘빈스토크’란 가상공간을 무대로 벌어지는 정치, 경제, 외교, 전쟁, 연애 사건을 담았다. <안녕, 인공존재> 역시 존재성 제품인 돌멩이, 중국 첩첩산중의 크레인, 얼굴이 커진 저격수, 로봇군단 등 낯선 시공 속의 재기발랄한 이야기들이다. 배씨는 서울대 외교학과 석사 출신으로, 2005년부터 웹진 등을 통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조현씨는 “종이냅킨에 대한 우아한 철학-냅킨 혹은 T.S.엘리엇의 ‘황무지’ 중 ‘Ⅳ. Death by Water’에 대한 한 해석”이란 별난 제목의 단편으로 2008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됐다. “고향 클라투행성 외계문명접촉위원회 지구 주재 특파원”을 자임한 당선 소감이 눈길을 끌었다. SF풍 소설로 신춘문예를 통과한 이변을 낳은 그는 첫 소설집과 첫 장편소설 <유니콘>의 출간을 앞두고 있다. 현재 국민대 교직원으로 있는 조씨는 영상물등급위원회 근무, 컴퓨터학원 운영 등 다양한 경력을 쌓았으며 엄청난 독서광이자 영화광이다.

조씨는 사인을 받겠다면서 배씨에게 신간 <안녕, 인공존재>를 내밀었다. “SF는 인간사회와 동떨어진 우주를 이야기하는 경우가 많은데 배 작가님 소설에서는 강한 휴매니티가 느껴집니다. <타워>는 현실비판이 두드러지고요.” 조씨는 “작가가 된 뒤 좋은 점은 출판사에서 공짜로 책을 보내 주는 것이고, 안 좋은 점은 진짜 읽는 기쁨이 사라진 것”이라고 말했다.

“어이쿠!”하며 사인을 해 준 배씨는 “조현 작가님 책 나오면 가장 먼저 사 보겠습니다”라고 응답했다.

작가가 된 계기는

김석구 기자

김석구 기자

배명훈 : 학부 때부터 취미로 소설을 썼습니다. 장르 팬은 전혀 아니었고요. 나중에 제가 쓴 걸 보고 사람들이 SF라고 하더군요.

조현 : 저는 학교 다닐 때 시를 썼습니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문학 독자로 만족하고 살았는데 20대를 정리하면서 신춘문예 시 부문에 투고했다가 떨어졌지요. 이번에도 30대를 보내는 기념으로 시를 투고해 보자고 생각했다가 우연히 써 둔 소설 한 편이 있어서 함께 보냈는데 뜻밖에 당선 통보를 받았어요.

문화적 영향이 있다면

배명훈 : 외교학을 공부했는데 어떻게 소설을 쓰게 됐냐는 질문을 많이 받고 있어요. SF는 인물과 세계의 균형이 중요합니다. 보통 소설은 인물에 집중하지만 SF는 세계를 움직이는 게 굉장히 중요한 미학적 요소예요. 그걸 가르치는 곳이 외교학과입니다. 외교의 정점인 전쟁이 세계를 움직이는 것이거든요. 제가 쓴 소설은 대개 공부해서 얻은 지식을 바탕으로 한 것입니다.

조현 : 저는 무협, 판타지, SF, 로맨스 등 닥치는 대로 읽었습니다. 스티븐 킹, 아서 클라크, 좌백, 테드 창, 특히 호르헤 보르헤스를 좋아하고요. 주인공들과 교감하느라 밤에 잠을 잘 못 잤지요. SF로 시작했지만 다양한 장르, 스토리텔링이 강한 소설을 시도하고 싶습니다.

왜 우주를 다루는지

배명훈 : 말씀드렸듯이 SF에서는 세계가 움직이잖아요. 인물의 생각과 판단이 중요하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전쟁할 때 미국 대통령이 상황을 마음대로 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예요. 인물에 초점을 두는 작가는 많지만 세계를 쓰는 작가는 별로 없으니까 틈새시장이 있지 않을까 생각한 거죠.

조현 : 제 등단작은 꿈 꾼 것을 그대로 옮긴 것입니다. 저는 꿈이 현실 같고 현실이 오히려 꿈처럼 느껴질 때가 있어요. 현실의 폭력과 부조리를 보면서 외계인 입장에서 서술해 보면 낯선 느낌을 더욱 잘 전달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본격문학과 장르문학 사이에 대해
배명훈 : <안녕, 인공존재>의 편집자가 고른 작품은 웹진의 SF 독자들이 좋아하던 작품과 차이가 많습니다. 같은 작품을 놓고 서로 다른 평가의 눈이 있는 거죠. 양쪽의 독자들이 대화를 해 볼 필요가 있는 것 같습니다.

조현 : 제가 좋아하는 제임스 미치너는 <소설>이란 소설에서 한 사서의 입을 빌려 이렇게 말합니다. 소설은 작가의 마음속에서 일어난 일이고, 그것을 읽는 독자의 마음에서도 일어난 일이 된다고요. 그래서 뭔가를 쓰거나 읽으면서 서로의 꿈을 교환하는 욕구가 존재한다면 소설 또한 영원할 것이라고요. 서로의 꿈을 교환하는데 있어서 본격과 장르의 구분은 소용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신작 계획은

배명훈 : 지난해에 첫 연작소설, 올해 첫 소설집을 냈습니다. 내년쯤 첫 장편소설을 낼 것 같아요. 역시 SF이고요. 은퇴한 부자들이 사는 낙원 같은 휴양행성이 붕괴 위기에 놓이면서 벌어지는 일을 다룬 이야기입니다.

조현 : 곧 나올 <유니콘>이란 장편은 일본만화에 경도된 소년이 그것을 전해 준 사람과 맺어지는 내용이고요. ‘유니콘’이란 소설을 쓰는 작가가 나오는 또 다른 소설과 연결시킬 예정입니다.

<진행·정리 _ 한윤정 기자 yjh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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