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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그대, 직접 ‘선수’로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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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 지방선거 20대 후보자 32명 ‘현실정치의 벽’도전 나서

“결심은 지난해 말에 했어요. 어지간하면 다른 선배님이 나왔으면 했어요. 제가 나온 지역구가 진보성향 표가 많은데 비해 지역적 특수성이 있다 보니 야권 쪽은 자동으로 단일후보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결과는… 당락 여부는 마음에서 지우고 있어요.” 경북 구미 지역에서 출마를 준비하는 김수민씨(27)는 무소속이다. 자신보다 ‘시민운동’이나 ‘노동운동’을 하는 후보가 나오길 바랐다. 그는 “길거리에서 유권자 한 분 한 분을 만나 이야기를 듣는 것이 즐겁다”고 말했다. “제 경력을 보곤 ‘결혼을 안한 게 오히려 낫다’는 분도 있어요. 아들·손자가 없으니 오히려 깨끗하게 더 잘할 수 있을 거라는 덕담이지요. 20대라는 것을 딱히 강조하고 싶진 않습니다. 오히려 70대 시의원이 있으면 좋겠어요. 어르신들 복지를 직접적으로 대변할 수 있으니까요.”

6월 2일 치러지는 지방선거에는 광역시·도 의원 3명, 구·시·군의회 의원 29명의 20대 예비후보가 출마를 준비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 3월 23일 서울 중구 을지로3가의 한 인쇄소에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직원들과 인쇄소 직원들이 이번 지방선거 홍보 포스터의 인쇄 상태를 살펴보고 있다. |김창길 기자

6월 2일 치러지는 지방선거에는 광역시·도 의원 3명, 구·시·군의회 의원 29명의 20대 예비후보가 출마를 준비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 3월 23일 서울 중구 을지로3가의 한 인쇄소에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직원들과 인쇄소 직원들이 이번 지방선거 홍보 포스터의 인쇄 상태를 살펴보고 있다. |김창길 기자

김씨는 이번 6·2 지방선거에 출마 예정인 20대 후보자 가운데 한 명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예비후보자명부’에 따르면 4월 23일 현재 20대 예비후보는 전국적으로 32명. 광역시·도의회의원 선거 출마자가 3명이고, 구·시·군의회 의원 선거 출마자가 29명이다. 예비후보 전체 등록자 수가 시·도의원은 2110명이고 구·시·군 의원은 6418명이니 20대는 둘을 더해 전체 후보자의 2.6%에 불과한 셈이다. 여기에 이번 선거에서 함께 뽑는 시·도지사나 구·시·군 의장, 교육위원 및 교육감 후보는 현재까지 한 명도 없다. 지역적으로 보면 시·도의원 예비후보는 인천이 1명, 대전이 2명이다. 구·시·군의회 의원 출마자는 서울 8명, 경기 9명, 대전·충남 각 3명, 경북 2명, 대구·인천·강원·충북 각 1명 등이다. 아직은 예비후보 등록단계여서 예비후보는 더 늘어날 수도, 줄어들 수도 있다. 복수의 예비후보가 등록한 정당은 당내 경선을 통해 후보자가 탈락할 수 있다. 실제 취재 도중에 한 20대 예비후보는 다른 후보가 당 후보로 확정되면서 자동탈락했다. 무소속 후보는 그나마 본인의 의지가 가장 크게 작용한다. 중앙선관위에 등록된 무소속 예비후보는 6명이다.

“회사엔 비밀” 무소속 출마한 까닭
조덕현씨(서울 서대문구 무소속 예비후보·29)는 회사원이어서 평일에는 선거운동을 하지 않고 주말에만 주민들을 찾아다닌다. 그가 밝힌 출마의 변은 이렇다. “실질적인 복지나 민생 같은 거, 구나 동과 관련해 활동하는 사람도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구청장조차도 지역구 국회의원 뒷바라지를 한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잖아요. 자꾸 위만 바라보니 동민이나 구민들은 지방자치의 실질적인 혜택을 못보고….” 왜 무소속일까. 그는 “지지하는 정당도 없고, 학교 다닐 때도 총학생회라든가 특정한 정치적 입장을 취하는 것에는 관심이 없었다”라고 말했다. 조씨는 3~4년 전부터 마음의 준비를 해 왔다. “홍보물도 제작 중이고 현수막도 일주일 뒤면 나와요. 혼자 하는 것이니 결국 발로 뛸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조씨는 아직 회사에 출마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 “회사 이름은 밝히지 말아 달라”며 신신당부했다)

<strong>광역시·도의회의원선거 예비후보</strong><br />1 인천 남구 제1선거구 한나라당 이형호(26)<br />2 대전 동구 제2선거구 한나라당 김은선(26)<br />3 대전 유성구 제3선거구 진보신당 장주영(27)

광역시·도의회의원선거 예비후보
1 인천 남구 제1선거구 한나라당 이형호(26)
2 대전 동구 제2선거구 한나라당 김은선(26)
3 대전 유성구 제3선거구 진보신당 장주영(27)

한나라당·민주당 등 기성정당의 20대 예비후보들은 ‘누군가 유력한 인물의 영향을 받아’ 정치에 입문하게 된 경우가 많았다. 서울 서초구에서 공천이 확정된 김병민씨(28)는 2007년에 경희대 총학생회장을 지냈다. “학교 축제 때 가장 모시고 싶은 연사가 누구냐는 설문조사를 했습니다. 고승덕 변호사가 가장 많은 표를 받았어요. 그때 만난 인연으로 나중에 총선 때 돕게 됐고, 그게 또 인연이 되어 여기까지 오게 됐습니다.” 총학생회장으로 있을 당시 김씨는 이른바 ‘비운동권총학생회장’이었다. 그가 생각하는 학생회 선거와의 공통점과 차이는 무엇일까. “똑같이 중요하고 가장 열심히 해야 하는 대상은 모셔야 할 사람들이 학생이고, 여기서는 주민이라는 거예요. 그래도 학교에서는 학생들을 만날 기회가 많지만 주민들을 만날 기회는 쉽지 않네요. 또 학생 때는 저랑 비슷한 연령대이다 보니 나이와 관련한 부분을 끄집어내면 되지만 지역사회는 다양한 연령층과 이해관계가 있는 게 차이인 것 같습니다.” 그가 이번 선거에서 가장 아쉬운 부분은 ‘젊은 층의 정치 참여와 관심’이다. “한나라당이든 민주당이든 이야기하기도 전에 무관심으로 치닫는 거예요. 관심도 별로 없고….”

<strong>구·시·군의회의원선거 예비후보</strong><br />1 서울 성북구가선거구 국민참여당 정종민(28)<br />2 서울 서대문구나선거구 무소속 조덕현(29)<br />3 서울 금천구라선거구 자유선진당 온희정(27)<br />4 서울 관악구아선거구 진보신당 이기중(29)<br />5 서울 서초구다선거구 한나라당 김병민(28)<br />6 서울 강남구라선거구 민주당 이관수(27)<br />7 대구 동구나선거구 민주노동당 황순규(29)<br />8 인천 동구나선거구 무소속 남궁형(29)<br />9 대전 서구가선거구 무소속 김종관(29)<br />10 대전 유성구라선거구 자유선진당 이은창(27)<br />11 경기도 과천시가선거구 무소속 김현석(27)<br />12 경기도 광명시나선거구 한나라당 임희정(26)

구·시·군의회의원선거 예비후보
1 서울 성북구가선거구 국민참여당 정종민(28)
2 서울 서대문구나선거구 무소속 조덕현(29)
3 서울 금천구라선거구 자유선진당 온희정(27)
4 서울 관악구아선거구 진보신당 이기중(29)
5 서울 서초구다선거구 한나라당 김병민(28)
6 서울 강남구라선거구 민주당 이관수(27)
7 대구 동구나선거구 민주노동당 황순규(29)
8 인천 동구나선거구 무소속 남궁형(29)
9 대전 서구가선거구 무소속 김종관(29)
10 대전 유성구라선거구 자유선진당 이은창(27)
11 경기도 과천시가선거구 무소속 김현석(27)
12 경기도 광명시나선거구 한나라당 임희정(26)

광명시 라선거구에서 민주당 예비후보로 등록한 조화영씨(여·28)는 선거 출마 경험이 이번이 처음이다. 그러나 “선거운동을 즐기고 있다”고 말한다. “정치 쪽에 워낙 관심을 많았고 공부도 그쪽으로 했어요. 말하자면 이론만 공부한 셈인데 실제 과정이 재미있었습니다. 선거를 통해 사람을 만나서 제 생각과 그 사람의 생각이 합쳐지고, 볼 때마다 달라지는 그 과정이 말이에요.”

일반회사원인 남편도 흔쾌히 동의해 줬고, 시부모나 가족도 적극 응원하고 있다. 조씨는 민주당 후보이지만 한나라당 쪽 후보도 결국 이야기해 보면 같은 곳을 지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렇다면 이번에 떨어지면 다음 선거 때는 한나라당으로? “그럴 것 같진 않은데요. 처음 제가 정치를 하려 했을 때 믿음을 준 분들이 민주당 분들이고, 신념이나 이런 차원에서 민주당에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자유선진당 예비후보로 금천구에서 출마 예정인 온희정씨(여·27)는 트로트 가수다. 인터넷을 검색하면 음반도 벌써 2장이나 낸 나름대로 지명도 있는 인물이다. 그는 왜 구의원에 출마했을까. “사실 6살 때부터 노래를 시작해 우리나라 방방곡곡 봉사활동을 안 가 본 데가 없어요. 그런데 유독 제가 사는 우리 동네에만 봉사활동을 못했어요. 이번 기회에 구의회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니 민원에 예산 낭비를 지적하는 글이 있던데 그런 것도 시정하고 동네를 위해 봉사를 많이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정치 참여가 ‘가수로서의 경력’에 마이너스가 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했으면 아예 처음부터 못했을 거예요. 제가 사는 동네에는 가족·친지 등 모든 사람이 살고 있어요. 그렇기 때문에 더 하고 싶은 거고요.”

20대 관심 저조가 가장 아쉬워
기성 정당 20대 예비후보들은 넘어야 할 산이 있다. 바로 ‘연륜 있는’ 당내 경쟁자들이다. 반면에 상대적으로 군소정당으로 분류될 수 있는 진보 정당 후보들은 대부분 예비후보가 후보로 확정돼 있다. 대전 유성구에서 시의원 예비후보로 등록한 장주영씨(진보신당 카이스트 당원모임 대표·27)는 “결과는 낙관할 수 없지만 해 볼 만하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현직 의원이 이쪽 지역구로 나오게 되었거든요. 4선의원이랑 20대인 젊은 여성이랑 한 지역에서 맞붙는 구도인데, 저도 두근두근해요. 어떻게 틈새를 파고들어 공략해야 할지….” 물론 이 지역구가 양자 대결구도는 아니다. 현재 4~5명이 예비후보로 등록한 상태다. 그는 ‘색다른 유쾌함’이라는 선거 구호를 내걸고 있다. “사실 20대에게는 연애하는 것이 권력일 수도 있어요. 연애를 못하면 루저, 이런 이야기도 하고. 개인적으로 12년 동안 기숙사 생활만 했거든요. 막상 누군가를 사귀어도 둘이서 시간을 보낼 곳이 없어요. 청년들이 누릴 수 있는 인프라가 없는 거예요. 주거권이나 문화 향유에서도 기본권이 제약돼 있다는 것을 강조할 생각입니다.”

<strong>구·시·군의회의원선거 예비후보</strong><br />13 경기도 광명시라선거구 민주당 조화영(28)<br />14 경기도 부천시마선거구 진보신당 김소연(29)<br />15 경기도 의정부시나선거구 국민참여당 임동욱(29)<br />16 경기도 의정부시다선거구 국민참여당 임희경(29)<br />17 강원도 동해시나선거구 국민참여당 전솔(28)<br />18 충북 청주시라선거구 국민참여당 김용환(28)<br />19 충남 공주시라선거구 무소속 이민영(27)<br />20 충남 연기군다선거구 민주당 고준일(29)<br />21 충남 계룡시가선거구 자유선진당 박관순(28)<br />22 경북 경주시가선거구 민주당 손예진(25)<br />23 경북 구미시바선거구 무소속 김수민(27)<br />24 경기 오산시나선거구 한나라당 김지혜(26)

구·시·군의회의원선거 예비후보
13 경기도 광명시라선거구 민주당 조화영(28)
14 경기도 부천시마선거구 진보신당 김소연(29)
15 경기도 의정부시나선거구 국민참여당 임동욱(29)
16 경기도 의정부시다선거구 국민참여당 임희경(29)
17 강원도 동해시나선거구 국민참여당 전솔(28)
18 충북 청주시라선거구 국민참여당 김용환(28)
19 충남 공주시라선거구 무소속 이민영(27)
20 충남 연기군다선거구 민주당 고준일(29)
21 충남 계룡시가선거구 자유선진당 박관순(28)
22 경북 경주시가선거구 민주당 손예진(25)
23 경북 구미시바선거구 무소속 김수민(27)
24 경기 오산시나선거구 한나라당 김지혜(26)

진보신당의 이기중씨(서울 관악구·29)가 낸 이른바 ‘블랙데이 한정판’ 명함은 인터넷에서 인기를 끌었다. ‘솔로들이여 힘을 냅시다!’라는 캐치프레이즈 아래 이씨가 자장면 가락을 입 안 가득 물고 있는 포맷이다. “그날 하루만의 컨셉이었는데 의외로 인터넷에서 많이 퍼져 응원문자도 많이 받았습니다. 

아쉬운 것은 대부분 지역 유권자가 아니었다는 거예요.” 이씨가 출마한 지역은 고시생이 많다는 지역적 특성이 있다. “20대와 30대 젊은 층을 위해 원룸형 임대주택을 이야기하고 있어요. 지난해 일부 대학을 중심으로 서울시와 SH공사의 협조로 ‘학외 기숙사’가 추진됐는데 이것을 확대해 학생이 아닌 사람도 들어갈 수 있도록 하는 겁니다.” 그런데 이건 구의원이 실천 가능한 공약일까. “남는 원룸을 구청이 사고, 구청이나 시·SH공사가 리모델링하는 형태로 임대하는 것이기 때문에 독립영화 상영관과 마찬가지로 그렇게 큰 공간이나 재원이 필요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진보 정당 후보들은 전반적으로 이번 6·2선거에 상당한 정치적 의미를 부여하고 있는 편이다. 대구 동구에서 민주노동당 예비후보로 등록한 황순규씨(29)는 “직접 돌아다녀 보니 민심은 여당에 등을 돌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보육이나 교육을 하다 보면 사각지대가 너무 많습니다. 그런 부분을 찾다 보니 의회에서 지역 구의회 일을 하면 해소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 나오게 됐습니다. 의원도 자신의 의정활동비를 다 가져가지 말고 조례를 추진해 노동자 임금 수준에서 받고, 그 대신 나머지 돈은 민생 예산으로 돌리는 것이 어떨까 생각합니다.” 경기도 의정부에서 국민참여당 예비후보로 등록한 임희경씨(29)는 “출마의 가장 큰 목적은 MB정권의 심판”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임씨의 주장. “사실 의정부 지역은 시장이나 시의원이 모두 다 여당이어서 복지 예산이 깎일 수밖에 없었고, 그래서 정권심판 문제는 자연스럽게 복지와 연결됩니다.” 그는 자신의 명함에 ‘노무현처럼 일하겠습니다’라고 새겨 넣었다.

“6·2 지방선거는 MB정권 심판 무대”

인터넷에서 화제를 모은 이기중씨의 ‘블랙데이’ 명함.

인터넷에서 화제를 모은 이기중씨의 ‘블랙데이’ 명함.

인천 동구에서 무소속으로 출마를 준비하고 있는 남궁형씨(29)는 대학원 논문을 준비하면서 만난 일부 현직 시의원들의 ‘고백’을 듣고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사실 일반 시민들은 구의원, 시의원에 대해 잘 모르잖아요. 그런데 논문 때문에 어떤 자리에 가서 이야기를 듣는데 속내를 말씀하시더군요. 뉴스를 보면 병풍처럼 국회의원 뒤에 서 있는 사람들 있잖아요? 왜 구·시의원들이 그래야 하냐고 물으니 ‘선거 때 공천을 받기 위해서’라는 거예요.” 그가 무소속 출마를 결심하게 된 계기 가운데 하나다. “일본의 기초의원 경우 90% 이상이 무당파로 알고 있어요. 기초의원은 다른 일을 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그러다 보니 꽤 달콤한 유혹이 되는 거예요. 우리 동네의 경우 연 3500만원을 받는데 타이틀도 타이틀이고 돈도 들어오니 사람들이 감투에 혹하는 거예요.”

그는 권력을 얻는다고 생각하지 않고 지역정치 주체를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4년 임기가 끝나면 주부님들로부터 평가를 받고 저 말고 좋은 후보를 찾아 물려줄 생각이에요. 기초의원은 지역민들에게 돌려줘야지요.” 그 역시 회사원이었다가 현재는 선거에 전념하기 위해 휴직했다. “과장으로 승진하고 한 달 정도 뒤였는데 여자 친구에게 멱살도 잡혔어요. 4400만원이 법정 선거비용 한도인데, 저 같은 경우 결혼자금을 쓰게 될 게 뻔하니….” 남궁씨는 “이번 선거가 끝나면 선거 과정에서 겪은 웃지 못할 경험담을 책으로 펴낼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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