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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과 아줌마 부대’가 공익단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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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대선 사조직 명칭만 ‘늘푸른희망연대’로 바꿔 국고 지원받아 논란

지난 6월24일 서울 덕수궁 대한문 앞에 국민행동본부 등 보수단체 회원들의 기습으로 파손된 고 노무현 전 대통령 분향소의 기물이 바닥에 나뒹굴고 있다. <남호진 기자>

지난 6월24일 서울 덕수궁 대한문 앞에 국민행동본부 등 보수단체 회원들의 기습으로 파손된 고 노무현 전 대통령 분향소의 기물이 바닥에 나뒹굴고 있다. <남호진 기자>

지난 5월 이명박 정부가 비영리민간단체들을 대상으로 공익활동지원사업을 선정한 것과 관련해 논란이 아직까지 이어지고 있다. 지원 대상으로 선정된 민간단체들의 자격 논란이 벌어진 데 이어 최근에는 이들 단체에 대한 지원금 환수조치와 관련해 형평성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지난 10월 행정안전부를 대상으로 한 국정감사에서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김유정 의원(민주당)은 행안부의 민간단체 지원과 관련해 지원금을 받은 몇몇 단체의 자격 요건에 대해 문제점을 제기하고 이들 단체에 대한 지원금을 환수할 것을 요구했다.

 
행안부는 당시 지적된 세 단체 가운데 한 단체에 대해서만 환수조치를 진행하고 있으며, 다른 두 곳에 대해서는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

공익활동 지원… 정치조직 선정은 위법
김유정 의원은 국감에서 행안부의 비영리민간단체 지원사업과 관련해 ▲늘푸른희망연대 ▲국민행동본부 ▲무궁화문화포럼 등 3개 단체에 대한 공익활동지원사업 선정이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늘푸른희망연대와 국민행동본부를 사실상 정치결사체와 불법단체로 규정했으며, 무궁화문화포럼은 최근 1년 이상 공익활동 실적이 없었으므로 지원 대상 요건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국감 이후 행안부는 무궁화문화포럼에 대해서만 지원금 환수조치 절차를 밟고 있으며, 늘푸른희망연대(대표 차미숙)와 국민행동본부에 대해서는 선정 과정에서 특별한 하자가 발견되지 않았다며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

우선 논란의 중심에 있는 늘푸른희망연대는 ‘저탄소 녹색성장 국가비전 실현을 위한 국민참여 및 전국행사’를 한다는 명목으로 정부로부터 5900만원을 지원 받았다. 지난 2월 행안부로부터 비영리단체등록 허가를 받은 이 단체는 평균 3000만원을 받은 다른 단체들에 비해 두 배 정도 더 받았다. 이 단체는 행안부로부터 비영리민간단체 허가를 받은 이후 7월에는 여성부로부터도 다른 11개 단체들과 함께 취약계층 일자리 창출 명목으로 예산(11억원)을 받기로 결정되기도 했다.

문제는 늘푸른희망연대가 누가 봐도 정치 조직이라는 것과 이 단체가 정치 조직이라면 공익활동지원사업 선정이 위법이라는 것. 현행 비영리민간단체지원법(제2조 3항)에 따르면 비영리민간단체로 등록하거나 지원받고자 하는 단체는 ‘사실상 특정정당 또는 선출직 후보를 지지·지원할 것을 주된 목적으로 설립·운영되지 않아야 한다’고 돼 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김유정 의원이 지난 10월 국정감사에서 행정안전부를 대상으로 질의하고 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김유정 의원이 지난 10월 국정감사에서 행정안전부를 대상으로 질의하고 있다.

늘푸른희망연대는 2007년 대선 당시 이명박 후보의 사조직인 ‘이명박과 아줌마 부대’라는 단체가 명칭만 바꾼 것이다. 늘푸른희망연대의 홈페이지(cafe.daum.net/ lcitizen)에 따르면 늘푸른희망연대와 ‘이명박과 아줌마부대’는 같은 단체임을 보여 주고 있다. ‘이명박과 아줌마부대’는 과거 신한국당 종로지구당(이명박 대통령 과거 지역구) 민원실장이던 김문식씨가 2006년 2월에 결성한 일종의 ‘MB(이명박) 팬클럽’이었다. ‘이명박과 아줌마부대’는 지난 대선 기간에 이명박 후보의 사조직인 ‘MB연대’의 일원으로 선거운동을 했다가 대선 이후 ‘MB연대’에서 탈퇴했다.

‘이명박과 아줌마부대’ 는 대선 기간에 전국 130개 유세장을 돌며 이명박 후보의 선거지원 활동을 했으며, 2008년 총선 때에도 포항에 내려가 이명박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후보 선거 유세에 참석하는 등 12명의 한나라당 후보자들을 지원했다. MB연대 관계자는 “‘이명박과 아줌마 부대’의 차미숙 대표는 MB연대 소속으로 여성위원장을 맡는 등 적극 선거지원 활동을 했다”면서 “대선 이후 차 대표는 논공행상에 대한 기대치를 갖고 있어 순수한 봉사활동 단체로 방향을 잡은 MB연대와는 생각이 달랐다”고 말했다. ‘이명박과 아줌마부대’의 회원 35명은 지난해 9월 청와대로부터 오찬에 초대받기도 했다. 김유정 의원은 “청와대가 ‘이명박과 아줌마부대’의 회원들을 초청한 것은 대선 때 이 대통령을 지원해 준 데 대한 보은 차원”이라면서 “선관위와 함께 공정선거를 책임지고 있는 행안부가 졸속심사와 특정단체 봐주기를 했다고밖에 볼 수 없다”고 말했다. 특히 ‘이명박과 아줌마부대’는 청와대 오찬에 초대 받은 이날을 ‘이명박과 아줌마부대’의 2기로 일컬어지는 늘푸른희망연대 출범식이 되는 날이라고 이 단체는 규정하고 있다. 이후 늘푸른희망연대는 일사천리로 비영리민간체로 등록되고, 정부로부터 지원금까지 받게 된다.

총선 때는 이상득 후보 유세 참석
국민행동본부에 대해서는 행안부의 자의적인 지원 기준이 도마에 올랐다. 행안부는 지난 5월8일자 보도자료를 통해 비영리민간단체 지원 기준과 관련해 “사업선정일(2009.5.1)로부터 최근 3년 이내 불법폭력 집회·시위 참여 단체에 대해 적용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는 국민행동본부가 지원자로 선정되도록 자의적인 잣대를 적용했다는 것이 일부 시민단체와 김 의원의 주장이다. 국민행동본부의 대표자인 서정갑 예비역 대령은 2004년 10월 ‘국가보안법 사수 국민대회’에서 집시법 위반 등 혐의로 불구속기소됐으나 행안부의 새로운 기준에 의해 면죄부를 받았다. 이와 관련해 행안부 관계자는 “지원사업과 지원금액을 심사·결정한 곳은 공익사업선정위원회에서 결정한 것이지 행안부 자체적으로 지원 기준을 결정한 것은 아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행안부는 지원단체 선정에 대한 논란이 지속되고 있음에도 공익사업선정위원 명단은 밝히지 않고 있다. 공익사업선정위는 올해 비영리민간단체 지원사업 유형과 관련해 기존의 유형과는 달리 ▲현 정부의 100대 국정과제 ▲저탄소녹색성장 ▲4대강 살리기 운동 등을 제시함으로써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한국여성장애인연합, 건강세상네트워크 등 사회적 소외계층의 권익과 인권보호에 앞장서 왔던 단체들은 아예 신청을 포기했다.

국민행동본부 서정갑 본부장은 지원자로 선정된 이후에도 ‘폭력행위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입건되기도 했다. 서 대표는 지난 6월24일 대한문 앞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시민분향소를 파괴한 혐의로 입건됐다. 여당인 한나라당 신지호 의원은 지난 국감에서 “반정부 단체는 불법 폭력 명분으로 정부 보조금을 안 주고 친정부 단체는 폭력을 행사해도 문제를 삼지 않는 것은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행안부가 환수조치 절차를 밟고 있는 무궁화문화포럼은 비영리민간단체로 등록하고 지원받기 위해서는 ‘최근 1년 이상 공익활동 실적이 있어야 한다(비영리민간단체지원법 제2조 3항)는 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한 채 지원단체로 선정됐다가 국회에서 지적되자 행안부가 잘못을 인정하고 환수 조치에 나섰다. 지난해 12월에 창립된 무궁화문화포럼은 불과 5개월여 만에 비영리민간단체 지원 대상자로 선정됐었다.

<권순철 기자 ik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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